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화 〉19화 (19/92)



〈 19화 〉19화

아무리 그래도 너무 거리감이 없는 호칭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연화에게 오빠소리를 들었다는 사실 자체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긴, 편하게 부르라고 하면 딱히 다른 호칭을 생각하기 어렵기도 했다.

파티장을 아저씨나 태웅 씨라고 부를 수도 없으니까.


“네, 뭐. 일단 그렇게 부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네요. 나중에 파티원들이 더 들어오면 다시 호칭을 정리하더라도 지금은 그게 좋겠네요.”

지금까지 내가 이끌었던 파티에는 남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나를 형님이나 형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도 여자 헌터에게 오빠 소리를 들은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실력만 있으면 나를 뭐라고 부르든, 그리고 아무리 허물없이 대한다고 하더라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주의였다.


그래서 이동구 같은 놈들이 처음부터 싹수 없는 태도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파티 분위기를 부드럽게 한다는 차원에서 인성을 문제 삼지 않았었고.


나는 그가 파티원으로싸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하게 하려고 나름대로 많은 도움을 주었었다.

원래 잠재력은 있었지만 이기적인 태도 때문에 파티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던 놈이었으니까.


결과적으로 놈은 내 파티에 있으면서 크게 성장했다.

 경험치를 얻자마자, 그리고 파티가 기울기 시작하자마자 내게 얼굴도 보이지 않고 그만둬 버렸지만.

‘쳇.’

안 좋은 생각을 했더니 기분만 나빠졌다.
나는 새로 시작하는 헌터 인생은-내게 지금의 생활은 15년간의 헌터 경력을 완전히 뒤집고 새로 시작하는 것과 같았다.-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연화는 더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오늘 처음 보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겪어봐야 하겠지만, 태도나 잠재력 어느 것 하나도 흠잡을 게 없어 보인다.
나는 화장실로 갔다.


거기서 소변을 보고 손을 씻으면서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확실히 전보다 나아졌다는 말이지.’

예전의 근돼 모습은 거의 사라지고, 근육질의 호남형남자가 서 있었다.

머리숱이 많아진 것만으로 훨씬 젊어 보인다.

솔직히 이 정도면 중간 정도는 되는 외모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적어도 여자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을 만한 외모는 아니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연애를 안  시간이 너무 길어서 뭐라고 장담은 못 하겠지만.
더구나 이연화가 아무리 내게 호감 어린 반응을 보인다고 해도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지는 것은 조심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 이전에 착각일 가능성도 크다.


아무리 그래도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고, 오늘 처음 만났을 뿐인데.


면접 이후에 파티장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헌터의 모습은 흔한 것일 터였다.
나는 생각을 정리하고 나와서 밥값을 계산했다.

자리로 돌아가서 이연화에게 말했다.


“오늘 고생하셨어요. 추후 일정이 정해지면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아, 그게......”


이연화의 동공이 바쁘게 움직였다.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머뭇거리던 그녀가 말했다.


“잘 먹었습니다, 오빠. 혹시 커피 좋아하세요? 커피는 제가 사고 싶은데......”
“음.”

솔직히 나도 이후에  일이 없기는 했다.
지금은 파티원을 구하는 데 집중하는 시기라서 며칠 전까지처럼 게이트 일정을 많이 잡아두지도 않았고.
게다가 나도 이연화와 좀 더 함께 있고 싶었다.

그래서 흔쾌히 말을 했다.


“네. 커피 마시러 가요. 하지만 커피도 제가 살게요.”
“네!”



#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혹시나 했던 생각이  확실해지는 것을 느꼈다.

확실히 이연화는 내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녀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메뉴를 열어 그녀의 정보창을 보았다.

‘호감도가 85%라고?’


“후우......”

고작 15% 차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70%와 85%는 크게 달랐다.

그녀의 스킬란에 이전에  수 없던 새로운 무언가가 보였다.




[스킬 ‘스피닝-킥’을 연마할 수 있습니다.]


‘스피닝-킥?’


나는 이 스킬 이름이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아닌 게 아니라  스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바로 칸나였다.

‘서로 연동되었다는 게 이런 뜻이었나?’


칸나와 이연화는 스타일상 닮은 점이 있었다.
아직 이연화가 싸우는 걸 본 적이 없지만, 스탯의 구성 그리고 칸나처럼 늘씬하고 단단한 체형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이연화가 신체 스펙을 이용한 발차기 스킬을 구사한다면 굉장히  어울리고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감도 85%......’

이것 참......

나는 다시 한번 시스템에 설정했던 목표를 떠올렸다.
헌터로서 세상을 평정할 것, 그와 동시에 모든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가 되는 것이 내 목표였다.


‘그렇지......’

내가 너무 순진하게 생각했다.
이연화가 새로 만든 파티의 파티원으로 들어왔다고 해도 굳이 필요 이상 점잖게 굴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한 번 그렇게 생각하자 많은 것들이 깨달을 수 있었다.


새로 얻은 능력인 ‘연동 스카우터’.

두 번째 단계의 퀘스트를 주면서 ‘연동 스카우터’가 생긴 것은  스킬이 내가 가진 소환 카드와 연동할 수 있는 현실 대상을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전제하에 내가 가진 모든 소환카드의 주인공들은 전부 여자였다.

게다가 나에 대한 호감도도 전부  높고.
이제까지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렇지, 이 정도 호감도라면 나는 그녀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맺는 것도 가능할 것이었다.

예를 들면 섹스를 한다든지......
대체 여자와 마지막으로 섹스한 게 언제였는지 생각도 안 날 정도였다.

더구나  상대가 이연화라고 한다면......

나는 저절로 아랫도리에 피가 몰리는 것을 느꼈다.

정말로 달라졌구나, 내 인생은!
그때 화장실에 갔더니 이연화가 돌아왔다.
나는 그녀의 입술색이 짙어지고 얼굴 빛이 화사해진 것을 확인할  있었다.

화장을 고친 것이 분명하다.
거기에 향수를 뿌렸는지, 은은하게 좋은 냄새가 났다.
이제 커피도 다 마셨고 헤어질 시간이 되었는데, 그녀는 뭔가 내게 계속 잘 보이고 어필하려 한다는 인상이었다.

‘그래! 밑져야 본전이니까!’

어차피 현재 내 명성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성실했던 내 15년 인생이 시궁창에 떨어지는 것은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새로 사는 인생은 좀 더 욕구에 충실해도 되지 않을까?
나는 대뜸 지르고 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이연화에게 말했다.


“나 오늘 너랑 쭉 같이 있고 싶은데, 어때?”


내 말을 들은 이연화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 맞은  같았다.

‘씨발!’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빠르지.


아니, 이런 말을 꺼낸 것 자체가 잘못됐다.

내가 이러면 그 성희롱이나 일삼는 다른 파티장들과 다른 게 뭐란 말인가?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오빠......”

갑자기 확 밝아진 얼굴로 이연화가 말했다.


“먼저 말씀해주셔서 고마워요. 저도 오빠랑 같이 있고 싶어요.”



#

이연화는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오늘 온리......갓-아직도 그녀는 자신이 앞으로 몸담게 될 파티 이름에 대해서는 부끄러움을 느꼈다.-에 면접을 보러 오기 전에도 이곳 파티장에 대해 막연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를 직접 보자 그 느낌이 훨씬 강해졌다.

남자를 보고 즉시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일반인을 만났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그녀는 헌터를 볼 때는 더더욱 경계심을 가지는 편이었다.


이유는 그간 험한 일을 많이 당했기 때문이었다.


아니다 싶을 때 과감히 뿌리쳐서 희롱 수준에 그칠 수 있었지만, 만약 자신이 경계를 늦추거나 조금 느슨하게 마음을 먹었더라면 이미 수차례 강간이나  비슷한 일을 당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헌터와 섹스하는 것을 즐기는여자들이 있다.

자신의 주변에도 그걸 바라는 애들이 많이 있었다.


그것은 헌터의 사회적 지위가 높고 재력이 좋다는 것도  이유였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헌터가 일반인보다 정력이 좋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헌터의 신체, 운동 능력은 일반인과 비할 바가 아니다.


만약 섹스에 그 능력을 사용한다면 훨씬  과감하고 강렬한 행위가 가능하게  것이 당연했다.

자신은 아직 헌터와의 섹스 경험이 없었다.


만약 희롱을 당하는 경험부터 겪지 않고, 그로 인해 남자 헌터에 대한 불신이 쌓이지 않았더라면 자신도 바랐을 것이다.

헌터와의 섹스를.

각성한 여자는 일반인 남자와 그쪽으로 균형이 맞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당연히 신체 능력이나 체력이 크게 차이 나니까 당연한 일이다.

만약 여자 쪽이 흥분한 상태에서 자기 능력을 발휘해버리기라도 한다면 남자 쪽에서 큰 부담을 느낄 테니까.

만약 자지가삽입된 상태에서 꽉 조여버린다면 그게 터져버릴 수도 있다.

당연히 그런 사례가 종종 나오기도 하고.


의식하면 상대에게 맞춰줄 수 있지만 어디 그게 마음 편하고 즐거운 섹스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이유로 여자 헌터는 자연스럽게 섹스 상대로 남자 헌터를 원하고는 했다.


외부적으로 헌터는 헌터끼리 만나야 사회적 지위나 수입 면에서 어울린다는인식 너머에는 그런 속사정도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연화는 스스로 남자 헌터와 섹스하는 것에 대해 막연한 바람이 있었다고 해도 자신이 조태웅 파티장에게 품는 마음은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했다.

뭐라고 할까?
만난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리고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빠져드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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