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3화 〉33 (33/105)



〈 33화 〉33

나는 하은이를 안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에 내렸다.


나는 하은이를 방 침대위에 눕혔다.

동생분도 하찬이를 재웠다.


집안이 고요했다.


동생분이 거실로 나왔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동생분의 치마에 생긴 얼룩이 치마 안쪽을 비쳐 보이게 했다.


"쵸콜렛 더 드실래요?

"고마워"
동생분은 초콜렛을 받아 입속에 넣었다.


"어...너 땀흘리는 거 봐.."

"하은이가 많이 무거웠나 봐요."


"잠깐 앉아. 물 한잔 줄게."


"고마워요."


나는 식탁에 앉았다.

동생분은 물잔과 함께 젖은 수건을 주었다.


"이걸로 간단하게 닦을래?"


"고마워요..."


나는 그 젖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땀이 계속 나네요...죄송하지만 화장실에서 좀 씻을게요."

"그래...다른 필요한거 있으면 말해."

나는 화장실에 들어와 샤워를 했다.


화장실 안 수납장에 여성용 위생패드가 보였다.


나는 천천히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거실 불이 꺼져 있었다.

그녀가 소파에 앉아 티비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아..이거 보시는 구나...여자 주인공 너무 불쌍하지 않아요? 내가 남자 주인공이라면 저기서 끌어안고 키스 할텐데."

"맞아..."


그녀는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나는 그녀 옆에 앉았다.

"키스 해 보신적 있어요?"


"......"


"......"


"아직..."

"왜요?"


"글쎄...해보곤 싶었는데...무섭기도 하고...기회가 없었어.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그럴수도 있죠."

"......"

나는 식탁으로 가서 물을 마셨다.


아직 차가웠다.


"초콜렛 하나 더 드세요."

"나 뚱뚱보 되는데..."

"이거 하난 칼로리 얼마 안해요. 그리고...키스하는게  쵸콜렛 맛 하고 똑같아요."

그녀가 웃었다.


"넌 많이 해봤어?"
나는 초콜렛 껍질을 벗겨서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다.

동생분은 눈을 감고 받아 먹었다.

"고마워."

"어때요?"

"달콤해..."


"난 거짓말 안해요. 키스가 바로 그 맛이에요."

"......"

"......"

티비속 대사들이 멀어졌다.


나는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갰다.


그녀가 놀랐다.


나는 아랫입술을 부드럽게 물었다.

그녀는 나를 밀쳐내려 했지만,

결국은 밀쳐내지 않았다.

떨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입술을 물었다.




"어때요?"


"......"

"쵸콜렛 같죠?"


"......"


나는 다시 입술을 부딪쳤다.


혀를 조심스럽게 밀어넣었다.


혀가 치아 사이를 지났다.

혀가 서로 닿았다.

그녀의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안았다.


그녀의 혀가 내게 들어왔다.


쵸콜렛 맛이 났다.


입술을 떼었다.

그녀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토끼눈이 귀여웠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예상대로 처녀였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눈부셨다


소고기무국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국이었다.


눈을 떴다.


낯선 공간이었다.


방문을 열고 나갔다.

동생분이 앞치마를 입고 상을 차리고 있었다.

"일어났어?"

"애들은요?"

"아직 자..."

나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머리카락이 우수꽝스러웠다.

쉽게 정리될 수준이 아니었다.

머리를 감았다.


안방으로 가서 옷을 찾았다.

바닥에 떨어져 있어야 할 옷들이,

옷걸이에 얌전히들 걸려있었다.

양말은 새로 빨아 놓은 듯 했다.

옷을 입었다.

화장대에 있는 헤어젤로 머리를 정리했다.


안방을 나와 식탁에 앉았다.


"고마워요. 언제 제 양말을 빨았어요?"


"응...아침에...집에 건조기가 있어."

그녀는  눈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밤새 나를 끌어안고 수줍어하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냄새가 좋아요. 국 먹어봐도 되요?"


"응 어서 먹어."


동생분은 하찬이와 하은이를 깨우러 갔다.


소고기무우국은 내가 예상하던 맛이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Good morning, man. Did you sleep over here?


하찬이가 나왔다.


"Good morning Hachan. What makes you think so."


"You can call me Tommy. Ummm...I saw you last night and you still are here."

"Good guessing, I just arrived man though."

나는 하찬이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하찬이는 식탁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하은이도 나와 식탁에서 밥을 먹었다.

동생분도 식탁에 앉았다.


식탁이 풍성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함께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장례식장엔 손님이 없었다.

나는 502호로 올라갔다.


"잘 잤어?"


"응...시간이 지나니까 나도 인제 적응이 되나봐."

"자기가 건강한게 제일 중요해. 굳게 마음 먹어."

"그래. 그래야지."

노크 소리가 크게 들렸다.


담당교수의 회진이었다.


"컨디션 어떠세요?"


"좋아요."

"특별한 건 없어요. 심리적으로 안정 취하시면 될거에요."

담당교수는 돌아서 나갔다.


수련의들이 우르르 따라 나갔다.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변호사가 그러는데 하찬이 후견인 문제가 쉽지 않을 수도 있대. 미리미리 준비해야 결과에 실망하지 않는다고 그러네."

"그래 그럴수도 있겠어."

"내 변호사 한번 만나볼래? 내 초등학교 동창인데 똑소리나. 잘해."

"그래 그럴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그래 밥  챙겨먹어. 난 내려갈게."

"그래."



나는 장례식장으로 내려왔다.


썰렁했다.


동생분이 테이블을 닦고 있었다.

"제가 할게요."

"아니야."

행주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행주를 잡은 동생분 손 위에 내 손을 얹었다.

동생분이 나를 처다봤다.

내가 웃었다.

그녀도 웃었다.


"그래 그럼 같이해."


동생분은 행주를 내게 주고 다른 행주를 가져왔다.

쪽방에서 두런두런 목소리가 들렸다.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듯 했다.


하찬이와 하은이는 테이블 사이를 뛰어 다니면 놀았다.

나는 할 일이 없어 구두를 신고 복도를 배회했다.

전화가 왔다.


혜인이였다.


"어제 밤 샜어?"

"아니 잤어."

"어디서?"


"집에서 잤어."

"잘했어. 하찬이 할머니한테는 얘기 했어?"


"응, 만나 보시겠대. 오늘 와봐 한번."


"오케이. 그럼 이따가 봐."




전화벨이 다시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나야."

시한폭탄이었다.


"아직 성용이네 있어?"

"응."


"너도 대단하다."


"뭐...아니야."


"너 오늘 밤에 색다른 경험 해보지 않을래?"

"무슨?"


"그냥 나만 믿고 따라와. 미리 알면 재미 없어."


호기심이 발동했다.


"오늘 아마 한 여덟시에서 열시 사이에 역삼동에서 보면 돼."


"역삼동?"

"응. 나 역삼동 살아. 오피스텔에서."


"그렇구나. 알았어."

"내가 다시 문자로 알려줄게."


색다른 경험.

최근 들어 나는 이미 매일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었다.

나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들고 복도를 걸었다.

오전의 장례식장은 조용했다.


테이블 구석에서

동생분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우리는 문학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날도 추워지는데 신춘문예 안 하세요?"


"나 벌써 등단했어. ㅇㅇ일보라고, 지방지긴 한데."


"중앙 일간지하고 차이 없어요?"


"생각하기 나름이지..."

"나는 우리 사이에 있었던 짜릿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시면 어떨까 하고요..."

"짖궂기는..."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그동안의 우울해 보이던 얼굴보다 보기 좋았다.


점심을 거의  먹었을 때,


혜인이가 왔다.

"인사해 하찬이 하은이 이모할머니."

마흔 좀 넘은 그녀에게 할머니란 단어가 어색했다.


"제 친구이자 제 변호사에요."

둘은 가볍게 인사 했다.

"지금 올라가보자."


나는 혜인이를 데리고 502호로 갔다.

안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여기서 소란피우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얼른 나가세요."

문이 열렸다.

나이든 간호사가 성용이 아버지를 앞세워 나왔다.

나는 목인사를 했다.


502호로 혜인이와 들어갔다.

침대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 사장님의 모습이 보였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전에 말씀드린 변호사에요?"


"안녕하세요. 변호사 김혜인입니다."

혜인이는 고급스러운 명함 지갑에서 명함을 하나 꺼냈다,


사장님에게 명함을 두손으로 건네며 허리를 숙였다.

일본사람들이 비지니스를 시작할  모습같았다.

사장님은 명함을 받았다.


"말씀 많이 들었어요."


"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인간이 말 같지도 않은 소릴 하길래. 내가 소릴 좀 질렀어요."

"......"

"지가  한게 있다고. 하찬이 하은이 친권을 갖겠다고. 별 미친놈을 다 보네. 늙어서 돈 욕심을 못버리고. 저건 인간도 아니야. 막말로...지가 애들을 키울수나 있어? 이혼당한 홀애비 주제에...성질은  같아서 맨날 때려부수질 않나...사람을 쥐어 패서 병신을 만들지 않나...내가 생각하면 천불이나...지가 뭐 한게 있다고...이때까지 내가 다 먹여살렸어..."

사장님은 맺힌 말들을 쏟아 냈다.


"전 장례식장에 가 있을게 두분 말씀 나누세요."


나는 502호를 나왔다.

장례식장으로 내려가는 사이에 문자가 왔다.


[당신을 새로운 세계로 초대합니다. 역삼역 1번 출구에서 8시에 전화 주세요. 릴렉스하세요. 내게 모든  맡기세요. 그때 봐요.]

장례식장 테이블에 성용이 아버지와 동생분이 앉아 얘기를 하고 있었다.


동생분이 주로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나는 그 사이에 끼어들지 않았다.

하찬이와 하은이는 여전히 장례식장을 뛰어 다녔다.


잠시 뒤 혜인이가 내려왔다.


"대화는  해봤어...?"


"응. 임프레션이 좋아."


"......"

"할머니가 나를 신뢰하고 있어. 수임 계약서에 싸인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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