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40
머리에 셰프모자를 한 백인이 인사했다.
"오...늘 제...가 모시...겠습니다. 셰프 존 존슨입니다."
더듬거렸지만 꽤 괜찮은 한국어 발음이었다.
셰프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파란 조끼를 입은 남자가 우리를 식사 테이블로 안내했다.
테이블엔 이미 식기들이 놓여있었다.
진짜 은으로 보이는 포크와 스푼들이
신기했다.
한국과 스케일이 달랐다.
과일등은
청과물 시장을 옮겨 놓은 듯 했다.
다양하고 먹음직 스러웠다.
그 많은걸 어떻게 다 먹을 수 있을 지 걱정했다.
혜인이와 나는 넓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마주보고 앉았다.
파란옷 입은 남자가
하얀 장갑으로
와인 한병을 들고
내 앞에 와 섰다.
"Testing?"
내 잔에 와인을 조금 따랐다.
잘 모르는 나는
원샷하고 말했다.
"Thanks. Good"
그 남자가 웃으며,
내 잔을 다시 채웠다.
테이블 받대편으로 걸어가 혜인이의 잔도 채웠다.
"뚜구두구 두구 두구.....칭칭 챙챙 칭칭 챙챙"
드럼을 실은 카트가 미끌어져 들어왔다.
카트 위에서 수트를 입은 기타리스트 연주가 시작했다.
드럼이 감미로운 심벌즈 소리를 냈다.
베이스가 부드럽게 연주에 합류했다.
"원더플 투나잇"이었다.
에릭 클립튼을 닮은 보컬이 목에 기타를 메고 노래를 시작했다.
"It's late in the evening~, She's wondering what clothes to wear~"
로맨틱했다.
혜인이도 감동받은 표정으로 연주를 들었다.
기타의 감동적인 솔로 연주가 끝났다.
나는 있는 힘껏 박수를 쳤다.
혜인이도 열심히 박수를 쳤다.
이번엔 수트를 입은 트럼페티스트가 나섰다.
감미롭고 절제된 연주가 구슬프게 들렸다.
기타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호텔 캘리포니아"였다.
베이스의 울림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드럼연주가 시작됐다.
바로 드러머는 노래를 불렀다.
"On a dark desert highway~ cool wind in my hair~"
훌륭한 연주였다.
코러스부분에선 나도 같이 노래를 불렀다.
"Welcome to the Hotel California~ Such a lovely place~ Such a lovely place~ Such a lovely face~"
혜인이를 봤다.
혜인이도 따라부르고 있었다.
숨막힐 듯한 기타 연주가 이어졌다.
이글즈의 연주 그대로였다.
이집 맛집이네~
나는 금방 감동을 받았다.
이후 30분 정도, 머리와 심장을 흔드는 불후의 명곡 연주가 이어졌다.
밴드는 나가고,
색소폰니스트가 들어와 가벼운 연주를 시작했다.
식사가 시작 되었다.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에피타이저부터 메인 요리까지,
처음에 만났던,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셰프가 직접 서빙을 했다.
음식의 맛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대 만 족.
혜인이도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머리에 셰프모자를 한
아시아계 여자분이
큰 플레이트를 들고 왔다.
내 앞에 플레이트를 내려놓고,
데코레이션 쇼를 시작했다.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 분은 혜인이에게 가서
똑같은 디저트 데코레이션 쇼를 보여주었다.
혜인이 역시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입구에서 반짝이는 정장을 입고,
어두운 화장을 한 남자가 들어왔다.
키도 크고 잘생긴 남자는,
하드 젤로 올백 스타일의 머리를 하고,
눈 주변을 스모키한 분위기로 메이크업 했다.
입을 다물어 마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혜인이에게 다가 갔다.
혜인이에게 손을 뻗었다.
혜인이 목 뒤에서
장미 한송이를 만들어냈다.
혜인이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 장미를 건넸다.
혜인이는 받았다.
그는 내게 이해해 달라는 익살 스런 표정을 지었다.
내게 다가 왔다.
내 귀옆에서 100달러 지폐를 만들어 냈다.
그는 지폐를 손에 쥐고 바람 부는 시늉을 했다.
내게 바람을 불어달라고 시켰다.
나는 바람을 힘껏 불었다.
지폐는 불과 함께 사라졌다.
신기했다.
혜인이와 나는 박수를 쳤다.
그 마술사는 색소포니스트 옆으로 가서
연주하는 그를 익살 스럽게 간지럽혔다.
연주자는 몸을 이리저리 피하며 연주했다.
마술사는 커다란 천으로 색소포니스트를 가렸다.
연주는 계속 되었다.
마술사가 천을 하늘 위로 던졌다.
색소포니스트가 사라졌다.
혜인이와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연주하는 소리는 계속 들렸다.
마술사는 수영장 쪽을 가리켰다.
색소포니스트가 연주하며 걸어나왔다.
눈으로 익살스런 표정을 지었다.
탄성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나는 와인 한잔을 들이키고,
박수를 쳤다.
색소포니스트는 마술사와 함께 퇴장했다.
파란옷 입은 분이 잔에 와인을 채웠다.
혜인이의 잔도 채웠다.
선미가 들어왔다.
"오늘의 쇼는 다 끝낫습니다. 식사는 재미있게 하셨나요?
"네~~"
혜인이와 나는 합창을 했다.
"마지막 건배제의 하고 전 이만 나가겠습니다."
선미가 잔을 들었다.
"변호사님의 무사 귀국과 건강을 위하여..."
건배사가 좀 이상하긴 했지만,
우리는 크게
"위하여~~"
외치고 잔을 비웠다.
"그럼 편안한 밤 되세요."
선미가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소름돋는 침묵이 흘렀다.
나는 침묵을 깨고 싶었다.
혜인이 손을 잡았다.
수영장 옆으로 갔다.
나는 훌러덩 옷을 벗었다.
수영장 안으로 뛰어들었다.
다행히 수영장이 깊지 않았다.
혜인이도 옷을 벗고 수영장으로 들어왔다.
혜인이는 수영을 잘했다.
천천히
끝에서 끝까지
인어처럼 헤엄쳤다.
나도 시도 해 보았으나 무리였다.
물만 많이 먹었다.
구석에서 물장구만 쳤다.
혜인이가 몇바퀴를 돌고,
내게 다가 왔다.
혜인이가 내게 키스 했다.
"오늘 너무 재미 있었어."
"나도..."
나는 혜인이 손을 물었다.
물속에서 혜인이가 앙탈을 부렸다.
나는 입에서 혜인일 놓치지 않았다.
물이 흔들렸다.
염소 소독제 냄새가 났다.
나는 물 밑으로 잠수해
혜인이의 다리를 간지럽혔다.
혜인이가 내 머리를 잡았다.
혜인이는 이내 물속으로 들어와 나를 간지럽혔다.
우리는 물속에서 눈을 뜨고 서로를 쳐다 봤다.
서로의 얼굴이 재밌게 일그러졌다.
우리는 다시 물 위로 머리를 들었다.
나는 혜인이를 수영장 구석으로 밀었다.
혜인이가 내 목을 감쌌다.
물소리가 철렁철렁 들렸다.
파도가 멀리 퍼져 나갔다,
내가 혜인이와 함께 움직이면서
철렁거리는 파도는 더 높아졌다.
혜인이는 눈을 감고
아랫입술을 지긋이 물었다.
나는 혜인이를 안고 침대로 갔다.
나는 혜인이를 눕혔다.
우리는 높은 파도를 넘으며 서로 사랑을 했다.
혜인이가 한쪽 다리를 내 몸통에 올렸다.
나를 꼭 끌어 안았다.
나른했다.
혜인이와 나는 알몸으로 서로 껴안은 채 잠이 들었다.
한참을 잤을까.
폭탄 터지는 듯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부산한 발자국 소리가 다가왔다.
"Don't move!! Hands over head right now!!!"
그들은 총구를 우리에게 겨눴다.
"Cuff them up!!"
"Yes, Sir!"
"We got it!!"
"Move them."
"Sir, we found it."
"Good job! My boy~"
정신없이 지옥같은 순간이 지나가고,
나는 손에 수갑을 찬 채 알몸으로 경찰차를 탔다.
경찰차는 한참을 달려 나를 경찰서 유치장으로 데려갔다.
수치스러운 몸 수색이 이어졌다.
덩치큰 경찰은 나를 뒷짐지게 하고
쪼그려 앉아 일어나기를 반복시켰다.
이후, 내 상체를 숙이게 했다.
마스크낀 경찰이 파란 장갑을 낀 손으로
내 항문 속을 휘저었다.
또 쪼그려 앉아 일어나기를 반복시켰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샤워장에 나를 데려갔다.
나는 시키는 대로 샤워를 했다.
그들은 내게 물을 주었다.
마시라고 했다.
나는 그들에게 아무 말 도 못했다.
시키는 대로 따라할 뿐.
때리지 않으니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들은 내 몸을 자세히 관찰하고 나서,
내 머리카락과 털들을 잘라 가져갔다.
그리고 유치장에 나를 밀어 넣었다.
잠시뒤,
회색 상하의를 안으로 던졌다.
이어 종이컵을 문 구멍 안으로 밀어넣었다.
"Pee in the cup."
나는 옷을 입고 앉았다.
조금뒤 오줌이 마려웠다.
소변을 컵에 받고
문을 두드렸다.
파란색 플라스틱 장갑을 낀 경찰관이 컵을 받아갔다.
그리고 시간이 지루하게 흘러갔다.
혜인이가 걱정되었다.
혜인이도 알몸으로 끌려나갔다.
마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여자 경찰들의 손에 끌려가는
혜인이의 엉덩이와
그 아래 다리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 뒤로 나는 혜인이 소식을 알 수 없었다.
철문이 열렸다.
경찰들이 나를 데려가 머그샷을 찍었다.
"I need my lawyer!"
내 가 크게 소리쳤지만,
그들은 못 들은 척 했다.
나는 다시 유치장에 갇혔다.
혼자 있던 유치장에 새로 두명이 더 잡혀 들어와 있었다.
둘은 약인지 술인지에 취해 있었다.
그들은 내게 말을 걸 지 않았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지루하게 흘렀다.
식사가 들어왔다.
식판위에
마른 빵, 콩, 우유, 스프가 흐트러져 있었다.
앞날은 모르는 일이라 생각하며
남김없이 깨끗이 비웠다.
하루가 지나갔다.
문이 열렸다.
색깔 다른 제복을 입은 경찰이 있었다.
내 손에 수갑을 채웠다.
커다란 밴에 나를 태웠다.
내 양옆에 경찰들이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