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화 〉22 (22/105)



〈 22화 〉22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끄러운지 살짝 웃음을 보였다.

공효진만큼 예뻤다.


나는 마취가 완전히 되길 기다려,

그 어금니 안에 있는 신경을 제거 했다.

치아를 적당히 다듬고 치료부위를 임시로 막았다.


"끝났습니다. 인제 일어나서 양치하세요. 마취 풀릴때까지 씹는 음식 드시지 마세요."


나는 덴탈체어를 일으켰다.


"마시는건 마셔도 되요?"

"상관없어요. 볼을 씹을까봐 그러는 거니까."


"고마워요."


그녀는 내게 씽긋 웃었다.

공효진 보다  예뻤다.


"그럼 편안히 주무세요."

"선생님도 안녕히 주무세요. 또 보면 좋겠어요."


가슴이 떨렸다.


"3214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마라. 나와."


무뚝뚝한 여자 교도관은 내게 눈 인사를 하고 그녀와 함께 나갔다.

나는 남자 교도관과 함께 내 사방으로 돌아왔다.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식사가 끝났을 때,


"1314...잠깐 나와봐..."

"네..."


"소장님이 찾으신다는데..."

나는 교도관과 함께 사동 밖으로 나갔다.


정문을 지나 교도소장이 머무는 곳으로 갔다.


테이블에는 커피가 놓여 이었다.


"들어요..."

"네..."



"어제 일에 대해 말씀  들었습니다. 주무시는 데, 불편하게 해 드려서 죄송해요, 덕분에 우리 직원들도 편안히 근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아닙니다..."

"좀 지내시니까 어떠세요..."

"......"

"아시다시피 교도소란 곳이 지내시기에 편한 곳은 아닙니다. 아픈 곳이 있어도 치료받기가 참 안 좋아요..."

"......"


"자금도 부족하고, 전문 인력도 부족하고, 교도소 살림을 꾸려가기가 쉽지 않아요...그래도...이 부족한 소장 이하  직원들이 합심해서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장은 말을 길게 돌려 하고 있었다.


"그래서, 선생님께 도움을 좀 청하고자 합니다."

"무슨 도움을..."

"외부에서 치과선생님이 일주에 한번 오기는 하는데...수형자들이 여간 불편한게 아닙니다."


결국 여기서 무료진료 하란 말이었다

"선생님이  사이에 응급 환자들만  봐주셔도...좀 수월해질 듯 합니다."

"네...필요하시면..."


"그럼 선생님께서 봉사해 주시는 걸로 알고...조치 시키겠습니다."


"네..."


"사방안에서 불편하신건 없습니까...뭐 부조리라든지...괴롭힘이라든지..."

"불편한  없습니다."


"언제든지 불편한  있으시면 알려 주십시오."


나는 소장과의 면담을 마치고, 사방으로 향했다.


교도소 정문을 통과할 때,


정문을 지키는 교도관이

변호사 접견실로 가라고 알려주었다.

나는 동행하는 교도관과 함께 접견실로 들어갔다.

여왕님이 앉아 있었다.


여왕님의 머리는 젖어 있었다.


안경이 새로운 것으로 바뀌었다.

"소장 면담한다고 들었는데...금방 끝났네..."

"응...나보고 진료를 해달라고...어제 한밤중에도 응급환자 한명 봤어..."

"그렇구나...상시 대기하는 치과의사가 없으니까...교도소측에서 환영할 일이네...그래서 한다고 했어...?"

"응...뭐 한다고 해야지  수 있나..."

"내 생각엔...너 환자 더 이상 못 볼거 같은데..."


"어...뭐  나왔어?"


"김미정하고...마지막 통화한거...장성용 대포폰이었어...코란도 찍힌 영상 찾아서 조회해 보니까...장성용이 렌트한거였고...얻은 영상 중에 장성용이 김미정 폭행하는 장면이 찍힌게 있었어...오늘이나 내일 불기소 떨어질거야."

"고맙다..."

"고맙긴...사필귀정이지."

"그래...그 검사하고는 또 만났어?"

"응. 내가 잘 찾아냈다고 칭찬 들었다.  오빠 칭찬  안하는 타입인데...마음이 얼마나 콩닥거리는지...하여튼...축하해...고생했어... 근데 음주운전 건은 경찰에서 조사한게 있어서 자기도 어쩔  없다고 하더라...불구속 기소할 거래..."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아마 벌금 한 100~300만원정도에서 끝날 거야...초범이고 하니..."

"그래...그게 어디야..."

"근데...좀 이상한게 있는게...김미정이 생명보험을 여러개 들었는데 그 수익자가 네 이름으로 되 있더라...아는 거 있어?"


"아니 몰랐는데..."


"일단...괜히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니까...조용히 있자. 나중에 장성용 잡히고 해결  뒤에 보험관계는 알아보기로 하고..."


"그래 고마워."

"난 여기서 하루 머물고, 구속 정지 확인 받은 뒤에 올라갈게...나 현대호텔에 있을거야."


"응...그래..."


드디어 석방이다.

가슴이 뛰었다.

그런데, 여왕님의 젖은 머리카락과 새로운 안경이 마음에 걸렸다.

나는 사방으로 돌아가 식구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식구들은 자기 일 처럼 기뻐해 주었다.

특히 리더는 나를 얼싸안고 거의 눈물을 흘렸다.

"나가도 잊지 않을게...모두들 잊지 않겠습니다."

"잘 살고..."


"나가시면  지내세요...저도 출소하면 치과 한번 찾아가겠습니다...그 뭐냐 스케일링 한번 해주세요."

진철은 이를 드러내고 손가락으로 스케일링하는 흉내를 냈다.


"지혜를 모아주신 덕분에 제가 누명을 벗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형님 심성이 고우니까 복받은 거죠..."

"하하하"

그렇게 좋은 분위기 속에서 하루가 지나갔다.

그 다음날.

나는 법원의 구속 정지 명령을 받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여왕님은 경찰서에서  짐들을 찾아주었다.

현금 5000만원도 에르메스도  짐 안에 있었다.


나는 여왕님의 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조수석에서 여왕님이 운전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남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력이 있었다.

"음...그 검사랑 지금 진행중이야?"


"뭐래...얘가 감방안에 있다가 드디어 미쳤나봐..."


"아니...좀 바뀐거 같아서...안경도 바뀌고..."


"......"



"너 나 좋아하냐?"


"너 좋아하냐고?"

"응.  좋아서 그렇게 껄떡대냐? 정신을 못차렸어...감방에서 더 고생하게 놔둬야 하는건데..."


"우리 초등학생 때 서로 좋아하지 않았나?"

"그땐 그때고...찌질한 놈..."

"아니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손금 봐 준날 너 살던 그 이층집에 갔던 기억이 나서...아직 거기 살아?"


"진작에 아파트로 바뀌었지..."

"그 집 참 좋았는데..."

"뭐래..니가 그 집을 왜 좋아해?"


"너하고 추억이 있잖아..."

"추억은 개뿔...무슨 추억..."

문막 휴게소가 보였다.

미정과 케익에 촛불을 붙였던 장면이 스쳐 지났다.

차는 영동 고속도로를 계속 달렸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는 5시쯤 되었다.


"차 여기에 주차하고, 저녁 먹자..."


"우선 내 돈 줘...착수금에 성공보수, 밀린 이자...그거 세 덩어리 주면 되겠네..."


"네 덩어리 줄게...네가 저녁 사."


"어이구야...감사..."

나는 오만원권 묶음 네개를 여왕님에게 넘겨주고, 짐을 챙겨 내 아파트로 올라갔다.

냉기가 흐르는 아파트는 내가 떠날때 그대로였다.


가방들을 옷장 안에 넣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여왕님은 차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함께 한정식집으로 향했다.


"가방에 현금 있으면 불편하지 않아? 저기 은행 있네..."


"무슨 아마추어 같은 소릴 하고 있어...기록이 남잖아..."


우리는 은행을 지나쳤다.

여왕님은 소박한 가방을 꼭 끌어안고 저녁을 먹었다.

화장실도 가지 않았다.

"변호사 하면 호강할 줄 알았는데...이것도 힘드네..."

여왕님은 한숨을  쉬었다.

소주 잔을 한숨에 들이켰다.


"좀 편하게 살아보려고 변호사 됐는데 힘든 건 마찬가지고..."


"힘들게 해서 미안."


"아니 니가 미안할  아니고..."


"변호사도 이젠 한물  직업이라 이거지..."

"그래도 다들 존경하고 부러워 하지 않나?  네가 정말 고맙고 존경스러운데"

"개뿔. 이젠 변호사가 노인네들한테 성희롱 받으면서 돈버는 직업이야."

"무슨 말이야 그게..."

"지금은 될 수 있으면 안 하는데, 나 작년까지만 해도 감옥에 간 기업 회장님들 교도소 도우미 해가며 돈 벌었어..."

"교도소 도우미라니...?"


"구속된 회장님들...안에서 심심하잖아...그럼 젊고 예쁜 변호사 골라서 접견시키는 거야...꼭 치마에 스타킹 착용...그럼 가서 변호사들이 농담 따먹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줘...그럼 한 200~300 벌 수 있다...회장님들한텐  돈도 아니고...아직 커리어 안 생긴 변호사는 급한 대로 돈도 벌 수 있고. 가끔 더러운 인간들은 티내면서 여기 저기 훑어보고 일부러 스킨쉽도 하고 그래...딱 도우미역할이지."

"그렇구나...그런건 몰랐네..."

"변호사도 이제 특별한 직업은 아니야...돈 좀 더 모으면...예쁜 옷가게나 할까...분위기 있는 까페나 할까..."


"까페가 어때? 우리 치과 일층에 있는 거 인수해라."

"이녀석은 예나 지금이나 너무 진지충이야...좀 유머 감각도 키우고 해라."

"그냥 가까이서 있으면 좋잖아. 서로 의지하고..."

"뭐래. 내가 왜 너랑 가까이서 의지하고 사냐?"

"그냥 내 바람이야. 한때는 서로 좋아했는데..."


"아주 그냥...술 맛 떨어지게..."

여왕님은  맛이 떨어진다면서 또 한잔을 비웠다.

식사가 끝났을  나는  알딸딸했다.

"야 너 얼굴이 사과처럼 빨갛다...귀엽네..."

여왕님이 손으로  볼을 쓰다듬었다.


차가운 손길이 잔잔한 흥분을 일으켰다.

"너도 그래...이뻐..."


"......"

"일어나자."

여왕님은 카드로 계산했다.

우리는 밖으로 나와 찬바람을 맞았다.


정신이 들었다.

"우리 맥주 한잔 마실까?

여왕님은 걸음걸이가 흔들렸다.


"그래...돈도 벌었겠다...그러자...근데 일차는 내가 샀으니까...이차는 네가 사라..."


"알았어..."


나는 내가 사는 아파트 쪽으로 걸었다.

은행을 지나쳤다.

"맥주는 여기서 마시면 되는데...너 그 돈가방 지키느라 화장실도 못가고...차라리 우리 집에 놓고 내려오는 건 어때...?"


치킨집 기름냄새가 퍼져나왔다.

"음...그래...나도 화장실이 급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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