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4화 〉외전 1편. 검은 머리카락의 그 처녀. (1)
외전 1-1.
행성 썩딕.
그것은 온갖 욕망이 꿈틀대는 421번째 평행 우주, 그곳의 지구를 일컫는 또 다른 이름이었다.
국가의 통제를 벗어난 폭력 조직들이 연합하여 행성 썩딕을 지배하고 있었다.그 연합 폭력 조직이야말로 일반적인 국가보다 더욱 엄격하게 행성의 거주민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평행 우주를 소유하고 있다는 로메리카 제국마저 행성 썩딕은 함부로 다루지 못했다. 그리고 그 행성 썩딕에서 가장 활발히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은 인간의 육체였다.
그것이 슬레이브 거래이든, 아니면 돈을 받고 아랫도리를 벌리는 것이든.
…….
…….
…….
“좋아.”
짜리몽땅한 45구경 탄환을 만지작거리던 리는 청년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도 아주 좋다구.”
나이에 비해 새치가 많은 머리카락을 하고 있는 청년이 테이블 쪽에 앉아 있던 리에게 말했다. 한 손으론 젊은 여자가 드러낸 왼쪽 젖가슴 아래를 받친 채, 피부의 질감을 돋보기로 살펴보며.
그 모습은 흡사 보석을 감정하는 보석상의 모습처럼 보였다. 하지만 청년이 감정하는 것은 보석이 아니라 살아있는 여자들이었다. 여성 섹스 슬레이브들. 리가 이번에 가져온 상품들이었다.
젖가슴을 내보인 여자들을 살피고 있는 청년의 이름은 잭이었다. 리가 이 평행 우주에서 주로 거래하는 슬레이브 상인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잭의 아담한 슬레이브 상점이었다.
리는 심심풀이로 만지고 있던 45구경탄을 탄창에 끼웠다. 그리고 그 탄창은 애용하는 오토매틱 피스톨에 밀어 넣었다.
“자넨 너무 솔직해.”
리가 잭에게 말했다.
“상인이라면 상품의 흠부터 잡아야 흥정에 유리한 법일 텐데.”
“하지만 좋은 건 좋은 거지.”
리의 지적을 듣고도 잭은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리 씨, 나는 3류가 되고 싶지 않아. 좋은 건 좋다고 말하고, 그런 좋은 슬레이브를 제작한 장인에겐 그에 합당한 존경심을 표현해야 한다고 믿어.”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말이군.”
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자세로 여태 가게를 유지한 게 대단해.”
“아하하. 우리 리타한텐 여신님의 행운이 따르거든.”
슬레이브 상인이라곤 믿기 힘들 만큼 깔끔하고 잘 생긴 청년은, 거리의 처녀들이 금세 마음을 빼앗길 정도로 상큼하게 웃었다. 그런 처녀들에겐 유감스럽게도 잭은 이미 유부남이었다.
잭의 아내는 리타였다. 리는 리타를 잭의 상점에 올 때마다 자주 보곤 했다. 왜냐하면 잭의 슬레이브 상점은 살림집과 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계집들에 대해 깐깐한 심미안을 가지고 있는 리의 기준에서도 리타는 뛰어난 미녀였다. 지구시대의 기준으로 남유럽계 활달한 처녀들의 표본이라고 할 만 했다.
리타 역시 잭과 마찬가지로 싱싱한 젊음으로 넘치고 있었다. 그리고 여신 교단의 독실한 신자였다. 그 악영향이 잭에게까지 물든 것 같다고 리는 생각했다.
믿음, 희망, 정직이라니. 여신 교단의 3대 원칙이라는 것을 떠올리고 리는 마음속으로 냉소를 흘렸다.
“자, 그럼.”
리는 오토매틱 피스톨을 홀스터에 넣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잭을 마주 바라봤다.
“그런 훌륭한 상품엔 얼마를 낼 수 있나?”
“얼마를 원해?”
잭은 리의 친구가 아니었다. 리는 이 우주에 친구 따윈 만들지 않았다. 잭은 그저, 다른 슬레이브 상인보다는 좀 더 믿을 만 할 뿐이었다.
리가 생각한 가격을 불렀다. 생산 단가와 통상의 수고비 등등을 고려해서. 그러자 잭이 대답했다.
“알았어. 그렇게 주지.”
“안 깎나?”
“아니, 내가 예상했던 오차 범위 안이야.”
잭의 목소리는 담백했다.
“통상의 생산 단가와 평균적인 수고비 시세를 합한 것보단 좀 높긴 하네. 하지만 차액은…… 리 씨가 감수한 리스크 비용이겠지? 인정할게. 게다가 리 씨가 가져온 슬레이브들은 재고량이 안 남을 만큼 인기가 있으니까. 나로선 거래선을 유지하는 게 장기적으로 훨씬 이득이거든.”
“그래서 남긴 하나?”
“걱정 마. 부족한 건 고객들 쪽에서 뽑아낼 작정이니까. 그나저나 현물? 아니면 크레딧?”
“현물로.”
“알았어. 금고에서 가져올게. 잠깐만 기다려.”
“어차피 잠시 외출할 거다. 돌아왔을 때 받지.”
“오호, 거래할 곳이 남았어?”
“남들이 즐길 건 다 팔았으니…….”
“맞아, 맞아. 리 씨도 즐겨야겠네. 요즘 4번가 가게들이 물이 올랐대.”
“기억해두지.”
리는 잭에게 인사한 뒤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끼익-!
그때였다. 잭의 슬레이브 상점과 살림집을 잇는 사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어머.”
단숨에 주변의 공기를 밝게 만들고 시선을 사로잡는 미녀가 그 문을 열고 나왔다. 잭의 아내인 리타였다.
“잘 지내셨어요, 리 씨? 저녁 준비하느라 오신 것도 몰랐네요.”
리타가 맑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리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답례했다.
“그냥 그렇소. 언제나처럼.”
그러면서도 리의 눈은 리타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살펴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리타는 미녀였다. 미녀들 중에서도 환상적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몇 안 되는 미녀였다. 그런 미녀 앞에선 쉽게 눈을 뗄 수 없었다. 남자로서도, 슬레이브 헌터로서도.
리타는 포니테일을 하고 있었다. 원래는 10대 소녀들한테나 어울리곤 하는 헤어스타일이었다. 그런데 리타가 해서 그런지, 믿을 수 없을 만큼 잘 어울렸다.
생기가 넘치는 리타의 표정과 리타의 활력까지 그 포니테일 헤어스타일에 더해져, 리타는 결혼한 20대 유부녀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꿈과 희망에 부풀어 있는 청소년의 모습에 가까웠다. 지구시대로 치면, 갓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교로 들어가기 직전의 여고생이 지금의 리타와 닮았을 터였다.
리타는 겨드랑이가 파인 민소매 옷을 입은 채 그 앞에 에이프런을 두르고 있었다. 얼굴과 목덜미, 그리고 어깨와 겨드랑이, 팔을 제외하면 리타는 마치 방어구를 입은 듯 단정한 옷으로 속살을 감추고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계집들을 잡고 벗기고 만져온 리는 알 수 있었다. 리타의 옷 안에 수컷의 정력을 남김없이 빨아먹을 만한 신세계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리타가 혈색과 모양이 둘 다 좋은 입술을 움직여 말했다.
“식사 안 하셨으면 드시고 가세요. 오늘 메뉴는…… 짜잔! 리타 표 특제 커리랍니다!”
리타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점원 같은 포즈를 취했다. 두 팔을 약간 벌리고 손바닥을 펼친 포즈였다.
덕분에 리는 확실히 볼 수 있었다. 리타의 팔 안쪽 살, 그곳보다 더 들어간 부위. 살과 살이 감미로운 곡선을 그리며 교차하는 겨드랑이를.
리타의 겨드랑이는 깨끗했다. 거뭇거뭇한 잔털 하나 없었다. 그리고 보는 것만으로 뽀송뽀송함이 느껴졌다.
저 겨드랑이만으로도 웬만한 수컷 몇 놈의 마음 따윈 순식간에 녹여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발정을 일으켜 폭주하게 만들 것 같았다.
꿀꺽.
리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말았다. 식욕이 돌았다. 리의 식욕을 깨운 건 리타 표 특제 커리가 아니었다. 리타였다. 눈앞에 있는 잭의 아내였다.
아내는 무슨 아내. 어차피 성감대를 만지고 깊은 곳을 비벼주면 침을 질질 흘리며 눈동자가 돌아갈 계집일 뿐이었다.
바로 그 순간, 리의 뇌는 돌아버렸다.
“꺅!”
환하게 웃던 리타의 얼굴이, 그 아름다운 이목구비가 놀라움과 당황으로 일렁였다. 그리고 리타는 들어 올렸던 두 팔을 내리며 자신의 젖가슴을 가리려 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리가 리타의 소중한 젖가슴을 양손으로 꽉 움켜쥔 뒤였다. 에이프런까지 함께.
주물럭! 주물럭!
리는 리타의 젖가슴이 주는 감촉을 손바닥 가득히 느꼈다. 부드러웠다. 말랑거렸다. 탄력 있었다. 그리고 컸다.
크지만, 천박하지 않았다. 리가 딱 좋아하는 사이즈의 젖가슴이었다.
“리, 리 씨!……!”
리타가 당황하며 외쳤다. 그리고 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게 무슨 짓이야!!!”
잭은 처음에는 경악하다가 곧 격노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면서 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퍽!
리타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리는 달려드는 잭에게 옆차기를 먹였다.
“꺽!”
잭은 비명을 지르며 상점 한 구석에 나가 떨어졌다. 리가 그런 잭에게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만히 있어. 죽기 싫으면. ……엘리자베스! 수연!”
리는 섹스 슬레이브들의 이름을 불렀다. 방금 전에 잭이 감정하고 있던 그 슬레이브들이었다. 그러면서 리는 리타의 젖가슴을 움켜쥔 채 리타를 테이블 위로 몰아붙였다.
잭은 리에게 아직 대금을 치르기 전이었다. 그래서 섹스 슬레이브 엘리자베스와 섹스 슬레이브 수연은 여전히 잭이 아닌 리에게 충성하는 상태였다.
또한 엘리자베스와 수연은 평범한 계집 출신이 아니었다. 리는 지하세계에서 격투기를 하던 여자 선수들을 강제 세뇌하여 저 슬레이브들로 개조했다.
“잭을 제압해라. 내가 그만하라고 허락하기 전까지!”
“알겠습니다, 주인님.”
리는 엘리자베스와 수연의 전투 본능을 100퍼센트 제거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계집들에겐 리의 명령을 따를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었다.
“그만둬! 리 씨! 왜, 나한테, 리타한테! 대,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잭이 절규하든 말든, 섹스 슬레이브들은 잭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확실히 결박했다.
섹스 슬레이브들의 젖가슴이 버둥거리는 잭의 볼에 마구 닿았다. 그러나 잭이 바라보는 건 리의 아래에 깔린 자신의 아내, 리타뿐이었다.
리 역시 자신이 깔고 있는 아름다운 여자에만 집중했다.
남의 아내, 그것도 신뢰 관계로 맺어진 슬레이브 상인의 아내라는 사실은 리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계집의 자궁에 씨를 뿌리고 싶은 수컷과, 그 씨를 맛있게 받아줄 만 한 계집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만! 그만! 이 나쁜……!”
활달한 리타답게 얌전히 젖가슴을 애무 당하지는 않았다. 리타는 리를 주먹으로 치며 벗어나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미 짐승적인 본능에 사로잡힌 리였다. 리타의 주먹 따윈 리에게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했다.
“당신이 나빴소, 리타.”
리는 리타의 젖가슴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리타의 양팔을 붙들어 활짝 들어올렸다. 리타의 매끈한 겨드랑이는 땀으로 촉촉이 젖은 상태였다. 암컷 냄새가 물씬 풍겨 나왔다.
“당신의 몸이 너무 음란해서 강간할 수밖에 없소.”
“이거 놔!”
“남편과 실컷 즐겼던 몸, 내 것을 더 받아낸다고 닳지는 않겠지. 곧 잭에 대한 생각 따위는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지게 될 거요.”
그렇게 말하며 리는 리타의 젖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