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화 〉11화 (11/92)



〈 11화 〉11화

‘이게 뭐지?’


나는 눈 앞에 펼쳐진 장면에 당황했다.
침대에 누워서 ‘다른 카드는어떻게 얻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던 게 불과 오  전이다.
통로는 이번에도 예고 없이 열렸다.
물론 이번에는 자고 일어나니 다른 세상이었다거나 하지 않았으니 더 양반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한 번 경험한 적이 있으니 나는 전처럼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이계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평소 게이트에 들어갈 때처럼 장비를 착용했다.
그런 뒤 통로로 들어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오 분.

하지만 이렇게 오자마자 전투 장면부터 맞닥뜨릴 줄은 몰랐다.

‘어디 보자······.’

나는 재빨리 상황 스캔에 들어갔다.
이쪽 멤버는 지난번처럼 네 명이었다. 두 명은 익히 알고 있는 칸나와 엘린, 그리고 둘은 처음 보는 여자였다.
세린과 세라는 어디 갔지?

그들이 맞서 싸우고 있는 몬스터는······.

“케륵!”
“케르륵!”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고블린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점이 있었다.
고블린 떼에 섞여 있는 한 놈의 덩치가 무척 컸던 것.

놈은 다른 고블린에 비해 세 배는 몸집이 컸고, 풍기는 요기(妖氣)도 훨씬 흉악했다.
판단컨대 일반 고블린 열 마리보다 그놈 한 마리가 더 강할 것 같았다.

몬스터 분석을 오래 하다 보면 느낌만으로도 파악할 수 있는 게 있는 법이다.


“칸나!”


나는 무투가를 불렀다.

“네, 넷!”

이름을 불린 칸나는 얼굴을  붉혔다. 그러고 보니 얘가 나한테 이름을 말해줬던가?
내가 주로 상대하는 것이 카드를 통해 소환된 쪽이라 세세한 사실이 헷갈렸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남자님을 뵈려고 이 던전에 들어왔······. 아니, 고블린 사냥을 나왔는데, 홉고블린을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저희 실력으로는 도저히 이길  없는 마물이에요!”

남자님을 만나려고 던전에 들어왔다고?
설마 그 남자님이 나는 아니겠지?

어쨌든, 나는 그녀의 설명으로 지금 상황을 이해했다.

‘이길 수 없다고?’


나는 갑자기 벽에서 튀어나온 나를 경계하고 있는 홉고블린을 보았다.


‘......아닐 것 같은데?’


고블린이야 아무리 많다고 해도 전투력이 빤하다.
그리고 홉고블린이라는 놈은 고블린의 두목 격 몬스터인 것 같은데, 일반 고블린보다 강하다고 해도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세린, 세라 대신 있는 저 두 명인데······.’


“거기  명은 클래스가 어떻게 되지?”

내 물음에 처음 보는  명의 여자가 흠칫 놀랐다. 마치 다른 여자들이 처음 나를 보았을 때와 비슷한반응이었다.
얼떨떨해하면서도 재빨리 대답했다.


“저는 쌍검을 다루는 검사입니다!”
“저는 드워프예요!”

드워프?
그 말은 곧 그녀가 인간종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겉으로 보아도 키가 무척 작고, 손과 발이  것이 인간과 다른 점이 있었다.
다만 내가 익히 알고있던  나온 난쟁이 아재 스타일의 드워프와는 크게 차이가 있었지만.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무기는  몸집만 한 도끼였다.


‘힐러가 없단 말이지......’


그러면 무차별적인 딜로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다치면 안 되기 때문에 싸움은빨리 끝낼수록 좋다.


‘오케이.’

나는 스킬 ‘전장을 아우르는 눈’을 발동했다.

“칸나와 엘린이 홉고블린을 맡아! 그리고 나머지 두 사람은 나머지 고블린을 상대하는 거야!”

3주 내내 게이트에 들어가 몬스터와 싸운 경험이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반말이 나갔다.
그래도 겉모습만 보면 내가 스무 살은 많은  같으니 괜찮겠지.


“엘린이 놈을 경직시키고, 그 틈에 칸나가 근접공격을 하는 거야. 놈이 정신을 차리면 재빨리 뒤로 빠지고, 다시 엘린이 파이어볼을 날려. 그것의 반복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넷!”
“이해했습니다!”


“나머지 둘은 각자 왼쪽과 오른쪽의 고블린들을 상대해. 절대 놈들이칸나와 엘린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게 포인트야!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여자애들은 내가 지시한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전장을 아우르는 눈’을 통해 3차원으로 전장을 살피며 중간중간 세부적인 지시를 했다.

‘싸워보지도 않고 상대할 수 없다고 하다니.’

나는 전황이 흘러가는 것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지난 3주 동안 칸나와 엘린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그리고  성장이 이곳에 있는 본체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는 사실을 오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우왓! 이 자식, 진짜 멍청하네!”

칸나가 신나게 홉고블린에게 주먹을 먹이면서 말했다.


“집중해, 칸나! 그런소리는 이놈을 죽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아!”


역시 엘린 앳된 외모와 달리 침착한 면이 있었다.

‘저 애들도 잘 싸우네······.’

나는 처음 보는  명인 쌍검사와 드워프를 보면서 감탄했다.
적어도 그 두 명은 칸나 외 세 명을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랐다.
전투 경험이 꽤 많아보였다.
성장한 버전의 다른 멤버들과 비슷한 실력이라고 할까?


나는 여자들에게 쉬지 말고 딜을 퍼부으라고 명령했다.
체력적으로 다소 지치더라도 손속에 사정을 두면 반격을 당하기 쉬웠다.
여기서 한 번이라도 실수하게 되면 전투는 훨씬 어려워진다.

쌍검사와 드워프는 잔챙이 고블린들을 쉽게 정리했다.
그 둘이 합세하자 홉고블린은 반격의 기회를 더 잡을 수 없었다.

마지막 일격은 칸나가 날렸다.
비장의 발차기가 홉고블린의 안면을 강타했다.


뻐억!!

“케루루룩!”

홉고블린은 결국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우와! 우리가 홉고블린을 쓰러뜨렸어!”
“친구들한테 말해도 믿지 않을 거야!”

네 명의 여자가 신나 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 부담스러운 시선은 전에도한 번 받아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떠오르는 메시지도  적이 있다.

[칸나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엘린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제시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리카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소환카드(제시)를 얻었습니다!]
[소환카드(리카)를 얻었습니다!]

‘오! 새 카드!’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생각은 이제 C급 게이트에 들어갈 수 있겠다 하는 것이었다.
파악건대 새로 만난 두 명은 나머지 네 명이 성장한 수준과 스탯이 엇비슷할 것 같았다.
딜러가 추가되었다면 공격력의 큰 상승을 기대할 수 있었다.

‘신난다!’

“어? 내 몸이  이러지?”

그렇게 말하는 칸나를 보았더니 그녀의 몸에서 밝은 빛이 분사하고 있었다.

‘칸나가 막타를 넣었지......’

나는 이번 전투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싸운 것이 그녀라는 사실을 알고있었다.
그런 사실을 고려하여 지금 현상을 바라볼 때,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등급이 오른 건가?’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당황해하는 칸나에게 쌍검사가 말했다.

“칸나! 그건 네가 강해졌다는 증거야! 축하해!”


그녀의 말이 칸나가 2성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해주었다.


나는 마음이 들떴다.
그래서 인사하는 것도 잊고 다시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저기요!” “잠깐만요!” 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오는 것 같았지만, 지금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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