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81화
“와, 장난 아니었네.”
“이 정도는 해야 섹스죠.”
내가 혀를 내두르면서 하는 말에 김소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그러더니 내 가슴팍에 머리를 툭 대며 귀여운 소리를 덧붙였다.
“그래도 파티장님이랑 할 때가 가장 좋았어요. 지금 이건 비교도 안 돼요. 그때 엄청 좋은 꿈도 꿨는데...... 파티장님 집에 또 가도 돼요?”
“다음에.”
“네에~”
나는 인벤토리에서 포션 두개를 꺼내서 하나는 내가 마시고 다른 하나는 김소희에게 주었다.
아무래도 이대로 걸어갔다가는 다리가 후들거릴 것 같아서.
박은혜와 레즈비언 여자는 완전히 뻗어서 침대에서 실신해 있었다.
둘 다 여전히 침대에 결박당한채였다.
깨어나면 무슨 생각들을 할지 궁금했다.
뭐, 별로 신경도 안 쓸 것 같기도 하지만.
“사진이랑 영상 전부 파티장님한테 전송했어요.”
핸드폰을 조작한 김소희가 내게 말했다.
“고마워. 오늘 진짜 잘해줬어.”
“헤헤헤. 그래도 아직 다 끝난 거 아니잖아요? 진짜 빌런이 남았는데.”
“응.”
나는 김수연을 떠올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사실김수연 정도를 ‘진짜 빌런’이라고까지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마 나는 앞으로 훨씬 강한 빌런들을 만나게 될 것 같으니까.
아직 막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두고 보면, 내가 잘나갈수록 파티가 커질수록 이런 일들은 점점 많아질 것 같았다.
이런 성장 방식은 물론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
나는 정직하게 오로지 실력으로만 위로 오를 생각을 했었으니까.
15년간 처절하게 노력하여 파티 순위 끝에서 달랑거리다가 그나마도 탈락한 것을 떠올려보면 진짜 뭘 했나 싶기도 했다.
조금 더 융통성이 있었다면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 됐을지도 모르는데.
과거의 내 그런 고지식한 부분을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어쨌든 지나고 보면 완전히 시간낭비였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걸 그대로 끝내지 않기 위해서는 지난 날의 성과를 이용해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가장 큰 자산은 말할 것도 없이 내가 연구한 대몬스터 전략이었다.
이것만 있으면 그리고 새로 얻은 스킬들이있으면, 나는 이세계의 아바타들, 그리고 현실의 파티 멤버들과 함께 승승장구할 수 있을 것이었다.
“피곤하지? 일단 집에 돌아가.”
“파티장님은요?”
“나는 친구랑 있다가 여기 온 거거든. 일단 그쪽으로 돌아가봐야 할 것 같아.”
“저도 같이 가면 안 돼요?”
“안 되는건아니지만 재미 없을 거야.”
“네~ 그러면 또 연락드릴게요.”
“파티 활동을 정식으로 개시하려면 아직 두 명 정도멤버가 더 필요해. 조금만 더 기다려, 알았지?”
“저는 이미 파티장님이랑 한 배를 탔으니까 그런 건 문제가 안 돼요. 오늘처럼 재밌는일 있으면 또 연락주셔야 해요, 알았죠?”
“응.”
김소희가 말한 ‘한 배를 탔다’는 말은 은유적으로 들리기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오늘 나와 김소희는 박은혜, 레즈비언 여자 헌터를 침대에서 공략했고, 따지고 보면 엘린의 구멍 동서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
거, 참. 기분이 복잡하구만.
호텔을 나와서 김소희를 먼저 택시에 태워 보냈다.
“파티장님~ 또 봐요~~”
“응~ 조심히 가~~”
#
박동오가 있는 술집으로 돌아왔을 때 이곳의 분위기는 거의 파장이었다.
여사장이 테이블 정리를 하다가 나를 보고 반색했다.
“어머! 일은 다 보시고 오는 거예요?”
“네, 이 친구는 언제부터 저러고 있었어요?”
박동오는 완전히 취해서 소파에 누워 코를 골고 있었다.
“친구 등급이 올랐다면서기분 좋다고 엄청 마시더라고요. 헌터님 가시고 난 뒤에 헌터님 자랑밖에 안 했어요. 그래서 저도 헌터님이 남처럼 느껴지지 않는 거 있죠?”
여사장은 내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렸지만 나는 피곤하기만 했다.
여사장이 내 몸을 킁킁거리더니 “쳇.” 입소리를 내며 말했다.
“헌터님, 여자 만나고 왔구나? 친구랑 나 두고 딴 여자 만났어요? 헌터는 헌터만 좋아한다더니, 흥~~”
삐친 척 말을 하지만 진짜로 속상해 보이지는않았다.
그나저나 내 몸에서 여자 냄새가 나나?
하기야 그렇게 질펀하게놀았으니 샤워를 했다고 해도 체취가 남아있는 게 당연했다.
그런건 헌터의후각이 아니라도 맡을 수 있겠지.
나는 박동오 옆에 앉아서 그를 흔들어깨웠다.
“야, 얼마나 마셨기에 그렇게 뻗었냐? 술 더 안 마실 거면 가자.”
“무슨 소리야아~~ 오늘이 얼마나 좋은 날인데! 내일 아침까지 달려야지!”
“어휴......”
나는 여사장에게 부탁했다.
“여기 따뜻한 물 한 잔만 가져다 줄래요?”
“네엥~”
여사장이 가져다 준 물에 나는 포션을조금 탔다.
포션은 일반인이 마셔도 크게 부담이 없지만 그래도 일반인에게 복용시킬 때는 물에 희석시키는 게 좋다.
내가 건넨 포션용액을 마신 박동오는 정신을 차렸다.
“오우! 기운 난다! 달리자, 친구야!!”
그는 내 몸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더니 인상을 찌푸리고 물었다.
“너 여자 만나고 왔냐?”
“아니, 그냥 아는 애랑 할 얘기가 있어서 대화만 나누고 왔어.”
“와, 아는 여자 헌터도 있고 많이 컸다, 조태웅. 이제 B급이라 그거지?”
내가 이미네 명의 여자 헌터를 영입했고, 그녀들이 전부 절세 미녀라는 것을 알면 박동오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것 또한 앞으로 누릴 재미있는 일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사장이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통화하더니 우리를 향해 말했다.
“지금 출근하겠다는 애들이 있는데, 어때요? 같이 노실래요?”
나는 별로 생각이 없었지만 박동오가 먼저 나서서 두 팔을 번쩍 들고 소리쳤다.
“당연하지!”
#
삐비비빅!
김수연은 현관문 해제 소리가 나서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비밀번호를 해제하고 들어올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었으므로 그녀의 표정은 대번에 밝아졌다.
곧 모습을 드러낸 긴 머리의 여자에게 후다닥 달려갔다.
“은혜야!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야?”
“쯥.”
박은혜는 김수연을 보고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왜 이런 못난 년이랑 여친놀이를 하고 있는지 새삼 현타가 오는 그녀였다.
“내가 여기 오는데 꼭 전화를 하고 그래야 해?”
“그건 아니지. 밥은 먹었니? 뭐라도 시킬까?”
“됐어. 그것 때문에 온 거 아니니까.”
박은혜는 김수연을 안아 올리더니 거실로 데리고 갔다.
그녀를 거칠게 소파 위에 던지고 입고 있던 바지를 벗었다.
“어? 지금 하자고?”
“하기 싫어? 갈까?”
“아니, 아니야!”
김수연은 황급히 옷을 벗었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난다는 듯 테이블 위의 가방을 끌어당기는 그녀였다.
“나 좋은 거 구했어. <코리아헌터즈> 기자라는 게 이럴 때 참 좋다니까? 알아서 좋은 물건을 가지고 오니까.”
“호오~”
박은혜는 김수연이 가방에서 꺼내는 것을 보고 반색했다.
그것은 일종의 흥분제였다.
일반인이 헌터와 섹스할 때, 상성과 텐션을 헌터의 그것에 맞춰주는 역할을 하는 물건이었다.
김수연은 익숙한 동작으로 흥분제를 주사기에 주입했다.
박은혜는 팬티까지 벗어던진 뒤 김수연의 가방을 뒤져 남은 흥분제를 모조리 챙겼다.
“어? 그거!”
“왜? 너는 더 구할 수 있잖아.”
“그거 가져가서 뭐 하려고? 너 혹시 또 다른 여자랑......”
“썅!”
박은혜는 김수연을 향해 인상을 썼다.
“쓸데없는 소리 말랬지! 내가 너 아니면 만날 기자 없을 줄 알아? 쨍알쨍알 대면 다시는 여기 안 온다?”
“아, 알았어.”
김수연은 짜증을 내는 박은혜에게 고양이 앞의 쥐처럼 작아졌다.
‘처음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그녀는 연애 초기에 자신에게 달콤하게 굴었던 박은혜가 그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길 바랐다.
이미 그녀에게 중독된 그녀는 다른 일반인은커녕 다른여자 헌터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 했으면 빨리 꽂아.”
박은혜는 소파에 앉아 다리를 벌렸다.
김수연은 제조된주사기 두 개 중 하나를 자신의 팔에 꽂고 용액을 주입했다.
황홀한 듯 고개를 젖히고 흥분제가 몸에 퍼지는 느낌을 만끽하던 그녀는 다른 주사기를 들고 박은혜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갔다.
흥분제는 클리토리스에 주사했을 때 가장 강한 효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헌터뿐이었다.
일반인은 강한 약성을 버틸 수 없었으므로.
김수연은 신중하게 박은혜의 보지를 벌리고 클리토리스를 찾았다.
“어?”
그녀는 실망스러움에 거무죽죽해진 표정으로 박은혜를 올려다보았다.
박은혜는 귀찮다는 듯이 눈을 감고 소파에 기대 있었다.
그런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이었다.
만약 또다시 화가 나게 만들었다가는 두 말 않고 여길 나가버릴 테니까.
김수연은 속으로만 생각할 뿐이었다.
‘남자랑 했구나.’
박은혜가 양성애자라는 알고 있었다.
연애를 하는 조건이 그것을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물론 김수연도 조건을 걸었다.
다른 헌터들과 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다른 일반인과는 하지 말라고.
그리고 섹스는 하되 다른남자나 여자에게 마음은 주지 말라는 것이었다.
김수연은 첫 번째 조건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두 번째 조건은 지켜지고 있다고 믿었다.
박은혜는 섹스는 밝혀도그것 때문에 마음을 주는 일이 없으니까.
다만 자신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하지만 그 문제는 천천히 해결해갈 수 있다고 믿는 김수연이었다.
“아야!”
박은혜는 클리토리스에 꽂히는 바늘의 통증에 깜짝 놀라 김수연을 걷어찼다.
쿠당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