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10
모델같은 성용 엄마의 하얀 다리 사이로 거뭇거뭇한 부분이 보였다.
가방에서 천원짜리를 꺼내셨다.
성용과 나를 무릎 앞에 안히고 천원짜리 두장씩을 주셨다.
"감사합니다."
나는 팬티의 작은 리본을 바라봤다.
그 위로 살짝 볼록한 뱃살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는 극장으로 향했다.
나는 받은 용돈을 성용에게 모두 맡겼다.
성용은 오락실에 잠깐 들르자고 했다.
나는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성용은 주 나는 종.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성용에게 50원짜리 동전 몇개를 받아 오락을 했다.
성용은 이곳 저곳 활개 치고 돌아다녔다.
아는 친구들에게 동전을 나눠주기도 했다.
1시간만에 우리는 영화볼 돈을 다썼다.
그렇게 빈손으로 오락실에서 두시간을 더 보냈다.
"이제 집에 가자."
집에선 성용이 엄마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밥을 차려주셨다.
"영화는 어땠어?"
"응...생각보다 재미 있었어. 주로 음악들이 많이 나오고, 오페라 무대도 나오고..."
성용은 타고난 사기꾼이었다.
"남은 돈으로 빵하고 우유 사먹고, 다썼어."
지금 돌아보면, 그 나이에 그정도로 침착하게 거짓말을 하는 것도 뛰어난 재주였다.
"엄마 우리 오락실에 가서 좀 놀게 천원만 줘."
엄마는 나를 한번 쳐다봤다.
나는 눈을 피했다.
나에대한 신뢰가 깨지는 게 두려웠다.
결국 우리는 다시 천원을 들고 오락실에 갔다.
이후로도 나는 성용을 따라다니며 콩고물을 받아먹었다.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하지만, 익숙해지며 죄책감도 사라졌다.
"이거 내용이 순 술에 대한 내용이네. 재미있어."
"재미는 나중에 찾고...그냥 빨리쳐. 밤 새도 만만치 않아."
"우리 같이 밤새는 거야...히히?"
"아...진짜. 너 아직도 내가 여자로 보이냐? 끈적하게 왜 지랄이야. 함 해줘?"
"아니. 그게 아니고...같이 밤새워 타이핑 하냐고..."
"응. 맞아. 나는 낭군님 잘못 둔 죄. 너는 친구 잘 못 둔 죄."
나는 낭군이라는 단어에 욕구를 상실했다.
성용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나는 뭔가.
나는 미정에게 어느 정도 내 지분이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만두좀 먹고 하자."
"그래. 저 테이블 쓰면 돼."
"넌 안 먹어?"
"아 짜증나. 너나 먹어. 지금 스트레스 한가득이야."
"......"
나는 조용히 만두와 호빵을 꺼내 우걱우걱 씹었다.
콜라 한잔을 따르고 있을 때,
미정이 벌떡 일어났다.
나는 그날 여자란 예측 불가능한 존재임을 배웠다.
럭비공.
여자의 마음은 그 진행 방향을 알 수 없다.
예측을 처음부터 하지 말든지,
예측이 틀려도 너무 실망하거나 너무 기뻐하지 말든지.
그게 정신 건강에 좋다.
여자의 결론은 열려있다.
"야 콜라 한잔 줘봐...생각할 수록 열받네."
"여기 있어..."
미정은 콜라 한잔을 벌컥벌컥 소리내며 비웠다.
"괜찮아?"
나는 눈치를 살폈다.
"몰라..."
미정은 젖소무늬 카우치 속으로 뛰어들었다.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아...우는거 아니야?"
"아..괜찮다고..먹던거나 처먹어..."
"......"
"......"
미정이도 나를 무시하나?
처먹으라는 말은 너무 나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호빵 종이를 벗겨내고 호빵을 처먹었다.
호빵을 씹으며 눈치를 봤다.
어깨 들썩거림이 잠잠해졌다.
나는 티슈 몇장을 뽑아 머리맡에 떨어뜨렸다.
미정은 그것으로 코를 풀었다.
"야 이것좀 버려..."
나는 사용한 티슈를 받아들어 휴지통에 넣었다.
"나 어깨 아프다. 이리와서 안마좀 해봐."
안마라니...
나는 얼른 젖소무늬 위로 점프했다.
내가 가진 모든 지식을 동원해 미정을 터치했다.
사심을 모두 빼내고 깃털을 다루듯 정성을 쏟았다.
척추가 만져졌다.
나는 주먹을 쥐고 중지를 주먹에서 조금 빼냈다.
그 튀어나온 중지로 척추 좌우를 차분히 눌렀다.
"아..."
미정의 신음이 나를 자극했지만, 나는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오...너 잘한다. 배웠냐?"
"아니. 사랑의 마음을 담으면 그게 전해져..."
"또 지랄한다....아...거기 좋아... 다시 또 해봐."
나는 견갑골의 안쪽 날개를 찾아 엄지손가락으로 천천히 눌렀다.
"아...좋아...근데 너... 왜...여자친구 없어?"
"......"
"너 진짜루 나 좋아하냐? 친구인 두 남자가 나를 놓고...홍홍홍. 나 왜 이지랄..."
나는 미정의 오른쪽 삼각근을 주무르고 있었다.
"나 허리도 좀 뻐근해. 거기도 만져줘봐."
"위에 올라가 앉아야 되는데...괜찮겠어?"
"너 뭔생각하냐. 마사지에 집중해. 괜히 딴생각 하지 말고."
"알았어..."
나는 신발을 벗고 미정의 허벅지에 걸터앉았다.
미정 엉덩이에 내 엉치뼈를 가까이 붙이고 체중을 실어 엄지손 두덩부위로 허리를 눌렀다.
우두둑 소리가 났다.
"어이구...시원해. 너 이걸로 돈벌어도 되겠다."
나는 계속 요추 부위에 무게를 얹으며, 위 아래로 왕복했다.
"야 근데...우리 처음 했을때 그때 너 처음이었냐?"
"......"
"오...내가 총각을 히히히...그 때 너 좋았냐?"
"......"
"좋았겠지...말해도 괜찮아...누나가 다 이해해."
"응...좋았어."
왕복운동이 내 앞에 마찰을 일으켰고 내 물건은 반응했다.
"야야야...스탑... 어라 너 뭐야...너 느끼지? 이 새끼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
"이런 변태새끼...내려와... 얼른..."
나는 미정의 욕과 모욕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혹시 학대받고나서 기분좋아지는...나는,
매조키스트?
나는 미정의 다리에서 내려왔다.
미정도 젖소무늬에서 내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미정은 문을 잠궜다.
문 옆의 스위치들을 내렸다.
모니터 두 개만이 사무실을 밝혔다.
미정은 카우치에 앉았다.
"이리와봐."
나는 미정 앞으로 다가갔다.
"죽을 때까지 비밀인거 알지?"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대 간거 축하해. 꼭 판사되라. 이 누나 잊지말고"
미정은 내 허리띠 버클을 풀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미정을 세게 끌어안았다.
"워워워...서두르지마...시간은 많아..."
미정은 내 등을 두드렸다.
그리고 미정은 차근 차근 나를 리드 했다.
"너도 위에 벗어..."
나는 셔츠를 벗었다.
미정은 침착하게 까만 치마를 내리고, 스타킹을 밀어 내렸다.
알몸이 되어 나를 안았다.
나는 참을 수 없었다.
미정은 나를 카우치에 눕혔다.
다시 내 온몸의 세포를 흥분시켰다.
미정은 내 몸의 사용법을 알고 있었다.
나는 인정받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
나는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움직였다.땀을 흘렸다.
결국, 미정은 나를 남자로서 인정해주었다.
****************************************************
183, 90 운동선수같은 몸매의 성용은 군 면제를 받았다.
나는 175, 58의 몸으로 1급 현역 입대했다.
나는 군생활을 사랑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운동까지 공짜.
게다가 바깥 세상의 번뇌를 잊을 수 있었다.
훈련소를 떠나 자대 배치를 받고 행복한 군생활을 하고 있을 때,
미정이 부대로 나를 찾아왔다.
부대에 난리가 났다.
그럴만도 했다.
김태희급 여신이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코란도를 몰고, 강원도 첩첩 산골에 나타났으니.
무전기에 들리는 외정문 근무자의 목소리는 흥분상태였다.
"미인입니다. 외정문에서 코란도 올라갑니다."
행정반에 있던 나는 피식 웃었다.
A급 전투복을 차려 입고 여기저기 귀찮은 신고를 거쳐 면회실로 향했다.
"오 멋있어. 남자다워."
나는 멋쩍게 웃었다.
"성용이는?"
"늘 그렇잖아. 에스키모..."
"그래도 여기까지 어떻게 혼자왔어..."
"서방은 바쁘고...나는 외롭고. 세컨드랑 바람이라도 필려고..."
나는 헛기침을 수없이 했다.
"커피마실래?"
"그래...군대커피 맛 좀 보자."
나는 자판기에서 커피 두잔을 뽑았다.
미정은 두손으로 종이컵을 붙잡고 후후 불었다.
귀여웠다.
"달달하니 맛있네...이래서 군대커피 하는구나."
종이컵에 빨간 립스틱 자국이 키스마크처럼 남았다.
"내가 지금 이거 뽑은 커피, 자판기 관리해."
"아...네가 바리스타구나...인정 인정."
미정은 내게 엄지척 해 보였다.
"야 근데, 여긴 애인오면 외박같은 거 안주냐?"
"글쎄. 될거 같기도 하고...밖으로 나갈까?"
"그래...너도 이 안에선 불편할거고... 나가자."
"나가 봤자. 딱히 갈 만한 곳은 없는데...알았어. 지금 올라가서 물어볼게."
나는 몇 단계를 거쳐, 내무반장에게 외박신청을 부탁했다.
내무반장은 내가 일하는 행정반에서 외박증을 받아 들고 나왔다.
"잘 갔다와. 내일 늦지 않게 들어와라."
내무반장은 양반중 양반이었다.
제대할 때까지 한번도 목소리를 높인 적이 없었다.
나는 그렇게 미정의 코란도를 타고 부대를 나왔다.
우린 갈 곳이 없어 쓰러져가는 치킨집에 들어가 맥주를 마셨다.
"성용인 뭐해?"
"바뻐...졸업하고 삼촌이 만든 회사에 들어가서 같이 일하는데, 연락도 잘 안돼. 일이 재밌나봐."
"너희 결혼 할 거야?"
"글쎄...아마 하겠지..."
"그렇구나."
"왜...너 아직도 나 좋아해?"
"......"
"성용이랑 한판 해...이기는 사람 내꺼...하하하"
미정은 재밌어 했다.
"내가 지는 거 알잖아..."
"왜...해보지도 않고...이 누나가 응원해줄게...요놈이 이제 남자로 보인단 말야..."
미정은 치킨 먹던 손으로 내 볼을 꼬집었다.
나는 손목을 잡아 그 기름기 묻은 손가락을 빨았다.
그리고, 냅킨으로 손가락에 묻은 침을 닦아주었다.
내 볼에 묻은 기름도 닦았다.
"뭐냐... 이 변태새끼...누나 흥분되게"
"......"
우리는 눅눅하니 맛없는 그 치킨을 더 이상 먹을 수 없어 밖으로 나왔다.
가게에 들러 소주 몇병과 안주 거리를 사서 여관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