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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화 〉81편. 계집임을 면죄부로 세우지 마라. (81/330)



〈 81화 〉81편. 계집임을 면죄부로 세우지 마라.

81편. 계집임을 면죄부로 세우지 마라.

“비록 제노비움 가문이 황제의 미움을 샀을망정, 우릴 추종하는 사람들은 은하계 곳곳에 숨어 있거든? 너희 쓰레기들이 함부로 우리 자매를 건드렸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사지가 찢겨 짐승먹이로 던져질 거거든?”

“언니 말씀이 맞는 거여요, 이 쓰레기! 냄새 나는 놈팽이!”

제이니아의 기세에 힘을 얻었는지 엘리시아 역시 도끼눈을 떴다. 하지만 여동생 쪽은 언니에 비해 박력이 부족했다. 눈을 부릅떠도 섬뜩하기보단 귀여운 인상에 가까웠다.

제이니아 제노비움이 눈을 희번덕거리며 리에게서 시선을 비꼈다. 그 시선의 끝에 이다와 리타가 있었다. 제이니아가 혀에 독을 담아 내뱉었다.

“저년들이 네 슬레이브겠지? 네가 짐승 먹이가 되면 저년들이라고 무사할 것 같아? 하인들 중에서 가장 냄새 나고 성병 지독한 수컷들한테 던져줄 거야. 1분 1초도 쉬지 않고 상대하게 만들겠어. 아랫도리가 헐고 찢어지고 고름이 질질 흘러넘치게 될걸?”

제이니아의 독설을 들은 리타는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반면 이다는 리의 상처를 보고 창백했던 얼굴이 이번엔 새파래지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으, 으읍……!”

심성이 여린 만큼 비위도 약한 이다 크비슬링이었다. 제이니아의 말에 여러 가지를 떠올리고 속이 메스꺼워졌을 터였다. 이다가 그런 모습을 보이자 자매는 더욱 신이 났다.

“사람만 상대하면 재미없지! 온갖 추잡한 짐승들까지 데려와 강제로 박게 할 거야. 저년들 구멍이 얼마나 늘어날지 궁금한데?”

“언니! 언니! 코스모스 고릴라랑 붙여 봐요. 거기 크기가 허벅지만 하대요. 저 계집들, 놈팽이를 상대하느라 야한 구멍도 커질 대로 커졌을 테니 코스모스 고릴라 정도는 돼야 걸맞지 않겠어요? 후후……!”

제이니아와 엘리시아는 리와 이다, 리타를 매도하는 데 흥에 취한 나머지 자신들의 입장을 순간적으로 망각한 듯했다. 그러나 리는 잊지 않았다.

“그쯤하면 충분하겠지. 유언은.”

“……!”

리의 말에 제이니아, 엘리시아 자매의 얼굴이 굳었다.

자매가 그렇게 고귀하게 생각하는 제노비움 가문은 황제의 분노를 사 몰락했다. 은하 곳곳에 추종자들이 숨어 있다 한들, 이 세뇌실에는 그 추종자가 없었다. 자매는 그 현실을 떠올리고 말았다.

제이니아가 서둘러 말했다.

“자, 잠깐! 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이라도 나랑 엘리시아를 풀어주면 끝까지 숨겨뒀던 보석을……!”

“펜치.”

처녀의 말을 자르며 리가 이다에게 말했다. 이다가 멈칫했다. 리가 반복했다.

“펜치를 가져 와라.”

리는 손가락을 까닥였다. 제이니아에게 살점을 뜯겨 피가 흐르고 있는 손가락이었다.

“유언이 끝났으면 대가를 치를 시간이지.”

“흐, 흐읏?!”

그 말을 듣고 제이니아가 목을 뻣뻣하게 만들었다. 몸이 경직된 것은 언니 옆에 있던 엘리시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리는 가늘게 뜬 눈으로 자매를 내려다보았다.

“세뇌기에 넣기 전에 재료를 조금만 다듬기로 할까.”

어느 곳을 다듬을지, 리는 마음을 정했다. 그리고 행했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제이니아가 절규했다.

리타가 귀를 틀어막고 웅크렸다. 나사 빠진 표정으로 눈을 커다랗게 뜬 채 어깨를 떨었다.

그런 리타를 이다가 힘껏 안아주었다. 리타를 안아줬기 때문에 정작 이다는 귀를 막지 못했다. 처녀는 대신 눈을 질끈 감고 아랫입술을 악물었다. 제이니아가 절규할 때마다 움찔거리며.

리는 펜치로 제이니아의 치아를 하나씩 돌려 뽑았다. 자신의 얼굴에 피와 침이 튀어도 동요하지 않았다.

손발이 자유로운 리타와 이다는 귀를 막거나 눈을 감거나 움츠러들며 현장에서 펼쳐지는 끔찍한 광경을 필터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박되어 있는 제이니아의 여동생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힉! 언니……! 흐으어, 어, 언니!!!”

엘리시아가 눈물을 쏟았다.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감을 수도 없었다. 리가 세뇌실 인공 지능에게 지시했었다. 엘리시아의 눈꺼풀을 강제로 열고 있으라고. 언니를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라고. 개구기로 입이 벌어진 채 앞니부터 어금니 뒤쪽까지 대가를 치르고 있는 처녀를 향해.

“푸르르르……. 푸후루루루……!”

격통 때문에 눈이 반 이상 돌아간 제이니아가 숨을 내쉴 때마다 피거품이 끓었다. 개구기와 제이니아의 입 주변은 시뻘겋게 피투성이가 되었다. 최소한 리가 제이니아에게 손가락을 깨물려 흘려야 했던 피보단 훨씬 많은 선혈을 쏟아냈다.

바닥에 점점이 떨어진 것은 핏방울만이 아니었다. 작고 하얀 것. 한때는 혈색 좋은 잇몸에 가지런하게 자리 잡고 있던 것. 그 치아들이 불규칙하게 흩어져 있었다. 리는 구두에 밟히는 제이니아의 치아를 걷어찼다.

“악마! 당신은 악마야! 여자한테 어, 어떻게 저런……! 이 쓰레기 개만도 못한 새끼이이이이흐으으으으어어어어엉……!”

엘리시아의 어설픈 욕은 결국 울음으로 끝나버렸다.

제이니아에 대한 다듬기를 끝냈지만 리는 여전히 펜치를 놓지 않았다. 리가 고개를 돌려 엘리시아를 바라보았다.

“계집이라는 걸 면죄부로 내세우지 마라. 남자에게 물렸다 해도 같은 대가를 치르게 했을 거다. 내게 대항하는 순간 누구나 적이다.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많든 적든, 인간이든 인간이 아니든.”

엘리시아는 리의 말을 듣는 순간, 깊은 계곡으로 추락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만할 만큼 깊고 냉혹한 얼음으로 이뤄진 계곡이었다. 상대의 오만과 냉혹함에 비해선 제이니아의 그것은 얕은 구덩이 수준이었다. 결국 엘리시아는 무력함에 좌절하며 오열하는 수밖에 없었다.

“미친 놈……. 흐끅, 흐흑, 흐으윽…….”

“이다. 제이니아 제노비움의 심박수를 다시 확인해 봐라. 개조 도중 멎으면 귀찮아지니까. 그리고 잇몸에 진통제를 주사해주도록.”

“네? 아, 아아……. 네, 주인님.”

이다가 경황없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리고 리타에게서 조심스레 떨어져 리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콘솔을 조작했다. 기계 팔들이 움직였다.

제이니아에게 진통제 주사를 허용한 것은 인도적인 목적이 당연히 아니었다. 입 부위에 통증이 너무 집중되면 온 신경이 그곳에 쏠리고 말 터였다. 앞으로 제이니아는 입보다는 좀 더 민감한 부위의 감각을 자극당해야 했다. 따라서 리의 조치는 세뇌를 위한 과정에 불과했다.

제이니아의 치아를 전부 제거한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할 일이었다. 마취를 하고 제거해주냐 하지 않고 제거해주냐의 차이는 있었지만.

리는 제이니아와 엘리시아를 일반적인 섹스 슬레이브가 아니라 변태적인 성행위에 특화된 섹스 슬레이브로 개조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평범한 치아라면 주인의 가혹한 대우를 잘 받아내지 못할 터였다.

좀 더 견고하고, 필요에 따라 잇몸 속으로 수납이 가능한 종류의 개조 치아가 필요했다. 넣기 위해선 빼야 하는 법이었다.

그 외에도 앞으로 자르고 붙이고 꿰맬 부위가 수두룩했다. 치아를 제거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리가 몸을 돌렸다. 제이니아가 뿜은 피가 여전히 묻어 있는 펜치를 벌린 채, 오열하는 엘리시아 쪽으로.

“아까 너도 신나게 떠들어댔었지.”

“……?!?!?!”

“언니는 치아였으니 동생은 혀가 좋겠군.”

펜치의 끝을 마주치며 리는 엘리시아에게 가까워졌다. 다른 쪽 손에는 개구기를 든 채로. 반짝이는 합금 재질에 제이니아의 피가 번지르르 묻어 있는 그 개구기였다.

“시……. 싫어……. 하, 하, 하지 마!!! 히, 히이이익!!!!!”

엘리시아가 버둥거렸다. 하지만 도망갈 곳은 없었다. 리의 펜치와 개구기가 처녀의 입을 향해 다가왔다. 눈물이 쏟아져, 귀여운 곡선을 그리고 있는 엘리시아의 볼을 적셨다.

쉬이이이이…….

작고 부끄러운 소리가 났다. 엘리시아의 볼 외에 다른 곳도 젖어들었다. 엘리시아 자신은 물론 리도, 이다도 그 변화를 알았다. 하지만 언급하지 않았다. 오줌을 지리는 것 따위는 혀가 뽑히는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때, 리가 팔을 멈췄다. 개구기로 엘리시아의 입을 열고 펜치로 혀를 붙들기 전에.

“선택권을 주마. 네 혈육처럼 꿋꿋이 저항하며 혀를 잃든지, 아니면…… 스스로 말해라. 몸과 마음을 바쳐 봉사하는 섹스 슬레이브가 되겠다고. 제발 저 세뇌기에 넣어 지금까지의 인격을 엉망으로 만들어달라고.”

“다, 닥…….”

“셋을 세겠다.”

엘리시아의 얼굴에 식은땀이 샘솟았다. 이미 충분히 많이 솟은 상태였지만 더욱 흥건해졌다.

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겨드랑이와 엉덩이 골, 아랫도리 등, 살이 접힌 곳에서 땀이 물씬 차올랐다. 처녀가 입고 있는 슈트가 물기를 머금어 갔다. 땀내에 더해 지린내까지 뒤섞였다.

엘리시아는 혀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석고로 굳혀 놓은 듯 꼼짝하지 않았다.

“하나.”

엘리시아가 떨리는 시선을 들어 리를 올려다보았다. 상대에 대한 경멸이 차올랐던 처녀의 눈동자를 메운 것은 이제 경멸이 아니었다. 자비를 구하는 간절함이었다.

“둘.”

엘리시아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리는 카운트를 멈추지 않았다. 차분하고도 일정하게 세어나갔다.

그러면서 펜치를 든 손으로 엘리시아의 턱을 잡았다. 엘리시아에게 펜치의 싸늘한 금속 감촉이 맨살에 닿았다. 소름이 돋았다.

엘리시아는 리가 개구기를 끼우려 한다는 걸 알았다. 고개를 틀어봤자 전혀 소용없을 것이라는 사실도. 일단 카운트가 끝나면, 그 다음엔 펜치로 혀를 끝까지 잡아 뽑을 것인지 아니면 반쯤만 당긴 뒤 나이프로 썰어낼 것인지의 문제만 남을 것이라는 사실도.

리의 입술이 움직였다.

“세…….”

“되!”

엘리시아가 외쳤다. 굳어 있던 혀를 가까스로 놀리면서.

리는 눈썹을 찡그렸다. 여전히 엘리시아의 턱을 잡은 채, 눈빛으로 다음 말을 종용했다. 처녀는 눈을 꾹 감았다. 그러자 시울에 고여 있던 눈물 몇 줄기가 동시에 흘러, 펜치와 리의 손가락을 적셨다. 따뜻했다.

“되……겠습니다……. 슬레이브가…….”

엘리시아가 흐느끼며 말했다. 그 순간 처녀의 자존심은 무너졌다. 처녀 자신이 그것을 무너뜨렸다.

혀가 잘리지 않기 위해서. 아프지 않기 위해서. 육체의 고통이 두려워 정신의 굴종을 택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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