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화 〉20 (20/105)



〈 20화 〉20

"저도 일단 형님의 말을 100퍼센트 믿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그게 가능하냐하면...누군가 호텔에 똑같은 차를 주차하고 있다가 새벽에 김미정씨가 나오는 것을 보고 따라가 태워야 말이 됩니다."

"그렇지...그래야 말이 되지..."


리더가 맞장구를 쳤다.

"근데. 김미정씨가 아무런 저항없이 코란도를 탔다면 범인은 김미정씨를 아는 사람일 겁니다."

"맞네..."


"그리고 코란도가 바닷가 근처에서 머물렀다면...그게 범행 현장이고...그  근처 카메라를 조사하면 범인 얼굴이나 범행 장면이 담긴 녹화본을 찾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네...니들도 철구말이 맞다고 생각하지?"


"네..."


"그런데 말입니다."

철구가 말을 이어갔다.


"진짜 중요한 건 이겁니다. 애초에 독사가 형님이 코란도를 운전해서 김미정씨를 살해 했다고 했는데, 그럼 호텔 복도나 로비 카메라에 형님이 나오는 장면, 또는 들어가는 장면이 찍혀 있어야 합니다...그게 없습니다."

"그렇네..."

"뭐...잠깐 시스템 점검이나 그런거 때문에  두 장면이 없다면...그럴 수 도 있지만...하나도 안 남았다는게 말이 안됩니다."

"아...맞다. 철구가 잘 짚었네..."


"게다가 왜 독사는 범행 현장이 찍힌 영상을 증거자료로 안 썼을까요...구하기로 한다면야 거기 카페며 술집이며 편의점까지  보안 카메라 천진데..."


"그러게요...의도적으로 뭘 숨기는게 아닐까요...우리 형님에게 누명 씌우려고..."

"더더욱 의심되는건...코란도가 나간 영상만 있지...들어온 영상이 없다는 겁니다..."

맞다. 들어온 영상이 없었다.


그리고 화단에 코란도가 내가 주차한 그대로 주차되어 있었다.

그건 새벽에 나간 코란도는 또다른 차량이었다는 뜻이다.

"녹화영상 몇개만 조사해보면 해결될 일이네...진짜 왜 독사는 그 영상들을 증거자료로 안 썼지?"

"형님 저도 이상한 점 찾았습니다. 어제도 말씀 드렸지만, 전 장성용을 의심합니다."

횡령 배임으로 들어온 진철이 입을 열었다. 그는 투자회사를 설립했다가 회삿돈을 사적 용도롤 사용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장성용이 형님 전화를 안받아서 형님이 김미정씨 사망소식을 문자로 알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이상 연락 없는 것이 이상합니다. 상식적으로 가족같은 친구라면...연락해야 정상입니다. 더군다나 전처의 사망소식입니다. 저는 장성용이 이 사건에 깊이 연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친한 친구라고 했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이혼에 대해 알리지 않았다는 것도 그렇고, 6일전에 불쑥 청첩장을 주었다는 것도 제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입니다. 셋째로, 장성용이 현재 그 유명한 회사에 매니저로 일하는게 사실인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회사는 사실 해고가 잦고 쉽습니다. 매니져라는 자리를 몇년간 유지한다는게 오히려 비상식적입니다. 승진을 하든지 이직을 하든지가 더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몇백만불 연봉의 매니져나 되서 한국에 파견나온다는 것도 언뜻 이해가 안됩니다. 실무자라면 모를까. 그렇게 비싼 매니저급이라면 본사에서  일이 많을텐데 굳이 외국으로 파견을 보내겠습니까..."

나는 이때부터 노트에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음..진철이가 아무래도 기업쪽 일은 잘 아니까 잘 지적해 준거 같다."


리더가 진철을 칭찬해 주었다.

"제 생각에 이런 사건의 열쇠는 수혜자가 누군지를 찾는 과정에서 저절로 얻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사기로 들어온 성진이 입을 열었다. 그는 사기 전과 10범의 프로 사기꾼이었다.

"김미정이 죽어서 누가 수혜를 입나요?"

"글쎄요...?"


"형님은 김미정이 죽지 않았어도 1억원을 사망전에 증여 받았습니다. 사망과 관련이 없습니다."

"그렇지..."


"그러면 사망하면 떠오르는게 뭡니까...?"


"뭐지..?"


"상속과 보험입니다."

"그렇네...맞네 생명보험..."


"우선...화재 사건으로 되돌아 가겠습니다. 오년전 목사님과 다섯 딸이 사망했습니다. 첫째, 교회 건물이 변두리라곤 하나 서울 땅 위에 있었습니다. 한 50평이라고 하면 땅 가치가 못해도 20~30억 이상일 겁니다. 그거 누가 상속 받았습니까....두 딸이 상속받았다면, 김미정은 적어도 10~15억의 돈이 있습니다. 둘째, 저도 보험회사 지점장을  10년 했는데, 요새 생명보험 안드는 사람 드뭅니다. 주변에 하도 보험들어달라는 사람이 많아서...아마 그 목사님이나 딸들이 보험 들었을 겁니다. 조사해보면 알겠지만 상당한 사망보험금이 김미정씨에게 갔을 겁니다. 셋째. 어디까지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이혼하면서 이백만 달러를 받았다면...20억 추가입니다. 대략 추산해 봐도 김미정씨의 자산은 40억 이상입니다. 그럼....김미정씨 사망시 누가 상속합니까...바로 직계비속 자녀가 상속합니다. 그런데 자녀들은 미성년자니 그들의 친권자 바로 장성용. 바로  나오지 않습니까?"

"듣고 보니 그러네..."

리더가 무릎을 치며 감탄을 했다.

그때 밖에서,

"1314 변호사 면회"


나는 교도관과 함께 사동 복도를 지나 면회실로 향했다.


면회실에는 이미 여왕님이 와 있었다.

갈색 빛 나는 머리카락이 하얀 블라우스 위에 얌전히 내려 앉아 있었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고 있는 모습이 청순해 보였다.

"좋은 뉴스 하나...나쁜 뉴스 하나...어느쪽 먼저 할까?


여왕님이 싱글벙글 웃으며 내게 선택을 요구했다.



"나쁜거 먼저."

"네 계좌 정지됐더라.  착수금 못받았어."


"미안...그럼 어쩌지...?"


"괜찮아.  잘못도 아닌데...외상으로 해줄게...좋은 뉴스 때문이야..."

"좋은 뉴스 때문에 외상으로 해 준다고?"

"응..."

"그게 뭔데...?


"네 담당검사...사랑하던 사람이야...내가 짝사랑...히히히"


"그게 좋은 뉴스야? 외상을 해줄 수 있는?"


"우리 연수원 동기거든...나랑 거의 키스할 뻔 했는데...그 오빠 잘생겼지...?


"잘 생기긴 했더라..."

"연수원에서 최고 인기남이었어...잘 생겼지...부드러운 말투...생각만 해도 흐뭇해..."

"네가 기분 좋으니 나도 좋다...질투가  나지만..."


"너...뭐라고 했냐...질투? 이게 주제를 알아야지...여자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면서 정신을 못차렸어...떽 정신차려...!!"

"그래...질투 취소..."

"너 서울대 나왔다며...난 그것도 몰랐네...후배라고 신경쓰인다고 하더라...앞으로  오빠랑 말이 잘 통할 것 같아...히히"


여왕님의 눈에 하트가 가득했다.

나는 사방 식구들이 들려준 아이디어를 여왕님에게 설명했다.

여왕님도 노트에 적어가며 정리했다.


"그렇지 않아도, 장성용이 사건의 핵심 인물 같아. 그리고 좀 이상한게 있는데...남은 유족이 아이들하고, 첫째 언니잖아..."


"그런데..."


"보통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유서가 발견되면...유족들이 부검을 원하는 경우가 거의 없거든..."

"그렇지..."


"근데, 부검을 하라고 했단 말이야...적극적으로...그래서 내가 그 언니를 한번 만나러 갔는데..."

"그런데?"

"일한다는 치과를 수소문 해서 찾아 갔는데...원주에서 김미정씨 신원 확인한 이후로 출근을 하지 않았어..."

"마음의 상처가 커서 그런게 아닐까..."

"혹시나 해서 알아보니...출국상태더라고...이상하지?"

"왜 갑자기 출국을 했을까?"

"그래서, 찾아갔던 치과에서  남편이 기공사라는 사실을 알고...그 기공소를 찾아가서 만나봤지..."

"전 남편에게 뭐 들은 게 있어?"

"너무 충격적이었어...놀라지 마라..."

"뭔데...?"

"장성용과  언니가 내연 관계였다는 거야..."


"뭐라고...?"

"김미정과 장성용이 결혼하기 전부터...둘은 내연 관계였대...자기는 동서될 사람이니 크게 의심을 안했는데..."

"그런데...?"

"결혼하고 미국으로 이주하고, 그 언니가 한달에 한번 미국으로 가거나...장성용이 한국에 왔대...늘 연락을 자주하고..."

"뭐 처형과 제부 사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오랫동안 비밀리에 밀회를 했는데...그게 오년전쯤 전남편한테 들킨거야..."


"그래...?"

"두살 연상을...장성용은 그런 스타일이 아닌데..."

"넌 그래서 맨날 아무 여자한테나 헛발질하고 이렇게 고생하는거야. 남녀사이는 당사자 아니면 아무도 몰라...하여튼 그래서 그 뒤로 이혼했는데, 바로 교회에 불이 났데...아버지랑 동생들 다섯이 사망한 화재 사건..."

"원인은 밝혀졌어?"


"아니 미제 사건이지...근데 네가 오늘 김미정이 사망하면 누가 수혜를 받냐고 했잖아... 그 교회는 아버지 명의로  거였고 거기에  화재보험이 가입되어 있었어. 게다가 아버지하고 동생들 이름으로 모두 생명보험이 가입되 있었다는 거야. 전 남편은 그 보험들이 장성용이 권유해서 가입한 보험들이었대...느낌오지 않아?"


"두 자매가 보험금을 받았는데, 한명은 내연녀...한명은 부인...두 여자의 관계는 자매...복잡하네..."

"아마 둘사이 내연 관계가 들키지 않았을까...김미정은 화재사건 일년 뒤에 이혼하게 돼..."


"미정이가 장성용에게 학대 당했다고 얘기했어... 또 장성용이 집 안에 매춘부들을 들였다고...그래서 위자료를 200만 달러 받았다고 했는데..."

"뭐 부부사이 일이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지..."

"그런데, 장성용은 연봉도 많이 받고 그런데...돈이 그렇게 탐났을까...?"


"그래서 알아보니까...장성용은 꽤 오랫동안 실직 상태였어...그 회사에 알아보니까 ...오랫동안 근무한건 사실인데 현재는 그 회사 직원이 아니었어...한국 파견도 물론 아니었고...돈이 필요할 수도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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