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0화 〉50 (50/105)



〈 50화 〉50

누나는  입술을 살며시 물었다.

내 안으로 혀를 넣었다.



나는 너무 참기 힘들었다.


누나를 안았다.

"이놈이 밝히네...서두르지마..."



나는 누나가 하는대로 내 몸을 맡겼다.


텐트 밖으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점점 들리지 않았다.


산속 텐트에서, 누나는 내가 예상치 못한 일을 겪게 해주었다.

누나는 열린 마음을 가진 뜨거운 여자였다.




나의 분한 마음은 사르르 녹았다.

텐트안에 습기가 가득했다.




"대학합격 축하해..."


물병을 꺼내 한모금만 마셨다.

미국의 험한 산속에서 조난당하면

결국 죽은채 발견된다고 들었다.



한국의 산과 달리


미국의 산이 무섭게 느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온이었다.

엘에이의 겨울.


선선했다.




여름이었다면 이미 탈진 했을 것이다.


내륙지방이나 캐나다 산이었다면 이미 얼어죽었을 것이다.


서쪽으로 이동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계속 걷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운이 좋아


착한 사람을 만나면,


전화기를 빌릴 것이다.

그리고, 숫자 3 일곱개를 눌러 유빈과 통화한다는


어찌보면 순진한 계획.


그게 다였다.



해를 따라 가자면,


산 능선쪽으로 올라가야 했다.


올라가는 걸음이 힘들었다.

내가 UDT같은 특수 부대에서 훈련 받았다면


야생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았을 것이다.




나는 평범한 전방부대의 행정병이었다.




유격, 혹한기 훈련에서 요령껏 열외했다.

텐트치는 법도 모른다.

진지 구축 해본 적도 없다.

자진해서 훈련을 받았더라면

지금같이 두렵지 않았을 텐데

후회되었다.


나는 내게

이런 상황이 내게 닥치리라곤 상상을 못했다.



지금은 오직 긍정의 마인드만이 살 길이었다.




난  수 있다


난   있다


주문을 외듯 입으로 반복하고 있었다.





산에서 해는 금방 떨어졌다.



주변이 어두워졌다.


나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나뭇가지를 꺽어 주변에 방어막을 만들었다.




나름 야생동물이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불을 피울 수는 없었다.

밤에 불을 피우는 것은

 위치를 적에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방어막을 만들고 나무를 등지고 앉았다.


잠이 왔다.

주변은 완전한 암흑이었다.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발자국 소리였다.

나는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귀를 쫑긋했다.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 졌다.

인광이 보였다.


짐승의 눈이었다.

눈의 갯수가 늘어났다.


다가오던 짐승들은 발을 멈췄다.




나는 늑대무리라고 판단했다.



무서웠다.

가방을 주섬거렸다.

사이안 병을 잡았다.



소장이 먹던 햄버거 빵을 벗겼다.

패티를 네개로 쪼갰다.



사이안 뚜껑을 열고, 패티에 가루를 뿌렸다.



짐승의 눈이 내게 더 다가왔다.


나는 짐승들을 향해

햄버거 패티 조각들을 던졌다.

운명에 맡겼다.

짐승들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먹었다.

그리고 내게서 사라졌다.


더이상 그 짐승들의 눈을 보지 않아도 되었다.




사이안 - 시안화 칼륨

일명 청산가리.


금 정련에 필요한 약품이지만.


사람이 0.1그램만 먹어도 치명적인 독약이다.

설탕을 뿌리듯 패티에 뿌린 사이안은

그 짐승들에게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대로 앉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남아 있는 감자 튀김을


하나씩 먹고 있었다.


"여기 감자 튀김 더 주세요."


누나는 감자 튀김을 좋아했다.



지리산 종주는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마쳤다.

누나가 온몸으로 응원해준 다음날부터

나는 컨디션이 좋아졌다.



누나가 말한대로


오버 페이스 하지 않고 걸어서,

텐트 공격조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


산행이 끝나고 서울로 올라온 뒤

조촐하게 뒤풀이를  했다.




다들 일찍 돌아가고,


나와 누나 두명의 예비역 선배가 남았다.




누나는 감자 튀김을


케찹에 찍어 계속 먹었다.

나도 따라 먹었다.




누난 청하라는 정종술을 좋아했다.


청하를 여자들이 마시면

한번에 훅 간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당시 나는 술에 대해 잘 몰랐다.

누나는 훅 갔다.



오이를 고추장에 찍다가


앞으로 쓰러졌다.



예비역 선배들은

계산을 마치고,

나보고 집에 데려다 주라고 했다.

나는 누나를 부축해서

술집을 나왔다.



누나는 인도 경계석에 다시 주저 앉았다.



나를 리드하던 그 씩씩한 모습은 없었다.


연약한 여자의 모습만 있었다.


나는 할  없이

 베낭을 앞으로 메고,


베낭맨 누나를 업었다.



손에 느껴지는 누나의 엉덩이가 단단했다.


나는 누나를 업고,

보이는 모텔로 들어갔다.

침대에 눕힐  까지

누나는 깨어나지 않았다.

베낭을 한쪽 구석에 내려놓고,

나는 누나 옆에 누웠다.



누나 다리를 쓰다듬었다.


누나 바지를 천천히 내렸다.

"냄새 날텐데...."

누나가 눈을 감고 말했다.



"괜찮아요..."

"괜찮긴..."


누나가 욕실에 걸어가 소변을 보고 아랫 쪽만 씻고 왔다.



"도저히 힘들어서 샤워는 못하겠다. 냄새나서 정떨어져도 어쩔  없다. 하고심음 그냥해"


누나는 아랫도리를 입지 않고 침대에 기어 올라가 누웠다.

나는 바지를 벗었다.


"마음만 급해요...너 나 말고 해본 사람 없지...?"


"......"




"뭐 키스라도 하든지...애무라도 해야지...서두르기만 하고..."

누나는 나를 꼭 안고

그대로 잠들었다.









나는 감자 튀김을  먹었다.




정적이  흘렀다.

그때,

어디선가

나무 타는 냄새가 났다.


바람이 불어 오는 쪽을 자세히 봤다.

불빛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

나는 가방을 들고


불빛을 향해 걸었다.


어둠속에서 나뭇가지를 피해가며 걷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불빛은

유일한 희망이었다.



흐릿하게 픽업 트럭이 보였다.

나는 낮은 포복으로 기어갔다.




나무로 만든 작은 집이었다.

굴뚝에 연기가 나고 있었다.



창문에 붙어 안을 살펴봤다.


촛불이 켜져 있었다.

전기가 안 들어오는  같았다.



커다란 여자가 입을 벌리고 누워 있었다.

침대가 좁아보였다.

200키로는 나갈듯한 그 여자는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철컥"



어느새 그녀는  머리에 총을 겨누었다.


그녀는 마치 미쉐린 타이어의 마스코트처럼 우람했다.

나는 손을 들었다.

머릿속으로 상황을 잘 풀어나갈


멋진 영어문장을 생각했다.



" You will change the history of United States if you help me tonight."


문장이 깔끔하고 뿌듯했다.




"You will change the history of mine if I help you tonight!! Go back to your home!!"


이해는 되었다.


탈주범을 도왔다간

그녀에게 큰 화가 미칠 것이다.

그녀는 자기가  본걸로 할테니, 나보고 바로 교도소로 돌아가라고 소릴 질렀다.


나는 손을 높이 들고 빌었다.

도와 달라고 했다.


그녀는 조금 누그러졌는지


무기가 있는지 물었다.


나는 없다고 했다.


그녀는 내게 옷을 벗으라 했다.


나는 일어나  아래 모두 벗었다.



그녀는 여전히 내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슬쩍 봤다.

그녀는 까만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다.

네이티브 인디언 같았다.

눈동자는 파란색과 녹색 중간이었다.

덩치가 컸지만, 얼굴은 작고 미인에 가까웠다.


오똑한 코 아래로 입술이 야무졌다.


그녀가 살짝 웃었다.


그녀는 가방을 자기쪽으로 던지라고 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가방을 그녀 앞에 던졌다.


그녀는


한손으로 총을 겨눈채


다른 한 손으로 가방을 뒤졌다.


다 뒤져본 후,


가방을 내게 다시 던졌다.




내게 식탁에 앉으라고 했다.




내게 빵조각과 고기를 주었다.

무슨 고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배가 고파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그녀는 물을 따라주었다.

나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고기와 빵을 금방 먹어치웠다.

나는 그녀에게 가방을 다시 만져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녀는 허락했다.



작은 금고양이와 여성용 체인을 찾아


식탁에 올렸다.



그녀가 뭐냐고 물었다.


나는 잘 어울릴  같다고, 선물로 주고 싶다고 했다.


내가 직접 만든 순금 고양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So cute..."



그녀의 한마디에 나는 안심했다.

적어도 나를 쏠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목걸이 하는 것을 도와 준다고 했다.


나에 대한 의심을 풀었는지,

그녀는 크게 웃었다.


나는 그녀의 뒷목에서 목걸이 체인을 걸어 주었다.

" It goes well..."



그녀는 거울속에서 고양이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행복해 했다.


그녀는 내가 입을 만한 옷을 주겠다고 따라오라고 했다.

나무로 만든 커다란 욕조가 나타났다.

그녀는 내게 우물에서 물을 떠다 물을 채우도록 시켰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물을 채웠다.


우물과 욕조를 부지런히 오갔다.




그녀는 내게 들어가 씻으라며, 수건과 옷을 선반에 놓았다.



나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커다란 욕조 안에 들어갔다.



차가운 물이 차게 느껴지지 않았다.

구석구석

몸을 닦으며

몸의 냄새를 없앴다.




그때,

누군가 발소리를 죽이며

욕조로 다가왔다.


거대한 그녀였다.

그녀는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미쉐린 주름이 군대 군대 보였다.




그녀는 나무 욕조 안으로 들어왔다.



네이티브 인디언의 전통방식이라고 했다.


나를 손님으로 대접하겠다고 했다.




나는 머리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불현듯 에스키모의 전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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