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화 〉114편. 알몸 촉수 검사.
114편. 알몸 촉수 검사.
특히 투 스타 센추리온에서부터는 함선 지휘가 가능했다. 실제로 리에게 포획될 당시 멜리나는 투 스타 센추리온으로서 강습양륙함의 함장이었다.
스페이스 크루저 급은 센추리온을 초월하는 제국 대대장이 맡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스페이스 디스트로이어까지는-비록 포 스타 센추리온이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지만-센추리온들의 지휘권에 속해 있었다.
최하급간부여서 상대적으로 병사에 가까운 하프 스타 센추리온 대신, 리는 샤를을 곧장 원 스타 센추리온에 임명했다. 그것은 리의 조직이 앞으로 더 발전할 경우 샤를에게 장교로의 길이 열렸음을 의미했다.
로메리카 제국은 리의 적이었다. 하지만 리는 로메리카 제국의 군사계급을 따랐다. 로메리카의 체계가 이 우주 시대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샤를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리는 마음속으로 자조했다. 허울뿐인 원 스타 센추리온이었다.
로메리카 제국에서였다면 원 스타 센추리온은 무난히 100명 규모의 군단병을 지휘했을 터였다. 하지만 현재 리에게 속한 세뇌 전투병들은 그 정도 병력에 이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 스타 센추리온이라니, 왠지 소꿉장난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리는 각오를 다졌다. 샤를에게 준 계급만큼, 그 계급이 부끄럽지 않은 수준으로 자신의 역량을 키우겠다고.
일개 슬레이브 헌터라면 과대망상에 지나지 않았을 터였다. 그러나 유키와의 약혼을 계기로 리를 둘러싼 환경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었다. 나이트 사쿠라라는 조직을 적절히 이용한다면 보다 큰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근거지를 마련하는 것도 헛된 꿈이 아니었다.
비로소 리는 자신의 지워진 과거를 향해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정보업자인 레밍턴에게 제너럴 코레아누스에 대한 내용을 수집해달라고 부탁한 것 역시 그런 작업의 일환이었다.
어쨌거나 샤를에게 필요한 것을 통보했으니 더 이상 의무실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 샤를의 왼손 경례를 받으며 리는 그곳을 떠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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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함 FTU 호로 복귀한 리가 향한 곳은 특수 보관창고였다. 세뇌실에서 정신과 신체 개조를 마친 상품들을 수면 캡슐에 넣은 뒤, 슬레이브 상인을 만나기 전까지 그 캡슐들을 이 특수 보관창고에 두곤 했다.
하지만 돈 칼리오네의 일원이었다가 섹스 슬레이브가 된 알 디아치노를 비롯해, 레밍턴에게 정보비 대신 넘길 예정이던 모리코, 마리코―제이니아 제노비움과 엘리시아 제노비움―자매는 현재 이곳에 없었다.
두 계집들은 모두 그린로즈 호의 특수 창고로 운반된 상태였다. 그린로즈 호의 보관 용량이 더 크기도 했고, 이미 볼일이 끝난 재료들로 FTU 호의 중량을 늘리고 싶지 않았다.
따라서 FTU 호의 특수 보관창고에 배치된 수면 캡슐 중, 재료가 들어 있는 캡슐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유 노아.”
리는 캡슐의 디스플레이에 떠오른 재료의 이름을 천천히 발음했다. 아만다와 함께 생포했지만, 일찌감치 리에게 몸과 마음을 바친 아만다와는 달리 노아는 여전히 난공불락이었다.
세뇌기에 저항하는 극소수의 재료들 중에서도 레벨3 급이었다. 성감 자극기도, 최음제 바늘이나 기계 촉수도 노아의 정신을 허물어뜨리지 못했다. 아만다와 멜리나에게 동시 애무를 받으면서도 노아는 굴복하지 않았었다.
물론 노아 자체가 꽤 강단 있는 처녀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계집의 저항은 평범한 인간 수준을 초월했다.
노아의 뇌에 특수한 프로텍터가 박혀 있었다. 그것이 없었다면 이 처녀는 진작 애액을 쏟으며 충성을 맹세했을 터였다.
노아의 상태에 대해 리는 이다 크비슬링에게 자문을 구한 적이 있었다. 이다는 세뇌의 장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뇌내 프로텍터를 기술적으로 조사할 능력은 갖춘 슬레이브였다.
하지만 이다도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노아의 프로텍터는 현존하는 인류 최고의 기술이 집약된 자물쇠 그 자체였다.
그렇기 때문에 장인급인 리도 개인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더 강력한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세뇌기와 기술자들이 있는 평행 우주로 향하려고 했다.
일개 여자 병사의 머릿속을 누가, 왜 이렇게까지 엿보지 못하게 했을까. 그 의문을 풀고 싶었다. 그래서 리는 노아를 계속 포기하지 못했다.
띡-! 띠띡-!
리가 수면 캡슐의 콘솔을 조작했다. 불투명했던 표면이 변화하며 안의 모습이 드러났다.
건강한 매력이 넘치는 알몸이 보였다. 그 매끈한 알몸을 리 앞에서 전부 드러내며 처녀는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겉보기에 보관 상태는 양호했다. 심박이라든지 뇌파라든지 혈압이라든지, 계기가 표시하는 것도 정상이었다. 하지만 리는 그 정도로 만족하지 않았다.
리는 콘솔을 다시 조작했다. 캡슐 안의 수면 가스가 끊어졌다.
푸쉬익-!
밀봉이 떨어지는 특유의 소리가 나며 캡슐이 개방되었다.
기계가 측정한 재료의 스테이터스도 기본적으론 믿을 만 했다. 그러나 리는 장인이었다. 자신의 손맛을 중시했다. 그래서 노아를 직접 만져보며 보관 상태를 확인하고자 했다.
노아의 얼굴을 살폈다. 고양이처럼 사납고도 귀여웠던 눈꼬리는 지금 얌전히 감겨 있었다. 쌍꺼풀은 없고 속눈썹도 짧았다. 하지만 이목구비가 워낙 예쁘고 반듯해서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의식이 있을 때 노아가 리를 노려보며 드러냈던 용기와 의지, 생기는 수면 가스의 영향으로 모두 의식 안쪽에 덮여 있었다. 얌전히 누워 있는 것도 꽤 봐줄 만 했다.
리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노아의 입술을 매만졌다.
수면 캡슐 안은 일반적인 온도보다 조금 낮게 유지되고 있었다. 처녀의 입술은 약간 파리했다. 감촉도 까슬까슬함이 느껴졌다. 그러다가 리의 자극에 조금씩 혈색을 되찾아 갔다.
리의 손가락이 노아의 턱과 목을 지나 쇄골을 훑었다. 단순한 희롱이 아니었다. 리는 손끝의 감각으로 보관 상태를 면밀히 체크했다.
노아의 젖가슴은 리의 두 손에 거의 다 들어왔다. A컵을 세 단계로 나누면 그 중 가장 큰 쪽에 속할 젖가슴이었다. 아만다보단 훨씬 작아서 남자처럼 보일지 모를 이 젖가슴도 이다에 비하면 글래머 수준이었다.
리는 차분하고 꼼꼼히 마사지했다. 수면 캡슐 안에서 굳어 있었던 젖가슴을, 양쪽 모두. 잡티 하나 없이 봉긋하고 부드러운 살덩이를 충분히 느껴보았다. 탱글탱글하고 쫄깃쫄깃한 젤리를 연상시키는 젖꼭지까지.
“으응…….”
노아가 신음을 흘렸다.
성감을 느끼기엔 너무 깊이 잠들어 있었다. 따라서 신음은 무의식적인 반응에 가까울 터였다.
어느 쪽이든 리는 개의치 않았다. 장인다운 철저함으로 조사를 이어나갔다. 왼쪽 젖가슴을 계속 주물럭거리며 오른쪽 젖가슴으로부터 손을 옮겨 아래로 향했다.
적당히 볼록하게 솟은 복근에 다다랐다. 그 근육의 형태를 매만지다가 오목하게 들어간 배꼽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배꼽 안은 뽀송뽀송했다. 수면 캡슐 안에서 적당한 습도로 보관이 잘 됐다는 증거였다. 원래대로라면 땀이 고여서 축축하고 퀴퀴한 체취도 났을 터였다. 그쪽을 선호하는 고객들도 수요가 꽤 되긴 했지만.
잘록하고 늘씬한 허리를 거쳐, 엉덩이와 허벅지의 근육과 피부도 꼼꼼히 체크했다. 암말의 근육처럼 터질듯 퉁퉁하진 않았다. 하지만 만지는 것만으로 역동성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잘 개발하면 섹스 슬레이브로서의 자질을 극대화할 만한 부위였다.
리는 노아의 젖가슴에서 손을 뗐다. 젖꼭지가 솟은 정도나 색깔을 확인한 뒤, 마지막 단계로 진입했다.
리의 왼손과 오른손이 전부 처녀의 치골 아래로 미끄러졌다. 부드러움과 까끌까끌함을 동시에 갖춘 그곳 털을 헤치고 속으로 들어갔다. 체크의 마지막 단계인 음부 밀착 검사였다.
대음순을 열어 소음순과 그 위의 클리토리스를 살폈다. 질 내부로 손가락을 넣어, 처녀막이 다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건강을 확인하기도 했다.
뽀송뽀송했던 배꼽과는 달리 노아의 음부는 습습했다. 그것이 오히려 정상이었다. 손가락을 뺀 리는 거기에 묻어 나온 분비물의 색과 향, 맛까지 따져보았다.
결론이 나왔다. 그동안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수면 캡슐 안에서 유 노아는 완벽하게 건강한 몸으로 지내왔다. 지금 당장 세뇌기에 넣어 작업을 시작해도 무리가 없는 상태였다. 노아의 프로텍터만 없었다면 당장 그렇게 했을 터였다.
‘어서 다음 행보를 서둘러야겠군.’
촉수 검사를 마친 리는 소독약으로 노아와의 접촉 부위를 닦았다. 다시 캡슐을 닫고 수면 가스의 살포를 입력했다.
푸쉬이이익-!
조금씩 깨어나던 노아의 의식은 이내 완전한 암흑 속으로 빠져들었다. 다음에 처녀가 눈을 떴을 때는 거대 세뇌기의 개조 수술대 위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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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보관창고를 나서며 리는 브리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현재 시각 오전 10시였다. 상쾌한 기분으로 새로운 항해를 떠나기 좋은 시각이었다.
복도를 걸어가는 리의 머릿속엔 다음 행선지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오갔다. 세뇌 기술이 특별히 발달한 평행 우주와 그곳의 행성들 중, 후보는 크게 둘로 압축되었다.
공교롭게도 그 중 한 곳인 행성 멘타리아는 유나 제임스와 얽혀 있었다.
돈 칼리오네 일당 중 하나로서 행성 딥블루씨에서의 음모를 진행했던 유나는 리의 세뇌를 받았다. 그런 뒤에 마스터 자코미오의 충실한 섹스 슬레이브가 되었다.
유나 제임스는 젊은 시절, 행성 멘타리아의 대학교에 유학한 적이 있었다. 유나가 발휘했던 어설픈 세뇌 실력도 그 멘타리아의 세뇌 기술자들로부터 어깨 너머로 배운 결과물일 터였다.
또 다른 후보인 행성 브레이눔은 리와 아무 연고도 없었다. 그곳 역시 행성 멘타리아와 대등하게 뇌 과학이 발달한 나라였지만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오히려 아무런 연고도 없다는 점이었다.
실력 있는 수많은 세뇌 기술자들이 행성 브레이눔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알려져 있었다. 그 외엔 온통 수수께끼에 휩싸인 곳이었다.
행성 멘타리아로 가야 할까, 아니면 행성 브레이눔으로 가야 할까. 리는 고민하며 복도를 계속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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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지에 도착했을 때, 리는 이미 마음을 정했다.
“평행 우주 브레이눔을 향해 좌표를 고정한다.”
“알겠습니다.”
아만다가 리의 지시를 오퍼레이터들에게 하명했다. 그린로즈 호의 브리지에도 같은 사항이 전달되었다.
오퍼레이터들이 계기를 조작했다. 메인 스크린에 표시된 입체 이미지들이 특정 좌표로 모아졌다.
그우우우우우우웅-!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