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2화 〉죄와 용 (112/190)



〈 112화 〉죄와 용

“미안해. 널 이렇게 만들어 버리고 말아서….”

아냐. 네가 날 이렇게 만든 게 아니야.
오히려 내가 너에게 사과해야 하는데….

‘기억이…모호해….’

…봉인을 당하고 몇 년이 흘렀는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몸의 봉인이 유지된 채, 의식만이 각성했다.

프레이야의 힘이 또 약해진 것일까?
아니면 그녀가개인적으로 나에게 벌을 주고 싶었기 때문일까?

알 수는 없지만, 그냥 받아 드리기로 했다.
나는 그 정도로 큰 죄를 지어버렸으니까.

….

다시 얼마나 흘렀을까?
아무것도 없이 그저 나 자신만 있다는 것이 이토록 끔찍할 줄은 몰랐다.
깨어난 직후 몇 개월간은 그냥 울기만 하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말라비틀어진 눈물은 쥐어짜 내려 해봐도 나오지 않았다.

….

어느 순간부터는 용사, 자하의 기억을 들춰 보는 일이 늘었다.
처음에는 내가 삼킨 그녀의 기억을 들여다보며 조금이라도 흥미로워하고 즐거워한다는 것에 엄청난 죄악감이 느껴졌지만, 결국에는 순응했다.
시간이 흐르면 슬픔처럼 죄책감 또한 무뎌지는 법이었다.

‘와….’

자하의 기억은 흥미로웠다.
용도 악마도 없는 이곳과 전혀 다른 세상.

풍부한 오락거리와 다양한 볼거리가 넘치는 그녀의 따스한 마음씨가 이해될 정도로 멋진 세상이었다.
나는 그녀의 기억을 마치 어린아이가 달콤한 사탕을 핥듯 천천히 곱씹고 품으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래서 다음.
 다른…. 그녀의 세상에서 찾아온 남자가 떨어졌을 때도 그렇게까지 놀랍지는 아니하였다.





“끅…으아…. 하…윽….”

아용은 턱을 들어 고통을 삼켰다.
일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이런 건 처음이었다. 당연하지.
이 세상천지 누가 감히 ‘세계의 용’의 안쪽을 공격해 보았겠는가?

“으, 아…크읏….”

고통으로 일그러져, 마치 고장  축음기처럼 끊어져 나오는 자신의 신음과 귓가를 파고드는 남성의 거친 호흡이 섞여, 안 그대로 삶아질 것 같던 머릿속을 그대로 녹여버리는 듯한 화음을 만들어 내고있었다.

“아, 아앗….”

생애 처음 느껴보는….
내장이 강제로 뚫어져 찢기는 듯한 충격에 핑 도는 눈물을 질끈 참으며, 세계의 용. ‘아용’은 천천히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붉고 어두운 시야 속에서도 대낮처럼 훤히 들여다볼  있는 용의 눈동자에 그녀의 하얗고 여린 꽃잎이 비추고 있었다.

“아….”

척 보기에도 받아들여서는 안 될 수준의 크고 단단한 것을 억지로 삼켜, 벌어진 탓에 붉은 피를 흘리는 그녀의 여성.
충격적이었다. 남자의 뿌리는 아직 그녀의 손바닥만큼이나 남아있건만….

“이, 이 몸이 사람이었다면 방금 이걸로 주, 죽었을 거다. 그대여…정신을….”

아무리 작은 육체를 그릇으로 사용하고 있다고는 하나, 세계의 용이라고까지 불린 자신이 처음 있는 생식행위에서 커다란 남근에 꿰뚫려 사망이라니?

“으…으핫….”

그러한 어이없는 죽음을 상상한 아용은 아찔한 마음에 몸을 부르르 떨며,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팔과 다리를 대신하여, 어떻게든 허리와 엉덩이를 움직여서 자신의 속을 관통한 창을 빼려고 부단히도 노력했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아니. 그뿐이랴?

“읏…! 서, 설마? 그, 그대…?”

딱 적당하리만치 기분 좋게 움직여진 그녀의 질벽이 본의 아니게 남자의 남성을 자극하여, 안쪽에서 한층 부풀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었다.

‘뽀, 뽑히지 않아. 아니. 이제 이건 손이 자유로웠다고 해도 뽑을 수 있을지….’

당연했다. 본능만 남은 자용이 얼마나 힘껏 자신의 물건을 집어넣었는지.
몸의 감각이 약한 그녀에게도 속 안이 가득 찬 느낌이 그대로 전해질뿐더러, 그 작고 하얀 뱃가죽 밖으로 그 물건의 형태가 고스란히 드러나 보일 정도였으니까.

“하아, 하아…시, 발….”

잠시 반항을 멈추고 천천히 보고 있자니, 더 어이가 없어 욕설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어찌 이 작은 몸으로 저런 걸  번에…. 원래 인간은 이런 게 가능한 것인가?’

스스로가 겨우 남자의 살결에 닿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젖고 있었다는 자각조차 없었던 아용은 부족한 성지식으로 인한 인체의 이상야릇함을 느끼며, 새삼스레자신의 안에서 맥동하는 남성을 느꼈다.

“기, 분…좋아.”
“뭣? 그대 정신이…크앗…!”

짧은 휴식이었다.
자신의 물건을 힘껏 박아놓고 만족한 채 멈춰있던 남자가 그리 중얼거리며 자신의 허리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여전히  손으로는 그녀의 작은 엉덩이를 힘껏  채.

“컷…커헛! …크흑…흐읏!”

여전히 고깃덩어리에 묶인 다리와 남자의 상처와 연결된 손.
자신의 작은 몸이 부자유 속에 타인에 의해 강제로 움직여지는 것을 느끼며, 아용은 어떠한 말조차 잊지 못하고.
그저자신의 육체가 자신도 모르는 방식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에 묘한 두근거림과 두려움을 느끼며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

“끅, 하앗….”

꽈악. …하고 하반신에 쥐어진 남자의 손아귀가 세지는 것을 느낀 순간, 튀어나온 그녀의 숨결은 말이 헐떡거림이지, 거의 숨이 넘어가는 듯한 소리에 가까운 것이었다.

‘읏,  몸이 평범한 소녀였다면 벌써  번은….’

약하고 여린 속살을 내어주어 찔리고 뒤틀리는 만큼.
평범한 인간이 아닌 평범한 용이었다고 해도 위험했을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읏…. 으윽…. 갑작…빠, 빨라져서…왜? …큿, 크하!”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점점 달콤한 신음을 흘리게 되는 자신도 있었다.

“하읏…. 응…핫….”

물론. 세계의 용에게 인간의 육체에서 오는 쾌감은  고통처럼 조금 낮지만, 그럼에도…그녀는 단지 이렇게나마 그와 이어져 있다는 것이 좋았다.
자기도 모르게 부자유스러운 허벅지를 비벼, 남성의 무의식을 계속 자극해 나갈 정도로.

반쪽짜리 용의 심장이 두근두근할 정도의 감각.

사실 이대로 고장 나고 완전히 부서진다고 해도 좋았다.
그가 조금 더 자신을 탐해주길 원하는 자신이 있었다.

물론. 조금  욕심을 부린다면 조금 더 상냥하고 부드럽게 그저 너와이어진다는 느낌을 받고도 싶었지만….

“…햣!”

거기까지 생각하던 그녀는 다시금 자신의 안쪽이 깊게 배어드는 감각에 턱을 들어 올리고 허리 힘껏 젖힌 상태에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계, 계약자여…그대는 지, 짐…승인가? 대체….”
“….”

젖어오기 시작한 육벽과 자신의 물건에 잔뜩 묻은 혈액을 윤활유 삼아, 그녀의 계약자가 다시 한번 자신의 물건을 힘껏 밀어 넣어왔던 것이었다.

“흐, 흐앗! 아, 아앗….”

또다시  눈에서는 필사적으로 참아왔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하아, 하아….”
“….”

엉덩이를 쥐며 골반을 스쳐 허리에까지 감긴 남자의 손.
용의 꼬리와 살 사이에 들어간 그의 단단한 손가락.
작은 가슴과 배에 딱 붙어 닿은 남자의 살.
머리 위로 느껴지는 따듯한 숨결.

정신이  것 같은 통증 속에서 미약하게나마 이 시간이 계속되길 원하는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쩔  없지 않은가?
오랜 시간 동안 그녀가 내심 갈구하던 온기가, 그 모든 것이…지금 이곳에 있었으니까.

“그…해….”

몸이 위아래로 흔들릴 때마다 그녀의 눈동자는 점점 흐릿하게 풀려간다.
남자에게 비벼져, 남자의 냄새로 물들어가는 자신의 육체에 따라 더 깊고 은밀하게.

‘그 수녀들은 이런 걸 어떻게 버티는 거지?’

알량하게나마 남은 자존심을 긁어모아, 그녀는 자신의 녹진하게 녹아내린 질벽을 어떻게든 수축하여, 계속해 자신의 것인 양 밀고 들어오는 그의 남성을 붙잡으려 했지만, 안 그래도 풀려버린 질의 근육은 용의 심장을 가진 남성의 허리에서 오는 힘을 막을 수는 없었고….
그녀의 공간은 점점 더…남자가 사용하기 좋을 정도로 변해갈 뿐이었다.

“…흐앗.”

적은 감각 속에도 꾸준히 축적된 쾌락 때문일까?
미약한 신음이 다시금 흘러나오며, 계속해서 이어지는 커다란 고통과 작지만 강렬한 만족감의 끝에서 그녀는 절정에 도달하고 말았다.

“…그헤?”

알  없는 감각에 작은 몸이 흔들린다.
덕분에 불행하게도 도달한 것은 그녀뿐만이 아니게 되었다.
그녀의 내부에서 멈춘 남성이 조금씩 부풀어 오르는가 싶더니, 아용의 안에 자신의 씨를 가득 쏟아내었던 것이었다.

“오혹…!”

작은  속을 가득 채워, 새어 나오고 마는 하얀 생명.
아용은 그녀가 바라던 온기 이상의 것이 자신의 안에 들어와 차는 것을 느끼며, 다시금 절정이라는 것을 느꼈다.

“햐, 햐에…큿…그….”

조금 더 길게 이어지지 않았던 것은 그녀의 육체적 감각이 흐릿했기 때문이다.
꼬이는 혀로 어떻게든 정신을 차린 그녀는 다시 한번 질척하게 젖어 흘러넘치는 여성을 그의 남성에게서 뽑아내려 시도하였다.

자신이 그와 이어져도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런 것이 용서될 리가 없다.

“그, 그만…!”

진실을 알면, 자의는 아니었다고 해도 그는 틀림없이 이를 후회할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거절 받는 것보다 더욱더 아플 것이다.

“…햐윽! 어, 어째서?”

그러나 이번에도 그녀의 깊은 곳에까지 박힌 그의물건은 뽑혀 나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다시 커져만 갔다.
불행하게도 부자유한 그녀의 작은 육체가 필사적으로 움찔거린 탓에 다시금 그의 남성이 자극된 탓이었다.

“하아앗…! 아, 하안데에…히, 히 이상 댱하면…냐도 정신을….”

어떻게든 그와 멀어지려, 아용이 다시 한번 몸을 움찔한 그 순간이었다.
멈추었던 식욕이라도 다시 깨어난 것인지, 그는 입을 열고 그녀의 목덜미에 다가와….

“컥─!”

‘으직’ 하고 안쪽의 무언가가 끊어져, 씹히는 소리가 그녀의 귓가에전해졌다.
이어서 ‘으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새어 나오는 듯한 소리 또한 이어진다.

꿀꺽.

마지막으로 목 넘김.

“하, 하….”

아용은 몸을 부르르 떨며, 더는 반항조차  한 체 자용에게 먹혀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그토록 빼려고 했던 남자의 물건을  이상 있을 수 없는 압력으로 확실히 조여 만족시켜 가면서….

“하압…. 우물우물. 꿀꺽.”
“읏, 앗, 하읏….”

찔꺽. 찔꺽. 꿀꺽.

‘정신이…이상해질  같아.’

엉덩이를 힘껏 눌려서 몇 번이나 허리가 흔들리며, 동시에  번이나 자신의 살이 찢겨져 씹히는 소리를 들었던가….

아용은 어떻게든 반항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더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 자신의 육체를 내심 포기한 상태였다.

“아, 아용….”
“그, 그대?”

그리고 마침내 짧은 목소리와 함께 그의 움직임이멈추었다.

“나, 나는….”
“이, 이번에는 정말로?”

흐릿하게 눈을 뜨고 잠시 혼란스러워하는 남자.
그러고 보면 처음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도 자신의 고기를 씹어 삼킨 직후였다고 아용은 생각했다.

‘혹시…계약자가  몸과 섞이며, 이 몸의 살과 피를 취하여 자신을 찾아가는 중이라면….’

“으…이, 입에 피 맛이…설마…나는…어라…뭘?”

정신이 덜 각성한 자용은 혼란스러운  말을 섞으며 고개를 저었다.

먹히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겨우 조금이나마 회복한 아용은 그런 그의 가슴에 기대어 말했다.

“괜찮다. 지금은 그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좋다. 이 몸은…이 몸은 정말 괜찮으니까….”

짧은 허락.

“….”
“흣…그, 그래…마음…대로….”

그토록외쳤던 그녀의 비명은 전해지지 않았건만….
남자의 욕망을 자극하는 그녀의 말은 그의 안쪽에 전해졌던 것일까?
그는 다시 말없이 허리를 움직이며, 입을 그녀의 목으로 가져가 마치 짐승처럼 이를 드러냈다.

그리고는….

꿀꺽.

“큭….”

아용은 느껴지는 통증과 따스해지는 온기 사이에서 생각했다.
그래. 이거면 됐노라고 다 원하는 대로 하면 좋다고….
혈도 육도 반쪽 남은 심장도 필요하다면 모두 내어줄 테니까.

그녀는 기대어진 고개를 들고 자신의 의지로 자용을 받아드렸다.
더는 그를 거부할 생각도없이, 그녀 쪽에서 적극적으로 허리를 움직이며, 상처 입은 목으로나마 달콤히 신음하여 미약하나마 깨어난 그를 정신을 착실히 달랠 수 있도록….

그가 자신이 하는 일을 모르고 조금이라도 더 상황을 즐길 수 있도록.

왜냐하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피와 살을 끌어모아도 너의  한 점, 너의 피 한 방울의 가치조차 없으니까.’

그녀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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