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화 〉15 (15/105)



〈 15화 〉15

십 오년 전 처럼 테이블에 메모들이 보였다.


나는 테이블에 가까이 갔을때,

눈앞이 캄캄해졌다.

심장부위에 심한 압박을 느껴졌다.


내가 감당할  없는 시련이었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 하리라.]


A4를 가득채운  글씨.

미정의 필체였다.

15년전 처럼.


종이에는 때묻은 흔적과 반 또 반으로 접혔던 자국이 보였다.


 옆에 오만원권 열 다발이 있었다.

작은 메모지에 보일 듯 말듯 한 글씨들이

채워져 있었다.

[이건 내 선물이야. 고마웠다.

혹시 할 수 있으면 내 생일마다 작은 케익에 축하노래 불러줄  있겠니?


내 에르메스백은 김지은이한테 줘. 내가 유일하게  본 사치였어.

네 사랑을 가득히 담고 간다.


먼저 가서 기다릴게.

안녕.]

나는 오만원권 다발과 메모지를  가방에 넣었다.


에르메스도 넣었다.

"똑. 똑. 똑."
노크소리가 들렸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차 열쇠받으러 왔습니다.

"아..네···"


나는 가방 속의 에르메스를 꺼내 열쇠를 더듬어 찾았다.

열쇠를 빼고, 에르메스는 다시 가방 안에 넣었다.

나는 방문을 열어주었다.


단정히 차려입은 남자가 문 앞에  있었다.


"아침부터 불편드려 죄송합니다.


나는 테이블에 있던 종이를 보여주었다.


"아무래도 사고가 난거 같아요. 제 친구가 유서같은  남기고 사라졌어요."

남자는 표정이 굳어졌다.


바로 무전기로 상황을 알렸다.


"손님 실종 사건입니다. ㅇㅇㅇ호 여성 고객님 실종 사건 입니다..."


"무슨소리야...자세히 설명해봐라···"


"ㅇㅇㅇ호 여성고객님 유서 남기고 실종되었습니다. 경찰에 연락하고, CCTV 확인해 주십시오."

"알았다."


"......"

"차는 제가 직접 옮기겠습니다."


나는 차 키를 내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머릿속에 안개가 가득했다.

창문 너머 바닷가를 바라보다,


전화기를 찾았다.


사촌형 흑곰에게 전화했다.

신호가 오랫동안 울렸다.

"응...아침부터 왠일이야."

"어젯밤 같이  여자가 호텔에서 실종 됐어···."


"집에 갔나보지···"


"근데 유서같은게 있어···"


"장나치는   많아···"

"분위기가 장난은 아닌거 같아···"


"거기 어딘데···"

"강릉···"

"그래···내가 거기서 좀 근무 했었어. 경찰엔 알렸냐?"


"호텔에서 신고했어."


"그래..내가 후배들한테 말해 놀 테니까...너무 걱정마라...혹시...네가 나쁜 일 한건 아니지···?"


"응···전혀...안지 15년된 친구야. 같이 자기 전까지 아무 이상이 없었어.


"그래... 형사들 말  듣고. 나중에 얘기하자."

전화가 끊어졌다.

나는 키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코란도가 화단에 있었다.

나는 시동을 걸고 차를 주차장 안으로 옮겼다.


경찰차 한대가 올라갔다.


나는 오르막 길을 올라갔다.

호텔 입구에서

경찰이 다가왔다.


"사촌 형님이 경찰이시죠? 제가 존경하던 선배님입니다. 연락 받았습니다. 저는 정철진입니다."

악수를 청하는 손에 힘없이 응했다.


"안타깝지만, 김미정씨는 사망하셨습니다. 오늘 새벽에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같이 가셔야겠습니다."


나는 경찰차에 들어가 앉았다.

처음 타보는 경찰차에 겁이 났다.


경찰차는 바닷가로 나를 데려갔다.


거기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나는 사람들 안 쪽으로 안내 받았다.


미정이 누워 있었다.

하얀 천 아래로 청바지가 눈에 들어왔다.


경찰은 얼굴을 보여줬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대가 와서 멈췄다.


'국립과학수사' 차에 파란 데칼이 보였다.


나는 다시 경찰차를 탔다.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 나는  후배경찰관 앞에 앉았다.

그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내 앞에 놓았다.

"뭐라 위로의 말을 드려야할지···"

"......"

나는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군대커피.

미정과의 추억이 떠올랐다.

눈물이 고였다.

"지금부터는 형식적인 거니까...부담갖지 마십시오···"


그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고맙습니다."


그는 나를 힐끗 쳐다봤다.


"네 그럼 시작합니다... 언제 김미정씨를 마지막으로 보셨습니까?"


"네 그럼 시작합니다... 언제 김미정씨를 마지막으로 보셨습니까?"

"같이 침대에서 잠들었습니다. 아마 열한시쯤. 숙박 기록이나 보안카메라에 기록이 있을겁니다."


"죽음을 암시하거나 하는 행동은 없었읍니까?"

"없었습니다. 어제가 미정이 생일이었습니다.
오늘 아침 프론트에서 전화를 받고 미정이 없어진 것을 알았습니다."

"고인이 유서나 기타 유의미한 것을 남겼습니까?"

"네···테이블 위에...A4종이에다 아름다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라고 크게 썼습니다."

"그건 천상병시인의 귀천인데...김미정씨가 직접 쓰셨나요?"

"네···"

그 외에 다른 건 없습니까?


"......"

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그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현대 호텔입니다. 많이 놀라셨죠 고객님. 저희가 특별히 일박을 연장해 드리겠습니다. 별도의 비용은 발생하지 않습니다···괜찮으시겠어요?"


"네...감사합니다."

"그럼 불편한점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지은과 성용이 떠올랐다.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미리 중요한 약속을 한게 있는데...밖에서 전화를  해도 되겠습니까···"


"네...그렇게 하세요."

나는 밖으로 나오와 지은에게 전화했다.

"여보세요. 자기 어디야···"

"어...나  멀리있어...짐은 잘 챙겼어?"

"응...이제 출발해야돼."

"내가 갑자기 일이 생겼어. 먼길 떠나는데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해 줄게. 배웅 못해서 미안해···"


"괜찮아. 공항버스 타고 가면돼···"


"그래 잘 가고. 도착하면 연락해줘. 기다릴게···"


"그래.  갈게. 걱정하지 말고 잘 있어."


성용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좋은날 내가 가야하는데. 못 가겠다. 미정이가 오늘 죽었어. 강릉에서 경찰 조사  받고 있다.]


전송 버튼을 눌렀다.


나는 다시 후배 경찰 앞에 앉았다.

"배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너무 부담갖지 말고...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제가 선배님께 신세 많이 졌습니다. 조금이라도 갚고 싶습니다."


"아...네...그런데...혹시 유족에겐 연락 했나요...?"

"네 지금 시도하고 있습니다. 언니가 한명있는데...아직 연락이  되네요. 이혼한 전 남편이 있고...자녀가 아직 어리네요...어이구...이런...이런 큰일이 있으셨군요...저런."


나는 미정을 두번째 만났을 때,


분명 가족 얘기를 들었다.

15년전 횟집에서.


미정에겐 일곱 자매가 있었다.

미정은 일곱 중 셋째였다.

어머니는 미정이가 아주 어릴적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아버지는 목회를 했다.

미정과 첫 잠자리를 가졌던 그 모텔 옆이 교회이자 집이었다.

첫째 언니만 결혼해서 따로 살고 다른 자매들은 교회에서 함께 살았다.


미정이 미국으로 떠난 후, 다섯자매와 아버지는 교회에서 생활 했으리라.

이윽고  후배 경찰은 언니만 한명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 오년전에 큰 사고가 있었네요. 교회에 불이 나서 부친하고 자매 다섯명이 모두 숨졌습니다···"


'그런 큰 사건이 뉴스에도 안 나오다니...미정은  내게 연락을 하지 않았을까...성용은 왜 그런 일을 내게 숨겼을까···'

후배 경찰관보다 더 젊어보이는 경찰이 다가왔다.

"언니하고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래?"


"지금 바로 온 답니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두 세시간 안으로 오겠네...그래 수고 했어."

"전 남편은 연락이 안됩니다...그 가족에게 연락해 볼까요?"

"전 남편도 제 친구입니다. 그 친구... 오늘 결혼식입니다."

나는 말을 하고나서, 내가 쓸데 없는 참견을 했다고 후회했다.


하지만 이미 말을 뱉었으므로, 나는 경찰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래 장성용은  초등학생때부터 친구였고 김미정은 제가 스무살때부터 알게 되었습니다."

성용과 미정이 스무살 때부터 사귄사실을 생략했다.


미정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전 마지막으로 나와 잠자리를 한 사실과 서로 좋지 않은 그림이 될 것 같았다.

"아 그렇군요...장성용씨와 혹시 통화 하셨습니까?"


"아까 통화를 시도하긴 했는데, 연결은 되지 않았습니다. 결혼식에 못 간다고 문자만 보냈습니다."


"네...알겠습니다."


시계가 열 두시를 가리켰다.

"나가서 같이 식사하시죠...힘든일을 겪을 수록 혼자 계시면 안됩니다. 제가 설렁탕집으로 모시겠습니다."


후배 경찰은 나를 경찰서  설렁탕 집으로 데리고 갔다.


"저희 사촌 형님은 여기서 오래 근무 하셨나요?"

"한 삼년 근무하셨죠. 흑곰형님은 여기 전설이셨어요..."


"아...네..."


"그러고 보니, 흑곰 형님 얼굴이 있으시네요. 그 유전자 맞네요.하하하... 흑곰 형님이랑 생활 할 때 재밌었지요.,, 배우기도 많이 배웠고...의협심 같은거  있잖아요..."

"친척들이 모여도 통 경찰 이야기는 안 하시는 편이라..."

"다른 동료나 후배들 그렇게 잘 챙겨주셨죠... 술도 많이 사주시고... 그런데 절대로 부탁같은거 안 하시는 분이 제게 전화로 부탁을 하시네요. 살다보니 이런 날 도 오는 구나..."


나는 조용히 설렁탕 국물을 뜨고 있었다.

"사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 쯤 비슷한 일이 많이 생깁니다. 외지인들이 와서 파도에 몸을 던지죠. 올해는 넘어가나 하면, 여지없이 일이 터집니다. 시월부터 지금까지 세건이나 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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