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19
"그렇구나...그 독사 완전 찐따 새끼구만...우리친구가 재수없게 걸렸네...친구야 힘내라."
나는 마음에 희망을 품게 되었다.
독사의 실수리라.
"야...막내...너도 독사한테 걸리지 않았나...그 뭐야 '섹스, 그리고 배신'인가...오늘 그거 심화학습 한번 해보자."
"네..알겠습니다."
그 막내라는 재소자는 우리를 돌아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6시입니다. 전 친구들 모임에 가는 중이었습니다. 속도위반 하나 없이 정확하게 60키로로 달리는데 뭔가 시커먼게 쑥 앞으로 나오는 겁니다. 놀라서 차를 멈추고 보니 여자가 꺼먼 옷을 입고 무단횡단 한 거였습니다. 여자는 미안하단 말 도 없이 반대 쪽 방향으로 유유히 걸어갔습니다."
"많이 놀랐겠네..."
"네. 그래도 다행이다 생각했는데...생각해 보니까 화가 나는 겁니다...갑자기 튀어나와서 누구 인생을 망치려고...그래서 차를 돌려 그 여자에게 갔습니다."
막내는 침을 한번 삼켰다.
"야...씨발년아...디질려면 혼자 쳐 디져버리지 누구 인생 망치려고 차 앞에 뛰어들어...이런 썅년. 그리고...야...너 미안하단 말 도 없냐..."
막내는 실감나게 욕하는 모습을 재연했다.
"미안해요..."
막내는 여자 목소리로 연기했다.
"딱 그러면서, 자기가 차를 한잔 사겠다는 겁니다. 그래서...가만히 와꾸를 보니까...나쁘지 않은겁니다...그래서 그 여자를 옆에 태우고 경포대쪽으로 왔죠...거기서 그 여자는 차 한잔 하고...나는 맥주 한잔하고...차에 다시 타고...횟집 옆에...아 그러니까 형님 친구분이 갔던 그 횟집 옆에 차를 세웠죠."
"왜 거기다 세웠어...?"
"아니 뭐...아무리 봐도 그여자랑 타이밍이었거든요...요게 발랑 까져가지고...자기는 나같은 남자가 좋다나...내 귀를 붙잡고 바람을 불었습니다...그래서 봉사차원에서...그 자리가 조명이 나가서 어둡거든요...시청 새끼들은 몇년이 되도록 안고쳐요 아주...세금 받아서 뭐하는지..."
"그래서 했어?"
"했죠...시간 끌것도 없이...미끌미끌하길래...바로 직행했죠...소리도 엄청지르고...난리도 아니었습니다...그렇게 한판하고...아무래도 자리가 불편해서 뒷자리로 옮겨서 또 했죠. 뒤에서는 그여자가 옷을 완전히 벗었습니다. 그래서 이래 저래 자세도 바꿔가며 전 열심히 봉사했습니다."
"어이구나..."
"다 끝나고 내가 운전석으로 돌아왔는데. 그 여자는 명동에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나는 운전석으로 넘어와 시동을 걸었습니다. 근데 이 여자가 옷도 안 입고 조수석으로 안 넘어 오는 겁니다. 나는 그냥 그런가 했죠. 언젠가 입겠지 하고. 그리고 출발했습니다."
"거기서 느낌이 안 좋네..."
"네 거기서 멈추었어야 했는데...그래서 시내 근처에 오니까...경찰들이 음주 단속을 하는 지 차들이 밀렸습니다. 그 여자는 자기 옷으로 몸을 가리고 있었죠...내가 음주 단속 경찰이 많네...말하는 순간 여자가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뭐 전 손 쓸 새도 없이 현장에서 체포당하고...지금 강간하고 상해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판사는 합의 하라는데...전 못합니다..."
"어렵다...그래서 그걸로 소설 쓴다고...?"
"네 소설도 쓰고, 영화 시나리오도 쓰려고요...제목은 '섹스, 그리고 배신', 부제는 'ㅇ끝 잘못 놀린 남자의 최후' 입니다.
우리는 전부 웃었다.
나는 사연을 들으며 마음이 편안해 졌다.
그날 밤 푹 잘 수 있었다.
교도소의 밤이 평온했다.
"1314 출정"
내 수형번호가 불렸다.
막내와 나는 같은 호송차를 타고 각자 법원과 검찰청으로 향했다.
나는 다른 재소자들과 포승줄에 줄줄이 엮여 지하실로 내려갔다.
한참을 지하실에 대기한 끝에
검찰청 건물로 올라갔다.
긴장되었다.
방안에는 계장이라고 불리는 검찰청 공무원 둘 이 있었다.
그중 한명이 나를 호명했다.
그는 경찰에서 올라온 진술서와 증거목록을 대조하며
내게 살인의 이유를 물었다.
나는 내가 죽이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한시간을 반복했다.
이윽고 나는 검사 앞에 불려갔다.
검사는 공유를 닮은 미남이었다.
"어...내 대학교 후배네..."
나는 어느 학교를 말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학교 선배니까 말 놓을 게..."
나는 큰 의미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내가 검토해 보니까...이대로 가면...넌 실형을 받을 수 밖에 없어..."
"......"
"부검 결과 목을 조른 흔적이 있고, 폭행으로 갈비뼈가 부러졌고, 몸에서는 네 정액이 나왔고, 네가 김미정을 태워 차를 운전했고, 너는 계좌이체로 오천만원, 현금으로 오천만원을 받았고..."
"......"
"딱 보면, 일억원을 편취해서 경제적 이득을 얻고, 그와 관련된 무언가를 덮기 위해 김미정을 살해한 걸로 그림이 그려져..."
"고작 일억원에 사람을 죽이나요?"
"응 많이 죽여."
"뭐 더 조사해보면, 일억이 아니라 더 나올 수도 있고, 네 계좌 보니까 그동안 많이 어려웠던 걸로 나오네...충분히 정황상 동기가 될 만해..."
검사는 한숨을 쉬었다.
"답답하다 나도...열심히 살려는 후배를 기소해야 되나..."
"......"
"내가 기소하지 않도록 나좀 설득해봐라...진실을 말해줄 수 있겠니?"
검사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나를 어르고 있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진술서에 있는 그대로이고...음주운전은 인정하지만...살인은 아닙니다. 뭔가 잘못되었습니다."
"그래 나도 믿어...음주 그거...그까짓거는 내가 지워줄 수도 있어...근데...다른 건 너무 커...사람이 죽었잖아..."
"죄송합니다. 전 아닙니다."
"죄송해 하지 말고...증거를 가져와...날 설득해야지..."
"......"
"변호사 선임 했니?"
"네..."
"그래...그럼 네 변호사랑 얘기 해 볼게...이건 사람이 죽은 큰일이야 쉽지 않아..."
"......"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에 또 보자."
나는 다시 지하실로 내려와 버스를 기다렸다.
오전 출정자들과 함께 다시 교도소로 돌아왔다.
"어떻게 됐냐...? 검사가 뭐래?"
"어려울거 같대...나보고 증거를 가져오지 않으면...실형이래..."
"흠..."
점심 식사시간이 되었다.
"점심식사 합니다~~"
소지(청소라는 일본말, 교도소 내에서 잡일을 담당하는 재소자를 의미한다. 보통 병역법을 위반한 여호와의증인 신자들이 담당했다)가 점심을 배식하기 시작했다.
작은 배식구멍으로 음식들이 들어왔다.
사방 식구들은 바삐 움직여 점심 식사 상을 차렸다.
기본 배식 받은 반찬 이외에 계란, 소세지, 떡갈비, 참치, 닭고기, 멸치조림, 김 등이 더 놓여 밥상이 풍성했다.
"어이 소지...이거 먹어라..."
막내가 소지에게 단팥빵과 목캔디, 두유를 건넸다.
소지는 그것들을 받아 말없이 주머니에 넣었다.
막내는 수시로 소지에게 간식거리를 챙겨주며, 사소한 부탁들을 했다.
"형님 식사 하시죠..."
리더가 밥을 먼저 먹기 시작했다.
다들 식사를 시작했다.
"막내는 판사가 뭐래?"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글쎄...오늘은 방청객 물리고 포르노 한편 찍었습니다."
"먼 소리야?"
"아니...그 판사새끼가 변태같이 앉아서...내가 그여자애랑 어떤 자세로 했는지...자세히 설명해 달라는 겁니다..."
"미친 새끼네."
"그런 경우도 있어...어떤 판사들은 그런거 듣길 좋아한다고 하더라고. 그 판사 ㅇㅇㅇ맞지?"
강릉 조폭 천수가 참견했다.
막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렇게 했어...?"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이렇게 이렇게 했다 체위 설명하고, 그 여자애도 따로 설명하고 그랬죠...판사 얼굴이 빨게 지면서 지 혼자 상상하는 거 같기도 하고...오늘 기분 참...느낌이 안좋아요...나한테 의도적으로 불리할 거 같은 질문만 하데요."
"무슨 질문?"
"나는 분명히 그 여자애 아래가 젖어있어서 자연스럽게 시작했다라고 했는데...판사가 젖은 건 물이 뭍은 걸 수도 있고, 땀일 수도 있고 착각일 수도 있지 않냐 그러는 거에요...나참"
"뭐 그런 거 까지 물어보냐..."
"또 판사가 조수석에서 어떤 자세가 가능하냐 묻길래...의자 하나 앞에두고 이런식 이런식으로 했다 그러니까...좁은 차 안에서 그런 자세가 가능하냐고...그 여자에 불러다가 자세 취하게 하고...그런 불편한 자세로 하면서 쾌감을 느끼냐고...더러운 변태같은 질문을 하데요..."
"그래서..."
"뭐 그 여자는 폭행 당하느라 쾌감같은 건 없었다. 무서웠다 하면서...울고 불고 생 쇼 지랄을 하는데...야...여자는 진짜 조심해야되요...그날은 완전히 지가 홍콩 간다며...내 등 긁고 생 난리를 부리던 애가 그렇게 변하더라고요..."
"어렵다..."
식사가 끝나고, 사방 식구들 앞에 커피 한잔 씩이 놓여졌다.
"막내 건은 참 어려워보인다. 그정도까지 갔으면...꽃뱀인걸 입증하는 수 밖에 없는데..."
리더의 말에 사방 식구들은 한마디씩 거들었다.
"전과 기록이 있지 않을까요?"
"그런 애들은 업소같은 데서 일한 이력이 있을 거 같기도 한대요.."
"인력사무소 같은데서 뒤를 캐보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해서 잡아내기만 한다면야..."
"제가 정보과에 아는 경찰이 있는데. 한번 연결해 볼까요?"
마지막으로 리더가 막내를 위로했다.
"내가 할 수 있으면, 탐정이라도 고용해서 도와줄 테니까 힘 내라..."
"네..."
"자...막내 건은 일단 좀 지켜보고,,,내 친구건 심화학습 해 보자."
리더가 운을 띄우자, 폭행치사로 들어온 철구가 말을 시작했다. 철구는 사회에서 설비업자였다.
"제가 생각해 보니까 우선 코란도가 이상합니다. 형님은 분명 자고 있었고, 운전 한 기억이 없는데, 카메라에 찍혔습니다."
"네...전 아침에 주차장으로 옮기기 전까지 운전한 적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