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2화 〉42 (42/105)



〈 42화 〉42


나는 모든 장소에서 주목의 대상이었다.






멀리서 백인 갱들이 운동장을 걷기 시작했다.


운동 잘 안하는 그들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그들은 두명 세명 짝을 지어 운동장 주위를 뛰기 시작했다.

점점 큰 원을 그리더니,

급기야  앞으로 뛰어 지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철조망을 등지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


언제 내게 달려들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때 갑자기 파퀴아오를 닮은 베트남 친구가 뛰어와


날라차기를 하며 내게 덤볐다.


"Fucking idiot!!"




큰 소리로 내게 욕을 했다.


나는 바로 일어나


주먹을 쥐고 싸움 거리를 쟀다.

다른 베트남 갱들이 모여들었다.


나는 당황했다.

그자리에 멈췄다.


그때,

백인들이 달리기를 멈췄다.

다시 자기들의 본거지로 돌아갔다.


나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안녕하세요."

나를 발로찼던 베트남 친구가

손바닥을 보이며 싸울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You awe me..."



그는 내게 웃었다.

그리고, 바로 돌아서 마이너 갱단들과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벤치에서 책을 보던 감방메이트가 책을 덮었다.

천천히 내게 걸어왔다.

내게 속삭였다.

"the Vietnamese saved your life."

감방메이트가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백인 갱단들은 작전을 짜고 손에 작은 블레이드를 들었다.

운동장을 돌다가 기회를 봐서


내 목을 따려고 했다.

그때  파퀴아오가 항만 갱단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황급히 내게 달려온 것이었다.

또, 뒤이어, 마이너 갱단이 달려오자,

그들은 사건이 크게 번지는 걸 원치않아,

한발 뒤로 물러선 것이었다.

죽을 목숨을 한번 적립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닌줄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스물네시간 긴장된 이 공간에서


살아나갈 자신이 없었다.




내 솔직한 마음을 감방 메이트에게 고백했다.

그는 나를 이해한다고 했다.


마음을 비우고 예수를 믿으라 했다.


나는 내가 예수를 믿을테니 도와달라고 했다.


메이트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함께 요한복음 3장 16절을 읽었다.

"For God so loved the world that he gave his one and only Son, that whoever believes in him shall not perish but have eternal life."




환경이 나를 거짓말장이로 만들어 갔다.




나는 내가 교회 학생부 회장 출신임을 숨기고,

그에게 동정을 구걸했다.

불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하는 척 했다.


말씀에 감동받아 눈물을 흘리는 척 했다.


감방메이트는 내 두손을 잡고 진짜 눈물을 흘렸다.



"Oh my lord, save this poor boy.."

"Amen"

그후로 감방 메이트는 적극적으로 나를 지켜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매일 성경말씀을 묵상했다.





나는 내 사건이 어떻게 진행 되는 지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혜인이가 어떤 고생을 하고 있는 지도 전혀   없었다.

교도관들은 아무것도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나를 보면,

"Hey Kung Fu master~"


하고 놀릴 뿐이었다.



그러던 어는날 밤


감방안 재소자들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My tooth killing me...killing me..."



한 재소자가 신음소리를 내며 밤새 소리쳤다.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결국, 감방 메이트가

교도관에게 소리쳤다.

"Here we have a dentist~!! let him treat the poor guy~~!!!"



잠시후,

교도관 두명이 우리 감방 앞으로 왔다.





"Who is a dentist?"


"He is"



감방 메이트는  등을 밀었다.

"Can you help him sleep?"


"I think so."




나는 교도관들과 함께 미로같은 길을 따라갔다.

잠금문을 여러개 지났다.



마침내 들어간 사무실에 덴탈 체어가 있었다.


치과 기구들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있었다.




잠시후 문이 열리고 거대한 흑인이 들어왔다.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를 덴탈 체어에 앉혔다.

체어가 무너질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그를 눕혔다.

볼살이 있긴 했지만,

입이 워낙 커서 들여다 보기 편했다.



예상대로 급성치수염이었다.

나는 입큰 흑인에게 마취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기겁을 했다.


몸울 파르르 떨었다.


숨이 넘어 갈 듯 했다.





치과를 개원하고 세달쯤 되었을때,

한 어머니가 5학년 정도의 여자 초등학생을 데리고 치과를 찾았다.

어머니는 다른 치과에서 치료를 포기했다고 했다.


어린이치과에서도 두손 두발 다 들었는데,

이가 아파하는걸 차마 그냥 놔둘 수 없어 찾아 왔다고 했다.


나는 솔직히 자신은 없었다.


그 여자아이는 자폐아의 특징을 보이고 있었다.


그 여자아이는 자폐아의 특징을 보이고 있었다.

대화가 통하긴 하지만,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등

감정기복을 보였다.

다른 치과에서는 치과의사가 바늘에 찔리는 사고가 났다고 했다.

나는 그 아이에게 그림을 그려보게 하고 관찰했다.

지능은 정상같아보였다.

대화를 시도해 보았다.


단어나 문장을 이해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나는 교과서에서 금지하는 치료법을 쓰기로 했다.






소아치과 교과서에서는 절대로,

아이들에게 주사바늘을 보여주어서는 안된다고 가르친다.


공포감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포감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Unknown'


인간은 알지 못하는 것에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


어둠속 안 보이지 존재에 대해

근원적인 공포를 느낀다.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은채,

모르는 무엇인가

나를 아프게 한다는 것은

어둠속 근원적인 공포와 맥을 같이 한다.

그래서 나는 주사기를 앞에 놓고,

그 아이와 놀이를 했다.


그림을 같이 그리고 서로 설명했다.

어떻게 주사기가 작동하는지 아이는 금방 이해 했다.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아이는 마취주사를 맞으면서, 나와 눈을 맞췄다.

미동도 하지 않았다.


느낌이 이상하지만,


 그런지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느낌을 참을 수 있었다.


나는 결국 모든 충치치료를 끝냈다.

감동받은 그 아이의 부모님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소문을 내주셨다.


갑자기  환자들이 밀려들었다.



나는 숨 넘어가는 입큰 흑인을 일으켰다.


"Now, you are with the top professor in the top dental school in my home country. OK?"

"OK"

"I am a super specialist. I don't make you hurt. You don't feel anything. I teach my student how to give a pain free shot. OK?"


"OK"


"Today, you learn how to get a pain free shot. OK?"


"OK"

"Then, say Ah~"


"Ah~"


"Needle is so thin, you don't feel anything..."


나는 가장 안 아플 위치를 골라 천천히 마취를 했다.

입 큰 흑인은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다.


곧 치수염으로 인한 통증이 사라졌다.


나는 그 흑인의 신뢰를 얻었다.


마취가 어느정도 되었을때,


그 흑인이 입을 벌리고

2분만에 치수를 걷어내고 치료를 마무리했다.




"Done. Wash the mouth..."

 흑인은 나를 안아주었다.


고맙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나는  방으로 돌아와


편히 잠들었다.

모두들 편안한 밤이 되었다.



교도소의 소문은 빨랐다.


청소하는 재소자가

"Good morning professor~"


라고 아침 인사를 했다.



식당에서 배식을 받을 때도


"Hello, professor~"

나는 사실 교수가 아닌데....

거짓말이 늘어가고 있었다.

운동시간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철조망에 붙어 항만 갱단을 주시했다.


그때,

입큰 흑인이 내게 다가왔다.

"Thanks, professor."

그는 내손을 잡고,


흑인 갱단 앞에 나를 소개시켰다.

자기의 새 브라더이므로 자기와 동격이라고 했다.


그는 흑인 갱단의 부두목쯤 되었다.

나는 흑인들 사이에 들어가 운동할 수 있는 특권을 얻었다.



항만 갱단은


흑인들의 주변에  생각도 못했다.


힘의 균형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운동시간이  괴로워졌다.


운동장에서 뿐만 아니라,


식당에서도 흑인갱단은 나를 우대해주었다.

나는 늘 입 큰 흑인과 함께 식사했다.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못했다.

배식 담당은 스테이크를 하나씩 더 얹어주는 센스를 잊지 않았다.


흑인들과 운동을 하며,

 몸도 벌크업되어갔다.

서서히 100키로를 넘어가고 있었다.

흑인들 방식을 따라 스쿼트를 하니,


엉덩이엔 이전에 느낄  없던 강력한 힘이 들어갔다.


근육이 흑인들을 닮아갔다.


물건의 길이마저 흑인들을 닮아갔다.



예상못한 교도소장의 호출이 왔다.


누구도 견제할 수 없는 권력.


숲속안 교도소 왕국의 왕.

그는 법을 초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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