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64화
나는 의외라는생각에 칸나를 보았다.
방금의 개와 사람에 대한 문답에서 알 수 있듯 그녀의지력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어떻게 처리할까 하는 것은 그녀에게 의견을 물은 것이 아니라 혼잣말일 뿐이었다.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어보았다.
“어떻게 하면 될까?”
“저희 쪽에 적당한 장소가 있습니다. 거기 보내면 아마 정신이 번쩍 들 거예요.”
“너희 쪽?”
나는 칸나가 ‘저희 쪽’이라고 말한 곳이 어디인지 알았다.
말할 것도 없이 이세계겠지.
하지만 그곳은 내가 원하는 때에 아무 때나 건너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특정한 조건이 주어져야 갈 수 있었다.
이제까지 이계에 간 것은 딱두 번뿐이었지 않은가?
나도 어떻게 원하는 때 거기 갈 수 있는지 궁금했다.
한 마디로 그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이동구의 처리는 즉시 이루어져야 할 문제였으니까.
물론 여기에 버려두고 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그는 칸나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아 기절했고,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이 모든 정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 문제로 나중에 나를 찾아와 물고 늘어질 가능성은 없었다.
다만 그를 여기 버려두고 갔다가는 죽을 수도 있었다.
이곳은 숨 쉬는 것도 괴로운 ‘쓰레기 게이트’니까.
게다가 내가 이동구와 이곳에 들어오는 것을 누군가 보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동구의 연락을 받고 게이트를 열어준 사람, 혹은 조직.
그들이 이 컨테이너에 감시장치를 두고 나와 이동구의 행동을 보았다면, 내가 혼자만 여기서 나온 걸 알면 후환이 생기지 않을까?
나는 유명하다고 할 수는 없어도 <코리아헌터즈>에 원치않는 방식으로 얼굴을 알린 탓에 이 바닥에 나를 아는 사람이 많았다.
제대로 방어도 하지 못하는 처지인데 부당한 공격이 밀려들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먼 곳에서 아른아른거리는 빛이 보였다.
게이트 안에서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흔한 일이기는 하지만, 나는 그것이 뭔가 익숙하다고 느꼈다.
빛 자체보다도 그것이 뿜어내는 느낌이.
[‘버려진 게이트’에서 당신은 이세계로 건너갈 수 있습니다.]
“응?”
나는 해석하기 어렵지 않은 메시지를 보고 미간을 찡그렸다.
“갑자기?”
이건 너무 짜 맞춘 듯한 설정인데.
하지만 나는 내가 이세계로 건너가고, 심지어 그곳의 여자들을 카드로 소환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 시스템 자체만 두고 보면 이세계에 기반을 두었다기보다는 차라리 이쪽 세계의 카드 게임에 기반했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한 마디로 일관성이 없이 짬뽕된 설정이라는 것.
그 기원이나 작동 방식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올바른 결론에 도달할 수 없는 게 당연했다.
머리로 이해할 수 없으니 하나씩 맞닥뜨리면서 배워갈 수밖에.
어찌 보면 완전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버려진 게이트’가 이계로 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어차피 게이트는 다른 세상과 통하는 문이라고 하는 것이 정설이니까.
특정한 기능을 상실한 게이트는 역으로 다른 방식으로 사용할 준비가 된 것인지도 몰랐다.
내게 이세계로 가는 통로를 개설할 시스템이 씌워져있는 것이라면, 그 시스템이 발동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가 바로 ‘쓰레기 게이트’일지도.
“어떻게?”
“네?”
칸나가 되물었지만 나는 그녀에게 물은 것이 아니었다.
시스템과 직접 대화를 시도한 것은 몇 번 되지 않지만, 나쁘지 않은 확률로 시스템은 내게 대답을 해주었다.
[당신이 ‘필요’를 가지고 ‘카드로 소환한 대상’과 함께 게이트를 통과하면 원하는 장소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평소보다도 훨씬 친절한 설명이었다.
늘 이런 식이라면 나는 가만히 앉아서 문답을 주고받는 것만으로 이 시스템에 대해 모든 걸 알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콜록콜록.”
갑자기 칸나가 기침을 했다.
생각에 골몰하고 있어서 잘 몰랐지만, 나 역시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만큼 이 게이트는 오래 있을 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이곳에 오래 있으면 죽고 말 것이다.
그런 환경이 내가 이세계로 넘어갈 것을 더욱 종용했다.
‘따로 방법이 있는 게 아니니까.’
나는 이동구의 한쪽 다리를 잡아들었다.
칸나가 말하는 적당한 장소라는 곳에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가자, 칸나.”
나는 이동구의 다리를 잡아 질질 끌면서 빛이 아른거리는 ‘게이트 속의 게이트’로 걸어갔다.
칸나가 기쁜 몸짓으로 나를 따라왔다.
#
파앗,
새로운 방식으로 이계로 가는 것이었지만 나는 별로 망설이지 않았다.
시스템이 알려준 것이 잘못된 사실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니까.
‘쓰레기 게이트’에 어울리지 않는 포근한 느낌이 몸을 감싸고, 나는 몇 걸음 내딛지 않아전혀 다른 세상으로 통할 수 있었다.
나를 따라오던 칸나는 사라졌다.
이것은 예상했던 일이었다.
시스템이 알려준 바에 의하면 ‘필요’와 ‘소환 대상’이 ‘쓰레기 게이트’에서 이계로 갈 수 있는 조건인 모양이니까.
한 마디로 칸나는 ‘쓰레기 게이트’에서 이계로 가는 데 필요한 조건으로써의 쓰임을 하고 사라진 것이었다.
대신 내가 통과한 장소에는 다른 칸나가 있었다.
물론 생김새는 완전히 동일하지만, 정확히 말해서 이쪽이 진짜 칸나였다.
그리고 그녀는 다소 민망한 장면을 선보이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서 눈을 지그시 감은 채로,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에 손을 넣고 열심히 문지르고 있다.
다른 손은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이것은 뭐라고 할까......
‘섹시하네.’
그런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자극적인 장면이었다.
싸가지 없는 이동구와 ‘쓰레기 게이트’에 들어간 불유쾌한 상황을 방금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위하는 칸나를 보자 그런 안 좋은 느낌들이 사르륵 사라졌다.
조건반사처럼 바지 안이 불록해진다.
“음......”
칸나는 완전히 몰아의 지경에 빠져있었다.
헐떡이며 침대에서 몸부림치는 그녀는 내가 여기 나타났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프라이빗한 장소에서 프라이빗한 행위를 즐기는 그녀를 방해한 것 같아 이대로 등을 돌리고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게 예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진짜는 좀 다르네.’
방금 ‘쓰레기 게이트’에서 칸나의 아바타를 보았지만, 역시 진짜 이계에서 진짜 여자를 보자 그 존재감이 썩 차이가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현실과 이계의 근본적인차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현실에 이계의 인간이 나타났으니 자연스럽지 않을 수밖에.
아무리 그것이 카드로 소환된 아바타라 할지라도 이계의 인간이 현실에 어울리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렇게 이계로 건너왔을 때는 이질적인 존재는 칸나가 아닌 내가 된다.
자연스러운 풍경 안에 이질적 존재인 내가 스며든 것이다.
‘아니......’
나는 내 손에 잡힌다리의 주인, 완전히 기절해서 뻗어있는 이동구를 내려다보았다.
‘이질적 존재는 나뿐이 아닌가.’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이놈을 처리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아바타칸나가 적당한 장소가 있다고 했으니 본체 칸나도 그 장소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었다.
‘우선.’
나는 때마침 침대를 향해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았다.
바쁘게 생각할 건 없다.
이렇게 멋진 장면을 맞닥뜨렸는데 여유 있게 즐기는 게 옳은 거겠지.
여러 가지 의미로 현실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이계의 여자가 몰아에 빠져서 자기 몸을 위로하는 것은.
“학, 아앙, 남자님, 저, 흐으응! 갈 것 같아요!”
촵촵촵촵,
갈 것 같다고 말한 스스로의 말을 몸으로 증명하기라도 하듯 보지를 만지는 손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헌터 기준으로 따지면 클래스가 딜러일 그녀가 적극적으로 만지는 것이라 그 예민한 부위가 어떻게 돼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나는 그녀가 절정에 이르면서 외친 호칭이 ‘남자님’이라는 것에 주목했다.
이계 여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칭하는 ‘남자님’이란 바로 나를 말하는 것이다.
이미 이름을 알려준 만큼 내 이름을 부르거나 ‘대장님’이라는 어디서 튀어나온 것일지 모를 호칭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지금 칸나가 눈을 감고 자기의 몸을 위로하면서떠올린 대상을 나일 것이었다.
그것이 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역시 호감도 100퍼센트!’
아바타는 섹스를 하고 내게 정수를 전해 주었다.
본체도 이렇게 나를 생각하면서 격한 감정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나는 아직 본체와 섹스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의미는 아직 ‘진짜 칸나’는 섹스 경험이 없다는 거겠지.
순간 울컥 하고 치미는본능을 느꼈다.
2단계 성장을 통해 제법늠름해지 자지가 바지 속에서 요동쳤다.
저 건강한 다리 사이에 있는 탄력 있는 보지 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괜찮으려나?’
혹시 칸나가 놀라지 않으려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동구의 다리를 내려놓으려고 했다.
그때,
“으으음......”
갑자기 산통 깨는 목소리가 났다.
이동구가 기절에서 깨어난 것.
“뭐, 뭐야!”
눈을 뜨자마자 놈은 기겁하여 주위를 두리번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