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6화
[기본 정보]
[덱]
[보유 카드]
이것이 ‘소환 카드’를 누르자 나타난 내용이었다.
메뉴 아래 하위 메뉴가 또 있었던 모양.
나는 일단 ‘기본 정보’부터 보았다.
보유 카드 수 : 4/10
보유 가능 최고 등급 : ★
쿨 타임 : 24시간
최대 사용 가능 시간 : 4시간
최대 설정 가능 덱 수 : 1
이것은 말 그대로 기본 정보였다. 게임을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곧장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단출한.
나는 두 번째 ‘덱’ 메뉴로 들어가 보았다.
[기본 덱]
하위 메뉴는 하나뿐이었다.
기본 덱.
여기까지 본 나는 어느 정도 감이 왔다.
오래전에 TCG(Trading card game)를 해본 적이 있으니까.
헌터 일이 바빠지면서 게임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그 전에는 꽤 즐겨 하던 장르였다.
원래 나는 팀을 만들어서전투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좋아했다.
따지고 보면 내 성향은 오래전에 게임을 하면서 형성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억 돋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으면서도 호기심이 강하게 일었다.
나는 ‘기본 덱’이라고 적힌 메뉴를 터치했다.
그러자 눈앞에홀로그램처럼 생긴 그래픽이 나타났다.
열 개의 칸이 그려진 커다란 판.
그중 네 개의 칸에 카드가 놓여있었다.
그 중심에 간단한 정보가 나와 있다.
덱 등급 : ★
덱 성향 : 밸런스
공격력 : F
방어력 : F
우호도 : ★★ ★
‘이거 마치......’
오래전에 유행했던 게임을 보는 듯했다. 전세계적으로 유행한 그 게임은 애니메이션도 있었는데, 거기 나오는 캐릭터들이 이런 식으로 덱을 불러내곤 했다.
나는 첫칸에 있는 카드를 터치해보았다.
파락!
작은 카드가 뒤집히더니 홀로그램 그래픽이 확 커졌다.
그것은 실제 사람처럼 생동감 넘치는 그래픽이었다.
나는눈앞에 나타난 이 여자를 알고 있다.
가죽옷을 입고 풍성한 금발을 휘날리고 있는 여자.
그렇다.
이계에서 봤던 그 검사였다.
‘이름이 세린이었나?’
기억을 더듬을 필요도 없이 그래픽 아래에 정보가 나와 있었다.
<세린>
등급 : ★
종족 : 인간
클래스 : 검사
스탯 : 근력 6/ 민첩 5/ 건강 7/ 지능 3/ 지혜 4/ 매력 8
스킬 : -
우호도 높은 멤버 : 세라(동생), 칸나(친구), 엘린(친구)
관심사 : 강해지고 싶다! 더 날카로운 검이 있었으면 좋겠다!
친밀도 : 50
“아......”
이렇게 보니상황을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TCG의 향기가 물씬 나는 시스템이다.
고블린을 상대로도 헤맸던만큼 등급은 역시 별 하나였다. 내가 보유할 수 있는 카드의 최고등급이 일성인 만큼 네 장의 카드를 모두 뒤집어도 그 이상은 나올 것 같지 않지만.
‘파티 멤버들이랑 친한 것 말고는 장점이 없네.’
그나마 더 강해지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해야 할까?
나와는 한번밖에 만나지 않았는데 친밀도가 50이었다.
원래 이계의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들하고 금방 친해지는 걸까?
이런 식이면 두 번, 세 번 만났을 때는 거의 가족이랑 동급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내 앞에 용맹하게 검을들고 있는-그래픽으로 보이는 기세에 비해 실제 실력은 형편없지만- 세린을 마주 보았다.
그녀는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예쁘긴 하네......’
나도 모르게 몸을 납작하게 숙여 그녀의 치마 밑을 보려고 했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무리 오랫동안 연애를 못 했어도 이건 아니지.’
나는 눈앞에 있는 그래픽을 터치했다. 그러자 다시 카드가 뒤집히면서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이해를 했으므로 나는 나머지 세 장의 카드를 한꺼번에 뒤집었다.
파각! 파각! 파각!
예쁜 용모의 여자들이 세 명 나란히 나타났다.
한 명일 때는 그런가 보다 했지만, 세 명이서 나오니 참 장관이었다.
마법사와 힐러는 로브를 쓰고 있어서 제대로 얼굴을 보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그것이 벗겨져 있어서 용모가 더 잘 드러났다.
세라는 언니처럼 금발이었다.
앳된 용모에 순진한 표정을 짓고있는 것이, 남한테 잘 속아 넘어갈 것 같은 인상이었다.
엘린은 검은색 머리칼에 진지하고 정숙한 이미지를 가진 여자아이였다. 농담이 통할 것 같지 않은 모범생 이미지다.
그리고 칸나......
그녀의 신장이나 몸매의 성숙도는 옆의두 여자와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나올 데는 나오고 들어갈 데는 들어간 시원스러운 몸매다. 특히 길고 탄탄한 다리가 참으로 볼 만했다.
짧은 머리칼에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흠......”
실력은 없어도 외모만큼은 버라이어티한 여자들이다.
‘......미연시가 아니지.’
나는 장르를 혼동하지 않기 위해 머리를 붕붕 내젓고 각 카드의 정보로 눈을 돌렸다.
<칸나>
등급 : ★
종족 : 인간
클래스 : 무투가
스탯 : 근력 6/ 민첩 7/ 건강 9/ 지능 1/ 지혜 2/ 매력 8
스킬 : -
우호도 높은 멤버 : 세린(친구), 세라(친구), 엘린(친구)
관심사 :고블린은 약하다! 그 남자가 신경 쓰인다♥
친밀도 : 70
<엘린>
등급 : ★
종족 : 인간
클래스 : 마법사
스탯 : 근력 2/ 민첩 4/ 건강 5/지능 6/ 지혜 6/ 매력 6
스킬 : 파이어볼
우호도 높은 멤버 : 세린(친구), 세라(친구), 칸나(친구)
관심사 : 언제쯤 두 번째 마법을 익힐 수 있을까요?
친밀도 : 40
<세라>
등급 : ★
종족 : 인간
클래스 : 견습사제
스탯 : 근력 1/ 민첩 3/ 건강 6/ 지능 6/ 지혜 4/ 매력6
스킬 : 힐
우호도 높은 멤버 : 세린(언니), 칸나(친구), 엘린(친구)
관심사 : 견습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싶다. 언니가 나를 너무과보호한다.
친밀도 : 50
세 명 모두 세린과 대동소이한 능력치를 갖고 있었다. 클래스 또한 예상했던 것과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칸나 관심사 뭐냐?’
그 남자가 신경 쓰인다고?
그 뒤에는 하트까지 붙어 있었다.
‘설마 나는 아니겠지......’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그녀의 친밀도가 너무 높았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나는세 장의 카드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고 메뉴에서 빠져나왔다.
아직 이 카드들의 의미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
이런 카드로 날 더러 뭘 하라는 건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순간,
[당신은 쿨 타임이 남아있는 카드를 스킬로 소환할 수 있습니다.]
[소환된 여자는 당신의 지령을 받아 싸우며, 당신처럼 두 차원 모두에서 경험치와 능력을 공유합니다.]
“어?”
이 말대로라면 나는 ‘카드소환’ 스킬을 사용해이 여자들을 소환할 수 있다는 것 같았다.
혼란스러웠지만 시험 삼아 스킬을 사용해보기도 했다.
스킬을 쓰는 방법은 이래 봬도 경력이 많은 헌터인 만큼 익숙했다.
‘카드소환!’
눈앞에 네 장의 카드가 떠올랐다.
앞면이 드러난카드에는 여자들의 그림과 정보가 표시돼 있었다.
나는 그중 세린 카드를선택했다.
파앗!
눈앞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뭐야?”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
다만 네 장의 카드 중 한 장이 사라졌을 뿐이다.
“부르셨습니까?”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을 때, 침대 위에 한 여자가 누워 있었다.
기분 탓인지눈빛이 요염하고볼은 빨갰다.
가죽옷을 입은 그녀의 오른손에는 검 한 자루가 쥐어져 있다.
“엄마야!”
나는 깜짝 놀라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세, 세린?”
내 부름에 세린이 몸을 일으켰다.
고저의 차이가 커서 홀로그램일 때 보이지 않던 팬티가보였다.
평범한 하얀색 팬티였다.
“네! 지령을 내려주시겠습니까?”
나는 그녀가 이계에서 보았을 때와 좀 다른분위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생기가 부족한 것이, 마치 게임의아바타 같았다.
“침대에서 내려와.”
내 명령에 세린이 침대에서 사뿐히 내려왔다.
“저쪽을 향해서 검을 휘둘러.”
“넵!”
“이얏!” 소리를 내며 세린이검을 휘둘렀다. 자세가 엉성한 것이, 내가 이계에서 보았던 그 세린이 맞았다.
‘이거 어쩌면.....’
나는 벼락같은 영감을 받았다.
‘대출을 받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