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화 〉1화 (1/92)



〈 1화 〉1화

“형, 미안해요.”


결국 김철호마저 내게 그렇게 말했다.

“괜찮아. 이해하니까 마음 쓰지 마. 그동안 열심히 해줘서 고마웠다.”
“그리고 드릴 말씀이 있는데......”

나는 가슴이 싸해졌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들으려고 하니 가슴이 뛰었다.

“동구도 앞으로 못 나온다고 대신 말씀  전해 달라고......”
“으응......”
“죄송합니다.”
“아니, 네가 뭘 죄송해. 그래도 동구 그 자식, 내가 챙긴다고 챙겼는데 마지막에는 직접 얼굴 보고 말해줬으면 좋았을 건데.”
“......안녕히 계세요, 팀장님.”
“응. 앞으로 승승장구하길 바랄게.”

김철호는 겸연쩍은 뒷모습을 보이며 사무실을 나갔다.


‘끝났구나......’


나는 얼굴을 감싸 쥐었다.
10년 동안 어떻게든 지켜왔던 팀이 끝끝내 완전히 해체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지......’


나는 책상 위 노트북에 띄워진 인터넷 창을 보았다.
<코리아헌터즈 닷컴>에서 매달 집계하는 파워랭킹.
파티 부문 500위 안에도 우리 팀의 이름은 없었다.

파티를 결성하고 활동을 시작한 지 3년째가 되었을 때는 랭킹 190위 권에 올라가며 한창 피크를 찍었었다.
그 뒤로 쭉 상승세를 탈 줄 알았는데, 결국에는 내리막을 타서 이제는 팀원이 한 명도 남지 않은 상황까지  버렸다.
그렇게 이유는 명백했다.
바로 나, 파티장의 성장 정체.

 등급이 도무지 오르질않았던 것이다.
나는 원래 등급이 낮아도 사냥 리딩 능력 하나로 버티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정보가 보편화 되고, 파티장들의 리딩 능력이 상향 평준화되고부터는 의미가 없어졌다.
비슷한 리딩 능력이라면 등급 높은 팀장이 있는 파티에 들어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니까.
사냥을 잘하면 성장에  도움이 된다.돈을  수 있고, 자기 등급을 올리는 데도 유리했다.
그런데 나 같은 C급 팀장이 운영하는 팀에 붙어 있고 싶어하는 헌터가 있을 리 없었다.


“하아아......”

나는의자에 등을 기대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붉게 타오르는 노을이 마치 내 인생을 대변하는 듯했다.

내 나이39살.
파티 운영에 모든 걸 바쳤지만,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연애라도 실컷 할걸......’

혼자 남겨지자 문득 보상받지 못한 청춘이 아쉬워졌다.
결혼은커녕 여자친구 사귈 시간도 없이 일만 했는데.


“빌어먹을!”

나는 책상 위 노트북을 세게 닫았다.
이제 모든 것을 정리해야 할 시간이었다.
......


이때는 아직 알지 못했다.
내 인생에 아직 역전의 찬스가 남아 있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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