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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2화 〉132편. 이 미친년!!! (132/330)



〈 132화 〉132편. 이 미친년!!!

132편. 이 미친년!!!

리는 깨물었다. 이를 세워, 다이애나 황녀가 쓰고 있는 뇌 커넥터의 매뉴얼 스위치를.

까드드드득!

그리고 단숨에 돌려버렸다. 잇몸에서 피가 터지든 말든, 이가 시큰거리든 말든.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대형 세뇌기가 울었다. 하지만 그 울음의 질감이 바뀌었다. 스위치의 전환과 동시에, 콘솔의 디스플레이에 이미 떠올랐듯이 리가 세팅한 섹스 슬레이브 프로그램이 다시 뇌 커넥터를 통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황녀의 머릿속으로.

“아아……?! 아아아……! 흐으으으으읏……!”

황녀의 절규와 교성이 뒤범벅이 되었다. 뇌파가 헝클어지며 허리를 들썩이는 알몸의 황녀 위로 리가 쓰러졌다.

“다이애나!”

황녀의 이름을 부르며, 리는 사라진 손 대신에 팔꿈치로 다이애나의 양쪽 젖꼭지를 자극했다. 무릎은 허벅지 깊은 곳 사이에 끼웠다. 쳐올리고 비비며 음부에 압박을 줬다.

“너는! 더 이상 황녀가 아니다! 황녀이기 이전에 슬레이브! 나의 섹스 슬레이브다!”

“아읏, 흐응, 흐아아아, 아아아아아……!”

“내가 너의 주인이다!”

“하앙! 응! 흐읏! 응! 응! 아앗, 아, 아아, 하우우!!!”

“얌전히 나, 리의 것이 되어라! 나를 위해서만 네 몸과 마음을 바쳐라!”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복종해라! 다이애나 아우구스타 로메리카누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황녀의 절규가 터졌다. 하지만 그 절규를 이끈 것은 두뇌를 강제로 진화시킬 때의 고통과는 달랐다. 순수한 환희와 성적 쾌락이었다. 주인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충성하는 슬레이브로서의 새롭게 태어나는 기쁨이었다.

그 모든 것들이 황녀에게 오르가즘을 선물해줬다. 절정이 빚어낸 핑크빛 절규였다.

황녀? 한때는 처녀의 모든 것이었던 지위였다. 유능하고, 굳건한 황녀가 되기 위해 지난날 노력했었다.

하지만 신비하게도, 이제 처녀에겐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했다. 황녀로서의 기억은 남아 있었다. 자신이 아니라 제3자의 기억을 엿보는 듯이 빛바랜 사진처럼.

로메리카 제국 제1 황위계승자란 것보다, 제국이 지배하는 은하에서 황후에 이어 두 번째로 위대한 여인이란 것보다,

“저는…….”

다이애나가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처녀의 목소리에는 아직도 할딱임이 가득했다.

“리 주인님의…… 섹스 슬레이브…….”

오직 그것만. 그것만이 의미를 갖게 되었다.

“저를…… 주인님이 원하시는 대로 사용해 주세요…….”

후둑! 후두둑!

다이애나의 그 선언과 동시에 마이크로 머신들이 허물어졌다. 그렇게 단단하고 날카롭던 것들이, 순식간에 모래알처럼 점점이 바닥에 흩어져버렸다. 고막을 찌를 듯이 소음을 토해내던 대형 세뇌기의 엔진도 거짓말처럼 안정을 되찾았다.

우우우웅…….

묵직하고도 낮은 기계음이 마치 자장가처럼 홀을 채웠다.

‘어떻게든 해냈나.’

리도 황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안심할 때가 아니었다. 메인 시스템의 해킹 문제를 해결하느라 연구소 측의 대응이 늦어진 모양이지만 결국 또 다시 홀로 진입하려 할 터였다.

리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

하지만 할 수 없었다. 무거운 현기증으로 인해 리는 균형 감각을 잃었고, 황녀의 몸 위에서 늘어졌다.

“주, 주인님! 아아! 주인니이이임!!!”

이다가 달려왔다. 리의 외침과 마이크로 머신들이 너부러지는 소리를 듣고 상황을 깨달은 뒤에.

“피! 피가……!”

리를 부축하자, 이다의 스페이스 슈트에도 선혈이 번졌다. 시뻘건 피가 다이애나의 알몸은 물론 원형 개조대에까지 덧칠되어 있었다.

모두 리가 흘린 피였다. 리에게서 뿜어져 나온 생명의 액체였다.

“나는 괜찮아…….”

이다의 품에 안긴 채 리가 말했다. 하지만 부릅뜬 눈 밑에선 다크 서클이 점점 범위를 넓혔고, 입술 역시 파리한 빛깔이었다.

이대로 두면 출혈만으로 몇 분 내에 확실히 절명할 터였다. 리도, 의학 지식이 없는 이다도 그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어, 어쩌지?! 어떻게 해야……!’

창백한 얼굴로 두리번거리던 이다의 시야에 들어왔다. 비틀거리며 뭔가를 내민 레임의 모습이.

“이걸 써주세요……!”

레임은 뇌 커넥터를 벗고서 달려온 상태였다. 핏줄기가 새어나오는 왼쪽 눈을 소매로 누른 채, 작은 상자를 들고 있었다.

“오토모빌 안에 있었습니다! 제가 있었던 조직, 이런 응급키트는 항상 챙겨두니까요!”

“레, 레임 씨도 마, 많이 아파 보여요!”

“견딜 수 있습니다. 그보다는 어서 주인님을……!”

이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레임에게서 응급키트를 받아들었다. 이다는 키트를 열어 꺼낸 가루약을 리의 절단면에 뿌려 피를 응고시키고 붕대로 서둘러 감아나갔다.

리는 콧잔등을 일그러뜨려 쓴웃음을 지었다.

“못난 꼴을 보이는군.”

“그런 말씀 마세요……! 주인님까지 어떻게 되시면 전……!”

이다가 굵은 눈물방울을 흘렸다.

이다의 반응을 보고, 그리고 자신에게 달려온 것이 이다와 레임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리는 깨달았다. 보디가드 슬레이브 칼 하인츠 역시 죽었음을.

“죄송함다, 주인님……! 제가 제대로 했더라면……! 모두 제 책임입니다!”

리가 치료받는 모습을 보며 레임도 울고 있었다. 하지만 레임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것은 이젠 오른쪽 눈뿐이었다.

“헛소리.”

리가 일축했다.

“너는 잘 해줬다. 내가 믿었던 대로……. 개인용이 될 만한 존재란 걸 스스로 증명했다.”

“주인님……!”

레임은 당장 달려들어 리를 껴안았을 터였다. 리가 빈사 상태만 아니었다면. 이다의 응급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않았어도.

“호, 혹시…….”

그때,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뇌 커넥터를 쓴 채 멍하니 누워 있던 황녀가 낸 소리였다.

“주인님께서 많이 다치셨나요? 저, 이것 때문에 잘 안 보여서…….”

“썅년아!”

레임이 외쳤다. 부릅뜬 오른쪽 눈으로 다이애나를 노려보며. 레임은 리를 걱정하고 리의 아픔에 슬퍼한 만큼, 그 모든 감정을 분노로 치환해 황녀에게 쏟아 부었다.

“네년이 한 짓이잖아, 이 미친년!!!”

그 폭언을 듣고 다이애나는 잠시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말씀이 심하시네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당신은 누구시기에……?”

정신 개조가 완료된 직후 구속구는 해제되었다. 그래서 위에 있던 리가 이다의 부축을 받으며, 다이애나는 어려움 없이 상체를 세울 수 있었다. 처녀의 자그마한 젖가슴이 탄력 있게 찰랑였다.

“이 뻔뻔한 게! 나는……!”

“레임. 그쯤 해둬라.”

리가 말했다. 혈색은 여전히 안 좋았지만, 아까보단 힘이 돌아온 목소리로.

“고의는 아니겠지. 다이애나에겐 당시에 대한 의식이 없을 거다. 게다가 너희끼리 언성을 높이고 있을 시간이 없다.”

“주, 주인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레임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수긍했다. 리는 이다에게 레임의 눈에도 응급처치를 해주라고 지시했다.

“다이애나, 그건 이제 벗어도 된다.”

“네, 주인님.”

허락을 받자, 처녀 스스로 뇌 커넥터를 해제했다.

얼굴이 전부 드러났다. 외관을 개조하진 않았으니 유 노아였을 때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아만다만큼 뛰어난 미녀는 아니어도 귀엽고 반듯한 이목구비였다.

다만, 화 난 들고양이 같았던 눈매가 훨씬 나긋해져 있었다. 생기와 의지로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 의지란 이전처럼 리에 대한 적개심이 아닌 정반대의 감정이었다. 맹목적인 충성과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까 들었던 말이 사실인가요, 주인님? 제가 정말 주인님을…….”

붕대를 감은 리의 팔뚝을 보며 다이애나가 물었다.

호들갑을 떤다든지 나약하게 울먹인다든지 그런 반응이 아니었다. 깊고도 깊은 슬픔과 자책감. 처녀가 찡그린 눈썹을 통해 그런 감정들을 엿볼 수 있었다.

섹스 슬레이브로 인격이 개조당한 뒤에도 다이애나에겐 황녀였던 과거의 품성이 남아 있었다. 리는 그것까지 지워버리진 않았던 것이다. 철저히 계산적인 의도로.

“네 잘못이 아니다. 내 운이 이 정도였을 뿐.”

고개를 저어 현기증을 털어버리며 리가 대답했다.

기세 좋게 떠들었지만 머리가 점점 무거워졌다. 현기증도 가시지 않았고, 피가 대량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인지 두뇌 회전도 안 되는 느낌이었다. 수혈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

가장 극단적인 방법은 기함 FTU 호와 스페이스 디스트로이어 그린로즈 호를 행성 브레이눔에 강하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행성 딥블루씨에서 겪었던 전면전을 또 치러야 할 상황이 되고 말 터였다. 리는 아직 조용한 탈출을 포기하지 않았다.

“레임. 오토모빌 쪽을 맡아줘야겠다.”

“아, 알겠습니다! 바로 탈출할 수 있게 준비를…….”

“탈출용이 아니다.”

“……?”

리가 더욱 자세히 설명했다. 그 과격함에 레임은 경악했지만 주인님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레임은 서둘러 오토모빌 쪽으로 달려갔다.

“주, 주인님!”

그때, 이다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난자당한 시체들 저 너머, 홀에 난 균열 쪽으로 귀를 기울인 채.

“드, 들어보세요! 또 나요. 전투 로봇들의 기계음이……!”

“……!”

기이이잉-!

취익! 치킹! 취익-! 치킹!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까보다 더 많은 군홧발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리는 핏기 없는 입술을 깨물었다.

‘브레이눔 행정부가 직접 나섰나?’

리는 좀 더 빨리, 그리고 좀 더 극단적으로 행동에 나설 것을 강요받았다. 이대로 홀에서 미적거린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빠져들 것이 확실했다.

“다이애나!”

“네, 주인님.”

“저걸 다시 제어할 수 있겠나?”

리가 가리킨 것은 홀 바닥에 불규칙하게 흩어져 있는 마이크로 머신 무리였다. 보디가드 슬레이브들이 죽고, 리 자신도 중상으로 무기를 쓸 수 없는 상태였다. 현재 리에게 남은 자원 중 마이크로 머신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병기였다.

다이애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저런 걸 움직였었나요?”

‘그것까지 기억나지 않는 건가.’

이해할 순 있었다. 무의식의 영역에서 이뤄진 일들이었다. 하지만 제어 자체에 대한 기억은 없어도 두뇌 진화 프로그램의 제어를 받았던 흔적은 다이애나의 뇌에 공존하고 있을 터였다. 섹스 슬레이브로서 각인된 인격과 더불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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