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65화
발버둥을 친탓에 내가 잡고 있던 다리도 놓치고 말았다.
‘방심했네.’
좀 더 철저하게 상황을 통제했어야 하는데 이동구가 이렇게 빨리 깨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계로 건너온 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자극이 되었나 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쓰레기 게이트’는 헌터가 몸을 회복하는 데 적당한 장소가 아니다.
이계는 ‘쓰레기 게이트’보다 훨씬 공기가 깨끗하고, 어딘지 모르게 남자를 고양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므로 이동구의 회복도 빨라진 것 같았다.
벌떡 일어난 놈의 움직임에 따라 나도 의자에서 일어났다.
“아야!”
놈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는 정수리를 만지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이 개새끼가!”
이동구 놈이 재차 나를 공격하려는 찰나였다.
나는 두 눈으로 본 지 얼마 안 되는 아름다운 움직임을 다시 한 번 보았다.
이번에는 아바타가 아닌 본체가 선보인 동작이었다.
그밖에도 또 차이가 있다면 팬티를 입지 않은 탓에 긴 다리가 회전하면서 보지가 적나라하게 보였다는 것.
그 보지가 잔뜩 흥분한 클리토리스와 많은 양의 애액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쾅!!!
“아악!!!”
방금 깨어난 이동구가 또 한 방의 ‘스피닝-킥’을 얻어맞고 기절했다.
“나, 남자님?”
아바타가 그런 것처럼 내가 딱히 지시를 내린 것도 아닌데 스스로 판단으로 이동구를 공격해 기절시킨 칸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으응......”
나는 기절한 이동구와 칸나를 번갈아보았다.
확실히 아바타만 강해진 게 아니라 본체도 강해졌다.
거의 똑같은 자세와 위력으로 스킬을 사용했으니까.
둘이서 확실히 이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런 감상은 헌터의 능력을 판단하는 데 거의 자동으로 반응하는 내 감각 때문이고,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바로 칸나가 알몸이라는 것.
당연히 본체를 대할 때는 아바타를 대할 때와는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는 대단히 큰 실례를 저질렀다.
“꺄앗!”
자기가 알몸이라는 것을, 게다가 열심히 자기위로를 한 탓에 허벅지 사이에 애액을 흘리는 상태라는 것을 깨달은 칸나가 몸을 가렸다.
그렇다고 해도 애초에 입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한 손으로 보지를, 한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고 해도 여전히 야할 뿐이었다.
바지 안을 답답하게 만들며 발기한 내 자지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어,언제부터......”
“뭐......”
나는 슬그머니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왕이면 부끄러워하는 칸나를 더 노골적으로 보고 싶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예의가아니지.
그녀가 아바타가 아니라는 사실이좀 애석했다.
“왜......”
내가 시선을 딴 데로 두고 있는 사이에 민첩함이 장기인 칸나가 부스럭대며 옷을 입는 소리가 났다.
그러면서 그녀가 물어보았다.
“왜 갑자기 이곳에......”
“처리해야 할 게 있어서.”
나는 그렇게 말하며 바닥으로 시선을 주었다.
두 차례 같은 방식으로 기절한 이동구는 정수리에서 더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얼굴도 파리한 것이 죽은 게 아닌가 의심될 지경이었지만, 배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 사람은 누구인가요?”
“개새끼.”
“네?”
칸나는 이동구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사람...... 같은데요.”
역시 아바타와 본체는 거의 다를 게 없었다.
가지고 있는 언어습관과 상식도 마찬가지다.
“나쁜 놈이라는 뜻이야.”
“개는 착한데......”
그래, 개는 착하지.
엄청 귀엽고, 사람에게 충성하고.
내가잘못했다.
그렇게 보면 적어도 개에 관한 한은 이계보다 현실이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튼 이놈을 처리하고 싶어서 여기 온 거야.”
“처리라고요......?”
어느새 옷을 다 차려입은, 하지만 평소의 그녀의 의상습관에 따라 옷을 다 입은 상태에서도 여전히 속살을 많이 드러내고 섹시한 칸나가 되물었다.
“응, 이곳에는 나쁜 놈들을 처리할 적당한 장소가 있다고 들어서.”
“네......”
칸나는 원래 머리를 굴리는 데 기민한 타입이 아니지만 아바타가 그랬듯 금방 대답을 내놓았다.
“적당한 곳이 있지요. 거기 떨어지면아마 그녀들도 좋아할 겁니다.”
칸나의 표정에 흥미가 떠올랐다.
나도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그곳이 어디기에칸나가 이렇게 확신을 하는지, 그리고 ‘떨어진다’라는 표현과 ‘그녀들’이라는 표현도 신경 쓰였다.
“하지만 저는 거기로 가는 길을 모릅니다.”
뭐야, 이건.
황당한 멘트를 이어서 뱉은 칸나는 조금 더 생각하더니 해법을 내놓았다.
“세린이라면 알 거예요. 그녀가 한 단체 수련 중에 그곳에관한 것이 있었다는 얘길 들었으니까요.”
세린은 세라의 언니이다.
아직 섹스를 하지 못했고, 차은아를 공략함으로써 100% 호감도가 되었을, 즉 내게 정수를 전달할 준비가 된 여자이기도 했다.
그녀의 이름이 언급된 것이 조금은 공교롭다고 생각했다.
물론 칸나가 그 전말을 다 알 리는 없지만.
“제가 세린을 데려오겠습니다.”
“음, 그래.”
나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이동구를 내려다보았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세린의 집은 가까워요. 뛰어갔다 오면 얼마 안 걸릴 겁니다.”
얼마 안 걸린다는 게 어느 정도인지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칸나의 각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었고, 그녀가 마음먹고 달린다면 얼마 멀지 않다는 세린의 집에도 금방 다녀올 거라고 생각했다.
“알았어.”
칸나는 집 밖에 나가면서 다시 한 번 이동구의 머리통을 걷어찼다.
쾅!
“나쁜 자식!”
아마도 이동구가나를 공격하는 장면이 다시 떠오른 모양이었다.
그녀도 나를 향한 충성심이 무척 높다.
무엇보다 호감도 100%를 달성하여 정수를 전달한 것이 근본적인 관계의 업그레이드로 이어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세계 여자들이 모든 남자에게 특별하게 반응하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가 있었는데, 적어도 나와 연동된 여자들은 아닌 모양이었다.
칸나가 분노의 발길질을 한 덕분에, 나는 “꽥!” 소리를 내며 고개가 돌아간 이동구가 깨어날 걱정은 당분간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칸나가 세린을 데리고 나타날 때까지는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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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칸나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그녀의 방을 둘러보았다.
캐릭터만큼이나 간소한 방이다.
필요한 최소한의 집기들밖에 두지 않은 방이었다.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기는 했지만, 그 느낌이라는 게 여자가 자기 방을 정돈했다기보다는 나름대로 단정한 성격의 남자가 자기 방을 관리한다는 느낌이었다.
아니, 칸나의 평소 성격으로 미루어 정리를 잘한다기보다는 아예 어지르지를 않는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
그 이유는 정리하기 귀찮아서일 것이고.
그러다 눈에 띈 것이 칸나의방에 있을 거라고 예상할 수 없었던 노트였다.
이세계에서도 그런 물건을 노트라고 부르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모양은 현실의 노트와 같았다.
종이가 두껍게엮어진 그것은 중간이 펼쳐져 있었는데, 펜으로 무언가를 잔뜩 그려놓은 것이 보였다.
그리고 나는 또 한 번 복잡한 감정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종이에 그려진 것이 남자의‘그것’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 모양이라는 게 구체적이지 않았다.
칸나의 그림 실력이 유치원생의 그것을 떠올릴 만큼 조악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자의 자지를 그린 것은 명백해 보이더라도 그 모양이 엄청 단순했던 것이다.
심지어 귀두와 기둥의 경계가 없었고, 타원형의 짧고 두꺼운 소시지 모양의 기둥 아래 동그라미 두 개가 붙여져 있을 뿐이었다.
묘하게 현실성 있는 것은 그 짧고 굵은 기둥 끝으로 액체가 분사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조악한 솜씨로 그려진자지가 수십 개에 달했다.
종이를 넘겨보았더니 근래 이 그림 그리기에만 빠져 있었는지 수 페이지에 걸치는 동안 수백 개에 달하는 자지가 그려져 있었다.
페이지 중간중간에 말라붙은 액체가 있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짐작하는 것이 두려웠다.
저절로 침대에서 미친 듯이 자위하던 칸나의 모습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에.
‘자지를 그리면서 흥분한 건가?’
이것은 마치 오래 전 섹스만으로 머릿속이 가득 찬 중학생 남자아이들이 할 것만 같은 행동이었다.
지금은 PC가 있고 인터넷만 연결돼 있다면 누구나 고품질의 야동을 볼 수 있는 세상이므로 지금 중학생들은 이런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뭐라고 할까?
약간 무서우면서도 마음이 애틋해졌다.
‘칸나가 이토록 자지를 염원하고 있었구나.’
그녀가 염원한 자지는 구체적으로 내 자지일것이다.
그녀가 이토록 변하게 된 것은 며칠 전 아바타와 한 섹스가 결정적이었을 것.
나는 아바타와만 섹스하는 것이 혹시 이세계 여자들을 소외하는 것은 아닐지, 괜한 자극을 주어 그녀들의 일상을 위험하게 하는 것은 아닐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욕으로 가득 찬 중학생들이 결국 그것 때문에 탈선하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듯, 이세계 여자들에게도 별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묘하게 신경 쓰이네,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