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83화
박은혜는 내 연락을 받고 금방 모텔로 왔다.
나는 혼자서 모텔방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녀를 보자마자 인상이 절로 써졌다.
"자기, 많이 기다렸어?"
그녀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입고 있던 바바리를 벗어 던졌다.
박은혜가 바바리 안에하고 있는 꼴을 보자니 당장 이곳에서 달아나고 싶어졌다.
그녀는 굵은 밧줄로 자기의 몸을 친친 감고 있었고, 커다란 딜도를 보지에 넣고 있었다.
이 각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아마 또다른 딜도가 뒤쪽 구멍에 박혀있는 것 같았다.
"자기~~"
박은혜가 내게 돌진했다.
B급 헌터로 등급이 오른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왜냐면 C급이었다면 돌진하는 그녀를 피할 수 없었을 테니까.
내가 피하는 바람에 침대에 쓰러진 박은혜가 토라진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자기, 진짜 이런 식이면 나 가만히 안 있는다?"
눈빛이 위험했다.
나는 계속 그녀를 화나게 했다가는 신변에 위협이 가해지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그러지 말고."
나는 이런 일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두었던 것을 그녀에게 말했다.
"나 자기랑 해 보고 싶은 거 있어."
박은혜 같은 성 도착자에게 자기라고 하는 것에 속이 메슥거렸지만 적어도 그걸로 박은혜의 위험한 눈빛은 가라앉힐 수 있었다.
"뭔데? 재밌는 거야?"
"응. 일단 이 의자에 앉아 볼래?"
나는 박은혜에게모텔 방에 있는 의자에 앉으라고 말했다.
내가 해 보고 싶은 게 있다고 하자 잔뜩 흥분한 박은혜는 냉큼 의자에 앉았다.
"뭐야?~ 빨리 해 줭."
"눈 감아."
"응~"
변태 성도착자 박은혜는 내 말에 당장 눈을 감았다.
나는 그녀의 눈을 검은 천으로 가렸다.
"우와~ 뭔지 모르겠는데 일단 나 자기 자지 좀 빨면 안 될까?"
"조금만 기다려."
지금 박은혜에게 자지를 빨렸다가는 그것에 뿌리째 뽑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지금 이 여자의 상태는 위험했다.
무엇보다 의자에 앉은 상태를 보니 보지로부터 애액이 심각한 수준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인간이 이 정도로 많은 애액을 흘리면 탈진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헌터니까 괜찮겠지만.'
박은혜는 자신의 헌터 능력을 섹스하는 데 주로 사용했다.
그것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나저나 엉덩이에도 딜도가 박혀 있었는데.'
그게 어떻게 된 일인지 보이지 않았다.
"하으으읏!"
하지만 박근혜가 엉덩이를부들부들 떨면서 흥분하는 것을 보니 그게 몽땅 어디로 들어가서 보이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위험하다, 위험해'.
나는 빨리 용건을 끝내고 이곳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따로 준비해둔 밧줄로 박은혜의 몸을 꽁꽁 묶었다.
물론 일반적인 밧줄은 아니고, 안에 부드러운 철심이 들어간 웬만한 헌터도 강한 힘을 주어야 끊을 수 있는 밧줄이었다.
"으응~ 뭐야? 뭐 해 줄 거야?"
나는 인벤토리에서 주사기를 하나 꺼냈다.
이것은 나와 통화했던 비밀 조직에 속한 남자가 보내준 것이었다.
혹시나 하고 말을 꺼냈더니 별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퀵으로 보내주었다.
'흥분제.'
처음에는 진정제를 사용해야 하나 하고 생각했지만, 남자가 내게 조언했다.
-그 여자라면진정제가 말을 듣지 않을 것입니다. 차라리 의식을 끊으려면 더 흥분시키는 게 나아요.
나는 그가 한 말을 반신반의했지만 나보다 더 전문가니까 알아서 잘 조언해주었거니 생각했다.
그리고 그 주사기를 박은혜의 팔뚝에 꽂고 용액을 주입했다.
"하으읏! 이거 뭐야?"
내가 자기 팔에 주사기를 꽂아도 박은혜는 전혀 반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흥분돼 죽겠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정말 헌터 성도착자는 위험한 거구나.'
나는 박은혜를 보고 새삼 그렇게 생각했다.
주사를 맞은 박은혜에게서 곧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몸을 심하게 경련하더니, 곧 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악! 악! 악!"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허공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나는 정말로 신변에 위험을 느껴서 여차하면 문을 열고 달아나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잠시 후, 박은혜의 고개가 옆으로 툭 떨어졌다.
"어?"
예상외의 반응이라 나는그녀의 볼을 손으로 툭툭 쳐 보았다.
약하게라도 숨을 쉬는 것으로 보아 죽지는 않은 것 같다.
’기절했구나.‘
남자가 한 말이 맞았다.
박은혜 같은 여자는 오히려 과도하게 흥분을 시키면 의식을 잃어버렸다.
'별로 도움이 되는 지식이 아닌 것 같지만.'
나중에 또 써먹을 일이 없기를 바랐다.
나는 시계를 보았다.
‘빨리 일어나지만 마라.’
정신을 잃고 있는 박은혜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가 그럴 게 아니라 가지고 있는 주사기를 하나 더 사용하는 게 낫겠다고 여겼다.
이런 종류의 약성에 단련된 그녀는 몇 방 꽂는다고 해서 죽지는 않을 테니까.
‘죽으면 이세계에 유기해야지.’
나는 만약의 사태에도 대비하고 있었다.
무서운 생각이기는 해도 박은혜 같은 세상에 없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나는 박은혜와 멀찍이 떨어져서 그녀를 감시했다.
5분이 지나도록 그녀에게서는 아무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가끔 움찔 움찔 몸을 떨 때마다 심장이 철렁 했다.
‘시간 됐구나.’
나는 슬슬 또 한 명의 게스트가 올 때가 됐음을 알고 욕실로 들어갔다.
일부러 이곳 모텔을 택한 이유는 구조가 몰카를 찍기 알맞기 때문이었다.
모텔방이 어떻게 생겼는지 정도는 ‘막놀자’ 앱을 이용하면 쉽게 알 수 있으니까.
끼익-
이미 열려져 있던 문이 밀쳐지고 오늘 내가 부른 또 한 명의 손님이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나는핸드폰과 연동된 카메라를 통해 그녀가 하는 양을 보고 있었다.
나중에 이 영상은 녹화되어 김수연의 처리를 바라는 누군가에게 전해질 것이었다.
김수연은 조심스럽게 주위를 두리번댔다.
그러다 곧 꼴사나운 모습으로 의자에 묶여있는 자신의 연인을 발견했다.
“은혜야!”
그녀는 얼른 달려들어 박은혜의 몸을 감고 있는 밧줄을 풀었다.
그에 맞추어 기절해 있던 박은혜가 흠칫 정신을차렸다.
“어? 자기야? 미안해, 내가 깜박 잠이 들었나 봐~”
“응, 나야. 은혜야. 밧줄 풀어줄게, 얼른 나가자.”
김수연은 박은혜가 ‘자기’라고 한 것을 자신을 지칭한 것이라고 오해했다.
그리고 박은혜는 강한 약성 때문인지 김수연의 목소리를 듣고도 상대를 혼동했다.
“아니~ 괜찮아~ 자기, 나 못 참겠어! 빨리 하자!”
김수연은 어? 어? 하다가 박은혜에게 낚여 침대에 쓰러졌다.
지금 인사불성인 박은혜는 상대를 나로 오인하고 있었다.
자기 보지와 항문에 박혀 있는 딜도를 뽑아 던지더니 김수연의사타구니 쪽을 마구 더듬었다.
“자기~ 나 미치겠어! 빨리 자지죠, 자지!”
“왜 그래? 은혜야. 나 수연이야. 김수연.”
“뭐?”
드디어 박은혜가 이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깨달았다.
그녀는 거칠게 눈을 가리고 있던 천을 벗더니 주변을 두리번댔다.
“자기! 자기 어딨어!”
“은혜야! 나 여깄잖아. 대체 누굴 찾는 거야?”
“썅! 못생긴 년아! 너는 닥치라고!”
짝!
거친 소리가 나며 박은혜가 김수연의 뺨을 후려쳤다.
일반인인 김수연은 뺨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대로 일어나지 못했는데아마도 기절한 것 같았다.
박은혜는 여전히 흥분하여 자기 몸을 마구 만져댔다.
그러다가 도저히 참지 못하겠는지 김수연의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너는 씨발 진짜. 운 좋은 줄 알아라! 네가 기자 아니었으면 너 같이 못생긴 건 거들떠도 안 봤으니까.”
자기 멋대로 지껄인 그녀는 김수연을 바지를 벗기고 속옷을 찢어버렸다.
여전히 작동되어 바닥에 헤엄치고 있는 딜도 하나를 집어들더니 그것을 김수연의아날에 꽂아넣었다.
“흐으읏!”
그 충격에 김수연도 눈을 떴다.
박은혜는 이렇든 저렇든 앞뒤 가리지 않고 김수연의 한쪽 다리를 휙 들더니 자기 사타구니를김수연의 보지 쪽에 붙였다.
그렇고 낑낑 두 사람의 가위치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그 모든 광경을 핸드폰으로 보고 있었다.
모든 장면이 적나라하게 카메라에 담기고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완벽하게 상황이흘러가고 있다.
김수연은 반쯤 정신이 나간 박은혜에게 붙들려 꼼짝없이 당하고 있었다.
그래도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라서 그런지 심한 꼴을 당하면서도 꾹 참고 있는 표정이었다.
아니, 어느 정도는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의외네.’
직장에서는 멀쩡한 사람 죽이지 못해 사디스트처럼굴더니, 자기 여자친구한테는 오히려 이렇게 마조히스트와 같은 모습을 보이다니.
그 괴리가 몹시 재수없었다.
‘사람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년.’
나는 그녀에게 당한 것이 새삼 떠올라 울분이 차올랐다.
내가 새로운 능력을 얻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녀에게 처참하게 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별 힘도 없는 일개 마조히스트였지만, 자기가 농락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무섭게 돌변하여 권력을 마구 휘두른다.
‘이제 끝장을 봐야지.’
박은혜는 정신 없이 허리를 흔들었다.
내가 보이지 않으니 꿩 대신 닭이라고 김수연을 통해서라도 만족을 얻으려는 것 같았다.
김수연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지 입술을 깨물고 참아내고 있고.
나는 핸드폰으로 박은혜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박은혜는 정신 없이 가위치기를 하는 중에도 문자 수신음을 듣더니 번쩍 몸을 일으켰다.
내가 보낸 문자 메시지는 이런 내용이었다.
- 자기가잠들어서 먼저 나왔어. 천상호텔 1005호실로 와. 거기서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