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화 〉9화 (9/92)



〈 9화 〉9화

게이트에서 빠져나온 나는 박동오가 일하고 있는 중앙 헌터 관리본부로 갔다. 그곳에서 과장 직책을 달고 있으니 직위가 낮지 않았다.
어느 정도 유능하고 자기 직업에 성실하게 임한 39살 남자라면 정상적인 진급 속도라고 할  있었다.
파티 운영에 매달리다가 하루아침에 나가리 된 내가 특이 케이스라고 할  있지.


‘뭐, 이런 게 인생일지도.’

어차피 모험하는 기분으로 뛰어든 일이었으니 너무 승승장구하리라고 기대한 내가 잘못이었을지 모른다.
능력을 얻고 앞길이 트이자 마음이 넉넉해졌다.
다시 생각해도 파티 해체됐다고 낙담하고 있던 내가 부끄러웠다.

박동오가 나를 만나러 나오는 동안 나는 게이트에서 얻은 결정석을 판매했다.
예상했던 대로의 감정가가 나왔다.
전부 해서 250만 원. 여기서 세금이 떼어져 나가겠지만 하루 벌이치고는 절대 나쁘지 않다. 4인 파티로 들어가면  사람에게 떨어지는 몫이 대충 50만 원이었겠지만 나는 혼자서 이 돈을 차지할 수 있었다.


단순계산으로 같은 게이트 공략을 100번 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물론 기존에 가진 저축이 있으니 그보다  벌어도 되지만.

‘그래도 100번씩이나 들어갈 수는 없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이 빠지는 일이다.
오늘 공략이 아주 쉬웠던 만큼 당연히 공략 게이트 등급을 높여야 했다.


결정석 판매를 마쳤을  안쪽에서 박동오가 나왔다.
그는 나보다 사정이 더 안 좋았다. 물론 직장에서의 입지나 벌어들이는 수입은 안정적이었지만 그 대신 다른 것들을 잃었다고 할까?

“태웅아!”

박동오가 뒤뚱뒤뚱 내게 달려왔다.

‘자식이, 살이 더 찐 것 같네.’


“야이 씨, 너!”


박동오가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살 빠진  보소.”
“하하.”
“자식,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으면...... 가자, 내가 밥 살게.”
“아니, 밥은 내가 살게. 소고기 먹자, 소고기.”
“뭐? 너......”


파티가 해체하고 수입이 줄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박동오가 말을 흐렸다.


“오늘 게이트 들어갔다 왔잖아.”
“아, 그렇지!  됐어?”
“응. 200 벌었다.”
“와, 진짜? 그러면 소고기 먹어야지!”


#


한우 투플 고기가 불판에 올라가자마자 박동오의 입에 들어가고 있었지만 나는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이 먹이고 싶은 마음이다.
왜냐면 이 친구가 나를 더 높은 등급의 게이트에 넣어줄 거니까.
일반적인 절차로는 절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야, 얘기 좀 해봐. 어떻게  거야?”


박동오가 와구 와구 고기를 씹으면서 물었다.


“직업 변환석 알지?”
“당연히 알지.”
“큰맘 먹고 그거 샀거든.”
“와......”

박동오는 관리소에서 일하는 만큼 웬만한 아이템 가격은 꿰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직업 변환석을 샀다는 게 얼마나 미친 짓인지 알았다.
하지만 내가 돈만 쓰고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면 이런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박동오는 비로소 내게 찾아온 변화가 무엇 때문인지 알게 되었다.

“대박 난 거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기본적으로 클래스는 그대로야. 근데 능력이 좀 세졌어.”
“아! 잘 됐다, 태웅아! 등급 올랐어?”

박동오는 내가 등급이 오르지 않아서 얼마나 고민했었는지 알고 있다. 제일 먼저 이걸 묻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니, 등급은 아직. 그런데 그걸 커버하고 남을 만큼 다른 능력이 상승했어.”
“아무튼, 잘됐다.  게이트에보내놓고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르지? 그런데 이렇게 상처 하나 안 입고 나온  보니까 속이 뻥 뚫린다야.”
“그래서 그 소고기가 끝도 없이 들어가고 있는 거구나.”
“하하! 소고기 들어갈 배야 늘 있지!”
“너 다이어트해야 되지 않냐?”
“냅 둬, 결혼은 포기했으니까.”

그래도 박동오는 직업적인 안정성이 있는 만큼 연애는 곧잘 하는 편이었다. 결혼도 자기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겠지.
한마디로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뜻.


“나 이제 D급 들어가도되지?”
“혼자서?”
“응, 당분간 혼자서 들어갈 거야. 일단돈부터 좀 벌어야지.”
“음......”
“제일 쉬운 데로 넣어줘. 일단 증명이 되면 더 빡센 데 들어가도 되잖아.”
“알았다. 네 얼굴 보니까 안심이 된다. 대신 조심해라.”
“걱정하지 마.”


#

집에 돌아온 나는 궁금한 것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게이트 공략을 마친 뒤에 보았던 메시지.
바로 스탯 포인트 획득.


이것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몰랐으므로 그냥 허공에 대고 물어보았다.
뭔지는 몰라도 내게 이런 시스템이 따라다니고 있었으니까.


“스탯 포인트는 어떻게 쓰는 거지?”

묻자마자 내 앞에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카드 한 장.


그것에는 캐릭터 일러스트와 능력치가 수치화되어 표시되어 있다.

[스탯 포인트로는 각 인물의 스탯을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설명과 함께 화살표가 나타나서 각각의 스탯을 가리켰다. 상승하기 전에 검은색, 상승한 후가 빨간색이었다.
 정도로 친절하게 알려주면 모르기가 더 어려웠다.


[스탯 포인트 상승은 캐릭터 능력의 전반적 상승을 견인합니다.]


‘그렇겠지.’

헌터도 스탯이 상승하면 등급이 오르고, 추가 스킬을 각성하니까.

이해했으니 이제는 포인트를 사용할 차례였다.
나는 ‘소환 카드’ 메뉴로 들어갔다.
그러자 하위 메뉴  가지가 늘어난 것이 보였다.

[카드 업그레이드]

나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보유한 카드 네 장이 앞면이 보인 채로 놓여있었다.
잠깐 고민한 뒤에 스탯 포인트 1은 세린의근력에, 나머지 1은 칸나의 민첩에 부여했다.
검사는 방어력이 좋은 편이니 일단은 힘을키우는 것이 먼저일 것이고, 무투가는 민첩함을 올려야 더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을 거라고 보았다.
실제로 내가 그녀들이 움직임 또한 그런 식이었다.


미미한 변화이지만 이것이 상징하는 바는 컸다.
게이트에서 몬스터를 공략하면 얻는 것이 비단 돈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카드도 업그레이드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카드를 업그레이드하면 실제 인물들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알아봤자 필요 없는 일이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


약속했던 대로 박동오는 내게 D급 게이트 예약을 잡아주었다.
일정은 빠듯하게 짤수록 좋았다.
왜냐면 내게 주어진 목표 시한이 한 달에 불과했으니까.

나도 천천히 할 생각이 없었다. 파티에 지령을내리는 것은 크게 힘든 일이 아닐뿐더러, 지금은 굳이 복잡하게 전략, 전술을 고민할 단계가 아니었다.
양으로 밀어붙일 때라고 할까?


돈, 성장 모두 공략하는 게이트 숫자에 달린 상황이다.

예상했던 대로 처음으로 들어간 D급 게이트 공략은 쉽게 끝이 났다. 추가 스탯 포인트를 얻었고, 나는 그것으로 카드를 업그레이드했다.


“이번에는 좀  빡센 데 넣어주라.”
- 와, 진짜 너 뭔가 있긴 있구나.
“자살하러 들어가는  아니라는 것은 알겠지?”
- 응응, 이제 그런 걱정  한다.


그나마 중앙 헌터 관리소 과장이  친구라 다행이었다.
나는 그가 잡아주는 스케줄대로 열심히 공략을 이어나갔다.

통장에 돈이 쌓이고, 카드로 소환되는 여자들의 능력은 하루가 다르게 강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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