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08
그녀가 우리 대화를 들었을 수도 있었다.
나는 어색하게 인사했다.
나는 가까운 닭갈비 집으로 그녀를 데려갔다.
동갑이라는 것을 알고 우리는 말을 놓기로 했다.
미정은 소주파라며 소주를 시켰다.
나는 싫은 내색하지 않고 같이 소주를 마셨다.
미정의 잔비움이 너무 빨라, 나는 속도를 맞출 수 없었다.
두병이 세병이 되고 금방 네병이 되었다.
우리 얼굴은 샛 빨갛게 되었다.
볶음 밥까지 살뜰이 먹고,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갈 곳이 노래방 밖에 없었다.
넓은 노래방에서 둘은 멀찌감치 떨어져, 각자의 노래에만 집중했다.
각자 자기 노래가 끝나면, 바로 노래책 뒤져 선곡하고, 예약하고, 다시 노래 부르고를 각자 반복했다.
마치 노래방에 혼자 있는 듯 했다.
주인 아주머니가 추가 시간을 넣어줬으나 그냥 나왔다.
갈 곳이 없었다.
길거리를 서로 떨어져 걸으며 방황했다.
결국 내가 종종 가던 호프집에 들어갔다.
쏘세지 야채볶음을 시켜 생맥주를 마셨다.
테이블이 작아, 우린 제법 가까이서 마주봤다.
미정의 하얀 무릎이 내 다리에 부딪혔다.
미정은 자주 폰 메세지를 확인했다.
"성용이 안 온대."
미정은 마지막 메세지를 확인하고 폰을 가방 안으로 던져 버렸다.
나는 알고 있었지만, 말 하지 않았다.
나는 기분을 풀어줄 의도로 농담삼아 에스키모 이야기를 했다.
"너희 에스키모 커플이냐?"
그녀는 웃는 듯, 생각에 잠긴듯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곧 환하게 웃으며 맥주잔을 나와 부딪치고 원샷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이천정도 마셨다.
밖으로 나와 버스 정류장 앞에 섰다.
나는 미정을 바래다 주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함께 미정이 사는 동네로 이동했다.
버스 안에서는 드문 드문 대화가 끊어졌다 되살아났다를 반복했다.
나는 드문 드문 미정의 하얀 다리를 훔쳐봤다.
창가에 앉은 미정은 우수에 젖은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버스에서 내린 곳은 유흥가였다.
우리는 말 없이 모텔이 즐비한 좁은 인도를 걸었다.
"모텔 참 많네..."
그녀가 옆에서 나를 잠시 쳐다 봤다.
"......"
"우리 여기 들어 갈까?"
"......"
나는 정신이 아득했다.
멍하니 미정을 쳐다봤다.
귀 주변으로 맥박음이 점점 크게 들려왔다.
나는 아무말도 못했다.
"오늘 난 에스키모잖아."
"......"
나는 할 말을 못 찾아 머뭇 거렸다.
미정의 표정은 진지했다.
미정은 아무말 없는 내 얼굴을 긍정으로 해석했다.
내 손목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가 직접 '숙박이요'를 외쳤다.
지갑을 꺼내, 오만원을 현금으로 결제했다.
나는 말 없이 미정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미정은 먼저 씻었다.
나는 20분 동안 전화기를 만지작하며 고민했다.
성용에게 전화했다. 전화기가 꺼져있었다.
머릿속에 어쩌지라는 단어만 떠올랐다.
미정이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타월을 몸에 감고 나왔다.
내 것에 반응이 왔다.
나는 말 없이 씻으러 들어갔다.
빠르게 샤워를 했다.면도를 했다. 흘깃 흘깃 거울 속 내 눈을 봤다. 욕정에 이글거리는 눈동자 주변으로 핏줄이 터질 듯 했다.
양치질을 하며 다시 쳐다봤다. 먹이 앞에 비굴하고 탐욕스운 개의 눈이었다.
나는 수건으로 대충 가리고 방으로 나왔다.
침대 끝에 앉아 있던 미정이 나를 침착한 눈으로 쳐다봤다.
에어컨을 틀었는지 방 안 공기가 쾌적했다.
미정은 자기 옆으로 오라고 손으로 침대를 두드렸다.
나는 미정을 보며 천천히 걸어 갔다.
침대에 다다랐다.
나는 거기에 누웠다.
미정은 방의 조명을 무드등으로 바꾸었다.
미정의 타월이 침대 밑 방 바닥으로 떨어졌다.
빨간 조명이 내려앉은 그녀의 가슴이 흔들렸다. 접힐듯 말듯한 뱃살이 보였다. 그 아래 쭉 뻗은 다리가 아른 거렸다.
미정은 내 몸에 있는 수건을 옆으로 치우고,
나를 천천히 사랑해 주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미정은 눈을 뜨고 자기가 하는 것을 보라는 듯, 내 몸을 손으로 흔들었다.
미정은 내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미정의 움직임은 거칠었다.
무언가에 화풀이 하듯이 나를 거세게 압박했다.
나는 노력했지만 도저히 못 참을 것 같았다.
결국 내 몸에서 빅뱅의 폭발이 일어났다.
"미안."
"괜찮아."
미정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미정은 바로 씻으러 갔다.
미정이 앉자마자 나는 씻으러 들어갔다.
내가 나왔을 때 그녀는 담배를 피고 있었다.
"너도 피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정이 불을 붙여 주었다.
나는 한모금 빨고 기침을 시작했다.
눈물과 콧물을 흘렸다.
미정은 휴지로 내 눈물과 콧물을 닦아주었다.
"미안."
미정은 내가 한모금만 핀 담배를 빼앗아 재털이에 비벼껐다.
긴 한숨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담배도 비벼 껐다.
"더할래?"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미정은 나를 자기 앞으로 오라고 했다.
나는 갔다.
-괜찮아?
-으...응
미정은 다시 나를 두루두루 사랑해 주었다.
나도 눈물을 흘렸다.
하늘의 은하수를 생각하며,
미정과 나는 우주를 날았다.
내 얼굴에서 떨어진 땀이 미정의 몸에 떨어졌다.
미정은 내 등을 두드렸다.
나는 일어났다.
"미안."
"괜찮아."
미정은 씻고, 옷을 입었다.
"우리집 바로 옆 건물이야."
"......"
"혼자 갈 테니까. 그대로 자."
문을 닫고 나갔다.
나는 한숨도 잘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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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가 무너졌다.
뚜벅뚜벅 앞만 보며 걷던 수험생활에서 이탈했다.
더이상 집중이 안 됐다.
영어지문을 읽으면 미정이 일으키던 바람소리가 들렸다.
문학지문 속 여자들이 나를 유혹했다.
다른 공부를 할 수 없어서, 하루종일 수학문제만 풀었다.
연 삼일 맥주를 마셨다.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내 안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있었다.
그렇게 나는 거의 20일을 잃어버렸다.
망설이다, 폰을 열었다.
자판을 눌렀다.[잘 지내지...보고싶다.]
지웠다.
다시 눌렀다. [그날은 고마웠어. 내 마음을 빼앗긴거 같아. 아무것도 할 수없어. 죽기전에 한번만 보고싶다.]
지울까 고민하다 전송을 눌렀다.
바로 답장이 왔다.
[지랄하네. 남자들 다 똑같구만]
[그런게 아니고. 나 심각해]
[하하하]
[무슨 웃음이야?]
[바람이나 쐬러 가자]
미정은 직접 차를 몰고 왔다.
코란도 운전석에 앉아 나를 내려보는 선글라스. 선글라스 아래 오똑한 코. 코 아래 도톰하게 주름진 빨간색 립스틱.
그 때의 설렘을 적당히 표현할 수 없다.
나는 그 전부터 운전하는 여자 옆 조수석에 앉기만 해도, 흥분감을 느꼈다.
미정은 운전을 하며 연신 담배를 피웠다.
나는 얌전히 흥분을 느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릉 경포대에 왔다.
"바다 좋네. 야..! 야이...씨발놈들아!"
휴가철이 다 끝난 경포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야. 너도 해봐. 내가 한 말 똑같이."
"......"
"너 욕 못해?"
"......"
"안하면 오늘 안 준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야...이 개새끼들아..."
몇몇 남자가 멀리서 고개를 내게 돌렸다.
"하하하. 그새 대사를 바꾸네. 창의력 인정."
"......"
"역시 공부잘하는 놈은 달라."
우리는 함께 모래사장을 걸었다.
이번엔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손등이 스쳤다.
나는 손을 잡았다.
"어어. 이새끼 밝히는 거 봐."
"......"
"너...성용이랑 싸우면 이겨?"
나는 손을 놓았다.
"성용이가 네 자랑 많이 하더라. 유일하게 공부잘하는 친구라고. 서울대 갈거라고. 너 중학교때는 매번 전교일등이었다며. 고등학교에서도 전교 5등 안에 들었다고 하던데...성용이가 넌 검사나 판사가 될 거라고 하더라. 맞냐?"
"......"
"이리 와봐."
미정은 내 팔짱을 꼈다.
"내가 누나같아서 하는 소린데, 공부 열심히 해서 성용이 소원좀 들어줘라. 쓸데 없는데 신경쓰지 말고."
"......"
"이 누나가 니 마음 다 이해해. 오늘 마지막으로 품어줄게. 그리고 나 좋아하지마. 성용이랑 싸워서 이기지도 못 한다며..."
"......"
"가자 밥먹으러."
우리는 물고기 모양 네온싸인이 번쩍이는 수산물 회센터에 들어갔다.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미정은
우럭 광어 모듬 접시가 나왔을 때는 직접 쌈을 싸서 내입에 넣어주었다.
매운탕이 끓었을 땐, 보기좋게 만든 매운탕 그릇을 내 앞에 놓아 주었다.
어느새가 있었다.
그렇게 나는 거의 20일을 잃어버렸다.
망설이다, 폰을 열었다.
자판을 눌렀다.[잘 지내지...보고싶다.]
지웠다.
다시 눌렀다. [그날은 고마웠어. 내 마음을 빼앗긴거 같아. 아무것도 할 수없어. 죽기전에 한번만 보고싶다.]
지울까 고민하다 전송을 눌렀다.
바로 답장이 왔다.
[지랄하네. 남자들 다 똑같구만]
[그런게 아니고. 나 심각해]
[하하하]
[무슨 웃음이야?]
[바람이나 쐬러 가자]
미정은 직접 차를 몰고 왔다.
코란도 운전석에 앉아 나를 내려보는 선글라스. 선글라스 아래 오똑한 코. 코 아래 도톰하게 주름진 빨간색 립스틱.
그 때의 설렘을 적당히 표현할 수 없다.
나는 그 전부터 운전하는 여자 옆 조수석에 앉기만 해도, 흥분감을 느꼈다.
미정은 운전을 하며 연신 담배를 피웠다.
나는 얌전히 흥분을 느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릉 경포대에 왔다.
"바다 좋네. 야..! 야이...씨발놈들아!"
휴가철이 다 끝난 경포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미정의 고함소리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야. 너도 해봐. 내가 한 말 똑같이."
"......"
"너 욕 못해?"
"......"
"안하면 오늘 안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