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7편. 너를 사용하겠다.
7편. 너를 사용하겠다.
리가 현재 FTU 호로 향하는 평행 우주는 식별 넘버로는 421번 우주였다. 즉 421번째로 발견되었다. 하지만 보통은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썩딕이라니.’
옛 시대 새끼들의 네이밍 센스에 리는 고개를 저었다.
썩딕 우주의 지구는 당연하게도 ‘썩딕’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슬레이브 상인 잭은 그 썩딕 행성에 살고 있었다.
421번째 평행 우주에 421번째 지구에 ‘썩딕’ 즉, ‘좆 빨아라’란 명칭이 붙은 것은 예로부터 이곳이 유명한 사창가였기 때문이다. 거리를 넘어 아예 행성 자체가 사창 행성이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니었다.
납치되어 강제로 다리를 벌리게 됐든, 납치되어 세뇌를 받은 뒤 기뻐하며 다리를 벌리게 됐든, 아니면 처음부터 다리를 벌릴 목적으로 썩딕 행성에 왔든, 썩딕 행성에는 창녀, 창남들이 우글우글했다. 그리고 그런 매춘부들보다 더욱 많은 것이 좆과 씹을 주체하지 못해 안달이 난 고객들이었다.
썩딕 행성에선 성욕을 풀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어떤 거대한 정부가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조직폭력단이 연합한 형태로 썩딕 행성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법은 이곳에서 소용이 없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평행 우주를 거느리고 있는 로메리카 제국 역시 썩딕 행성은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정도였다. 제국의 고위급 중 썩딕 행성의 사창 조직과 깊은 관계를 맺은 자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섹스에 혈안이 된 자가 집결된 행성인 만큼 섹스 슬레이브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 그리고 그에 따라 슬레이브 상인들 역시 붐볐다.
길가에 차이는 돌멩이 수준으로 흔한 슬레이브 상인들 중, 리가 만나려는 잭은 상위 그룹은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제 앞가림은 하는 정도의 상인이었다.
그럼에도 리가 이 썩딕 행성을 지날 때 잭과 거래하는 이유가 있었다. 질 좋은 슬레이브들을 넘길 수 있을 만큼 잭은 믿을 만 했다.
리도 알고 있었다. 이 우주에서 인간이 인간을 믿는다는 게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과거의 일이 없었다면 리 역시 잭을 다른 슬레이브 상인과 동급으로 취급했을 터였다.
리가 슬레이브 헌터 일을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아직 슬레이브의 시세마저 제대로 몰랐을 애송이 시절이었다.
리가 잭에게 팔았던 몇몇 슬레이브들이 정신 착란을 일으켰다. 서툰 세뇌의 부작용이었다. 그런데도 잭은 약속했던 잔금을 지불했다.
“부작용을 알아보지 못한 것도 내 잘못이니까.”
최악의 경우 피를 볼 각오를 했던 리에게, 잭은 그렇게 말했었다. 하지만 인간을 믿지 못한 리는 눈을 부라렸다.
“무슨 수작이야?”
“수작 아니야. 정직하게 살겠다는 약속을 안 지키면 아내한테 혼나거든.”
“…….”
나중에 안 것이지만 잭의 아내인 리타는 여신 교단의 독실한 신자라고 했다. 이 시대엔 천연기념물 같은 존재였다.
그렇게 잭과 거래를 튼 이후, 리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잭을 몇 번 더 시험해봤다. 그럴 때마다 잭은 아는지 모르는지 리의 테스트를 통과했다.
리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 녀석은 믿을 만하다고. 적어도 다른 놈들보다는 확실히. 그래서 시간이 흘러, 리가 훨씬 더 좋은 슬레이브들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뒤에도 계속 잭과 거래하고 있었다.
하지만 잭에 대한 믿음과는 별개로 몸을 지키기 위한 무기는 필수였다.
함선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기가 제약되는 우주와는 달랐다. 지상에서는 보통 싸고 신뢰성이 높은 화약 무기를 사용하곤 했다.
빔 종류의 무기도 존재하긴 했다. 그러나 대기가 존재하는 곳에선 효율성에 비해 가격만 쓸데없이 비쌌다.
인간을 죽일 땐 굳이 고열의 압축 빔을 뿜을 필요가 없었다. 작은 납덩어리면 충분했다.
…….
…….
…….
리가 FTU 호의 무기고에 도착했다.
너무 많이 가져가다간 기동성이 떨어질 터였다. 그래서 가장 빨리 뽑을 수 있는 메인 홀스터에 장착할 무기는 한정되어 있었다.
‘이번엔 화끈하게 가 볼까.’
리가 집어든 것은 그레네이드 런처였다.
수류탄을 발사하는 이 무기는 썩딕 행성의 시가지에서 사용하긴 좀 무리였다. 수류탄의 폭발은 일반적인 총기류의 발포음보다 훨씬 커다란 영향력을 끼쳤다. 그렇게 되면 지역 폭력조직의 강력한 행동대가 몰려올 확률이 높을 터였다.
그동안 산전수전 다 겪은 리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인간이었다. 수적 열세에 몰린 상태에서 화력이 집중된다면 죽음을 피하기 힘들었다.
따라서 조용히 행동하길 좋아하는 슬레이브 헌터들에게 그레네이드 런처는 최악의 선택이 되곤 했다. 그러나 리는 굳이 피를 묻혀야 한다면 아예 피 웅덩이에 뛰어들어 피범벅이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남자였다.
그레네이드 런처와 기타 발사체들을 챙기고, 리는 홀스터의 남는 공간엔 보조무기로 쓸 핸드건들을 넣었다. 그 외에도 충격봉과 하이퍼 블레이드, 글라디우스 나이프, 은닉 커터 등으로 자신을 채웠다.
…….
…….
…….
무기고를 떠난 리에게 인공 지능이 보고했다.
“선장님. 약 30분 뒤에 자동 항로 설정 지점에 도착합니다. 행성 썩딕을 경로상에 확인했습니다.”
“알겠다. 해당 위치에 도착하면 스텔스 배리어를 두르고 엔진을 정지하도록. 최소 소음으로 위치를 유지한다.”
“수행하겠습니다.”
리가 자동 항행으로 설정해 둔 도착점은 썩딕 행성의 방위 라인에서 적당히 떨어진 우주구역이었다.
스텔스 배리어라고 만능은 아니다. 하지만 리를 찾으려고 작정하고 레이더를 돌리지 않는 한 얼마쯤은 시간을 벌어줄 터였다.
정상적인 루트라면 썩딕 행성의 세관이라고 할 만 한 우주정거장을 통해 검사를 받은 뒤 대기권에 진입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무지막지한 세금을 행성 운영비 명목으로 관리 조직에 뜯기게 된다. 어떨 때는 아까운 슬레이브를 강탈해가는 수도 있었다.
리는 비정상적인 루트로 대기권을 강행 돌파할 생각이었다.
단순히 관리 조직에게 뜯기는 게 아까워서가 아니었다. FTU 호가 센추리온 닉 쿠퍼가 이끄는 로메리카 제국군의 습격을 받지 않았다면, 굳이 위험을 무릅쓰지 말까 조금이라도 고민하긴 했을 것이다.
하지만 로메리카 제국군이 모종의 수단으로 리의 항행 루트를 입수한 이상, 썩딕 행성에서도 제국의 손길이 미칠 가능성이 있었다. 이곳의 관리 조직은 로메리카 제국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우주 정세는 언제 바뀔지 몰랐다.
썩딕 행성의 관리 조직을 신뢰하느니 리는 잭을 더 믿었다. 그래서 잭의 상점이 위치한 지역의 상공으로 직접 낙하할 계획이었다.
리는 셔틀에 실린 슬레이브들의 상태를 다시 점검했다. 셔틀의 연료나 기계 상태, 무기 따위도 확인했다.
보호 장비도 갖춰야 했다. 방탄조끼만으론 안심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우주 전투에나 입을 법한 강화 장갑복을 입고 행성 안에서 어슬렁거리기도 힘들었다.
리는 절충안을 택했다. 겉에는 일반적인 여행복을 입되, 경량화를 지킨 장갑을 급소 부위에만 덧댔다. 적어도 방탄조끼만 입는 것보단 생존 확률이 높아질 터였다.
리는 혼자 썩딕 행성에 내려갈 작정이 아니었다. 리에게는 자신의 호위병으로 삼기 위해 세뇌시킨 보디가드 슬레이브들이 있었다. 모두 다섯 명이었다.
이들은 다른 평행 우주의 용병 출신이었다. 다른 슬레이브 헌터의 사주를 받아 리를 제거하러 왔었다. 지금은 리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폭할 수 있을 만큼 충성심을 심어뒀다.
세뇌되기 전보다 전투 능력이 불안정해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어제 FTU 호를 습격한 로메리카 제국군보단 이들의 실력이 더 나았다.
리는 보디가드 슬레이브들에게 기본적인 보호 장구와 전투 블레이드, 라이플을 갖추게 했다. 그리고 준비를 마쳤을 즈음, 스피커에서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목적 좌표 도착. 목적 좌표 도착. 지시대로 스텔스 배리어 전개 후 엔진 정지. 최소 소음으로 현재 위치를 유지합니다.”
현재 시각을 확인했다. 오후 12시 7분이었다.
잭에게는 늦어도 오후 1시까지 가겠다고 연락해뒀었다. 그러려면 최소한 오후 12시 30분에는 FTU 호에서 셔틀을 타고 출발해야 했다.
가벼운 섹스를 할 만 한 여유는 충분했다.
…….
…….
…….
“문 개방.”
푸쉬익-!
“돌아오셨습니까, 주인님?”
리가 허락했었건만, 아만다는 침실 정리를 마친 뒤에도 자고 있지 않았다. 침대 맡에 앉아 있던 아름다운 처녀가 일어나며 공손히 인사했다. 부드러워 보이는 금발이 살랑거렸다.
세뇌당하기 전의 아만다는 꽤 고지식하고 성실한 성격이었던 것 같았다. 정돈된 침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새벽의 섹스 때 서로가 흘린 땀과 체액이 들러붙어 있던 시트, 담뱃재나 꽁초가 흩어져 있던 바닥까지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리는 침실 정리를 끝낸 아만다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섹스 슬레이브에게 선물이란 당연히 육체의 쾌락이었다. 눈앞에 서 있는 아름다운 계집의 뇌는 성적인 쾌락을 갈구하도록 개조 당한 상태였다.
리는 예고 없이 움켜쥐었다. 슬레이브 슈트 밖으로 도드라진 아만다의 봉긋한 젖가슴을.
“앗……!”
아만다가 예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쫙!
리는 슬레이브 슈트를 하반신 쪽까지 단숨에 잡아 찢었다. 슬레이브 슈트는 별다른 저항 없이 찢겨 나갔다. 애초에 그러기 위한 재질이었다.
“주, 주인……님?”
리는 아만다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대로 금발 처녀를 밀어붙였다. 벽에 등을 밀착시킨 뒤 아만다에게 파고들었다. 계집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뒤덮었다.
“흐읍…….”
아만다가 떨리는 소리를 냈다.
리는 잠시 동안, 섬세한 라인을 그리는 아만다의 입술을 탐닉했다. 입술과 혀에 몰린 신경으로 아만다의 것을 샅샅이 훑었다.
“으음……. 흐응…. 응……….”
아만다의 입김과 숨결이 뜨거웠다.
처음엔 수동적이었던 아만다의 혀가 이젠 리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리의 혀를 받아들이고, 휘감고, 리의 입천장을 간질였다.
리는 아만다에게서 입술을 뗐다. 짧지만 강렬한 키스였다. 둘 사이에서 이어진 타액의 실이 침실 조명을 반사했다.
리는 마음에 들었다. 퇴폐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약간 침침한 침실 조명이. 이 빛 아래에서 보는 아만다의 풀어헤쳐진 모습이. 달아오른 볼이. 열망에 사로잡힌 눈동자가.
리가 아만다에게 속삭였다.
“너를 사용하겠다.”
“네, 주인님. 감사합니다. 주인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저는 주인님께 사용되며 쾌락을 봉사하기 위해 태어난 걸요.”
섹스 슬레이브다운 자세였다. 리는 자신이 한 세뇌에 만족했다. 이젠 한껏 발기한 아랫도리 쪽을 만족시켜 줘야 했다.
아만다의 음부에 손을 뻗었다. 도톰한 클리토리스와 음순을 자극했다. 섹스 슬레이브 슈트와 마찰시키며.
“아, 아픕니다, 주인님…….”
“참아.”
“네…….”
아만다는 살짝 눈물이 고인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종적인 모습이 리의 욕망을 더 자극했다. 리는 아만다의 음부를 가지고 놀면서 다시 키스했다.
“응……. 으응……. 하읏…….”
이번의 키스도 농염했다. 하지만 아까보단 짧았다. 범해야 할 건 아만다의 입술과 혀뿐만이 아니었다.
리는 섬세하고도 미려한 곡선을 그리는 아만다의 턱을 지나, 아만다의 목덜미로 입술을 옮겼다. 리가 다른 부위를 건드릴 때마다 아만다의 신음소리도 조금씩 색깔이 달라졌다.
아만다는 섹스 슬레이브로서, 자신을 사용하는 주인을 만족시켜줄 줄 알았다. 좋은 섹스 슬레이브란 증거였다. 세뇌 받지 않고, 맨 정신으로 다리나 벌리며 돈을 받는 일반 매춘녀들과는 질이 달랐다.
“좋아……. 좋아요, 주인님……. 저는 주인님이 좋습니다…….”
금발 처녀가 달아오른 목소리로 할딱거렸다.
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애무에 집중했다. 목의 곡선들을 혀와 입술로 느꼈다. 팽팽한 목의 피부와, 피부 뒤쪽의 골격이 주는 느낌을 즐겼다.
쇄골로 자극을 이어갔다. 아만다는 뼈까지 예뻤는데, 살과 번갈아 핥고 깨무는 감촉이 좋았다.
“아아……. 아아아……!”
아만다가 리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자신을 더욱 리에게 밀착시켰다. 계집 역시 리를 온몸으로 원하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