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20화
객관적으로 말해서 조태웅 길드장의 외모는 그리 훌륭하다고 할 수 없었다.
중년남자의 전형이러고 해야 할까?
더구나 고생한 세월이 길어서 그런지, 약간 찌들어있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헌터가 아니었더라면 나이에 비해 훨씬 늙어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실질적인 나이 차이도 거의 조카와 삼촌 뻘이라고 할 만하다.
이런 모든 조건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쉽게 빠져들다니......
정말로 천생연분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나는 오늘 운명의 상대를 만난 거?’
그런 생각조차 들었다.
조태웅 파티장이 면접에 합격했다는 말을 했을 때, 그리고 같이 식사하자고 했을 때 정말로 기뻤다.
그리고 지금,
그의 입에서 ‘오늘 쭉 같이 있고 싶다’는 말이 나왔다.
이연화는 솔직히 그 말을 듣고 조금 실금하고 말았다.
오줌을 찔끔 지렸고, 애액마저 흘러나와 팬티를 적신 것 같다.
그 정도로 반가운 말이었다.
‘아아......’
이제 어떻게 되어도 좋다.
자신은 정말로 이 나이 많은 C급 파티장과 섹스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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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설마하니 충동적으로 꺼낸 말에 이연화가 곧바로 응답을 하다니.
세상에, 이런 행운이 내게 찾아와도 되는 걸까?
여자와 섹스를 한 것이 엄청 오래된 기억일 뿐만 아니라, 상대가 여자 헌터, 그것도 당장 모델을 해도 좋을 만큼 예쁜 여자라니.
물론 최근 내게 일어난 일들은 믿기 어려울 만큼 좋은 것뿐이었지만, 지금의 임팩트에는 견줄 수 없다는 느낌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내 인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것이 정말 피부로 느껴졌으니까.
파티 일이나 소환 카드를 얻고 성장시키는 일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나는 그 일에서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되겠지만, 뭐라고 할까?
미녀와 섹스하는 일은 즉각적인 보상이었다.
나는 이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또 바라왔다.
사실 포기했었다.
내 인생에 결혼이나 연애 그런 것들은.
‘섹스......’
그렇게 생각하자 바지 안에 있던 자지가 불뚝 일어섰다.
드디어 손으로 쥐고 흔들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여자의 보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에 크게 흥분한 것 같았다.
내 신체기관이고 내 본능에 반응하는 곳이니만큼 정확하게 내 지금심정을 대변했다.
“아, 그러면......”
워낙 오랜만이다 보니 이다음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헷갈렸다.
역시 호텔로 가는 게 좋겠지?
이럴 때는 돈을 아끼는 게 아니다.
파티 사무소를구하고 남은 돈이 있으니, 그리고 앞으로 수입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니 통 크게 쓰기로 했다.
핸드폰을 들어 호텔 검색을 하려고 하니, 이연화가 내게 말했다.
수줍어하면서, 긴 다리를 살짝 꼬면서,
“파티장님 집으로 가요. 그곳에서......”
그녀는 말을 줄였다.
우리 모두 성인이니 밤새 같이 있고 싶다는 말을 오해할 여지는 없었다.
“아니,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니야. 내 집은 너무 작고 청소도 안 했고......”
이연화가 손을 들어서 검지로 내 입술을 막았다.
“괜찮아요. 저는 그냥 파티장님의 체취가 가득한 곳에서 그걸 하고 싶을 뿐이에요.”
‘아아......’
씨발, 실화냐?
나는 귀를 의심했다.
이런 말을 듣게 된다니.
얼마 전의 나였다면 이연화가 꽃뱀이 아닐까 하는 의심부터 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상황인 만큼 혹시 의뢰를 받아 몰래카메라를 찰영하려는 것이 아닐까 의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나는 그녀가 칸나와 연동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그녀가 내게 보이는 행동은, 그리고 호감도는 전부가 사실이었다.
“그러면.”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가자, 내 집으로.”
내 체취가 가득한 집으로.
물론 나는 내 체취하는 것이 그리 향기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향기롭기는커녕 이연화 쪽에서 홀애비 냄새라고 느끼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렀는데도 망설이거나 의심한다면 그것은 바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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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는 했지만 역시 내 집은 여자를 데리고 오기에는 너무 비좁고 더러웠다.
원래 이 정도로 청소를 안 하는 것은 아닌데, 아닌 게 아니라 요즘 너무 바빴다.
특히 요 며칠은 <코리아 헌터즈> 인터뷰 건 때문에 내 정신이 아니었다고 할까?
더구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내가 이 방에 여자를 데리고 올 줄 전혀 예상치 못 했다는 사실이었다.
솔직히 눈치가 보였다.
이연화는 보통 여자가 아니고, 엄청 아름다운 여자이니까.
그녀와 거리를 걷는 동안얼마나 많은남자가이쪽을 바라봤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참으로 오래간만에-어쩌면 인생 처음으로- 질투 어린 시선들을 감내해야 했다.
그 정도로 멋진 여자가 내 집에 온 것이다.
그녀와 섹스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 전혀 다르게 보였다.
그 전까지는 새로운 파티원이라는 생각에 웬만큼 심리적 거리감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관에서 구두를 벗는 그녀의 발이 보였다.
‘그렇지.’
고백하자면 나는 여성의 발에 조금이 페티쉬가 있다.
발이라기보다는 각선미 전체라고 보아야 할 터.
어릴 때부터 여자의 예쁜 다리를 보면 자지가 커지곤 했다.
그리고 뭐라고 할까?
이연화는 그런 의미에서는 최선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애초에 칸나와 연동된 여자니까.
앞으로 어떻게 될지 확실히 모르는 일이기는 하지만 칸나의 스킬 ‘스피닝-킥’을 습득하게 될지 모르는 다리를 가진 여자였다.
오늘은 단정하게 세미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그래서 그녀의 멋진 각선이 바지에 가려져 있었지만, 신발을 벗으면서 예쁘고 깨끗한 발이 보였다.
구두를 신고 다니느라 불편했을 텐데, 그리고 게이트에 들어가는 험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여자들보다 혹사당할 게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발은 모양이며 상태가 훌륭했다.
발냄새는커녕 좋은 향기가 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냅다 코를 박고 냄새를 맡을 만큼 변태는 아니지만, 나는.
이연화는 걱정했던 것과 달리, 아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태도를 보였다.
집이 좁고 지저분하다는 것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얼굴을 젖혀 고개를 들더니 스읍~ 하고 폐부 가득 공기를 들이마신다.
솔직한 말로 내 방에서 함부로 그런 일을 했다가는 안 좋은 병에 걸릴 것 같은데.
마치 등산을 해서 정상에도착한 사람처럼 상쾌한 얼굴로 내 방 공기를 들이마신 이연화가 말했다.
“너무 좋아요. 파티장님의 향기.”
“음......”
이럴 줄알았으면 오늘 향수라도 뿌리는 건데?
너무 초췌한 모습으로 면접을 보았다.
내 몸이나 방에서 물리적으로 좋은 냄새가 날 리는 없고, 그리고 그런 냄새를 좋아하는 페티쉬를 이연화가 장착하고 있을 것 같지는 않고,
그녀의 반응은 물론 나를 향한 호감도에 기인한 것일 터였다.
이쯤 되면 좀 반칙을 하는 듯한 미안한 감정도 든다.
어쨌거나 시스템이 그녀의 진심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하지만 나는 내심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그런 순진함이 내 인생을 그런 수렁텅이로 몰아넣은 것이다.
내가 좀 더 과감했다면, 그리고 욕구에 충실했더라면 인생이 훨씬 나아졌을 것임이 분명했다.
‘잘해주면 되지, 뭘.’
내 파티에 들어오기로 한 만큼 그녀의 커리어를 앞으로 빛내주면 될 것이다.
게다가 나는 ‘특별 상점’을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남자로서 더 멋있어질 예정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이연화가 자신의 숄더백을 내려놓으면서 물었다.
“제가 먼저 씻을까요?”
“아, 그래......”
젠장, 욕실을 깨끗하려나?
나는 걱정을 하면서 그녀에게 새 수건을 내밀었다.
“이거 써.”
“네......”
그녀는 대답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왜 그런가 했더니 곧바로 옷을 벗기 시작한다.
사실 내 집 욕실은 좁아서 그 안에서 옷을 벗기는 불편했다.
아마 샤워를 하면서 옷에 물이 전부 튀고 말 것.
‘이사를 가야겠구나.’
나는 지난 한 달간 전이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만큼 큰 수입을 얻었지만, 그 돈은 전부 새 사무실을 구해서 파티 개업을 하는데 썼다.
이 다음 퀘스트는 돈을 벌라는 것이 아니니까 그 돈은 이사를하는데 써도 될 것이었다.
나는 이것이 절대로 돈낭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전이었다면 그런 데 쓸 돈이면 파티와 장비를 구하는 데 써야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왜냐면 내 앞으로의 인생이 지난 15년처럼 철저하게 공략과 헌터로서의 성장에만 치우치지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니까.
‘목표 설정 잘했네.’
만약 헌터로서의 성공만을 빌었다면 이런 호사는 결코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멍하게 이연화가 내 앞에서 옷을 벗는 걸 보았다.
그리고 숨이 멎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술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핑 하고 도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인간의 몸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이렇게 피부가 깨끗하고, 이렇게 군살이 없으며, 이렇게 나올 데가 나오고 들어갈 데가 들어갈 수 있다니.
단언컨대 화보에서 걸어 나온 모델도 이 정도로 예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불과 몇 센티미터 거리에 있는 그녀와 전혀 다른 차원 공간 안에 있는 것 같았다.
속옷만 남겨 놓고 옷을 전부 벗은 이연화가 머뭇거렸다.
나는 내가 너무 빤히 바라보고 있어서 그런 건가 싶어 말했다.
“미안해. 내가 너무......”
“파티장님......”
“응?”
“같이 씻으실래요?” 이연화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당연하게도 나를 행복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