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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1화 〉231편. 느끼지 못하는 계집. (231/330)



〈 231화 〉231편. 느끼지 못하는 계집.

231편. 느끼지 못하는 계집.

소형 전투 로봇을 받았을 때 레임이 얼마나 기뻐하던지. 리는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예전이었다면 이 정도의 기억 따위, 바이오칩에 따로 기록하기 전엔 금세 희미해졌을 터였다. 하지만 코레아누스의 기억을 되찾으며 행한 뇌 보완 작업은 리의 기억력을 꽤나 향상시켜주었다.

닥터 크림슨의 공이었다. 사라는 세뇌 후 능력이 깎여도 여전히 유능한 슬레이브였다.

어쨌거나 레임은 자신이 받은 소형 전투 로봇에 스파이디라는 애칭까지 붙여주었다. 그 애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 거미 형태의 1인승 전투 로봇이었다. 평소엔 엎드린 자세로 탑승해 조종하지만, 필요하다면 직립시켜 강화복으로도 대용할 수 있었다.

부품 호환이나 유지비 문제 등으로 이 신형 전투 로봇을 로메리카 노바의 스페이스 마린 부대 전체에 보급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레임 한 사람을 위해선 그럭저럭 운용할 수 있었다.

레임에겐 굳이 말해주지 않았지만, 레임은 이 프로토 타입을 조종했을 때 얼마나 생존율이 높아질지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인체실험 대상자이기도 했다.

레임이 보디가드 겸 시녀라곤 해도, 다이애나는 사실 보디가드가 필요한 수준이 아니었다. 다이애나는 두뇌 진화 개조를 당한 덕분에 마이크로 머신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다. 웬만한 암살자는 접근조차 못할 터였다. 그 결과 현재의 레임은 시녀의 역할에 상대적으로 충실하고 있었다.

…….
…….
…….

“황녀 전하께서 나를?”

“네, 그렇슴다.”

리의 재확인에 레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장서라.”

“알겠슴다, 제너럴.”

리가 레임을 따라 움직이자, 회의장에서 함께 나온 아만다가 재빨리 동행했다.

아만다의 공식 직함은 총기함이 된 FTU 호의 함장이었다. 하지만 함에서 내렸을 땐 리의 경호 임무를 1순위로 하고 있었다.

리는 아만다만 한 적격자를 찾지 못했다. 전투력만 따졌을 땐, 포 스타 센추리온으로 진급한 샤를이 더 강할 터였다. 하지만 샤를은 스페이스 마린 부대의 총괄 지휘관으로서 해줄 역할이 있었다. 무엇보다, 민첩성과 섬세함이 조화된 측면에선 샤를도 아만다보다 한 수 아래였다.

…….
…….
…….

로메리카 노바는 밀리테리아 사령부를 임시 황궁으로 삼고 있었다. 레임은 그곳의 별실로 리와 아만다를 안내했다.

“여기서 기다려라.”

출입문 앞에 선 리가 레임과 아만다에게 말했다. 바로 복종한 레임과는 달리 아만다는 한번 더 확인했다.

“저도 말입니까?”

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임은 황녀 전하가 혼자 계신다고 했다. 전하께서 나를 해치리라 생각하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럼 대기하도록.”

“넷.”

아만다는 다이애나를 의심하진 않았을 터였다. 다만, 어떤 상황에도 주인님을 근접 경호한다는 원칙을 지키려 했다. 처녀는 고지식할 정도로 성실했다. 리는 아만다의 그런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레임이 문밖에서 리의 도착을 알렸다. 리는 레임이 열어준 문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
…….
…….

“어서 오십시오.”

들은 대로, 다이애나 황녀는 별실에 혼자 있었다. 다양한 음식이 마련된 테이블을 앞에 두고 앉은 채였다. 그러고 보니 슬슬 점심시간이었다.

황녀의 맞은편에 빈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리에게 인사한 황녀는 부드러운 손짓으로 그곳에 자리를 권했다.

“무슨 일로 보고자 하셨습니까, 전하?”

의자에 앉으며 리가 물었다.

존칭은 썼다. 하지만 경의가 담긴 뉘앙스는 아니었다. 마네킹을 대하듯, 무뚝뚝한 말투에 가까웠다.

“전하라니요.”

처녀는 고개를 저었다.

“주인님. 여긴 틀림없이 저희들뿐입니다. 부디…… 다이애나라고 불러주세요.”

“……그러지.”

리가 어깨를 으쓱한 뒤, 가면을 벗어 테이블에 내려뒀다.

테이블에 차려진 음식에선 아직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로메리카 베투스 황궁의 요리사들만 한 실력은 못 냈겠지만, 밀리테리아의 쉐프들도 최선을 다했다. 음식 향기는 좋았고, 하나 같이 맛있어 보였다.

“그래서, 용건은? 단순한 식사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주인님.”

다이애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이애나의 손놀림은 우아했다. 그 우아한 손놀림으로, 처녀는 드레스의 한쪽 끈을 풀었다.

황녀의 예복이 흘러내렸다. 고운 어깨선이 드러났다.

리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런 리에게 다이애나가 말했다.

“이곳에서, 제 몸으로 봉사를 해드려도 될는지요.”

리는 잠시 다이애나를 응시했다. 그리고 리의 입에서 나온 말은 호쾌한 긍정이 아니었다.

“……이상하군.”

리의 시선은 건조했다.

“난 네가 성욕을 억제할 수 있도록 조정해줬다. 그런데 네 쪽에서 먼저 그런 것을 요구하다니.”

감히, 라는 말을 덧붙이진 않았다. 하지만 싸늘한 어조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리는 고려하고 있었다. 다이애나가 고장나버렸을 가능성을. 이 계집을 다시 세뇌기에 넣어야 할 필요성을.

하지만 곤란했다. 재세뇌를 하다가 황녀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앞으로의 전략에 차질이 생길 터였다.

“저는 주인님께서 다뤄주신 모습, 그대로입니다.”

리의 생각이 깊어지기 전에 다이애나가 말했다. 리의 건조한 눈빛을 보고도 처녀는 움츠러들지 않았다.

“저를 위해 제안 드린 것이 아닙니다. ……베투스 측에서 대규모 침공군이 오고 있다 들었습니다. 주인님께선 위험을 무릅쓰고 출정 하셔야겠지요. 그런 주인님을 위해 뭔가 더 보탬이 되고 싶었습니다. 황녀 노릇을 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이것뿐이었습니다.”

“…….”

“주인님 덕분에 깨달았으니까요. 저는 황녀가 아니라, 주인님의 섹스 슬레이브로 살아가기 위해 태어났다는 사실을요. 주인님께 사용되어야만 저는 비로소 이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있습니다.”

리는 다이애나의 모든 반응을 살폈다. 볼을 붉힌다든지 호흡이 가쁘다든지 몸을 움찔거린다든지, 성욕이 차오른 섹스 슬레이브가 내보일 만한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이애나는 차분히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거짓을 말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리에게 거짓을 말할 수도 없도록 개조됐지만.

“그리고 지난번엔…….”

다이애나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주인님께 최고의 기쁨을 선사해드리지 못했었습니다. 기껏 사용해주셨는데도.”

확실히 그랬었다. 리가 만져도 다이애나의 몸은 달아오르지 않았었다. 오르가즘을 연기하다가 리에게 들켰었다.

성욕 억압의 결과 생긴 부작용이었다. 약 33퍼센트의 확률로, 다이애나의 육체는 성적인 자극에 반응하지 못하게 되곤 했다. 그때 이후로 시간이 흘렀으니 부작용이 재발할 확률은 초기화됐을 터였지만.

“두렵습니다, 주인님.”

다이애나의 표정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쓸모없이……. 평생 느끼지 못하는 계집으로 남는 것은 아닌지요.”

“…….”

“이번에야말로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제 몸을 사용하셔서 기쁨을 누려주세요. 봉사로나마 주인님께 응원이 된다면 그것보다 행복한 일이 있을까요?”

리는 시가를 꺼냈다. 끝을 커팅한 뒤, 앞부분을 불로 구웠다. 그러는 리에게 다이애나가 거듭 말했다.

“하지만…… 주인님이 원치 않으신다면, 귀중한 시간을 빼앗지 않겠어요. 식사를 드시는 주인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시가를 보며, 다이애나의 말을 들으며, 리는 생각에 잠겼다.

‘흐음…….’

잠시 후, 리는 시가를 입에서 떼고서 말했다.

“다이애나. 네가 황녀로서 역할을 해주는 것만으로 나는 충분한 도움을 받고 있다. 지금의 로메리카 노바는 너 없이는 탄생하기 힘들었지. 앞으로도 네가 필요하다. 그러니, 약한 소리 따위를 해선 안 된다.”

“네…….”

다이애나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리의 말을 꾸중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다이애나는 주인님께 용서를 구하려 했다.

“하지만.”

다이애나가 입을 열기 전에, 리가 말을 이었다.

“그것과 별개로……. 네겐 좀 더 포상이 필요할 것 같군.”

“……!”

“널 사용해주마.”

“감사합니다, 주인님!”

다이애나가 밝아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리가 다이애나의 성욕을 억제했던 이유. 그것은 황녀로서 존재해야 하는 다이애나와 잦은 육체관계를 가질 경우, 이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리는 인정해야 했다. 성욕을 잃는 것에 대한 다이애나의 불안함을 과소평가했음을. 불안이 생기리라곤 계산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었다.

이론상, 더욱 강력한 재세뇌를 통해 그 불안까지 억누를 수 있긴 했다. 하지만 프로텍터 돌파 과정에서 가뜩이나 혹사당했던 다이애나의 뇌였다. 거기에 두뇌 진화까지 당해서 자칫하다간 완전히 망가져버릴 가능성이 있었다. 성욕을 억제하기 위해 재조정을 했을 때도 꽤나 심혈을 기울였던 기억이 났다.

‘그럴 바엔 차라리…….’

성욕을 해방하고 초기 세팅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정신에 무리가 생기느니, 제너럴 코레아누스와 내연의 관계라는 평을 듣는 쪽이 더 이득인 셈이었다.

그럼에도, 리는 판단했다. 다이애나의 처녀성만큼은 가능한 한 최후까지 보존해야 한다고.

로메리카 노바는 신생국이나 마찬가지다. 타국과의 외교가 중요했다. 만약 불가피한 상황이 닥칠 경우 황녀를 매개로 그들과 결혼 계약을 맺어야 할지도 몰랐다.

속세의 일반 처녀와 황녀인 여자는 사용법이 다른 법이었다. 워싱테눔의 황궁에 살았을 때, 유 노아가 되기 전의 다이애나 황녀 역시 그런 삶을 각오했을 터였다.

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어깨를 드러낸 처녀에게 다가갔다. 그런 다음, 다이애나가 입고 있던 드레스를 마저 벗겼다.

본래는 입기도 벗기도 복잡한 드레스였다. 하지만 다이애나는 이미 끈 몇 개를 풀어두었다. 덕분에 리의 간단한 손길만으로 드레스는 바닥에 흘러내렸다.

다이애나는 순식간에 속옷만 입은 차림이 되었다. 드레스에 가려져 있던 건강한 몸매를 드러내며.

리는 테이블에 깔린 음식을 한쪽으로 치웠다. 공간을 확보한 테이블 위에 다이애나를 앉혔다.

리가 다이애나의 브래지어와 아래쪽 속옷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브래지어 캡을 넘어 솟아난 젖꼭지 그리고 치골 아래의 습한 골짜기에 집중했다.

“아, 아아, 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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