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화 〉14화 (14/92)



〈 14화 〉14화

C급 게이트에서 처음으로 치른 전투에서 나머지 세 명의 등급도 2성이 되었다.
이로써 덱 정보도 바뀌었다.

덱 등급 : ★★
성향 : 공격형
공격력 : D
방어력 : E
우호도 :  ★ ★

처음에 등급이 1성에 공격력과 방어력  다 F였던 걸 떠올려보면 크게 향상된 것이었다.
딜러가  명이나 되니까 당연히 성향은 공격형이었다.
나는 이것이 나쁘지 않다고 보았다.
원래 내가 가진 전술 성향과도 다르지 않고.

방어력부터 갖춰놓고 공격을 한다는 것은 얼핏 안전하고 그럴듯해보이는 전술이지만, 진짜 전술가는 그런 식의 전술을 짜지 않는다.
방어에 힘을 주겠다는 것은 웬만큼 얻어맞을 각오를 하겠다는 뜻이니까.


게이트에서 전투라는 것은 결국 상대 몬스터가 죽어야 끝이 난다.
그게 치명타든 아니든 맞기 싫은 것은 어떤 헌터나 마찬가지.
가장 좋은 것은 최대한 공격을 당하지 않고 빠르게 전투를 끝내는 것이었다.


‘그게 더 재미있기도 하고.’

축구도 닥공이 재미있는 법이다.
어차피 목숨 걸고 싸우는 거, 엉덩이를 뒤로 빼고 하는 싸우는 것은 내 취향에 맞지 않았다.

‘어쨌든.’


이 덱은 내가 원한 것이 아니라 이계에서 만난 멤버들 순서가 이렇게 되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 없이 짜인 것이었다.
앞으로 카드 수가 늘어나면 진짜  취향에 맞는 전술을 구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C급도 무난하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D급 게이트와 C급 게이트는 벌어들이는 수입에서 차이가 난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집중적으로 게이트에 들어가면 무난하게 남는 파티 창설금을 채울 수 있을 거라고 보았다.
무엇보다도 수입을  혼자 독차지하니까 분배를 하지 않아 좋았다.

“오케이, 바짝 벌어보자.”



#


“와, 너 진짜로 진짜였구나!”

내게 소고기를 얻어먹으면서 박동오가 한국말 같지 않은 말을 했다.
하지만 그 의미를 알아듣기는 어렵지 않았다.
직업 변환석으로 소환능력을 얻었다는 게 진짜가 맞구나 하는 뜻이겠지.


“그럼 내가 너한테거짓말하겠냐?”

내가 이 한 달 동안 바짝 돈을 벌  있었던 것은박동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나는 그의 접시에 다 익은 고기를 얹어주며 말했다.


“근데  어떻게 된 거냐?”


박동오가 새삼스럽게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
“너 엄청 날씬해진 것 같은데? 그리고......”

그는 엉덩이를 들고 일어나더니 내 정수리 쪽을 보았다.

“머리숱도 풍성해진 같고.”
“하하. 그냥 뭐, 스트레스가 없어지니까 살이 빠지고 머리카락도 나고 그런 것 같아.”
“나는 네가 점점 더 멀게 느껴진다, 친구야.”
“에이~  소리야. 장래가 촉망되는 공무원이.”
“하하하. 내가 진급이 좀 빠르기는 하지?”
“그래. 헌터 관리과에 들어간 게 신의 한 수였지. 너 앞으로도 계속 잘나갈 거다.”


우리는 비싼 소고기를 먹으면서 서로의 얼굴에 금칠을 했다.
남자 둘이서 밥을 먹는 거였지만, 미녀와 함께 식사하는  못지않게 신이 났다.

“너 파티는 새로 안 만들 거냐?”


역시 박동오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만들어야지. 그것 때문에 바짝 버는 거야.”
“역시...... 그래도 이번에는 다를 거다. 너는 잘 될 거야. 그래서 기고만장 까부는 헌터놈들 코를 납작하게 해줘라.”


박동오는 헌터들 상대하느라 엄청 스트레스받는다는 얘길 했다.
헌터 관리소 공무원은  좋은데,  잘난 척하는 헌터들 상대하는 게 골치라고 한다.
그래서 자기가 살이 찌는 거라고 합리화를 했다.

“나도 헌터잖아. 내가 다른 헌터 코를 납작하게 할  뭐가 있냐?”
“그래도 나는 너를  알아. 너는 잘난 척 같은 거 할 놈이 아니야. 지금 잘나가는 헌터들이 뭐 잘하는 거 있냐? 내가 봤을 때는 진짜 잘나가야 할 사람은 바로 너야.”
“짜식~ 하하하!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시켜!”

박동오의 말을 들으니 힘이 났다.
그리고 자신감을 갖기로 했다. 나는 이계로 가기 직전에 지난날의 내 열정을 확인했다.
그것은 어디 가지 않고 여전히 내 안에 있었다.
예전에는 기회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런 각오가 확실하게 가슴 속에 아로새겨졌다.



#

“흠......”

각오를 다지고 집에 왔건만 오래지 않아  기분은 착 가라앉았다.
이유는 <코리아헌터즈 닷컴>에 실린 이달의 파티 순위를 보았기 때문.

요즘 잘나가는 파티들의동향을 보고자 접속했는데, 이곳 순위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파티가 있었다.
<슈퍼스타즈>.
엄청나게 촌스러운 이름을 가진 이 파티는 480위에 오르며 순위 데뷔 기념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그 동영상을 보는 동안 내 기분은 가라앉았다.

왜냐면 이 파티 멤버들이 모두 전에 내가 데리고 있던 파티원들이었기 때문에.
물론 그럴 수 있다.
오히려 잘됐다고 축하해주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내 기분이 좋아진 것은 파티장 이동구의 멘트 때문이었다.

기자가 물었다.


“파티를 새로 만들기 전에 다른 파티에서 경험을 쌓았다고 들었는데, 거기가 어디였고  경험이 어땠는지 말씀해주시겠어요?”
“하하하.”

이동구는 시작부터 비웃음을 띠었다.

“처음부터 그 파티에 들어간 건 저희들끼리 파티를 만들기 전에 경험을 쌓기 위해서였어요. 이름 없고    없는 파티라서 일단 들어가면 우리들 마음대로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근데 그렇지 않았나요?”
“네, 뭐. 어디든 꼰대는 있더라고요. 능력 없고 노력만 앞세우는 파티장 때문에 고생 좀 했습니다.”


옆에서 김철호가 “야아~” 하면서 저지하려고 했지만, 이동구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열정 같은 것은 재능 없는 꼰대들이나 하는 말이죠. 특히 헌터계는 더 그렇습니다. 아무리 잘난 척해봤자 등급이 낮으면 별 볼  없는 거거든요. 저보다 등급이 낮은 헌터 밑에서 일한다는  고역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렇게  하려고요.”
“아~ 고생이  많으셨네요.”

이동구는 파티를 그만두면서 얼굴을 비치지도 않았다. 친구인 김철호를 통해 말만 전했을 뿐.

‘내가 꼰대라고......?’

그런 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다.
그래도나보다 등급이 높은 멤버가 들어와서 나름대로 잘 챙겨주려고 애썼는데.
말이  되는 의견을 내며 목소리를 높일 때도 웬만하면 들어주려고 했었다.

‘따지고 보면 녀석들이 파티에 들어오고 나서였지.’

급속도로 파티 분위기가 나빠져서 파티원들이 하나둘 그만두기 시작했다.
물론  번째 이유는 파티장인 내 등급이 낮아서 들어갈수 있는 게이트의 수준이 정해져 있고, 그것 때문에 개인에게 돌아가는 수입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이유라면 규모를 적정하게 유지하면서라도 파티를 운영할 수 있었다.

나는 박동오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기고만장한 헌터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라는.

“내가 다른 헌터들은 몰라도 네 코는 납작하게 해주마.”

어쩌면 그게  파티장으로서의  인생을 여는 출발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기분전환을 위해 사이트의 다른 부분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상하게 조회 수가 많은 게시물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게 뭐야?’

게시물 제목은 ‘C급인데 월매출 2억이라고? 실화냐?ㅋㅋㅋㅋ’였다.

나는 글의 제목을 보고 뜨끔 했다.

이 사이트에는 헌터들의 수입을 예상해서 게시하시도 했는데, 아마도 거기 내 이름이 올라간 모양이었다.
C급인데 매출이 2억.
화제가 될 만했다.

게시글의 내용은 대충 C급인 C종 서포터가 게이트에 혼자 들어가서 매출 2억을 달성했다는데 이걸 어떻게 생각하느냐는것이었다.

댓글들의 반응은 이러했다.

- 우와. 내일 없는 인생을 사는 양반이네.
- 나이 39세 실화냐? 바짝 땡긴 뒤에 은퇴하려나 본데?
아재! 그러다 죽어!ㅋㅋㅋㅋ
- 지금은 운 좋게 살아있을지 몰라도 그렇게 무리하다가 골로 간 사람 여럿 봤다. 미친 거지.
- 킁킁. 냄새가 나는데? 이거 비리가 있다. 공무원이랑 작당하고 매출 뻥튀기 한 거야.
ㅇㅇ. 이 새끼 세무조사 들어가야 함.


‘와, 이것들 뭐냐.’


상식이  되는 이야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게 이렇게 조롱당해야 일인가?

최근 동향이나 보려고 들어왔던 사이트에서 멘탈에 대미지를 입고 말았다.

그때 쪽지란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일반적으로 이 사이트의 아이디로 쪽지를 받는 것은 흔치 않았다.
나는 그것을 열어 내용을 보았다.


- 안녕하세요, 조태웅 헌터님^^ 저는 <코리아헌터즈> 기자 김수연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최근  달간 갑자기 많은 수입을 올리셔서 화제가 되고 계신데요. 헌터님께 묻고 싶은 것이 많이 있어서 혹시 인터뷰를 해주시면 안 될까 해서 쪽지드립니다. 바쁘신 줄은 알지만,  한번 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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