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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01 (1/105)



〈 1화 〉01

초등학교 6학년 2교시 쉬는 시간.


핑크빛 원피스를 입은 그 아이는 허락도 없이 내 오른손을 덥석 잡았다.


다른 아이였다면 짜증이 났겠지만, 팬클럽까지 거느리는 여왕님이라니.


나는 순종했다. 여왕님의 자애로운 눈을 잠깐 바라볼 뿐.


평민인 나는 여왕님을 오랫동안 쳐다볼 수 없었다.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여왕님의 하얀 스타킹을 쳐다보았다.


165 큰키에 남다른 발육은 평민 아이들과 비교불가.

여왕님의 몸에선 은은하고 좋은 향기가 났다.

내시선이 성숙한 여왕님의 스타킹을  따라올라가며 원피스 속을 상상하고 있을 때,

"이런. 생명선이 끊겼어. 사십대 고비만 넘기면 백살까지 장수하는데......기이한 손금이로다."

여왕님은 유명한 선녀보살 흉내를 냈다.

나는 여왕님의 손아귀에서 내 손을 빼내어 티셔츠에 닦았다.

여왕님은 내게 한발짝 더 다가와 날렵하게 왼손으로  오른손 손목을 더 세게 잡았다.

급기야 앉아있는 내게 허리를 숙인채, 내 손을 책상 위에 올렸다.

오른손 검지 손톱으로  손바닥을 간지럽혔다.



"생명선이 여기서 시작해서 이렇게 흘러가는데, 네꺼는 내가 본 생명선중에 제일 길어. 특이해. 특이해....근데, 중간에 끊어졌어. 어쩌냐. 너 사십대에 죽을 수도 있어. 마흔살 넘으면 조심해라."

나는 여왕님이 읊어대는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손바닥의 간지러움때문인지 은은한 향기 때문인지 나는 바지의 지퍼부분이 솟아 올랐다.


"전반적으로 머리도 좋고, 재물 운도 있고...... 뭐야. 여자가 바글바글 하네. 쪼그만게 일찍부터 여잘 밝히겠구만. 혹시 사십대에 복상사 당하는거 아니야. 너 복상사가 뭔지 알 긴 하냐....... 내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고, 하여튼 너무 여자 밝히지 마라....."


내 시선은 하얀 목 아래로 처진 원피스에 고정되었다가, 그 원피스 너머 어두운 안 쪽을 탐험하고 있었다. 여왕님은 이미 어른이었다.

여왕님이 이야기를 끝내고 허리를 세웠을 때, 오히려 좀더 길게 얘기 했으면 하는 서운함마저 있었다. 여전히 내 바지에는 텐트 기둥이 있었다.

여왕님이 손금을 봐준날.

나는 집으로 오는 길에 여왕님을 다시 만났다.


여왕님은 혼자였다.

여왕님은 우리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  좋아하냐?"

"......"

"너 아까 나 몰래 훔쳐봤지..."

정확히 몰래는 아니었다.

"따라와..."


여왕님은 수퍼마켓으로 들어갔다.

"먹고 싶은거 골라..."


여왕님은 과자가 쌓여있는 진열대 앞에서 명령했다.


나는 양파링과 바나나킥 봉지를 들었다.

"마실거좀 사자..."

여왕님은 내게 과자, 음료수가 담긴 비닐봉지를 들게 하고 앞장섰다.

한참 오르막길을 올랐다.


오르막길 정상에 새로 지은 집이 눈에 들어왔다.

여왕님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파란색 대문을 열었다.

나무사이 계단을 오르니 잘 가꾸어진 잔디가 펼쳐졌다. 작은 수영장이 있었다.

세련된 이층집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강아지 두마리가 달려와 여왕님에게 꼬리를 흔들었다.

여왕님은 강아지를 몇번 쓰다듬고, 현관 문을 열쇠로 열었다.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들어와..."

나는 말 없이 신발을 벗었다.

큰 이층집에 주눅이 들었다.

여왕님의 방은 이층에 있었다.


창 밖으로 정원과 수영장이 내려다 보였고, 앞으로는 먼 산이 눈에 들어왔다.


"앉아..."

나는 여왕님의 침대에 걸터 앉았다.

비닐 봉지를 침대 아래 내려놓았다.

여왕님이 유리컵, 쟁반, 노란색 플라스틱 보울을 가져왔다.

"밑으로 내려와."

여왕님은 방바닥에 쟁반을 놓고 보울 안에 과자를 쏟았다.

컵에 콜라를 따랐다.

거품이 일다가 멈췄다.

"먹어."


나는 과자를 입에 넣고 조심스럽게 오물거렸다.


"너...나 말고 좋아하는 애 또 있어?"

나는 특별히 생각 나는 아이가 없었다.

"너 나만 좋아하는 거 맞지?"

나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고개를 끄덕였다.


"너 아까 내가 한  다 알아들었냐?"


나는 손금에 대한 말로 이해하고 대답했다.

"응...대충 그런거 같은데..."


"복상사가 뭔지 알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 혹시 어른들이 하는 거 본적 있어?"


나는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

사실 나는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친구 어머니와 어떤 아저씨가 하는 걸 본적이 있었다.

친구 엄마는 아저씨 밑에 깔려 커다란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저씨는 무서운 속도로 친구 엄마를 압박했다.


살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나는 얼어붙었다.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아저씨는 씨익 웃었다.

더 빠른 속도로 친구 엄마를 밀어붙였다.


친구 엄마는 고통을 참으며 아저씨 목을 감싸 안았다.

어른들의 일이 끝났을 때,

아저씨는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집 밖으로 나갔다.


친구 엄마는 나를 안아 주었다.


나는 친구 엄마와 그날 내가 본 것을 비밀로 하기로 약속했다.

"이리 와봐"

나는 여왕님 앞으로 엉덩이를 움직여 이동했다.


여왕님이 내 손을 잡았다.

내 손을 봉긋한 가슴위에 올려 놓았다.

나는 가슴이 두근 거렸다.

"어때...무슨 느낌이 들어?"

"...말로 하기가 좀..."

"느낌이 좋아...?"

"응...그런거 같아..."

여왕님은 나를  가까이 당겼다.


나는 바로 여왕님 앞에 붙었다.

여왕님이 내 얼굴을 잡고 빨간 입술을  입술에 가만히 대고 있었다.

눈을 감았다.

여왕님이 입술을 떼고 물었다.


"느낌이 어때...?"

나는 심장이 뛰었다.

"좀 흥분되는 거 같기도 하고..."

"이런게 복상사야...너무 흥분하면 죽는데..."


여왕님의 교육은 거기서 끝이 났다.

나는 말 없이 과자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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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님의 집을 처음 방문하고 일주일 뒤, 나는 다시 그 집에 가게 되었다.


여왕님은 지난번에 이어 내게 교육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과자도 음료수도 없었다.


"지난번에 입술까지 했지..."


여왕님은 스웨터를 벗었다.

"너도 위에만 벗어봐..."



우리는 서로를 부끄럽게 바라봤다.

"느낌이 어때?"


"좀 부끄럽다..."


"가슴이 떨리거나 그렇지 않아...?"

"약간 떨리는 거 같기도 하고..."

"이쪽으로 와봐"


나는 엉덩이를 움직여 여왕님에게 다가갔다.


"손으로 여기 만져봐..."

나는 이미 어른이 된 여왕님의 봉긋한 가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나는 좀 기분이 이상한데...다시 해봐..."


나는 다시 천천히 쓸어내렸다.


"간지럽긴 한데 좀 좋은 거 같아..."


여왕님은 내 팔을 당겼다.


여왕님의 입술이 내 입술에 부딪혔다.

여왕님은 내게 혀를 주었다.

내 머리에 번갯불이 번쩍했다.


"이건 기분이 어때...?"

"모르겠어..."


"다시  볼게..."


여왕님은 내게 키스를 했다.

어른 같은 키스.


혀가 들어와  입천정을 간지럽혔다.

여왕님은  두 손을 잡아 다시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나는 손을 움직여 쓰다듬었다.


선홍빛 꼭지를 잡아 살짝 비틀었다.

여왕님은 나직한 신음 소리를 냈다.

나는 무서웠다.


"어때 기분이...?"

"좀 무서워..."


"겁내지 말고...바지 벗어봐..."


나는 망설였다.

여왕님은 손으로 내 바지를 벗겼다.


내 것을 손으로 잡고 유심히 관찰했다.

여왕님도 바지를 벗었다.

철없는 장난이 가져온 결과에 나는 어쩔 줄 몰랐다.


여왕님은 그날 피를 흘렸다.

나는 무서웠다.


나는 옷을 챙겨 입고, 그 집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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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2년이 흘렀다.

여왕님은 내 변호사가 되어 나를 교도소에서 꺼내주었다.

그리고 내 방 침대위에 누워 나를 불렀다.



"이리 와봐."

"......"

"너 ...책임감 있게...정말 ...멋지게 살아야 돼...내 첫남자잖아..."


"......"

여왕님은 나를 안았다.


여왕님은 빨간 입술을  입술에 가만히 포갰다.


우리는 다시 성숙한 육학년이 되어,


서로의 몸을 사랑했다.

나는 교육이 필요 없는 남자임을 증명했다.

여왕님은 내게 후한 평가점수를 주었다.




여왕님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나는 여왕님을 위해 된장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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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수를 해서 가고싶던 대학에 갔다.

그 학교에 다니는 동안 나는 엄친아였다.


자만감 가득한 학교생활에 군대 2년, 졸업하니 스물 일곱이 되었다.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6개월만에 그만두었다. 나는 회사생활 스타일이 아니었다. 스물 여덟.


사촌 형이 대학 졸업하고 다시 치대에 들어갔다.

친척들이 장하다며 난리였다.

나도 강남에 있는 의치학전문대학원 학원에 등록했다.



공부해서 바로 디트 시험을 봤다.

결과는 모 지방 치의학 전문대학원에 합격.

서울에 있는 학교를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내 운은 거기까지라고 생각했다.


기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치전원 4년은 개꿀이었다.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경제적으로 풍족했고, 나는 인생을 즐겼다.

졸업 후 일자리를 찾아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하지만 삼개월 페이 생활은 고통스러웠다.

200대 월급을 받으며 몸과 마음이 갈려나갔다.


발언권 없는 노예생활을 통해 나는 내 자존감을 잃어갔다.


눈치 없는 바보가 되어갔다.

위생사들은 물론 조무사들마저 안타까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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