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8화 〉28 (28/105)



〈 28화 〉28

하지만, 다섯살의 형님은 밤 새도록 이튿날까지 얼음위에서 버텼다고 한다.

결국 큰아버지는 형님에게 패배를 인정하고 아랫목으로 어린아이를 눕혔다.

그 될성부른 떡잎은 수많은 일대일과 패싸움을 통해 지역을 평정했다. 낫이나 톱같은 연장에 다치기도 했지만 결국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전북지역을 통합했다.


운동부 선수든 일반 깡패든 아무도 철용 형님의 독주를 막을 수 없었다.


서울에서 내려온 권투선수가 시비 걸다가 원펀치 원킥에 나가 떨어진 일화같은 것은 너무도 흔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싸움 좀 한다는 젊은이들은 모두 형님의 동생이 되었다.

그러다, 하루는 학교 교장선생님이 형님을 찾았다고 한다.

학교마다 삼청교육대 할당이 나왔는데, 형님보고 갈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형님은 자기가 갈테니 동생들은 명단에서 빼달라고 조건을 걸었다.


형님은 동생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렇게 간 삼청교육대에서 형님은 다친 곳 없이 살아 나왔다.


교육생간 벌어진, 맨주먹 무규칙 격투기 대회에서 챔피언이 되었다.


삼청교육대에서 나와, 공수 특전단에 들어갔다.


역시, 거기서도 무규칙 싸움의 챔피언이었다.

형님은 군 제대 이후 조직에 직접 몸담지는 않았다. 하지만 늘 조직의 언저리에 있었다. 서울과 호남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의협심 강한 호인으로 모든 조직의 보스들과 호형호제 했다.


"형님. 실은 내가 어떤 사람들한테 맞아서 병원에 왔는데요. 아무래도 생활하는 사람들인거 같아요. 치료비라고 500만원을 주고 갔는데, 돈이 더 들거 같아요. 형님이 좀 그사람들한테 치료비좀 받아줄 수 있을까 해서요."


"뭐...? 어떤 씨벌껏 들이 내 동생을 때려...거기 지역이 어디야? 주소나  아무 정보나 줘봐."


나는 보스의 딸이 황영은이라는 사실과, 그 주소를 알려줬다.

이틀이 지나 전화가 왔다.


"몸은 좀 괜찮냐?"

"네. 좀 괜찮아졌어요."


"내가 좀 알아봤는데... 그 감옥에 있는  양반 내가 잘 아는 사람이야. 근데 너 그 딸하고  무슨 일이 있냐?"


"내가 과외 했던 학생이에요. 그 외엔  일 없는데요."

"아마 무슨 오해가 있었나 보네. 너같이 공부 잘하는 애가 뭐하러 그 깡패딸하고 사귀냐. 알았어. 내가 오해 풀어 줄테니까 걱정하지 마라...아마 너 때린애들 걔들 너한테 사과하러 갈 거야."

"네 고마워요."


형님 말대로, 이틀뒤 나를 폭행했던 깍두기 두명과 또 다른 한명이 병실로 찾아왔다. 처음본 얼굴은 깍두기들의 윗사람으로 보였다.

"저번 일은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큰 오해가 있었던거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얘들아 정중히 사과드려라."

"죄송합니다."

깍두기들이 구십도로 머리를 숙였다.

"치료비에 쓰시라고 좀 가져왔습니다."


쇼핑백을 내게 건넸다.

오만원권 뭉치가 여섯개 있었다.

"그럼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다시한번 이전 일은 죄송합니다."


나는 일을 크게 만들지 않고, 거기에서 마무리 하였다.


나는 코뼈 재건 수술을 받고 코가 커졌다. 콧날도 더 보기 좋아졌다.

돈도벌고 성형도 한 샘쳤다.

영은이와 어머니가 병원에 다녀갔다.


나는 낙상사고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영은이를 봤을 때, 그날의 폭행 트라우마가 되 살아났다.

결국 나는 영은이를 피할  밖에 없었다.

"선생님...괜찮아요..저도 제 갈 길 갈게요..."

영은이는 시작도 안한 연인사이의 이별을 받아들였다.


깡패딸.

아니라고 믿고 싶었지만,


내 무의식 속에 그 단어는 지워질 수 없었다.


그 깡패딸이 지금 선생님이 되어,


 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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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은아 얼마만이야."


"한 십년도 넘었네요."


"초등학교 선생님은..."


"미대 다니다가, 교대에 편입했어요."


"아...잘 했다."

"어머님은 잘 계시고?"

"네. 잘 계세요."

"안부인사 잘 전해드려."


"네. 그런데 하영이하고는 어떤...?"

"아...설명하자면 긴데.  내가 아빠는 아니고 친구의 딸이야."


"하영이가 한번도 아빠 이야길 한적이 없어서 .아마도 저처럼 아빠가 없나보다 했죠.."

영은이는 한번도 내게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씩씩했다. 하지만 그런 씩씩한 영은이도 가슴 속엔 아빠의 빈자리가 있었다.


"곧 수업 시작할 거에요."

이미 교실엔 아빠들이 많이 와 있었다.

나는 그들과 어색하게 악수를 했다.

수업은 간단했다.


아이들이 자기 아빠를 소개하면,


아빠들은 무슨 일을 하는지 간단하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나는 하영이의 아빠가 되어,


치과의사라는 일을 소개해 주었다.

하영이는 오늘 기분이 좋아보였다.


내가 오랫동안 아빠역할을 하면 좋지만,


내가 안다.

나는 아빠가 될 수 없다.


사실, 하찬이가 아들이라는 사실도 마음 속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수업이 끝나고 나는 영은이와 연락처를 교환했다.


그리고, 하영이의 손을 잡고 집에 데려다 주었다.

오후가 되어 혜인이 집으로 찾아왔다.

"우선, 큰 돈은 아니지만 형사보상 청구라는 제도가 있어..넌 누명을 쓰고 2주나 감옥에 있었잖아. 불기소 처분 났으니까 인제 국가에 보상 청구를 해야지.최저 임금에서  다섯배까지 주는데, 하루 8시간해서 약 36만원. 2주동안 있었으니까.14곱하기 36...잘하면 최대 500만원 정도 받을  있겠네. 내가 서류 접수할테니까 여기 싸인해."

나는 싸인했다.


"그리고 그 유언장 한번 보자."

나는 혜인에게 미정의 유언장을 보여주었다.


"내가 이 엘에이 변호사한테 연락해 볼게."


"고마워."


"고맙긴. 다 돈 받고 하는 일인데."


"그래도."


"그리고, 지금 장성용이 심경 변화를 갖게 되서, 자백을 하려는  같아. 아마  5년전 화재도 그 첫째 언니랑 공모한 보험사기사건일 가능성이 높아. 그러면,  언니는
보험 수익자에서 제외가 돼."

"그 언니가 성용이랑 불을 냈다고?"


"아직까지 가설이야.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 당시 생존해 있던 김미정씨가 유일한 상속인이 되고, 지금은 하찬이랑 하은이가 유일한 상속인이 되는 거지."

"그래?"

"그 당시 아버지와 자매가 들었던 생명보험의 유일한 수익자는 맞고,  화재보험의 수익자가 될 수 있는지는 더 따져 봐야겠어."


"그래."

"이건 너한테 좋은 소식인데....김미정씨가 생명보험으로 너한테 51억을 남기셨다."

"뭐...?"


"내가 보험사 돌면서 확인해 봤어.."

"......"

"사체 검안서 복사해서 보험사에 제출하기만 하면 돼...그것도 내가 알아서 할게...여기 위임장에 싸인해."

나는 정신이 멍한 상태에서 싸인했다.


"애들은 지금  할머니가 맡고 있나봐..."

"그래?"


나는 그 젊은날의 모델같이 아름답던 성용이 엄마를 떠올렸다.


"한번 하찬이 만나볼래?"

"......"

"내 생각에는 네가 친권 소송을 해서 성인이 될 때까지 돌보는게 나을  같아."

"아직 잘 모르겠네."


"그렇지 않으면, 장성용이 감옥에 있는 상태에서...할머니나 할아버지가 후견인이 되기 쉬운데...내 느낌으로는 좀 불안하다. 상속 재산을 잘 간수 할 수 있을까?"


"......"

"뭐 법원에서 신탁을 할 수 도 있지만. 나는 하찬이가  친자니까 하는 소리야"

"생각을 좀 해봐야겠어. 내가 아빠가 될 자격이 있는지."


"야. 아빠되는데 무슨 자격증이 필요해? 그냥 하면 되지."




혜인이는 세시쯤 약속이 있다고 나갔다.


나는 혜인이가 돌아간 뒤에도 계속 내게 질문을 했다.


'나는 아빠가 될 수 있을까?'
'나는 하찬이와 같이 살  있을까?'

쉽게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논리적으론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느낌적으로 내가 원하는 답을 선택하려고 했다.


천천히 나는 어떤 느낌 근처를 배회했다.

마음의 결정을 하고,

나는 김희애를 닮은 사장님께 전화했다.


"네, 정성으로 모시겠습니다. 티파니입니다."


"안녕하세요.ㅇㅇ치과에요..."

"어...잘 지냈어?

"네...혹시 오늘 데이트 가능할까요?"


"오늘?...왜 갑자기  보고싶어?"

"네..."

"나 오늘 화장도  안 먹고 별론데..."


"아시잖아요. 화장 안해도 아름다우신 거."


"뭐야...그래 어디서 볼까?"


"롯데월드호텔 도림에서 보면 어떨까요. 오랜만에 중국음식이 먹고 싶네요."

"실은 오늘 나도 그런데...그래 거기 잘 해 거기서 보자."


"그럼 여섯시에 거기서 연태고량주 건배해요."

다행히, 사장님은  데이트 신청을 수락해 주었다.


나는 바로 도림으로 전화해 예약을 했다.


나는 샤워를 하고 바로 잠실로 향했다.


거리엔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케롤이 울리고, 연인들은 서로 끌어안고 거리를 걸었다.

나는 사장님의 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을 둘러봤다.

많은 브랜드들이 나를 유혹했다.


나는 구찌 매장에서 장갑을 샀다.

생각보다 비쌌지만, 사장님을 기쁘게 하고 싶었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각층별로 매장을 돌며 구경을 했다.

의류 매장 사이에 빅토리아씨크릿이라는 매장이 있었다.

혼자 들어가기 민망했다.

하지만, 일단 발을 한번 들여 놓으니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화장을 짙게한 여자 직원이 다가왔다.

"찾으시는  있으세요? 도와드릴까요?"

"네...좀 젊어 보이는 속옷세트를 살려고 하는데...선물 받으실 분은 사실 오십대세요..."


"요즘 오십대 여성분들도 젊게 입으세요...아주 인기 있는게 있어요. 이쪽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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