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4화 〉84화 (84/92)



〈 84화 〉84화

천상호텔은 이곳에서 택시를 타도 30분은 걸리는 곳에 있었다.
이런 위험한 여자는 최대한 멀리 보내는  좋다고 생각했다.


박은혜는 서둘러 바바리를 몸에 걸치더니 허겁지겁 방을 나갔다.


“은혜야! 어디가! 은혜야!”


김수연은 그녀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지만, 박은혜는  척도 하지 않고 문을 열고 나갔다.

“흐윽.”


자신의 신세가 새삼 애처롭게 느껴졌는지 김수연은 울음을 터뜨렸다.


“후후후.”


그제야 나는 욕실 문을 열고 나갔다.
처음에는 기척을 듣지 못했다가 내가 “수연 씨?” 하고 부르자 흠칫 이쪽을 보았다.

“뭐 해요?”

나는 아날에 딜도가 박힌 채 팬티도 안 입고 바닥에 누워있는 그녀에게 물었다.

“너, 너!”

김수연은 너무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서 뭐부터 물어야할지 모르겠다는 투다.


나는 여유 있게 걸어가 커튼 아래에서 카메라를 집어들었다.
소형이기는 하지만 아주 성능이 좋은 물건.

그것을 본 김수연이 경악했다.
깜짝 놀라 엉덩이에서 딜도를 뽑고 치마 아래에 드러난 자신의 보지를 가렸다.


“이미 늦었어.”

나는 그녀를 향해 씨익 웃음을 지어보였다.

“다 찍었거든.”


후후후.
내가 웃는 것을 보며 김수연은 내가정말로 보고 싶었던 표정을 지었다.


“뭐, 뭘 원해?”


김수연이 흔들리는 눈으로 물어보았다.


“돈이야? 돈을 줄까?”
“기자 나부랭이가 어디 헌터한테 돈으로 딜을 하려고 들어?”


<코리아헌터즈> 기자라는 직함은 권력은 있을지언정 돈이 따른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 그러면......”

김수연이 입술을 짓씹더니 말했다.


“알았어. 정정보도를 낼게. 너에 대한 인터뷰는 과장됐었다고 말하지. 그리고 원한다면 너에 대해서 좋게 써줄 수도 있어.”
“하하하!”

이왕이면 돈이 아니라 이걸 먼저 협상조건으로 내걸었어야지.
물론 응하지 않을 거지만.

“장난하냐?”
“응?”
“이제와서 그런다고 나에 대한 여론이 갑자기 바뀔 것 같아?”
“그건......”


본인도 인정한다는 표정이었다.


“그만둬.”
“뭘?”
“당연히 기자지. 그만두기 전에 네가 저질렀던 만행을 고백해. 박은혜랑 가졌던 관계까지. 내 얘기는 하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고.”

김수연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안 돼! 그것만은!”

그녀의 심정을 이해할 만하기는 했다.
그녀에게 <코리아 헌터즈> 기자라는 직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일 테니까.


그녀가 가진 알량한 권력도, 박은혜와의 관계도 모두 <코리아 헌터즈> 기자라는 이유로 누릴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회사 내에도 너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 보더라?”
“뭐?”


김수연이 뭔가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박귀철......”

그녀가 중얼거리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아마도 김수연을 해코지하라고 시킨 내부의 간부가 그 이름인 것 같았다.
내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얻은 정보이니 기억해두기로 했다.

“얌전히 떠나.  험한 꼴 보기 전에.”


나는 원래  동영상을 공개할 생각이었다.
추악한 기자의 민낯을낱낱이 공개하여 평생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오늘 박은혜와의 관계를 보자니 너무 그녀를 몰아세우는 것도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기자직을 잃으면 모든  잃은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더러운 인연은 이걸로 마무리짓는 걸로.


“하루 줄게. 서둘러라.”


나는 망연하게 호텔 방 바닥에 시선을 던지고 있는 김수연을 두고 방에서 나왔다.




#




김수연의 문제는 빠르게 정리되어갔다.
그녀는 내가 말한 대로 자신의 잘못을 담담히 진술했다.
짧은 사과문만 띡 올리고 끝내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의외로 셀프 동영상을 찍어서 자기 잘못을 이야기했다.
검은 정장을 입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 유튜버들의 전형적인 사과 동영상을 연상시켰다.

아무리 그녀가 진지한 사과를 했다고 해도 사람들의 원성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그녀가 올린 사과 동영상 밑에는 원색적인 비난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하지만아무리 그래도 기자와 헌터 간의 화제성에서 차이가 나는지  인터뷰 영상에 달린 댓글보다는 그 숫자가 적은 것 같았다.


김수연이 언급한 내용에는 박은혜와 자신의 관계도 있었다.
그것이  큰 비난을 자아내는 요소이기도 했다.

<코리아 헌터즈>에서는 빠른 대응에 들어갔다.
김수연은 바로 해고를 했으면, 그녀가  개인적인 비행과 자신들은 아무 연관이 없다고 선긋기를 한 것.


‘쉽네.’

헌터 한 명의 이미지가 나락에 떨어지는 것도 쉽고 그런 일을 저지른 기자가 사회에서 매장되는 것도 아주 쉬웠다.
이런 일을 안 당하려는 역시나 내 힘이 강해지는 것밖에 도리가 없을 듯했다.


비밀조직의 남자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 일처리를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이 건이 끝났으니 저희들끼리는 이제 아무 것도 남은 게 없는 거죠?”
- 물론이죠. 하지만 섭섭합니다. 그렇게 저희를 멀리하지 않으셔도 될 텐데요. 말씀드리건대 저희는 헌터님의 앞날에 큰 도움을  능력이 있습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제가 한 말이 섭섭했으면 죄송합니다.”
-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어쩌면 저희 쪽에서 먼저 연락을 드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찜찜한 조직이기는 하지만 남자의 말마따나 이들은 내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어차피 이들을 완전히 피해서 활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들과 너무 선긋기를 하는 것도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성장하고 발전할  있다면 뭐든 이용하는 것이 좋겠지.

‘그렇다면......’

나는 김수연  때문에 멈춰 있었던 퀘스트를 떠올렸다.
퀘스트의 목표는 파티원을 모집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내  숫자는 다섯명.
지금까지 영입한 멤버는 이연화, 차은아, 차은미, 김소희 네 명이었다.
아직  명이 부족한 셈.


그리고 카드로 보유하고 있는 여자들의 숫자는 여섯이었다.

퀘스트가 내  숫자보다 한 명이 많아지기는 하지만 적다면 모를까, 많은 게 손해가 될 일은 없을 것이었다.

‘연락해봐야지.’

이미파티 멤버로 영입해야겠다고 생각한 여자들은 정해져 있었다.
그녀들의 이름은 각각 최슬비와 김현아.
제시, 리카와 연동된 여자들이었다.

제시, 리카는 처음 네 명과 달리 나중에 파티에참가한 여자들이고, 그녀들과의 유대감은 아직 약한 편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지.’


이세계에서 남자가 어느 정도 영향력인지 알고 있었다.
그곳은 남자가 거의 없다시피 한 세상이고, 그런 이유로 여자들은 남자에게 무조건적인 동경심을 갖고 있었다.


‘쉽게 가야지.’

퀘스트를 빨리 완수하고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서 쓸데없는 단계를 생략하기로 했다.
이계로 가서 제시, 리카와 유대를 쌓고 나면 그 다음에 최슬비, 김현아를 영입하는 것도 쉬워진다.

‘그럴려면......’


나는 한숨을 쉬었다.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는데.’

나는 지난번 이동구를 금단의 구역에 떨어뜨린 경험으로 이곳 세상과 저쪽 세상을 오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쓰레기 게이트’, 다른 말로 ‘버려진 게이트’를 이용하면 바로 이계로 갈  있다.


나는 비밀조직의 그 남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 어? 이렇게 빨리 연락을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몰랐어요.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어서요.”
- 뭡니까, 헌터님?
“쓰레기 게이트를 이용하고 싶은데요.”
 알겠습니다. 계시는 곳을 알려주시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게이트 위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나는 곧 남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그곳에는 쓰레기 게이트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이용시간은 넉넉하게다섯 시간으로 했다.
비용이 꽤 되었지만, 가지고 있는 돈의 여유가 제법 되는 편이니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가자.”

매력적인 여자와 섹스할 생각을 했더니 무척 마음이 설렜다.



#

나는 남자가 알려준 장소로 이동했다.
이곳 또한 구석진 곳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였다.
비밀번호가 필요한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는데,  비밀번호는 이용객을 위한 일회용 번호였다.
게다가 일반인은 이 자물쇠에 어떤 번호를 입력해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
애초에 헌터에게만 반응하도록만들어진물건인 것이다.
그런 설명을 남자에게 추가로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다시 그것을 안에서 잠갔다.

내부 구조는 지난번에 들어갔던 컨테이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간소한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이곳의 커피가 아주 맛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커피나 마시자고 이곳에 온 것은 아니니까.

나는 곧바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게이트 안은  비어 있었다.
황량한 붉은 모래밭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카드로 여자를 소환했다.


제시.

카드로 그녀를 소환하자 한 줄기 빛과 함께 그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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