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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숲이에용 (6/190)



〈 6화 〉숲이에용

녀석의 충격적인 에너지 효율을 들어서일까?

“…너 근데 진짜 강한 건 맞아?”

그것은 필연적일 만큼 갑작스레 찾아온 의문이었다.

“응? 그대 지금  몸을 의심하는 것인가?”
“아니. 그렇잖아. 결국, 나는 용인 너는  적도 없는데. 전성기도 최소 몇 세기 전일 거 아냐? 네가 진심을 발휘해도예전 같지 않을 수도 있잖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고대에 존재하던 무언가가 현대 문명의 그것보다 뛰어난 것은 게임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음…. 이 몸이 퇴물이라는 게 믿기는 어렵다만…. 확실히 그대 말대로 가능성은 있는 부분이지.”

…내가 말하긴 했지만  쉽게 인정하는군.

“애초에  몸이 한 모든 이야기는 싫든 좋든 붙어 다녀야 하는 만큼 다 털어놔야겠다고 생각했기에 한 것이다. 괜히 숨겼다가 ‘아차!’ …하는 순간이 되면 죽도 밥도 안될 테니 말이다. 그러니 그대 말대로 이 몸의 본래의  또한 검증이 필요할지도 모르지.”
“그래.”

…근데뭐지 이 찝찝함은?
나는 애써 차오르는 불안감을 무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한  해볼까?”
“…지금 바로?”

녀석이 갑자기 의욕이 난다는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지금 한다고 해도…뭘 어쩌려고?

“어디 보자 적당한 게…아, 저거면 좋겠군.”

저 멀리 놈의 검지가 향하는 곳을 보니, 척 보기에도 풀 한 포기도 자라지 않은 듯한 삭막한 돌산이 보였다.

“생명 반응도 없군…. 자. 보고 있어라?”
“저 산을 보고 있으라고?”

그렇게 영문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아주 잠깐, 산을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파지직, 까드득─! 콰직!

 뒤에서 고압 전류가 튀는 듯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 것은.

“…어?”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

“이건….”

눈앞이 캄캄할 정도로 덮인 어두운 연기와 함께…또 다른 산이 솟아나 있었다.
마치 태초부터 그곳에 있지 않았을까 싶은 검은 거산이….

고오오─

“이게 진짜 용…?”

크기는 과장 좀 보태어 작은 빌딩 수준일까?
검붉은 색 비늘은 마치 검은 연기가 굳은 것처럼 끊임없이 흔들리며 일렁이고 있었고….

비늘과 비늘의 사이에서는 마치 혈관을 타고 피가 흐르는 것처럼 빛나는 전류 같은 무언가가 빠르게 순환되어 흐르고 있었다.

“내, 내가 저…위에 박혔었다고?”

그렇게 무심코 혼잣말을 하게  정도로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되는 그것….

거의 드러누울 기세로 고개를 꺾어서야 겨우 보일 수준의 높은 곳에서존재하는  뿔은.
마치 산 위에 설치한 수신 탑처럼 하늘 높은줄 모르고 솟아나 있다.

저것이 정말로 자연적으로부터 잉태된 것이란 말인가?

지금이 해가 사라진 밤이었다면 눈앞의 존재만으로도 대낮처럼 밝지 않았을까 싶은 은은한 검보라색 빛이 내부로부터 끊임없이 흘러나오기에 드는 순순한 의문이었다.

“….”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반대쪽 뿔을 보았다. 부서진 뿔을….
 생물에 상처를  존재는 대체 어떤 존재일까?

아니. 그보다 이건 정말로 용인가?

문득─
그러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본인의 입으로도 그렇다 하였다.
그럴듯한 형상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저것은…눈에 담으면 담을수록.
정말로 이 별에서 태어나고 자란 생명인지조차 의심스러워져서….

[쏜다.]

일순 공기마저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와 생각이 접힌다.
정신을 차리니 놈은 벌써 그 거대한 아가리를 뒤쪽으로 당겨 무언가를 토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 잠깐….”

멍하니 있다가 겨우 목소리를 짜내었으나….

[잘 봐라…이것이 이 몸의 힘이니….]

“아니! 괜찮아! 내가 잘 못 했어! 이것  아닌 것 같아! 야?  들려? 멈춰! 멈추라니까!”

[….]

“야! 제발 그냥 좀 멈추라고!”

아무래도 녀석의 귓가에는 전해지지 않는 듯, 놈의입에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거대한 빛줄기가 모여드는 것이 보였다.
검게 일렁이는 검은 빛이….

아, 옘병…진짜 좆됐네.

그리고 빛이 있었다.
눈이 멀 정도로 눈이 부신 빛이….
숲의 모든 나무를 흔들게 하고 땅을 울리게 하며, 하늘을 찢은 빛이.

[퍼엉~!]

그리고 그와 상반되는 들뜬 목소리.

“….”

상당히 멀리 떨어진 타격점을 때렸음에도 내 생애 가장 큰 소리지 싶었을 정도의 폭음이 귓가를 때리며, 동시에 놈의 발가락에 등을 기대어 쭈그리지 않았더라면 진작 날아갔겠구나 싶을 정도의…폭압에서 오는 거센 바람을 견디고 마침내 눈을 떠보니….

그곳에당연한 것처럼 존재하던 그것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다.

“미친….”

그래. 산이 증발한 것이었다. 정말로 흔적도 없이 완전히 말이다.

하루 5초면 저런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은 쏠  있다는 말인가?
이건  쿨타임 있는 살아있는  잠수함도 아니고….

한 번은  번인데 인생에서  번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은 위력이었다.
마법사 따위와 인연은 없었으나, 나름 모험가의 노예로 이런저런 소문을 듣고는했는데.
그 모든 과정이 더해졌을 소문 중에서도 이러한 위력을 자랑하는 자가 존재한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후아! 오래간만에 뿜으니 상쾌하군!”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걸어 나와 멍하니 산이 있었던 자리를 보고 있으려니.
그렇게 등 뒤에서 상쾌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떤가? 그대  정도면…응? 어, 어라? 그대? 서, 설마…우는 건가?”

돌아보니놈은 언제 그러한 괴물이었냐는  다시 원래의 꼬맹이 상태로 돌아와 시원스레 웃다 나를 보며 그리 당황하였다.

“….”
“왜, 왜 우는가 그대! 혹시 날아오는 파편에라도 맞았나?”
“내, 내가 쏘, 쏘지 말라고 했잖아….”

최후의 자존심으로 이가 달달 떨릴까 봐 어금니를 꽉 물고 말해야 했다.

“아, 미안하군. 못 들었다.”
“흑….”

그렇게 나도 모르게 계속 쏟아지는 눈물을 숨기려 잠시, 구름 한 점 없이 맑아진 하늘을 올려본 순간이었다.

“으….”
“…응?”

갑자기 ‘털썩.’ 소리가 들려 정신을 차려 고개를 내리니….
눈앞의 뿔 달린  잠수함이 그 하얀 궁둥짝을 하늘로 하여 쓰러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너…대체 무슨….”
“히, 힘을 너무 썼다…. 계, 계약자여…이, 이 몸은 잠들  같다….”
“…뭐?”

아니. 잠깐 이렇게 무책임하게 한 발 쏴버리고 잠들면 나는 어쩌라고?
기분 탓일까? 나무들이 흔들리고 땅이 요동쳐서인지 아까부터 숲 쪽이 상당히 소란스럽다.

“….”

작은 산짐승이면 다행이지만, 갑자기괴물 같은 것이라도 튀어나온다면….

“야! 자, 자지 마! 일어나 제발!”
“불가능…. 나른해서….”
“야! 한발밖에 안 쐈잖아! 일어나 제발!”
“뒤를 부탁….”
“아니. 야! 농담할 때가 아니고  이렇게 잠들면 나 진짜 죽을 수도 있어!”
“화이…팅….”

그 말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은 놈은.
아무리 어깨를 잡고 흔들어도, 뺨을 때려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현타오네.”

그냥 진짜 심장이고 뭐고 일단 얘부터 버리고 튈까?

잘 생각해보니 놀랍게도  모든 것이 다시 눈을 뜬 지 시간도 안 되어 일어난 일이었다.
이후가 너무나도 두려웠다.


용이 엉덩이를 깔고 앉았던 자리도 난리였고.
주변도 점점 소란스러워지는 것 같았기에, 도저히 그대로 있을 수도 없어서 방전된 세계의 용을 등에 업고 숲을 걷기 시작한 것이 문제였다.

“응?”
“어?”

어딘지도 모를 숲에서 사람과마주하게  것이었다.

“….”

잠시 시간이 멈춘 듯한, 숨 막히는 정적이 흐르고….

“저기….”

그렇게 먼저 조심스레 입을  것은 그녀 쪽이었다.
그래. ‘그녀’ 여성이었다.
내가 왜 그녀의 성별을 강조하느냐면 지금 내 등 뒤에는 나체로 업힌 붉은 머리를 가진 용이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핫….”

그녀는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다 마침내 내 등 뒤에 있는 소녀를 발견한 것인지, 그리 신음하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

다시금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럴 수밖에….

푸른 머리에 푸른 옷, 하얀 띠와 금테 그리고 십자가까지….
눈에 보이는 그 존재는 그림으로 그린듯한 수녀님이었으니까.

입고 있는 파란색 베이스에 수녀복은 아마…창천교의 것이던가?
가장 규모가 큰 종교인 ‘유일광명교’에 미치지는 못하다만, 마이너한 종교 중에서는 제법 유명한 종교였다.

그 유명세라는 것이 그다지 좋은 소문은 아니었다만…하여튼,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러한 종교인과 알몸의…그것도 검은 꼬리와 뿔이 달린 여자를 업고 마주했다는 것이었다.

 그대로 악마적인 악의가 느껴지는 상황….

“….”

그리고 지금….
눈앞의 수녀님은 말없이 손에 들고 있던 철퇴를 들어 올려 보였다.

“저, 저기요. 제가 다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없었다.
하지만 일단 입이 움직였다.
살아야 한다는 본능 때문이리라.

“….”

그러나 푸른 수녀님은 기회조차 주지 않고….

“…저기요? 호, 혹시 제 말 안 들리세요?”

자세를 낮추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

살의를 담은 눈으로 행동하는 그녀는 내가 반응하기에는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혀왔고, 이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진 나는 질끔 눈을 감았다.

빠직!

그리고 당연한 흐름이라는 듯.
쇠망치로 두개골을 부수는 듯한 소리가 메마른 숲 속에 울려 퍼졌다.





“정말 다친 곳은 없으신 거죠?”
“네, 네! 괘, 괜찮습니다!”

나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시선을 조금 아래로 내리자 머리통이 박살이나 뇌수를 질질 흘리며 죽어가는 초록색 생명체가 보였다. 안 괜찮아지는 것도 순식간에 괜찮게 만들 법한 모습이었다.

“휴…. 정말 다행이군요.”
“네. 정말 다행이지요.”

아마도 내가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 말하는 것이겠지만, 상당히 겁에 질려있던 나는 내 머리가 박살 나지 않아 다행이란 뜻으로 대답했다.
…생각해보니 둘 다 같은 의미군.

“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신없이 걷다 보니  뒤에서 고블린이 노리고 있는지도 몰랐네요.”
“아뇨. 당연한 일을  것뿐인걸요? 그보다 많이 놀라시진 않으셨는지….”
“전혀 안 놀랐습니다. 하하….”

새로 받아 얼마 쓰지도 못한 심장이 떨어져 굴러다닐 만큼 놀랐으나, 목숨을 구해준 사람에게 불평할 수는 없었기에 속마음을 꿀꺽 삼키며 어색하게나마 웃어 보였다.

근데 괜히 더 불안하게 왜 이렇게 친절하시담?
…혹시  뒤에 있는녀석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음냐음냐….”

안 그대로 이렇게 마주하다 관자놀이에 금속으로 된 둔기가 꽂히는 불상사가 있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고 있는데.

산을 부실 때 나를 완전히 처리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지, 얌전히 새근거리던 세계의 용은 갑작스레 입맛을 다시며 제 머리…그것도 뿔 부근을 긁적였다.

…그냥 날  죽여달라 광고를 하지 그러냐?

“저 그분은….”
“아, 얘는 그게 그러니까….”
“혹시 저주에 걸린 건가요?”
“네?”
“아뇨. 수인 치시고는 꽤 큰 뿔과 꼬리가 있으셔서…트, 틀린 건가요?”
“아, 아니. 그거였습니다. 네. 바로 맞추셔서 놀라서요. 아하하….”

나는 다시금 누가 봐도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후후….”

다행히도 눈앞의 푸른 머리카락과 짙은 사파이어 같은 눈동자를 가진 창천교의 수녀님은 그러한 가벼운 웃음으로 받아주실 뿐이었다.

뭐지? 설마 아직도 알몸인 걸 모르나?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럴 리가?

그와 별개로 나는 더욱 불안해 미칠  같았지만 말이다.

“저기….”
“네?”

에라 모르겠다.

“제, 제가  말은 아니지만 지금 제 꼴이 좀…그러니 안 좋은 오해를 받아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은데…수녀님은 괜찮으신가요?”

답답한 상황은 딱 질색이다.
어차피 적대하게 될지도 모른다면 내 손으로 상황을 만들자 생각하여 말했더니.
수녀님은 다시금 자신의 검지를 입술 근처로 대어 키득키득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아, 그야 처음에는 조금 놀랐습니다만, 제가 기습하는 고블린을 잡으려고 무기를 들었을 때, 오히려 그녀를 지키려 행동하시는  보고 오해할만한 분은 아니다 싶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납치 같은 범죄가 있기에는 마을과 한참 떨어진 장소이기도 하고요.”
“아….”

이걸 이렇게 이해해주신다고?

비록 나름의 논리가 있으셨긴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이를 관찰하고 의심을 거두시어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 주시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그것도 상대가 알몸의 여자애를 업고 있는 거지꼴의 남자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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