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화 〉여긴 어디에용 (16/190)



〈 16화 〉여긴 어디에용

콜록. 콜록.

 안은 웃음소리와 괴로운 듯한 기침 소리로 가득해졌다.

몸에는 아직 힘이 들어가지 않고  쾌락에 이끌려,  정신은 더욱 몽롱해져 갔다.

“후…. 이런 양이라니…놀랐어요. 거기다 벌써 이렇게 커지고….”
“몽마에게당하고도 멀쩡하다니 계약자의 성욕에는 용도 놀랄 것 같구나.”
“후후…. 혹시 자용씨의 의식이 아용님의 목소리에 반응한 거 아닐까요?”

대체 그게 무슨 소리인가?

나의 남근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커져 있었을 뿐이었다.
이유가 있어도 단지 행위의 끝으로 인하여 민감해진 상태라 그런 것이지 아용이의 목소리에 반응해서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어쩌긴요? 이렇게 해야죠.”

탈리아씨는 그렇게 말하며 나의 얼굴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 올렸다.
얼굴 왼쪽 면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젖가슴과 오른쪽 면에 부드럽게 감싸진 그녀의 손이 묘한 압박감을 주었다.

어찌나 달콤한 감각인지.

특히나 그녀의 적당하리만치풍만한 젖가슴 사이에 끼워진 뺨의 느낌이 너무나도 좋았다.

“어휴….”

보이는 시야가 달라져 보이게 된, 이런 내가 한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그 용이 앉아있는 자리는 과거에 내가 사용하던 책상의 위였다.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공부할 때도  때도 썼던, 크고 투박한 나무로 된 평범한 책상이었다.

별건 없지만, 인생에서 가장 많이 썼기 때문일까?
가장 기억에 남는 책상이긴 했다.

그래서 그녀가 거기 앉아있는 모습이 그리 이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만, 평소와 다르게 그녀의 눈동자가 적색으로 빛나고 있는 것은 신경 쓰인다.
왜일까? 평소보다 이쪽이 본래의 색인 듯한….

“뭘 봐?”

아 성질머리는 평소와 같구나.
조금 안심이다.

“….”

다만 그녀가 선물 받았던 옷은 어디로갔는지.
세계의 용은 다시금 나체의 상태로 내 책상 위에 앉아, 마음대로 꺼낸 듯한 책을 한 손으로 펼쳐보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어쩐지 조금 민망할지도….

“자용씨. 저기 보여요?”

그때, 다시 한번 평소와 다른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로 완벽하게 회복한 탈리아씨가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여 왔다.

그녀의 머리 위에서 검게 흔들리는 화살촉 모양의 꼬리가 마치 동물의 그것처럼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꼬리? 탈리아씨의 것인가?
그러고 보면뿔도 있었지?

아용이가 자각 없는 몽마라 했던 것이 기억났다.

‘음….  꿈은 그런 설정인가 보군.’

나지만 참, 말도 안 되는 꿈이다 싶다.

아, 그런데 그녀가  보라고 했었지?

“아용님의 것…. 어쩐지 촉촉하고 물기를 머금은 것 같지 않아요?”

그 말을 듣자,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시선이 집중되었다.
어쩔 수 없었다.

시선은 말을 따라가는 법이고.
머리는 그녀가 잡고 있으니까.

하지만 더욱 딱딱해져 가는 나의 남성과 폭발할 듯 두근거리는 나의 심장은 변명할 여지 없는 나의 것이리라.

꿀꺽.

내가 침을 넘기는 소리가 작은 방에 울려 퍼진다.
탈리아씨의 말처럼.

녀석의 앙다문 보지는 촉촉한 물기를 띄우며 아주 살짝 벌어져─
이제  피기 시작한  꽃잎의 편린을 과시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피기 직전의 꽃봉오리가 가장 아름답다고 하였던가?

정말로 너무나도 심장 떨리는 광경이지만, 동시에 억지로 열어 속을 긁어내고 싶은 답답함 또한 존재했다.

그것이 내 가슴속을 벅벅 긁는 갈증이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않았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라.  몸에게 성욕은 존재하지 않아.”
“그럼  그렇게 젖으셨나요?”
“흥! 이것은 이 ‘몸’의 생리 현상이다. ‘그녀’는 그러한 경험이 없었어. 알겠나? 그러려니 하도록.”
“어머? 그런 것치고는 아까부터 뚫~어져라. 보시던데….”
“네년….   때문에 각성했다 하여 봐주었더니 계속해서 건방을…. 아니 됐다. 그보다 언제까지 보여주고 있을 생각이냐?”
“하지만 자용씨가 이렇게 크게 반응하고 있는걸요? 봐요. 질투 날 정도로…아까보다 훨씬 커져서는…이렇게 원하고 있는데…. 자용씨가 불쌍하지 않으세요?”
“….”
“아용님?”

탈리아씨가 오른손을 뻗어 나의 음경을 쥐었다.
손가락 네게는 길쭉한 선을 따라잡고 엄지는 발톱처럼 세워 귀두의 아래쪽을 긁는 듯한 형태였다.

아…. 사람의 손이라는 것이 이다지도 따듯하고 매끄러울 수 있단 말인가?
같은 손인데. 홀로 잡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벌려서 보여주시겠어요?”
“이 몸이 왜….”

수녀님이 도발적으로 말씀하셨고 세계의 용은 귀찮은 듯 대꾸했지만, 여전히 가늘게 뻗어나온  다리를 오므리지는 아니하였다.

“아이~. 어서요. 자용씨가 이렇게 보고 싶어 하는걸요.”
“하아….”
“이런 건 별거 아니라면서요? 다 거짓말이셨나?”
“그딴 싸구려 도발을 감히 이 몸에게….”

그 순간 그녀가 나의 귀두 아래쪽을 엄지손톱으로 살살 긁기 시작했다.
민감해진 귀두에 생긴 묘한 자극에 요도 안쪽에 숨이었던 정액과 쿠퍼액이 섞인 하얀 액체가 흘러나와 그녀의 손을 더럽혔다.

그리고 나의 시선은 아직.
아용의 작게 다물린 보지에 집중된상태였다.
꽃이 피어나는 순간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기 위함이었다.

“….”

어떤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나와 눈을 마주치던 세계의 용이 책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는.
다리 한쪽을 책상 위로 올려두었다.

그녀의 뒤쪽에서 보이는 검고 커다란 꼬리가 작게나마 살랑이며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  문득 방안에 암컷의 냄새가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각과 이성이 마비될 정도로 달콤하게 스며드는 강렬한 향취가….

“…자 됐지?”

그녀는 별것 아니라는 듯.
무심하게 자신의 꽃잎을 펼쳐 보였다.

마치 날카로운 칼로 번데기의 중앙을 잘라.
나비가 되기 전에  안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본래라면 아직신비롭게 가려져 있어야 할 여물지 않은 붉은 꽃봉오리가 그녀 자신에 의해 드러났다는 사실은 나에게 묘한 흥분감을 준다.

“와…이렇게 움찔거리다니…. 꽃을 보면 꺾고 싶은가 보죠? 우리 자용씨. 나쁜 아이네요?”

탈리아씨가 그리 속삭여 왔다.
말 없는 작은 꽃잎에서 꿀이….
 줄기 같은 하얀 다리를 타고 흐르고 있다.

“…우리 키스할까요?”

뜬금없을 정도로 갑작스러운 제안이었다.
나는 그 뜻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앙.”

그녀가 입을 벌리자 타액이 흘러나와 내 목과 턱 끝을 적셨다.
찐득하고 따듯한 타액이었다.

꿈이지만 너무나도 현실감 넘치는 그것은 달콤하고 야릇한 향기가 났다.
머리가 녹아내릴 정도로.

“으음…응.”

마침내 그녀의 입술이, 혀가….
나의 것과 닿아, 춤을 추며 짝을 짓듯 섞여 갔다.

“하읍…츕…추웁….”

먼저 그녀는 끌어간 나의 혀를 삼키려는 것처럼 끌어올려 자신의 입안에서 빨아 삼키듯. 내 혀를 탐미했다.

그러고 그 과정이 끝나면 이번에는 자신의 혀를 나의 입속에 넣어,내 혀와 입천장을 핥고 긁어낸 타액을 빨아드리며 나를 자극해온다.

이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잘 모르겠지만, 그녀는 그 행위 중에 결코 나의 음경을 잡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눈으로 범하고 손으로 범해지며, 혀로 섞여서….
정신이 이상해질 것만 같은 쾌락이 계속되어 간다.

“아….”

그리고 흔들리는 책 사이로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던 붉은 눈동자가, 자신의 것을 서투르게 더듬으며 신음을 흘린 그 순간이었다.

“….”
“…꺄!”

나는 다시 사정했다.
나의 씨앗이 민들레 씨처럼 높게 날아, 사방에 튀었다.

탈리아씨의 몸에도  도서관의 벽에도 책에도….
이곳에 있는 모든 것들을 임신시킬 기세로.

“와.굉장해! 두 발인데 이렇게 많이….”
“…그렇군.”

그것은 아용이의 몸에도 마찬가지여서….

“….”

화낼 줄 알았지만, 그녀는 조금 붉어진 얼굴로….
자신의 하얀 발에 튄 정액을 그저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뭐야 이런 부분은 역시 꿈인가.

마지막 부분에서 완성도가 낮아 아쉬운 꿈이다.

“….”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녀가손가락으로 자신의 발에 묻은 그것을 긁어모았다.

손가락 끝에 가득 찬, 내 존재의 증거….

그녀는 그 작은 손가락에 넘쳐흘러, 뚝뚝 떨어지는 그 진득한 액체를 하늘 높이 올리더니 입을 벌리고는….

“아─.”

꿀꺽.




“…응?”

잠에서 깬 나는 속옷 속 불쾌한감촉에 욕설을 내뱉었다.

“아…시발. 남의 집에서 이게 뭔 꼴이야…애도 아니고.”

지난밤 아무래도 몽정을 해버린 모양이었다.

확실히 손장난할 시간도 여유도 없이 살다 보니 그리 특이한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주 하는 것도 아니다 보니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아….”

무엇보다 이 양….
정상적인 양이 아닌데?

“최근에 예쁜 사람들만 만나서 그런가?”

아니면 계약으로 증가한 체력에 정력이라도 포함이라 그런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다 내 머리맡에서 있는 검은 찰떡같은 것을 보았다.

“쿨…. 피휴…. 쿨….”

어느새 가방에서 나왔지?

“아…. 그나저나 대체 난 뭔 꿈을 꾼 거야.”

탈리아씨야 그렇다 치지만…아용이라고?
 번도 그런 눈으로 본 적 없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이상한꿈이었다.

적안의 아용이가 자신의 것을 벌리고.
탈리아씨와 입을 맞추며 사정하는 꿈이라니….

다시 생각하는 거지만, 왜 하필 아용이를?
알몸을 보고도 아무 생각 안 들었는데…인제 와서?

“…진짜 성욕에 미친 건가?”

어느새 다시 커져 버린 남근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와.  진짜 욕구불만인가 봐.”

나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몸을 일으켰다.
머리까지 차올라있던 몽롱한 잠기운이 조금은 빠지는 기분이었다.

“씻자.”

그리고 겸사겸사 젖은 속옷도 해결해야지.
나는 아직도 작아질 생각을 하지 않는 나의 남성을 잡고 화장실로 이동했다.

이른 새벽이긴 하지만, 제발….
제발 아무도 마주치지 않기를….

“그나저나 정말 이상한 꿈이었지?”

나는 손을 보았다.
꿈속의 가슴을  쥐었던 감촉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다.

“어라? 근데 누구 가슴이었지? …어라?”

아는 사람이긴 했나? 학창 시절 짝꿍?

“….”

갑작스레 가득해지는 찝찝한 기분.

“…모르겠다.”

나는 그대로 멈추었던 발걸음을 다시 움직였다.
씻으러 가는 김에 한 발 빼고 나서 씻으면 기분이 나아지리라.






“음…. 어쩐지 뻐근하네….”
“괜찮으세요?”
“네…. 그냥 아무래도 잠을 잘못 잤나 봐요.”
“뭐? 식객 주제 내가 깔아준 잠자리가 불편해서  잤다고?”
“아뇨. 누님 그런  아닌데요.”

나는 목과 허리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확실히 평소와 다른 뻐근한 느낌이 남아 있었다.
지난밤에 마치 심한 운동이라도 한 것처럼.

…설마 그 이상한 꿈 때문에?

“…에이 설마.  그리 대단한 꿈이었길래.”
“꿈이요?”
“아니. 뭔 꿈을 꾼  같은데…기억이 안 나서요.”
“평범한  아냐?”
“…그렇지요?”

역시  이상한 꿈은 이상한 꿈을 꾸었다는 기분만을 남기고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확실한 내가 그 꿈으로 인하여 몽정을 했으니 아마도 야한 꿈이었을 것이라는 건데….

야해봤자 기억도 못 할 정도인데, 그리 강렬한 꿈도 아니었겠거니 싶었다.

“응?  그러세요?”
“…아닙니다.”

…꿈이고 뭐고그만 생각하자.
몽정이니 야한 꿈이니, 아침부터 그런 생각만 하다 탈리아씨와 순수한 눈동자랑 마주치니 묘한 죄책감이 들었다.

나는 그녀가 전해준 빵을 받아먹으면서 이 찝찝한 기분을 없애려 노력했다.

“넌 근데 왜 이렇게 쌩쌩하냐? 원래 아침에 약하잖아.”
“음…. 그러게요?”

잠시 몸을 일으킨 탈리아씨는 아침의 나와 다른 의미로 목과 허리를 돌리며 자신의 몸을 움직여 보았다.
평소 아침에 어떠신지는 몰라도 확실히 컨디션이 좋아 보이시기는 했다.

“어쩐지 아침에 일어났더니 몸이 가벼워서….”

그리고는 갑자기 양손으로 물구나무를 서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파자마의 상의가 내려와 그녀의 배꼽이 보이는 바람에.
애써 식혀놓았던 욕이 다시 끓어 넘칠 것만 같았다.

“야, 야! 탈리아! 레이디도 아니고 밥상머리 앞에서 뭔 짓이야!”
“아하. 죄송해요. 언니. 어? 근데 가슴은 왜 이렇게 아프지?”
“전 잠시 화장실 좀….”
“넌 또 왜 저렇게 숙이면서 걸어? 배 아프냐?”
“…네. 조금.”
“아, 그래? 소화제 준비해줄 테니까 먹고…아, 그나저나 레이디 얘는  아직도 안 일어나?”

자유가 된 후 처음으로 맞는 아침은 어쩐지 조금 상쾌하면서도 나른한 하얀색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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