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43
내가 벌인 사건에 대해 나는 별다른 벌을 받지 않았다.
교도소장은 항만 갱단을 싫어했다.
특히, 내가 보낸 그 보스와 갈등이 심했다.
내가 보내지 않았다면,
아마 교도소장이 쥐도새도 모르게 처리했을 상태였다.
사고사로 서류를 정리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내가 입큰 흑인을 치료한 것도
엄밀히 따지면 불법이었다.
하지만, 교도소장의 왕국에선
안되는 일이 없었다.
교도소장 앞에 섰다.
커피와 비스켓을 내게 내밀었다.
내가 흑인갱단 부두목을 치료한 사실을 들었다고 했다.
한국의 치과 수준에 대해 질문을 했다.
나는 국뽕을 발사했다.
한국치과 수준이 세계최고라고 침을 튀겨 말했다.
한국사람들은 원래 손이 정교해서 치과에 최적화된 민족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예를 들어, 나는 지금껏 백만개가 넘는 임플란트 시술을 했는데 실패한 것은 열건도 안된다고 많이 과장했다.
하버드의 저명한 교수도 만개를 넘기지 않는다며 교도소장의 마음을 흔들었다.
나는 이미 교도소장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의 발음으로부터 틀니 상태가 안 좋음을 눈치 챘다.
임플란트라는 말에 교도소장의 눈이 번뜩였다.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한국은 실제로 임플란트에 대해선 독보적이었다.
내가 과장을 하긴 했지만,
유수의 미국 대학병원의 교수들도 수술경험이 많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교도소장쯤 되면,
한국에 대한 정보는 알고 있으리라는 생각에
나는 코리아라는 브랜드를 팔고,
임플란트 개수에 양념을 치고,
교수를 사칭했다.
통했다.
교도소장은 자기의 틀니를 내게 보여주었다.
내 기준으로 한심한 디자인이었다.
물리적 역학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쓰레기 틀니였다.
나는 바로 내 의견을 표했다.
"You will lose all the teeth within 1 year with the garbage."
교도소장은 대책을 내게 물었다.
당연히 임플란트였다.
다행히 방사선 사진으로 본 교도소장의 뼈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You can't eat very well now."
"No. You are right."
"You feel different on the surgery day. You will chew better exactly that day!!"
"Really?"
교도소장은 완전히 넘어왔다.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나는 필요한 임플란트 픽스쳐와 수술용 기구, 엔진, 그리고 보철 제작을 위한 기구 목록을 써 주었다.
교도소장은 이미 머리 속으로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었다.
그는 내게 미리 선물을 주고 싶은데,
원하는 게 있냐고 물었다.
나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Girl...?"
농담으로 생각 나는 단어를 던졌다.
나는 이 단어가 가져올 파장을 상상도 못했다.
Los Angeles는 달랐다.
다음날부터 나는 덴탈체어가 있는 사무실로 출근했다.
소장의 특별허가를 받아 사무실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자유롭긴 하되,
소장이 자주 방문했다.
소장은 조바심과 조심성이 많은 사람이었다.
묻고 또 묻는 스타일이었다.
나는 물론 최고 친절한 태도로
소장의 신뢰지수를 높여갔다.
나는 치과 기구들을 일일이 닦고,
소독하고
소독포로 쌓아두었다.
이런곳에서 일회용 패킹 시스템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리스트를 만들어 기구, 재료, 장비 등을 정리해 놓았다.
한창 청소하고 리스트를 만들고 있을때,
불쑥 소장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내 리스트와 정리된 기구들을 살펴보고
내게 워커 홀릭이라며 쉬엄 쉬엄 하라고 했다.
"Koreans get sick as soon as they stop working~"
"I know...So diligent people. Mysterious."
나는 진담반 농담반 한국인들은 일을 안하면 몸에 병이 생긴다고 국뽕을 발휘했다.
그는 미스터리한 민족이라면 웃었다.
그런식으로 소장은 잠시 들러 내가 무얼 하는 지 확인하고 나갔다.
교도관이라는 직업병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걸 좋아했다.
소장이 나간뒤
나는
캐비넷을 열어
서류들을 살펴봤다.
치과진료실의 과거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치과진료실에는 아주 오랫동안 치과 의사가 없었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오지에 가고 싶어하는 치과의사는 없다.
미국은 그 정도가 더 심했다.
그래서 한때,
외국면허만 있는 치과의사가
깡촌에 일정기간 근무하면,
그 주에서 일할 수 있는 치과 의사 면허를 발급했다.
나는 먼지쌓인 캐비넷을 정리하다
금맥을 발견했다.
진짜 금.
금박지였다.
아주 오래전,
거의 초원의집 시절 즈음엔
미국에서는 금박지를 치과 치료에 썼다.
치아의 충치부분을 제거하고,
금박지를 제거한 부위에
사정없이 우겨 넣는게 치료였다.
물론 지금은 아무도 그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교과서도,
아주 오래된 교과서에나 볼수 있는
치료법이었다.
호기심이 생겼다.
금박지는 말 그대로 순금으로 만든 종이였다.
그 사무실 구석에는
기공용 장비들이 있었다.
나는 그 장비들을 청소하고,
테스트 해 보았다.
문제 없었다.
나는 치과용 왁스를 모아, 뚝딱
영롱한 거북이 모양을 만들었다.
머리를 쳐든 모습이
금방 돈다발을 가져올 듯 복이 있어 보였다.
치과대학원에선 실습시간이 많았다.
수련이 선생님들은 툭하면 밤을 세우게 했다.
선생님들 탓이 아니었다.
똥손인 학생들 탓이었다.
하지만, 나는 타고난 금손이었다.
처음엔 나도 내가 금손인지 몰랐다.
치아 모형을 옆에 두고 똑같이 만드는게 왜 어려운지,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똥손인 치전원 친구들은 검사에 통과하지 못하고 새벽을 넘겨야 했다.
하지만, 난 늘 한시간도 안되어 검사에 통과되었다.
나도 왜 그런지 모르지만, 내 손은 빠르고 정확했다.
친구들은 점점 내게 딜을 해왔다.
현금을 준다는 친구도 있었다.
어쩔땐, 도저히 믿기 힘든 사연을 갖고 눈물로 하소연했다.
"오늘 여자친구 못 만나면, 헤어질 거 같아..."
나는 너그러운 금손이었다.
내것을 서둘러 삼십분 만에 완성하고,
친구들의 것을 차례로 해결해 주었다.
서비스 개런티를 위해.
그 친구들이 먼저 검사 받게 하고,
나는 그 뒤에 검사를 받았다.
수련의 선생님들은 검사하는 작품들의 지독한 유사성에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그들은 항상 피곤한 수련의였다.
학생들을 빨리 보내고 그들도 쉬고 싶었다.
단지, 똥손들이 새벽까지 기준에 부합한 작품을 못 만드는 것이 한탄스러울 뿐이었다.
나는 거북을 깨끗이 연마했다.
거북이 머리와 꼬리에 작은 왁스 기둥을 연결해
금물이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거푸집 재료를 찾았지만 없었다.
급한대로 석고를 이용해 만들었다.
화로에 불을 붙여 석고 안 왁스를 녹이고,
그 안에 금물을 부었다.
충분히 식혀, 석고를 깨고
금 거북이를 꺼냈다.
연마기를 이용해 다듬었다.
번쩍번쩍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고무 팁을 이용해 더 섬세하게 연마했다.
프로페셔널한 작품이 탄생했다.
나는 내친김에 하트, 십자가, 고양이, 장미꽃 등의 팬던트를 만들었다.
오랜만에 세상 만사를 잊었다.
재미난 취미 활동이었다.
기공장비들을 청소하고 캐비넷을 거의 정리했을 때,
소장이 또 들어왔다.
소장은 내가 청소한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칭찬을 했다.
칭찬 받는 타이밍에 나는 그 칭찬을 레벨업 하고싶었다.
소장 앞에 방금 만든 거북을 내놓았다.
소장은 눈알이 빠질 정도로,
눈이 커졌다.
"Amazing!! Beautiful!!!"
금 거북은 소장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는 금박을 캐비넷에서 발견했고, 더이상 치과에서 쓰지 않는 재료라고 설명했다.
소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자기를 위해 더 만들어줄 수 있냐고 물었다.
와이낫?
재료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했다.
소장은 나를 소장 사무실로 데려갔다.
비밀 문을 열었다.
캐비넷을 열었다.
금박지 상자가 쌓여있었다.
나는 만들고 싶은 모양을 알려주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만들어 준다고 했다.
소장은 두손을 모으고
"Wonderful"
을 반복했다.
그렇게 나의 은밀한 아르바이트가 시작되었다.
소장은 내게 Girl이 컨택 되었다며
침실로 나를 안내 했다.
욕조가 갖추어진 침실이었다.
나는 차마,
"it was just kidding."
이라고 말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솔직히 나도 오래 굶었기 때문이다.
향긋한 살내음이 그리웠다.
문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하이힐이 섹시했다.
발모양이 예뻤다.
하얀 고탄력 스타킹이 번들거렸다.
하얀 치마가 정결해 보였다.
단정한 블라우스,
그 위로...
미셸이 있었다.
Michelle LaVaughn Robinson Obama
전 대통령 영부인을
쏙 빼 박은 분이
내 앞에
서 있었다.
소장이 내 인종차별 성향을 시험 하는가 생각했다.
내 물건은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다가 가라앉았다.
하지만, 여긴 초이스 빠꾸가 없는 세상.
나는
"Hi"
하고 인사했다.
"Hello, I am Michelle"
이름도 똑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