소설리스트

〈 3화 〉3편. 폭발적인 사정. (3/330)



〈 3화 〉3편. 폭발적인 사정.

3편. 폭발적인 사정.

아만다는 울부짖는 닉 쿠퍼의 뒷머리끄덩이를 잡았다. 그리고 힘껏 닉 쿠퍼의 뺨을 갈겼다.

짝!

“크헉!”

뛰어난 행동대원이었던 아만다였다. 아만다의 일격은 닉 쿠퍼의 얼굴을 순식간에 부어오르게 만들었다.

리는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사랑의 외침으로 세뇌가 깨어난다니, 그야말로 싸구려 희망을 파는 싸구려 스토리였다. 리는 싸구려 놀음에 함께 어울리기 싫었다. 신물이 차올랐다.

리는 아만다로부터 닉 쿠퍼를 넘겨받았다. 그리고 놈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닉 쿠퍼가 위액을 토하며 쓰러졌다.

리는 신음하는 닉 쿠퍼의 목덜미에 자백제를 주사했다. 자백제를 맞은 닉 쿠퍼가 꿈틀거렸다.

“컥, 커욱……! 이딴 것쯤……!”

닉 쿠퍼는 나름 자백제에 저항하려고 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닉 쿠퍼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었다.

리는 약효가 닉 쿠퍼의 뇌에 퍼졌음을 확인했다. 닉 쿠퍼의 멍한 표정은, 세뇌기에서 강제로 자아가 씻겨 나가던 자들이 짓는 표정과 흡사했다.

리는 닉 쿠퍼에게 몸을 굽히고 물었다.

“이름.”

“닉……쿠퍼어…….”

청년이 술 취한 사람처럼 어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눈동자도 기묘하게 돌아가 있었다.

“소속은?”

“로메리카 제국 제10군단…… 44백인대 센추리온…….”

리는 닉 쿠퍼에게 말했다. 어제 저녁 이 우주선―FTU 호를 습격한 목적을 밝히라고.

“흑……. 크흑……. 게윽…….”

닉 쿠퍼가 눈을 뒤집으며 침을 흘렸다. 희미하게 남아 있는 이성으로 자백제에 저항하려고 했다.

리는 눈썹을 찡그렸다. 그러면서 자백제를 한 번 더 주사하려다가 생각을 바꿨다. 쓸 만한 정보가 나오기 전에 닉 쿠퍼의 뇌가 곤죽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리는 다른 방법을 병행하기로 했다.

“아만다.”

“네, 주인님.”

“세뇌실 수면캡슐에 네 옛 동료들이 잠들어 있을 거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캡슐에 들어 있는 섹스 슬레이브를 깨워라. 그 계집과 이곳으로 함께 오도록.”

“따르겠습니다, 주인님.”

아만다가 창고를 떠났다.

“아만……다아……. 후우우…….”

닉 쿠퍼는 흐리멍덩한 눈으로 금발 처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나름 반반하게 생겼던 청년이었지만 이젠 침과 눈물, 콧물로 더러워져 있었다.

“센추리온 닉 쿠퍼, 다시 묻겠다.”

아직 아만다와 또 다른 섹스 슬레이브는 오지 않았지만, 역겨운 꼴을 보기 전에 마무리될 수도 있었다. 리는 닉 쿠퍼에게 말을 걸었다.

“FTU 호를 습격한 목적은?”

“스……스으……새에……새에에엥포오오오…….”

“생포? 누구를.”

“코뤼……. 크륵, 크……. 코레아……누으스…….”

닉 쿠퍼는 이번엔 저항하지 못하고 대답했다.

코레아누스.

리가 아직 제국군에서 복무하던 당시의, 세뇌기에 끌려가기 전에 쓰던 이름이었다. 이제는 과거 속에 묻어둔 이름이기도 했다.

리는 머리를 쓸어 넘겼다. 생각했던 대로였다. 로메리카 제국의 목적은 리였다. 짜증나게도 질긴 인연이었다.

그러나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닉 쿠퍼 부대의 급습 덕분에 리는 아만다를 비롯한 상당수의 섹스 슬레이브들을 획득할 수 있었다.

로메리카 제국군은 여군이라고 차별하지 않고 철저히 교육했다. 여군들은 유연하면서도 적당히 근육이 붙은 몸을 갖고 있었다.

전투를 위해 가꾼 몸이었지만 섹스도 일종의 전투였다. 상대를 쾌감으로 보내버리기 위해 몸과 몸을 얽는 격렬한 움직임이었다. 제국의 여전사들은 훌륭한 섹스 슬레이브가 될 기본 자질을 갖고 있었다.

물론 그런 여군들 중에서도 아만다처럼 뛰어난 미녀는 드물었다. 그래서 리가 개인용으로 삼았던 것이지만.

닉 쿠퍼 부대의 습격으로 확실해졌다. 로메리카 제국은 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제국과 상당히 먼 현재의 평행 우주까지 리를 찾아올 정도였다.

콧물이 흐르던 닉 쿠퍼의 콧구멍에서 핏물이 섞여 나왔다. 뇌의 혈관들이 터지고 있었다. 리가 개의치 않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어떻게 알았나? 이 배가 그 구역을 지날 거라고.”

닉 쿠퍼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눈의 실핏줄이 터지며 핏물이 고였다. 얼굴 근육이 제각각 노는 것처럼 실룩였다. 또 저항 반응이었다.

프쉭-!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리가 돌아보자 아만다가 서 있었다. 그리고 아만다 옆에는 다른 섹스 슬레이브가 함께였다. 아만다보다 서너 살 어려보이는 계집이었다.

계집의 피부는 깊은 밤처럼 어두운 색이었지만 정확한 인종은 알 수 없었다. 어차피 인종 따윈 상관없다. 이 평행 우주나 저 평행 우주나, 인류는 잡탕이 된 상태였다.

계집은 아만다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키가 작았다. 젖가슴 역시 근육이 좀 붙은 남자의 것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아직 부풀 여지는 있을 것이다. 혹은, 세뇌할 때 젖의 크기 역시 조절할 수 있었다.

하지만 리는 웬만해선 자연 그대로의 크기를 존중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저 계집의 젖가슴도 그대로 두었다. 어차피 팔려간 뒤에는 주인의 취향에 따라 신체 개조를 받을 수도 있었다.

계집은 가슴이나 엉덩이는 아만다처럼 존재감이 뚜렷하진 못했다. 하지만 피부에 탄력이 넘쳤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검은 보석과 마주한 듯한 기분이었다.

리는 눈길을 거뒀다. 지금은 섹스 슬레이브의 외모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저 계집을 사용하여 자백제의 효과를 증폭시킬 생각이었다.

리가 아만다와 함께 온 계집에게 말했다.

“이름.”

“수지라고 합니다, 주인님.”

“좋다. 이쪽으로 오도록.”

수지 역시 섹스 슬레이브 슈트를 입고 있었다. 걸음에 맞춰 아담한 젖가슴이 찰랑거렸다.

수지의 젖꼭지는 맛있는 초콜릿 빛깔이었다. 리는 입안에 침이 고였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굳이 맛보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다.

“수지.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다.”

“뭐든지 하겠습니다, 주인님.”

수지의 눈동자가 충성심으로 반짝였다. 리는 계집이 해야 할 일을 지시했다.

“주인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수지는 리의 곁을 떠났다. 그리고 닉 쿠퍼에게 다가갔다.

닉 쿠퍼는 여전히 흐리멍덩한 표정으로 코와 입에서 피와 침이 뒤섞인 거품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 닉 쿠퍼 앞에 수지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닉 쿠퍼의 허리춤을 만지작거리더니 벨트를 풀고 바지를 끌어내렸다.

“흐어…… 허응…….”

닉 쿠퍼는 꿈틀거리기는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저항할 힘이 놈에겐 남아 있지 않았다.

수지가 벗긴 것은 닉 쿠퍼의 군복 바지만이 아니었다. 소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단색의 속옷까지 벗겼다.

리는 눈살을 찡그리며 코를 막았다. 닉 쿠퍼의 속옷에선 역겨운 냄새가 났다. 하지만 수지는 스스럼없이 놈의 속옷을 손아귀에 쥐었다. 명령을 받았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주인님?”

수지가 속옷을 쥔 채 리를 바라봤다.

“소각로 개방.”

“소각로, 개방합니다.”

리의 명령에 인공지능이 대답했다.

“버려.”

수지는 소각로 안에 닉 쿠퍼의 속옷을 넣었다.

“태워라.”

“명령 확인.”

소각로가 닫혔다.

리는 혀를 찼다. 역겨운 냄새를 맡아서 그런지 머리가 뻑뻑했다. 아니면 잠을 몇 시간 못 자서 그럴 수도 있었다.

“아만다. 식당까지 가는 길을 기억하나?”

“네, 주인님.”

“커피를 타오도록.”

“알겠습니다, 주인님.”

“잠깐.”

창고를 나가려는 아만다를 리가 불러 세웠다. 그리고 손을 뻗어 금발 처녀의 젖가슴을 주물렀다. 성감대를 자극 받은 아만다가 눈꺼풀을 가늘게 떨었다.

리는 아만다의 연한 분홍빛 젖꼭지를 엄지와 검지로 비볐다. 그러다가 입술을 대고 힘껏 빨았다. 하지만 아만다의 모유는 또 나오진 않았다.

호르몬 약물의 효과가 떨어진 것 같았다. 리는 유감이라고 생각하며 젖꼭지에서 입술을 뗐다.

“커피나 가져와라.”

“……네, 주인님.”

아만다는 공손히 대답하고 자리를 떠났다.

아만다와 대화하는 동안에도 리는 듣고 있었다. 수지가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소리들을. 수지의 손놀림이 빨라지자 닉 쿠퍼의 호흡도 점점 가빠지고 있었다.

‘뇌가 저런 상태라도 발기는 되는군.’

리는 닉 쿠퍼의 뺨을 건드렸다. 아만다에게 맞아 부어오른 쪽 뺨이었다.

“기분 좋나?”

“……허응, 으흐……으…….”

리가 주사한 싸구려 자백제엔 미약하나마 쾌락 유도 성분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고급 자백제에 비해 그 비율은 극히 일부일 뿐이었다.

그래서 리는 충분한 자원을 이용하여 싸구려 자백제로 고급 자백제와 비슷한 효과를 내고 있었다. 충분한 자원이란 당연히 섹스 슬레이브였다.

“닉 쿠퍼. FTU 호의 항로를 어떻게 미리 알았나?”

“으으…… 흐으…….”

“닉 쿠퍼! 어서!”

리는 더욱 거칠고 강한 목소리로 독촉했다. 수지가 닉 쿠퍼의 음경을 쥔 채 몰아붙이는 가운데.

“위에서…… 들었어어…….”

마침내 닉 쿠퍼의 입에서 신음이 아닌 단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위?”

“지시를……받았어……. 그 항로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지나갈 거라고…….”

“누가 지시했나.”

“대대장…….”

“대대장 누구!”

“13대대장…… 가이우스……. 제10군단 소속……. 44백인대 직속…….”

대대장의 지시를 받아 센추리온이 움직인 것이라면, 닉 쿠퍼가 단독으로 어떤 방법을 써서 알아낸 게 아니란 뜻이었다. 로메리카 제국군 전체에 리의 움직임이 알려졌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문제가 심각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새어나간 걸까. 의심하기 시작하자 한도 끝도 없었다.

리는 질문을 바꿨다.

“가이우스 대대장은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나?”

“흑, 흐윽……. 흐응, 헉, 허억, 하으윽!”

울컥!

폭발적인 사정이 일어났다. 닉 쿠퍼는 수지의 손으로 절정을 맞이했다. 발기한 음경에서 정액이 뿜어져 나왔다.

리는 재빨리 피했다. 하지만 바로 앞에 있던 수지는 그러지 못했다. 그 계집의 얼굴에 닉 쿠퍼의 정액이 뒤덮였다.

가장 더러워진 곳은 닉 쿠퍼의 음경을 쥐었던 수지의 손아귀였다. 수지는 멍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매만졌다.

“수고했다. 물러나.”

“네, 주인님.”

수지가 명령에 따랐다.

닉 쿠퍼는 완전히 기진맥진해졌다. 사정을 끝낸 음경은 쪼그라들어 있었다. 닉 쿠퍼에게 남은 생명의 기운도 같은 처지였다.

“대답해라. 가이우스 대대장은 내 항로를 어떻게 알았나?”

“몰라……. 정말로……나……몰라…….”

닉 쿠퍼가 울었다. 핏물이었다. 자백제의 부작용으로, 거기에다 과도한 쾌락까지 더해져 닉 쿠퍼의 뇌는 한계를 넘어버린 것 같았다.

그때 창고 문이 열렸다. 아만다가 커피를 갖고 들어왔다.

비릿한 정액 냄새를 맡고도, 정액 범벅이 된 수지를 보고도, 닉 쿠퍼의 꼴을 확인하고도 아만다는 담담했다. 금발 처녀가 리에게 공손히 컵을 건넸다.

“아만다.”

“네, 주인님.”

“옛 상관을 편하게 해줘라.”

“네, 기꺼이.”

명령을 받은 아만다가 예리한 커터를 쥐었다. 그러더니 닉 쿠퍼의 급소를 찾아 찌르고 끊었다.

피가 튀었다. 아만다의 섹스 슬레이브 슈트와 맨살을 검붉게 더럽혔다. 닉 쿠퍼는 빠르게 시체로 전락했다.

아만다가 닉 쿠퍼의 선혈이 묻어 있는 커터를 리에게 돌려줬다. 리는 피를 닦은 뒤 커터를 수납했다.

포획한 장교들 중 닉 쿠퍼가 최선임이었다. 닉 쿠퍼가 모르는 정보를 다른 자들이 알고 있으리란 생각은 안 들었다.

리는 시각을 확인했다. 오전 9시에 근접했다. 꾸물거리다간 잭의 행성에 도착하기 전에 섹스 슬레이브들을 다 완성하지 못할지 몰랐다.

하지만 섹스 슬레이브들을 생산하는 것보다 아만다와 수지에 대한 뒤처리가 더 급했다.

세뇌 작업은 리가 설정한 프로그램대로 인공지능에 맡겨놓을 수 있었다. 리의 세밀한 조정이 없다면 약간의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었지만 그럴 확률은 낮다.

반면 아만다와 수지는 도저히 그냥 둘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피비린내와 정액 구린내가 점점 진해지고 있었다.

“메인 인공지능. 세뇌실 인공지능 연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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