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2화 〉사자대면 - (8) (92/94)



〈 92화 〉사자대면 - (8)

내가 루나라고 애칭을 불러주는 게 그렇게 좋았던 것일까?

하지만 에필리아의 호의 담긴 손길을 거칠게 거절한 것을 본 나는 일루나가 아니 꼬았다. 그랬기에 나는 그녀에게 차갑게 반응하고 있었다.

“어서… 제 이름을…….”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이미 내가 자신을 애칭을 불러줬다는 것에 심취한 듯 보였다.

동공이 풀려버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살짝 섬뜩하게 느껴졌다.
붉은 일루나의 동공은 가늘게 좌우로 떨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 한번 깜빡이지 않는 그녀의 시선을 바라보고 있자니 소름이 돋는다.

“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당장 나가지 못해?”
“아니요… 다시 불러주실 때까지 나가지 못해요……. 어서 불러주세요……. 쿼넬님께서 나의 애칭을… 어서, 빨리…….”
“퀘넬님, 이분 괜찮은 걸까요……?”

갑자기 어딘가 고장 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위태로운 그녀의 감정이 느껴졌다.
여기서 뭔가 잘못 건드렸다간 걷잡을 수 없을 일이 터질 것만 같았다.
아니꼽더라도 일단 비위를 맞춰주고 봐야겠다.

“아, 알겠어! 루나야? 우선은 나가줄래? 내가 금방 다시 불러줄 테니까. 알겠지?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루나! 앞으로 애칭으로 부를 테니까 정신차려!”
“하으읏……? 그렇게 다정하게 말씀하시면… 어쩔 수 없죠.”

내가 일루나의 손을 잡고 다급한 목소리로 부탁하자 온몸을 바르르 떨어댄다.
이윽고 다시 눈빛이 원래대로 돌아온 일루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잡은 손을 꽉 쥐어 보였다.

말로는 알겠다면서도 붙잡은 손은 놓고 싶지 않은 것일까?

“저기, 루나야? 손을 놔줘야지…….”
“하앗! 죄송해요. 일단 나가보겠습니다.”

ㅡ철컥

그녀는 황급히 내 손을 놓고는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무슨 힘이? 욱신거려…….’

레드 드래곤 아니랄까 봐 손아귀 힘이 엄청났다.
얼마나 세게 내 손을 잡고 있었으면 자국이 다 나있을 정도였다.

“괜찮으세요? 저 녀석, 정말 조심해야 될 거 같아요…….”

이 상황을 지켜보던 에필리아가 이제야 진정됐는지 말을 건넨다.

“안되겠어. 에르딘이 돌아오면 모든 계획을 말해줄게, 너도 어서 씻으러 다녀와.”
“네! 빨리 갔다 올게요!”

***

어제 하루 종일 잠을 자지 못했다.

“내가 미쳤지…….”

나름 술기운을 조절한다고 신경 쓴 것인데, 그를 마주하게 되자마자 감정을 조절 할 수 없었다. 그와 단둘이 정원을 거닐며 이야기를 한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내게 있어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

내가 걱정돼 정원으로 따라 나온 그와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결국 내 본심을 말해버렸다. 심지어 내가 그를 뒤에서 껴안아버리곤 놓아주질 않았다.

평생 함께 하고 싶다는 욕망이 흘러 넘쳤지만 이를 악물고 그를 놓아주었다.
그가 먼저 오늘 차를 마시며 얼굴을 보자고 했기에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방으로 돌아온 나는 그의 얼굴을 상기시키며 수천 번 되뇌었다.

어서 시간이 흘러서 퀘넬님을 만나고 싶어.
내게 다정하고 친절하신 퀘넬님을 본다면 행복할 텐데…….
지금쯤 퀘넬님께선 자신의 부인들과 누워 있겠지……?

ㅡ빠드득!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게 되니 질투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순식간에 들이 닥친 감정의 소용돌이에 나도 모르게 이빨을 갈고 있었다.

나도 퀘넬님과 함께 한 침대에서 자고 싶어!
분명 사악한 이종족들과 몸을 섞으면서 음란한 행위를 하고 있을 거야…….

나도 함께하고 싶어! 퀘넬님은 내 거야! 나도 함께하고 싶어!
나도 함께하고 싶어! 퀘넬님은 내 거야! 나도 함께하고 싶어!
나도 함께하고 싶어! 퀘넬님은 내 거야! 나도 함께하고 싶어!
나도 함께하고 싶어! 퀘넬님은 내 거야! 나도 함께하고 싶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마음 같았으면 당장 문을 박차고 나가 퀘넬님의 방으로 뛰쳐가고 싶었다.
하지만 성에서 사고를 친다면 분명 아버지께 크게 혼나고 말 것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날이 밝을 때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날이 밝아오자마자 퀘넬님의 방 앞에서 서성거렸다. 씻지도 못한 채 말이다.
나는 그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일찍 보고 싶어 핑계거리를 찾아냈다.

‘분명 갈아입을 옷이 없을 거야.’

그의 부인들에게 친절하게 굴고 싶진 않았지만 일상복을 건네준다는 핑계로 퀘넬님의 얼굴을 더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방문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가끔 문 앞에 귀를 대고 그가 일어났는지, 혹은 부인들과 불경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몰래 확인하고는 했다.

이윽고 그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려왔고, 적당한 때를 노리고 노크를 했다.
나의 노크에 문이 열렸고 드디어 퀘넬님을 볼 수 있었다.

다행히도 같이 있는 엘프들의 모습으로 보아 간밤에 서로 몸을 섞은 것 같지 않았다. 어제입고 있던 드레스를 그대로 입고 있는 모습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그녀들에게 갈아입을 옷을 건네줬고, 한숨 돌릴 수 있었다.

ㅡ스르륵

“얼굴이 안 좋아 보이는데? 괜찮은 거 맞아?”

돌연 퀘넬님이 나에게 다가오며 나의 머릿결을 매만지고 있었다.
퀘넬님도 어제 방으로 돌아가서 씻지 못하고 바로 잠들었는지 그의 체취가 나를 아득하게 만들었다. 그와 내가 이렇게 가까이 있을 수 있다니… 이 사람의 존재를 느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으읏, 갑자기 가까이 다가오시면…….”

나의 곤란한 반응을 본 그는 너무나 사랑스럽게도 나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봐줬다.

역시나 퀘넬님도 나를 마음속 깊이 사랑하고 계신 게 분명해!

“여보, 나 먼저 씻고 올게? 에필리아는 우리 남편 옆을 잘 좀 지켜줘.”
“물론이죠. 빨리 씻고 오세요!”

내가 행복감을 느끼고 있을 때 찬물을 끼얹는 소리가 들려온다.
노란색의 짧은 머리를 한 엘프녀석이 나를 흘겨보며 나보고 들으라는 것처럼 지껄여 댄다. 특히나 ‘여보’, ‘남편’처럼 내가 듣기 싫어할 만한 말을 입에 담으면서 말이다.

‘그냥 죽여버릴까? 죽여버리고 난 뒤에 깔끔하게 태워버리면 감쪽같이 흔적을 지울 수 있지 않을까?’

순간 살기가 활활 타오른다.

“저, 저기 일루나? 혹시 나도 널 애칭으로 불러도 될까?”
“어……? 네? 뭐라고 하셨죠? 애칭이요……?”

하지만 사려 깊은 퀘넬님께선 나의 기분을 알아 차리셨는지 일부로 이런 말을 꺼낸 것 같다. 내가 듣기 민감해 하는 말을 듣고선 내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이런 말을 꺼내주시다니…….

역시 너무나 상냥하고 마음씨 좋은 사람이야…….

그는 아버지가 나에게 부르는 것처럼 ‘루나’라고 부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조금 더 친근감이 느껴질 것 같다면서 말이다.

“저야 좋죠……. 퀘넬님께서 제 이름이 불편하시다면, 이름을 바꿔도 좋아요!”

이 말은 진심이다.
그가 이름을 바꾸라면 이름도 바꿀 수 있고, 죽으라고 하면 정말 그의 바람대로 죽을 수도 있었다. 그는 어느새 이미 아버지와는 별개로 나에게 있어 하나의 세상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렸다.

“그래 루나야, 우리가 모두 씻고 준비할 동안 밖에서 기다려줄 수 있어? 부탁할게.”

그가 내게 가까이 다가와 감미로운 목소리로 속삭인다.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루나’라고 애칭으로 불러주기만 한 것인데, 뇌가 흘러 내릴 것처럼 아찔한 감각이 온몸을 휘감는다.

살면서 이런 감각을 느껴 본적이 없었다.
그에 대한 사랑이 갈수록 증폭되는 것이 분명했다.
아찔한 감각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게 돼버렸다.

‘행복해서 죽어버릴 거 같아……. ’
‘죽어도 행복할 것만 같아…….’

주저 앉아버린 나는 속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 작게 중얼거렸다.

“괜찮아? 대체 왜 그래? 혹시 어제 마신 술 때문에 아직까지 몸이 안 좋아?”
“아, 아니에요……. 잠시 다리에 힘이 풀려버려서……. 어쨌든 저를 걱정해주셔서 너무나 감동이에요. 정말 괜찮아요. 아무렇지 않아요.”

천사 같은 마음씨의 퀘넬님은 한결같이 나를 생각해주신다.
이렇게 걱정해주시니 너무나 행복한데, 행복이 치사량으로 들이닥쳐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 순간 은빛 머리칼을 갖고 있는 엘프가 다가와 나를 부축하려 손을 내밀었다.

ㅡ타악!

정말 가식적인 족속 같으니라고!
퀘넬님 앞이라고 속내를 숨기고 가식을 떠는 것이 분명하다.
나는 신경질 적으로 그 녀석의 손길을 쳐냈다.

“하앗? 어째서……?”
“저는 분명 괜찮다고 했습니다. 함부로 제 몸에 손대지 말아 주세요!”
“일루나? 할거 다했으면 나가줄래? 이따 다시 와줘.”

돌연 퀘넬님께서 애칭으로 부르지 않고 원래대로 이름을 그대로 부르기 시작한다.
게다가 어딘가가 차가운 목소리다.

싫어, 퀘넬님 나를 싫어하는 건 생각하기도 싫어!
그럴 바엔 죽어버리는 게 나아…….
어서 나에 대한 마음을 확인 받아야만 해. 나의 애칭을 불러주신다면…….
어서 나를 애칭으로…….
어서 빨리 내게 애칭을…….

그 뒤론 잠시 기억이 끊겼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문 바깥에서 퀘넬님이 나를 불러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금 방을 나오기 전에 내가 너무 무리한 부탁을 했나?’

기억을 더듬어가 보니 퀘넬님께 무리한 부탁을 한 것이 떠올랐다.
나를 보고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애칭으로 불러달라고 했던 것 같다.

미쳤지……!  내가 어째서 그런 무례한 행동을…….
하지만 퀘넬님이 그렇게 불러주시니까 너무 행복했어. 손도 잡았고 말이야…….

스스로 위태로운 감정을 느끼며 힘들어질 때마다 퀘넬님은 나에게 의지가 됐다.
살면서 내가 이렇게나 나약한 면에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지만, 퀘넬님이 있었으니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했다.

“어머, 아가씨 왜 거기서 그러고 계시나요?”
“앗, 고로스!”

문밖에서 퀘넬님의 지시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에게 있어 어머니와 같은 존재인 하녀장 고로스였다.

그녀는 아침 식사가 담긴 접시와 쟁반을 수레에 싣고 다가오고 있었다.

“식사가 준비되어서 전해드리려 하는데, 왜 밖에 나와계시나요?”
“벼, 별거 아니야.”
“분명히 아가씨가 사랑하는 퀘넬님 때문에 그런 거죠?”
“그걸 어떻게……?”
“얼굴에 다 써있습니다. 어떻게 단 하루 만에 그렇게 빠져들 수 가 있는지…….”
“그러니까 사랑이 아닐까?”

고로스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겠죠. 한편으론 아가씨께서 어엿한 숙녀가 된 거라 기쁘기도 하지만, 걱정도 되네요.”
“걱정이라니?”
“일루나님, 정말 진심으로 퀘넬님을 사랑하시나요?”
“물론이지!”
“그렇다면 부디 그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때론 한 발짝 물러나는 법도 생각해 보세요.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은 좋지 않답니다.”

고로스는 수레를 문 옆에 놓고 나에게 다가와 진심 어린 말투로 조곤조곤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겐 그 무엇도 해줄 수 있는 게 보통 아니야?”
“그렇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물러날 줄 아는 법도 중요해요. 지금 손님으로 와계신 퀘넬님께선 이미 두 명의 부인과 함께하고 있죠?”
“응. 하지만 저 엘프녀석들은 믿을 수가 없어. 분명 퀘넬님을 세뇌하고 차지한 걸 거야……. 아?”

나는 그녀에게 속마음을 시원하게 털어 놓았다.

심증만 있을 뿐이라 더욱 답답했는데 이야길 들어줄 사람이 생겨 마음이 놓였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고로스는 갑자기 나를 감싸 안고선 등을 토닥거렸다.

“아가씨, 그런 위험한 생각하지 마세요.”
“하, 하지만…….”
“일루나님께선 퀘넬님을 믿지 못하시는 건가요?”
“그럴 리가 있겠어?!”
“아니요. 이미 그분을 믿지 못하고 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에요. 덩달아 의심까지 하는 게 저는 걱정 됩니다. 일루나님께선 마력의 흐름을 누구보다도 잘 읽으시잖아요, 그쵸?”

그런 건가?
고로스의 진심이 담긴 충고에 머리가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으, 응……. 그렇지?”
“그렇다면 과연 엘프분들이 퀘넬님을 조종하는지 유심히 지켜보세요. 그게 아니라면 퀘넬님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부인들이기에 당연한 행동인 겁니다……. 그때는 분하더라고 인정할 건 인정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퀘넬님도 일루나님을 다른 부인들처럼 존중하고 믿어주실 거니까요.”

분하지만 그녀의 말이 옳았다.
나는 근거도 없이 지금껏 그녀들에 대한 질투심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한마디로 이성적이지 못했다.

우선 고로스의 말대로 방에 들어가 식사와 담소를 나누며 그들의 관계를 지켜보면 되는 일이었다.

내 마력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눈이라면 금새 진실을 파악하게 되겠지…….

“고, 고마워 고로스……. 안 그래도 어제 오늘 고민이 많았는데,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좀 괜찮아진 것 같아.”
“역시 그랬군요. 평소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라 걱정됐어요.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알겠어. 고로스의 말대로 퀘넬님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한 발 물러나서 우선 지켜볼게.”
“정말 다행이에요. 충동적인 사랑은 겉잡을 수 없는 산불과도 같아서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이 모두 불타버리기 전까진 주위를 둘러볼 생각을 못하거든요. 하지만 일루나님께선 역시 대견하시네요.”

고로스가 나를 보며 어머니와 같이 인자한 웃음을 짓는다.

내게도 친어머니가 있었다면 고로스처럼 말해주셨을 테지…….

눈물 한 방울이 맺혀 흐른다.

어릴 때부터 오직 그녀만이 내게 진심 어린 충고를 해주었다.
아버지께서도 안 해주는 진심 어린 말들 덕분에 많은 걸 깨닫고 배울 수 있었다.

ㅡ철컥!

그렇게 고로스에게 안겨 마음을 추스르고 있을 때 방문이 열렸다.

“일루나 이제 그만 들어와도……. 어? 식사인가요?”
“앗, 네. 안 그래도 노크를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마침 잘됐네요. 저희도 준비가 다 된 상태였거든요.”

고로스가 몸을 돌려 퀘넬님의 말에 대답한다.
나도 그녀를 따라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공작님께선 괜찮으시답니까? 어제 인사도 못 드려서 죄송하네요…….”
“괜찮습니다. 공작님께선 일루나님이 방에 들어오는 걸 보고서 잠드셨으니까요. 오늘은 바쁜 집무가 있으셔서 밖에 나가셨습니다.”

고로스는 방안의 테이블 위에 준비한 식사를 올려놓으며 말했다.
샌드위치와 계란 후라이, 갓 구운 빵과 잘 구워낸 베이컨이 준비되어 있었다.

“부디 즐거운 식사하시길.”

ㅡ드르륵

고로스는 모든 음식을 곱게 차려놓고 수레를 끌며 방을 빠져나갔다.
그녀가 방을 빠져나가면서 내게 윙크를 해 보였다.
아까 말해준 것처럼 침착하게 잘해보라는 것이겠지.

고로스의 말처럼 정말로 내 의심대로 퀘넬님이 두 엘프에게 조종당하고 세뇌 당한 것인지 알 필요부터 있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차라리 일은 쉬워진다.
두 엘프를 처치하는 것쯤이야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가 문제다.
퀘넬님의 의지대로 두 엘프를 정말로 사랑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감이 잡히지 않는다.

“아까, 손을 뿌리친 건 죄송합니다.”
“어……. 전… 괜찮아요.”

그들의 속내를 알아보기 위해선 연기가 필요했다.
내가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의자에 앉으며 사과를 건넸다.
그 은빛 머리의 엘프는 꽤나 놀란 반응으로 내 사과를 받아드렸다.

두 엘프는 퀘넬님을 중심으로 양 옆으로 앉았고, 나는 그들을 마주하여 반대편에 앉아 있었다.

나는 평정심을 되새기며 나의 접시에 빵과 베이컨을 옮겨 담고 있었다.
그때 짧은 노란 머리의 엘프가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거기 꼬마야, 거기 포크 좀 줄래?”
“뭐, 뭐라고……?”

내 마음의 평정심이 순식간에 흔들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