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48
"미셸하고는 대학 기숙사 룸메이트였어요. 미셸은 변호사가 되었고, 나는 기자가 되었죠. 미국이 썩어도 너무 썩었어요. 정치인 뿐만 아니고 어느 조직이든지 뇌물과 불법으로 움직인지 오래에요..."
나느 갑자기 변한 이야기 톤에 정신이 멍했다.
콜걸의 입에서 나올 주제는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 박아달라고 애원하던 유빈이나 샐리가 아니었다.
"여기 소장이 뭔가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제보를 수 없이 받았어요."
"......"
"제게 작은 정보라도 주면, 미국을 바꾸는데 큰 힘이 될거에요."
나는 목숨을 내 놓고 함부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나는 미국하고 상관이 없었다.
내 국적은 한국이었다.
"213은 엘에이 번호고요, 333에 3333."
"삼삼삼...무슨 영업용 번호같아요"
"네, 제 영업용 번호에요. 삼 일곱게 쉽죠? 어렵더라도, 연락 부탁해요. 이제 거의 다 잡았어요."
"다 잡다니..."
"교도소장 비리를 거의 다 잡은거 같아요. 팩트 체크만 필요해요 이제."
나는 유빈의 입에서 난온 말들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눈동자의 움직임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내 머릿속에 한가지 도박같은 아이디어가 떠 올랐다.
중학교 시절 말썽꾸러기
육인방중
세명은
그당시 웹하드 사업을 하고 있었다.
다바다, 완전싸, 듬뿍싸, 딸도둑 야설요설 등 이상한 이름의 사이트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그놈들은 편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상상도 못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그놈들에게 돈은 바닥에 던지고 밟고 지나가도 무방한 것.
나는 재주 좋은 그놈들이 부러웠다.
오양, 백양 등 누출 사건이 터질적 마다
나는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
따끈 따끈한 영상을 구했다.
갑자기 그놈들이 내 목숨을 살려낼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유빈씨 혹시 한국에 다바다라는 사이트 아세요? 영화나 야한동영상이나 그런거 받아보는 사이트에요."
"들어본거 같아요"
"거기 그 사이트 사장이 제 친군데요. 컴퓨터 전문가에요. 밖에 나가시자 마자, 그 업체 사장하고 컨택해서, 원격조정 프로그램을 제 메일로 보내 달라고 해 주시겠어요? 제가 여기 교도소장 컴퓨터에 프로그램 심어 놓을게요. 제 친구하고 같이 파일 받아서 검토하세요."
"네 좋은 생각이네요. 알았어요. 다바다. 그 사장님 이름 참 잘 지었어요. 다 받아"
"네 다바다. 제가 지어줬어요."
유빈에게 말하고 나서,
갑자기 드는생각이
방 안에 도청장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셸과 줄리아가
중요한 이야기 하고 난 뒤에 아웃되는게 수상했다.
설마 소장이 한국어를 알진 않겠지...
유빈은 시간이 되어 침실을 나갔다.
내가 옷을 입자마자
소장은 침실로 들어왔다.
새 하드를 구했다고 백업을 해달라고 했다.
너무 일렀다.
우선은 알았다고 했다.
쉬운 핑게는 배아픈 것이었다.
나는 음식을 잘못 먹은 거 같다며,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했다.
화장실에서 고민했다.
유빈이 친구놈에게 연락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
다음 기회를 노리는게 좋을 거 같았다.
나는 소장실로 가서
새 하드 드라이브를 설치했다.
최대한 천천히
드라이브를 복사했다.
중간에 내 메일을 열어봤다.
메일은 안 왔다.
스파이 프로그램을 직접 깔까도 생각했다.
그건 아니었다.
소장에게 걸리기 십상이었다.
어쩐다...
그렇게 고민하는 동안 복사가 끝났다.
시간 끌 명분이 없었다.
나는 복사된 것을 소장에게 확인 시켜주고,
컴퓨터를 껐다.
소장은 여러번 고맙다고 했다.
소장은 앞으로 식사를 목재 건물에서 하고 잠을 침실에서 자라고 했다.
밤새 작업하라는 뜻이었다.
소장도 앞으로 상주 할 거라고 했다.
소장은 납기일에 물건을 맞추듯 나를 푸시하기 시작했다.
짐을 옮기러
감방으로 돌아왔다.
나는 감방메이트에게 소장에 대해 물어봤다.
혹시 알고 있는 비리나 사건이 있는지.
감방메이트는 많은걸 알고 있었다.
나는 종이에 작은 글씨로,
사건과 비리를 적어내려갔다.
한창 적고 있을 때,
교도관이 올라와
짐싸기를 서두르라고 했다.
나는 더이상 지체할 수 없어,
서둘러 짐을 쌌다.
감방메이트와 포옹을 했다.
꼭 살아서 다시 만나자고 인사했다.
감방메이트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Jesus is with you."
"Amen"
나도 눈물을 흘리며,
돌아섰다.
나는 짐을 들고 침실로 돌아왔다.
피곤이 몰려왔다.
침대로 올라가 잠을 청했다.
막상 자려고 노력하니 잠이 안왔다.
여기에 갇힌지 정확히 몇일이 지난지도 잊어버렸다.
티비를 한번도 보지 못했다.
나는 소장의 노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처음엔 목숨을 부지하는데 감사했지만,
소장을 위해 봉사하는 금 정련작업이 조금씩 고되게 느껴졌다.
고된 일도 일이지만, 보람을 찾기 어려웠다.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알 수 없었다.
소장은 항상 부드러운 어조로 나를 다루었다.
화를 낸 적도 기억이 없다.
하지만, 그는 늘 자신의 탐욕을 관철시켰다.
그가 원하면, 나는 결과물을 내 놓았다.
나는 소장에게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소장이 당분간 거위의 배를 가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영원이란 없는 법.
요즘들어 무언가에 쫓겨 서두르는 소장의 행동을 보면,
거위의 배를 가를 날이 가까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감방메이트가 들려준 사건들을 보면,
재판없는 처형이 수도 없었다.
나 역시 소장의 비밀을 덮기 위해 처형될 수 있었다.
순금을 만들기 위해 소장이 가져온 금부치들은 어디서 왔을까 생각해 봤다.
아마도, 처형된 자의 물품이 소장의 손에 들어갔으리라.
내게 가져온 시계와 반지 심지어 금니들은 모두 그 처형자들에게서 나온 것이리라.
어쩌면, 교도소 하나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교도소장은 분명 다른 교도소와 깊은 교류가 있을 것이다.
그 죽음의 카르텔에서 나온 금부치들이 이곳으로 온 것일수도 있엇다.
어두운 권력이 비호해줌으로써, 유지될 수 있는 카르텔.
거기까지 생각하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문소리가 났다.
문쪽으로 몸을 돌렸다.
혜인이가 침대로 걸어왔다.
"어떻게 된 거야 혜인아."
"어떻게 되긴. 네가 하도 안 와서 내가 왔지."
"그게 무슨 소리야. 넌 여자 교도소에 있지 않았어?"
"알고 있었으면서, 나를 그대로 놔뒀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무슨 수로 거길가."
"핑게 대지마. 넌 어차피 날 이용만 해 먹었으니까."
"이용만 하다니. 말도 안 돼. 난 널 정말 사랑해."
"말로만... 한 번 증명해봐."
"무슨 수로 증명하지, 내 마음을?"
"넌 내 몸과 노동력만 사랑했어...내 마음까지 사랑한 적 없었어."
"아니야. 난 널 전부 사랑했어. 무슨 소리하는거야 갑자기."
"그래...그럼 날 위해 죽을 수 있어?"
"그건...왜 갑자기 뚱딴지 같은 소릴해..."
"넌 늘 말로만..."
"그런 소리 하지 말고 이리와봐."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이,
변호사인 혜인이답지 않게
논리적이지도 않고,
이상하게 어눌했다.
나는 혜인이를 끌어당겨 침대에 눕혔다.
혜인이 위에 올라가, 정성스럽게 키스했다.
혜인이는 키스를 받아주었다.
"Are you OK?"
내 위에는 소장이 허리를 굽혀 내려다 보고 있었다.
"No problem"
나는 카페트 위에서 벌떡 일어났다.
소장은 내게 봉지 하나를 건넸다.
소장이 건넨 맥도날드 봉지안에선, 기름냄새가 일어났다.
안에는 모닝 와플세트가 들어있었다.
"Thanks."
"You are very welcome."
소장은 밖으로 나갔다.
나는 종이 봉지 안에 들은 콜라 컵을 꺼냈다.
빨대를 꼽고 들이켰다.
얼음 콜라의 시원함이 좋았다.
콜라를 마시며,
왜 혜인이가 꿈속에 나왔을까 생각했다.
신변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다.
남아 있는 와플을 우걱 우걱 씹었다.
감자 튀김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소장이 재촉하기 전에
미리 일터에 가 있어야 했다.
나는 급히 아침 샤워를 하고
소장과 함께 목재 건물로 갔다.
소장은 내게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물었다.
나는 일의 효율을 위해
야외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가니가 빨리 식어야
금을 빨리 얻을 수 있고,
실내에선,
온도가 너무 높고
방독면때문에
숨을 쉬기 곤란 하므로,
내가 빨리 움직일 수 없다고 했다.
소장은 곧 바로 수긍했다.
야외작업을 해서 생산량을
높여달라고 했다.
나는 도가니와
화로를 밖으로 옮겼다.
야외 작업으로 숨을 쉴 수 있을것 같았다.
나는 바로 작업을 이어갔다.
소장에게 높은 생산량을 보여주고,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목재 건물 출입문을 열어 놓고,
나는 실내외를 왕복하며
최선을 다했다.
나는 도가니 작업을 흙 안에서 하면
바람의 영향도 받지 않고
효율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적당한 자리를 살펴
삽으로 잔디밭을 파기 시작했다.
잔디를 걷어내자
밝은 색깔의 흙이 나왔다.
그 부분부터는 비교적 쉽게 파졌다.
한 70센티정도 팠을때,
삽끝에 무언가 부딪혔다.
플라스틱 재질 같았다.
조심스럽게 손으로 흙을 치웠다.
오수관 같았다.
지름이 꽤 컸다.
부분만 드러났지만, 전체는 1미터정도 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