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화 〉18화 (18/92)



〈 18화 〉18화

이연화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이 사람 뭐지?’

처음에는 남들처럼 무시했다. 이 인터뷰 영상은 조롱당하기에  좋은것이니까.
애초에 그런 의도로 기획되었고 상대는 멋지게 걸려들었다.
여기 조롱하는 댓글을 다는 인간들도 대부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누군가에는 인생이 걸린 중요한 문제가 대부분 사람에게는 스낵처럼 씹기 좋은 유흥이 되는 일은 흔했다.
조태웅이라는 사람도 새로 나타난 씹기 좋은 희생양일 뿐.


그렇게 생각하고 지나쳤던 이연화는 왠지 모르게 마음에 걸리는 게 있음을 깨달았다.
평소처럼 일상을 보내는데, 무언가가 자꾸 걸렸다.
그리고 그가 처한 상황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그런 취급 받을 사람이 아닌데......’


그녀는 무심결에 한 생각을 두고 깜짝 놀랐다.

‘내가 왜 처음 보는 사람을 두둔하는 거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평소 자신이 차갑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온 성격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하지만 마음은 이성과는 반대로 움직였다.


‘내가 왜......’

그녀는 각성하고  달이 지나도록 들어갈 파티를 구하지 못했다.
오퍼는 많이 왔지만, 그녀는 몇 명의 파티장을 만나보고 깨달았다.
이놈들은 상종할 인간들이  된다는 사실을.


몇몇은 노골적으로 그녀의 가슴과 다리 라인을 훑기도 했다.
물론 자신의 육체적 매력을 활용해 헌터계에서 성공 라인을 타는 여자들 이야기는 흔한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그러고픈 생각이 전혀 없었다.
돈이나 성공은 부차적인 문제다. 자신이 들어가는 파티에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기를 바랐다.
가족 같은 분위기는 바라지도 않지만, 서로성과와 보람을 공유하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이기를 바랐다.
먼저 헌터 생활을 시작한 친구 몇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당장 어이없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헌터 계에 그런 건 없다면서. 오히려  년 전의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것이 이 바닥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연화도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그 말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어쩔  없이 거기 타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는 끌림을 이기지 못하고동영상을 다시 보았다.
이번에 그는 영상 밑에 댓글을 달아두었다.


“온리......갓이라고......?”


나이가 39살이라는데, 이런 중2병스러운 이름을 자기 파티에 붙이다니.
진짜로 파티 운영에 애정이 있는 것인가 의심스러웠다.


“......그래도.”

그의 댓글을 조롱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자니 화가 났다.
그녀는 분을 참지 못하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 파티장님, 응원합니다! 분명히 파티장님의 진심을 알아줄 사람이 있을 거예요!


그녀의 댓글 밑에는,


- 우와, 고난도로 사람 죽이네.
- 지능적 안티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와 같은 댓글들이 달렸지만 그럴수록 이연화는 결심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들어갈 곳은 파티는 여기야!’

어쩌면 이제까지 파티를 정하지 않았던 게 이곳에 들어가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파티 이름은 좀 그렇지만......’

그녀는 파티에 정식으로 가입하게 되면이름 문제는 진지하게 상의를 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나는 내게 가입 문의를 해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나씩 면접을 진행했다.
기한이 한 달밖에 없으니 서둘러야 했다.
게다가 마음이 설렜다.
<코리아헌터즈> 인터뷰 때문에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된 것은 이미 안중에 없었다.
그것때문에 가입 문의가 많이 왔다면 일단은 그것을 활용하면된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는 면접을 진행하는 동안 내 생각이 너무 순진했음을 깨달았다.
‘온리갓’에 들어오겠다고 한 헌터들은 크게  부류로 나뉘었다.

인터뷰 동영상의 관심도가 높아지니까 거기 끌려 호기심, 혹은 대놓고 조롱하기 위해-심지어 몰래 촬영을 시도한 놈도 있었다.- 찾아온 인간들이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는  위험한 놈들이었는데 진심으로 중2병에 걸린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모두 성인이라는 것이 더 무서웠다.
나는 떠받들면서 함께 세상을 뒤집어보자고 촉구한다.
왠지 이 사람들하고 같이 파티를 하면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아아......”


이런 식의 면접은처음이었다.
하지만 좌절할 것은 없다.
일단은 면접할 대상이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거니까.
10명을 면접하면 그중  명 정도는 제대로 된 사람이 있지 않겠는가?

“안녕하십니까.”


나는 이번에 들어온 면접 대상자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그만큼 미인이었다.
모델 면접을 받으러 가야하는데 여기로 잘못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정도로.


“흠흠.”


하지만 헌터 일은 외모로 하는 게 아니다.
그것을 지난 15년간 충분히 느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바닥에는 자기 외모를 무기로 메리트를 얻으려는 여자들이 많았다.
그런 여자들 중 실제로 외모 덕을 보고 잘나가는 것은 극소수.
대부분은 이용만 당하다가 버려진다.
하지만 외모가 출중한 헌터는 상품성이 높다는  하나만 보고 그쪽으로 올인하려는 여자들이 많다는 것은 한심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당연히 눈앞의 면접자의 외모는 머릿속에서 지웠다.


“네, 안녕하세요. 이연화 씨, 클래스는......”


그렇게 면접을 이어가려고 했던 나는 눈앞의 메시지 때문에 미간을 좁혔다.


[스킬 ‘연동 스카우터’가 대상을 찾았습니다.]
[‘이연화’는 ‘칸나’와 호감도 연동이 가능한 대상입니다.]


“응?”
“제 클래스는 딜러입니다.”

이연화는 갑자기 허공을 바라보는 나를 보며 당황해했다.


“왜 그러시죠? 파티장님?”
“아니, 그게...... 으음.”

스킬 ‘연동 스카우터’가 발동되었다는 메시지뿐 아니라, 내 앞에는 이연화의 스테이터스까지 나타났다.

<이연화>
등급 : C
잠재력 : A
클래스 : 근접 딜러
스탯 : 힘 C/ 민첩 B/ 지능 D/ 물리 방어 C/ 스킬 방어 D
스킬: -
우호도 높은 멤버: -
호감도 : 70%
관심사 : 조태웅이라는 사람이 궁금하다. 드디어 들어가고싶은 파티가 생겼다.



나는 이연화의 스테이터스의 화면을 보면서 얼굴을 쓸었다.


‘이게 뭐지?’

“파티장님, 괜찮으십니까? 많이 피곤해보이시는데 조금 쉬었다가 해도 저는 괜찮습니다.”

이연화는 정말로 걱정하는 표정으로 물어왔다.
정말로 이해가  될뿐더러 적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동 스카우터’가 그런 거였어?’


나를 처음 본 사람이, 그것도 이런 미녀가 나에게 70퍼센트의 호감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놀랄 일이었다.
이 여자도 인터뷰 동영상을 보고 지원한 거라면, 나에 대해 선입견이 있을 수밖에 없을 텐데.
심지어 이 여자는 중2병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럴까요? 죄송합니다. 아침부터 계속 면접을 했더니 좀 피곤하네요. 5분만 쉬었다가 하죠.”
“네, 편하게 하십시오. 파티장님.”


이연화는 마치 내가 진짜 자기 파티장이라도 되는 듯이 행동했다.
그런 것치고도 너무 깍듯하다.
경력만 많고 업적은 전무한 나 같은 사람에게 보일 태도는 아니었다.
만약 메시지가아니었더라면 의심했겠지만, 이게 어떻게  일인지 아는 이상 이상하게 여겨지지도 않았다.

‘칸나와 연동된 여자구나......’


전체적으로 스탯이 훌륭해서 나무랄 것이 없었다. 아직 계발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있을 터.

‘잠깐만......’


성장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자 그녀의 잠재력이 눈에 들어왔다.

‘A라고?’

이게 A급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것인지, 성장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눈에 띄는 요소라는 것은 확실했다.
나는 마음을 정했다.

“이연화 씨.”
“네?”
“합격입니다.”

첫 번째 파티원을 구했다.


“합격입니다.”

내 말을 듣고도 멍하게 있는 이연화를 보고 나는 다시 한번 말해주었다.

“아, 네......”

이연화는 진지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런데...... 괜찮나요?”
“네?”
“제가 보여드린  이력서밖에 없는데요. 저는 아직 제대로 면접도 하지 않았고,   경력이 그렇게 내세울 만한 아니라서......”
나는 그녀의 겸손한 말에 감명을 받았다.

면접을 하면서 이런 태도를 보인 사람을 얼마 만에 보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였다.


그도 그럴 수밖에, 내가 헌터 일을 시작한 초기라면 몰라도 어중간하게 경륜이 쌓이고 또 내 등급이 C급에 머물러 있으면서 내 파티에 면접을 보러 오는 헌터들은 은근슬쩍 나를 무시하려고 경향이 있었다.

그들의 상식에 기대면 당연한 일일 수 있지만, 나는 당연하게도 그것이 그것이  기분 좋지 않았다.

만약 반대로 입장이었다면 나는 훨씬 겸손하고 적극적으로 면접이 임했을 테니까.

설령 내심 스쳐가는 파티로 생각하고 있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라는  있지 않은가?
파티에 있는 동안에는 성심껏 활동하는 게 본인에게도 도움이 될 텐데.


물론 39살 먹은 입장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이동구 말마따나 꼰대 같은 발상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이연화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보통은 “합격입니다.”라고 말을 하면 당연히 들을 말을 들었다는 반응을 보이곤 했었는데.
신입 헌터들은, 특히 이연화처럼 젊고 외모가 출중한 여자 헌터들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금방바닥을 드러내곤 했다.

여자들은 게이트 공략에 남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취약점을 드러내고는 하니까.

딱히 남녀차별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게이트에 들어가 몬스터를 사냥한다는 것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기 때문이다.


외형이 흉측하고 헌터를 인정사정없이 공격해오는 몬스터들을 상대해야 하는 일은 쉽지 않다.
더구나 그 몬스터들을 죽이고 사체 해부까지 해야 하니까.
그런 과정이 젊은 여자 헌터에게 녹록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연화는 나름대로 경력이 있는 만큼  정도는 극복한 상태일 것이 틀림없다.


여러 파티를 전전했다는 것이 약간걸리기는 하지만, 적어도 내 눈에 보인 그녀의 잠재력과 스탯을 보았을 때 내 입장에서는 절대적으로 붙잡아야만 하는 인재였다.

그리고 칸나와 연동이되었다고 하지 않은가?
아직은 그 의미를 제대로  수 없었지만.
나는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보았다.
오늘 면접 보러 온 사람 중에서 그나마 이연화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슬슬 배가 고프기도 해서  생각없이 그녀에게 물었다.

“식사하셨어요?”
“네? 아직  했습니다만......”


나는 말을 걸어놓고 뭔가실수를 했다고 느꼈다.

파티 면접을 하러 온 여자이고, 또 면접을 길게 하지도 않고 바로 합격 통보를 내린상태이다.


게다가 외모하도 예쁘지 않다면 모를까, 갑자기 식사를 하러 가자고 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연화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같이 식사하러 가자고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부적절한 것 같군요. 식사 같은 건 나중에 파티원들을 더 구하고 정식으로 활동을 시작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 텐데요.”

그러자 이연화가 두 팔을 파닥파닥 휘저으며 말했다.


“아,아닙니다! 저도 마침 배가 고픈 참이었어요! 파티장 님과 같이 식사를 하고 싶습니다! 뭐 좋아하시나요? 제가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아니요. 알아보실 것까지는 없고요......”

정말로 적극적인 여자애였다.

이토록 싹싹하고 예쁜 헌터가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여러 파티를 전전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혹시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가시죠. 이 근처에 제가 자주 가는 김치찌개 집이 있는데, 혹시 김치찌개 종아하세요?”
“아...... 김치 찌개요?”

나도 혹시 실수를 한 건가 하고 생각했다.

왜냐면 이연화처럼 예쁜 여자가 김치찌개를 먹는 모습은 좀처럼 상상하기가 어려우니까.

하지만 그녀는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 김치찌개인 거 어떻게 아셨어요? 잘됐네요. 같이 가시죠.”



#


이렇게 해서 나는 새로 구한 파티원인 이연화와 같이 김치찌개를 먹으러 오게 되었다.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데, 겪으면 겪을수록 더 싹싹한 여자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내게 엄청 호감을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내 착각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나를 마치 이성으로 보고 호감을 느끼는 듯한행동거지를 보인 것이다.
오랫동안 연애를  해서 내가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의 부드러운 말투나 은근슬쩍 몸을 기대온다든가, 손이라도 슬쩍 닿을라치면 저절로 얼굴을 붉힌다든가 하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눈에 보였던 그녀의 호감도는 70%였지.

더구나 칸나와 연동된 여자이기도 하다.

나는 그녀의 정보창의 내용으로 보아서 내게 무척 큰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것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이성으로서의 관심이 포함된 호감일 것이었다.
식사를 거의 끝낸 시점에 나는 계산도 할 겸 화장실에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말을 하고 몸을 일으켰다.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네, 그러세요., 파티장 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음, 일단 파티원은 이연화 씨 혼자뿐이니까 그렇게 딱딱하게 부르지 말고 편하게 하세요. 저는 그렇게 파티원들이랑 거리감이 큰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아! 그러면......”

이연화가 얼굴을 붉히면서, 그리고 약간은 장난기 어린 티를 내면서 말했다.


“오빠라고 부를까요?”


헉,오빠?
그것은 생각지도 못한 호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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