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2화 〉172편. 너를 잊지 않았다.
172편. 너를 잊지 않았다.
다만 어느 부대에나 따로 배치되어 있는 특수전 행동대원들은 상황이 달랐다.
상관들이야 꿀을 빨든지 말든지, 그 행동대원들은 서류상의 소속지인 마블리움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 때로는 국경을 넘어 은밀 침투하기도 했고, 상관들이 부른 배를 두드리는 사이 온갖 잡다하고 더러운 일들을 수행했다. 그들이야말로 44백인대의 진정한 전문가들이었다.
행동대원들 대부분은 무사히 제대하거나 공적을 인정받아 대대장 급으로 진급하기 전에 살해당하곤 했다. 센추리온 닉 쿠퍼가 그랬듯이.
“목표물을 다른 사단 병력과 행동대원들로부터 떨어뜨려 놓는 게 핵심이다.”
율리에타 호의 브리지에서 열린 작전 회의에서 리가 선언했다. 메인 스크린을 비롯해 서브 스크린들까지, 각 선장들이 화상으로 떠올라 있었다.
“멜리나.”
“네, 주인님.”
“이번 작전엔 FTU 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이우스 대대장은 FTU 호가 내 배였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기함을 바꿀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FTU 호가 전면적으로 두드러지면 결코 무시하지 못하겠지.”
“그렇군요. 명심할게요.”
리가 내리는 작전의 큰 줄기를 모두가 경청했다. 이후엔 세부 사항에 대해 선장들끼리 토론했다. 그것을 들으며, 때로는 의견을 받아들이고 때로는 각하하면서도, 리는 아더와 멜리나를 중심적으로 살폈다.
아더를 바라보는 멜리나나 멜리나를 바라보는 아더나 동료 이상의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동료 슬레이브이긴 하지만 동등하진 않았다. 제1등급 슬레이브인 멜리나에 비해 아더 케네디는 개인용 중 최하등급 슬레이브였다. 구스타프가 그렇듯, 남성 슬레이브들은 리의 개인용 여성 섹스 슬레이브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존대해야 했다. 멜리나와의 사이에 자녀까지 있는 아더라 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내와 남편이었던 것은 과거의 일이었다. 멜리나와 아더는 리에게 몸과 마음을 바치도록 철저히 세뇌되었고, 그 외의 인간관계는 이미 의미가 퇴색된 상태였다. 세뇌는 여전히 잘 기능하고 있었다. 리는 만족했다.
“작전 개시까지 개인 정비를 완료하고 승무원 단속에 힘쓰도록. 이상.”
리는 아만다를 남겨두고 브리지를 떠났다.
…….
…….
…….
율리에타 호의 운용에 대한 지침은 이미 지시를 끝냈으니, 리가 없어도 아만다가 알아서 처리할 터였다. 원래부터 유능한 아만다였다. 그랬던 것이 지휘관용 추가 세뇌 덕분에 훨씬 뒤를 맡기기 수월해졌다.
물론 아만다는 기본적으로 섹스 슬레이브였다. 평행 우주 마블리움에 도착하기 전, 리는 여유가 있을 때마다 아만다의 여체를 충분히 사용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젖꼭지가 헐 때까지 빨았고, 쾌락보다 고통이 더 심해지기 직전까지 삽입을 반복했다.
아만다는 혼미한 정신으로 할딱이면서도 리를 거듭 받아들였다. 리가 유키와 보냈던 시간들 이상의 것을 주려고 애썼다.
어느 부위 하나 맛보지 않은 곳 없는 아만다였건만, 리는 아만다에게 쉽게 질리지 않았다.
처음 아만다를 붙들어 세뇌했을 때만해도 이렇게까지 오래 쓸 줄은 몰랐다. 단순히 몸만 예쁜 계집이었다면 아만다의 운명은 달랐을 것이다. 전란의 와중에 사지가 찢겨 죽었거나, 효용성을 따진 결과 다른 슬레이브 상인에게 비싼 값으로 넘겼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아만다는 끝까지 남았다. 리가 가졌던 개인용 슬레이브들 중에서 가장 오래 리의 곁에 머물렀다. 아만다 자신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지성, 전투 능력, 악운까지. 그 모든 것이 아만다의 생존에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리는 아만다 하나에 너무 집중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피했다. 그래봤자 섹스 슬레이브였다. 다른 섹스 슬레이브들과의 관계 따윈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해도, 아만다 자신에게 착각을 심어주는 것 자체가 좋지 않았다.
아만다는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런 도구 중 일부일 뿐이었다. 금발 처녀의 부드러움과 촉촉함을 전부 취하면서도 리는 그 사실들을 잊지 않으려 했다.
…….
…….
…….
리는 레임을 개인실로 호출했다.
개조 수술의 후유증이 없는지 확인하며, 겸사겸사 성욕도 해소했다. 의안이나 뇌의 전자화 보조 장치나 잘 작동하고 있었다.
“감사함다, 주인님. 저를 써 주셔서, 너무, 아, 하읏! 흐, 흐응……!♥”
숫처녀였던 레임이었다. 하지만 머릿속에 박힌 섹스 슬레이브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세뇌 이후의 수많은 경험까지 더해졌다. 레임의 허리놀림은, 그리고 커다란 젖가슴은 점점 더 리의 정액을 잘 짜내고 있었다.
…….
…….
…….
레임의 검사와 사용을 마친 뒤, 리는 무기를 점검했다.
이번 작전에는 그러네이드 런처라든지 라이플이라든지 샷건이라든지, 그런 요란한 무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되도록 소리가 나지 않게 은밀하게 처리해야 했다. 따라서 리는 육중한 무장보다는 평소엔 보조로 활용하던 무기들 쪽에 훨씬 신경 썼다.
“주인님.”
무기고를 나서던 리가 유 노아를 마주쳤다. 마침 유 노아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명상하라고 지시했던 것 같은데. 왜 이런 곳에 나와 있나?”
“주인님께 여쭙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리는 미간에 굴곡을 만들었다. 노아가 거듭 사용하고 있는 주인님이란 단어 때문이었다. 노아는 리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눈치 챈 듯 덧붙였다.
“걱정 마세요. 주변에 엿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
노아는 두뇌 진화에 따른 초감각으로 그것을 알아챘을 터였다. 어찌 됐든 황녀가 세뇌되었다는 사실은 노아가 황녀라는 사실 이상으로 끝까지 숨겨야 할 사항이었다.
“그러니까 주인님. 저희 둘 밖에 없는 이곳에서만이라도, 저를 다이애나라고 불러 주시겠어요? 주인님께 제 진짜 이름으로 불리고 싶습니다.”
“본론을 말해라. 내게 뭘 묻고 싶었나?”
리의 목소리가 더욱 딱딱해졌다. 노아는 자세를 바로 하고 그 명령에 복종했다.
“어째서 저는 사용하지 않으시는지요?”
노아의 눈빛은 간절했다.
“알고 있습니다. 아만다도, 레임도, 심지어 다른 배에 가 있는 멜리나까지, 주인님의 개인방으로 호출되어 봉사했다는 사실을요. 저는 제 차례가 오기를 계속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주인님은 불러주시지 않았어요. 저도 봉사하고 싶습니다. 주인님께 이 마음을…….”
노아가 스페이스 슈트의 가슴께를 움켜쥐었다. 그 손과 목소리 모두 떨리고 있었다.
“이 몸을, 한 번이라도 많이 바치고 싶습니다……! 저는 리 주인님의 섹스 슬레이브니까요. 주인님께 사용되기 위해서 다시 태어났으니까요.”
“나를 재촉하는 건가. 감히?”
노아는 어깨를 흠칫했다. 그러다가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결코 아닙니다. 저는 다만, 주인님께 잊혔을까 그것이 두려워서…….”
“잊지 않았다, 다이애나.”
진짜 이름을 불러준 것만으로 처녀의 표정이 밝아졌다.
리는 다이애나에게 지시할 수도 있었다. 딴 생각은 집어치우고 임무에나 신경 쓰라며. 하지만 그런 식으로 다루기엔, 혹은 새롭게 정신을 개조하기엔 다이애나의 뇌는 지나치게 깨지기 쉬운 상태였다.
“잊지 않았기에 널 쓰지 않은 것이다.”
“……네?”
“이제 곧, 너는 공식적이고 대외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내 슬레이브임을 숨기고 황녀로서.”
“로메리카 같은 것, 이미 제겐 아무 의미도……!”
“안다. 하지만 네 주인인 내가 그걸 원한다.”
리는 이의를 용납하지 않는 태도로 단언했다. 그리고 계속 설명했다. 황녀로서 전면에 나설 다이애나가 계속 리의 개인실을 들락거린다면, 그리고 리와 교류가 깊어지는 것이 행여 노출된다면 이후의 전략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최소한 당분간, 황녀는 상징적인 존재로 남아야 했다. 새로운 로메리카로서. 여신으로서. 젊음과 처녀성의 아이콘으로. 그것을 위해 다이애나 개인의 행복을 짓밟는다 해도 리는 할 터였다. 필요하다고 여겨진다면.
이유는 또 있었다. 다이애나는 젊고, 생명력 넘치는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타인의 시선을 피해 다이애나를 안을 수 있다고 해도 장애물은 남아 있었다. 리 자신이었다.
다이애나를 즐기다가 리의 욕정이 폭주한다면, 최악의 경우 다이애나의 몸과 정신을 망치게 될지도 몰랐다. 리는 그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했던 것이다.
섹스 슬레이브는 다이애나 외에도 많았다. 하지만 로메리카의 황녀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다이애나뿐이었다. 간단한 선택이었다.
“내 결정이 불만인가?”
“……아닙니다. 그게 주인님이 바라시는 일이라면…… 따르겠어요.”
입술을 앙다물고 있던 처녀가 대답했다. 하지만 대답과는 달리 표정은 마냥 좋진 않았다.
리는 가볍게 혀를 찼다. 다이애나의 뇌 상태를 고려한다면 마냥 억누르고 있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었다. 결국 리는 절충안을 택했다.
리가 품에서 호르몬 촉진제가 담긴 주사기를 꺼냈다. 다이애나는 그것을 알아보았다. 처녀의 입가에 곡선이 떠오른 것은 그 때문이었다.
빠르면서 강렬한 쾌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이었다. 리로서도 너무 폭주해서 처녀의 몸을 상하게 할 위험이 적은 방법이었다.
리가 명령했다.
“열어라.”
다이애나가 슈트의 후크를 풀었다. 브래지어를 올려 젖가슴을 드러냈다. 다이애나의 젖가슴은 예전에도 그랬듯이 작고 귀여웠다.
폭.
주삿바늘이 다이애나의 젖가슴에 박혔다. 다이애나는 고개를 틀며 목덜미를 떨었다. 리는 호르몬 촉진제를 밀어 넣었다.
리는 다이애나의 젖가슴으로부터 바늘을 뺐다. 그리고 젖가슴을 쥐었다.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젖가슴은 리의 손아귀에 거의 전부 들어왔다.
찰진 감촉이 느껴졌다. 리는 엄지로 다이애나의 젖꽃판과 말랑한 젖꼭지를 비볐다.
“…….”
가슴을 열어젖힌 채 리의 애무를 받으며 다이애나가 입술을 앙다물었다. 다이애나는 신음이나 교성을 참으려 했다. 전부 벗겨 이곳저곳을 핥고 빨아 절정에 오르게 했던 예전, 절정의 순간에도 다이애나는 그랬었다.
하지만 눈썹의 움찔거림이나 코에서 새어나오는 뜨거운 숨결까지는 어찌하지 못했다.
“흐읏, 응…….”
무엇보다, 봉긋하게 솟아오르며 충혈되어 색이 변하는 젖꼭지가, 단단해지는 양쪽의 돌기들이 확실히 알려줬다. 다이애나가 성적 쾌락을 느끼고 있음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