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53
새로운 법무부장관 겸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것은
타이밍의 문제라며,
시간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정치인들은 타이밍에 관해선
귀신 같은 감각을 갖고 있었다.
자기에게 유리한 정치적 재료를
절대로 썩히지 않았다.
특정 의원은
방송사와 친분이 있는지
인터뷰 장면이 반복적으로 방송되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대신할 신임 법무부장관 겸 검찰총장에는 로버트가 확실시 된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로버트의 어릴적 사진,
가족사진,
그의 스포츠 활동 경력,
그의 대학 시절,
고등학교 시절,
마치 대통령 당선이라도 된 듯
그는 방송의 집중을 받았다.
뉴스가 숨가쁘게 진행되었다.
또 속보가 떴다.
대머리에 하얀 수염을 길게 기른 남자가 마이크에 대고 말 하고 있었다.
"주지사가 사임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바로 recall campaign을 시작할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환호 했다.
마이크 앞의 남자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대학교수라는 자막이 나왔다.
또 화면이 바뀌었다.
길거리는 데모 행렬로 가득했다.
주지사의 사임,
검찰 총장의 사임,
경찰 국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피켓이 데모하는 사람들의 손에 어지럽게 들려있었다.
또 속보가 터졌다.
"엘에이 시장은 지금 이시각 경찰국장을 해임합니다."
길거리 사람들은 환호했다.
데모행렬을 옆에서 지켜보던 경찰들 마저 환호했다.
엘에이를 넘어
전 캘리포니아가
혼돈에 빠져들고 있었다.
여차하면 그 불길이 워싱턴 정가에 까지 갈 것 같았다.
나는 한편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정치인이 금괴 몇개 받아먹었다고,
이렇게 단체로 사임을 하고,
데모하고
난리 부르스를 추나 싶었다.
"혜인이 일어났어?"
"......"
"뉴스가 시끄러웠지."
"......"
나는 테이블에 놓여있는 빨간색 크림스프 캔을 열어
그릇에 담고 전자레이지에 돌렸다.
한 스푼 떠 먹어 보니
맛이 괜찮았다.
쟁반에 올려 스푼과 함께
침대에 누워있는 혜인이에게 주었다.
"뜨거우니까 조심히 불어 먹어."
혜인이가 손으로 뭔가를 쓰는 흉내를 냈다.
나는 펜과 메모지를 식탁 옆에서 발견하고,
혜인이에게 주었다.
[고마워]
세글자에
나는 또 울었다.
미안했다.
혜인이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뒤로돌아
식탁에 있는
바나나 하나를 뜯었다.
껍질을 까서
우걱우걱 씹었다.
혜인이가 스프를 다 먹었다.
나는 쟁반을 치우며.
"먹고 싶은 거 없어?"
하고 물었다.
혜인이가 썼다.
[물한잔. 네 입술]
나는 물 한잔을 떠서 혜인이에게 주었다.
나도 한잔을 마셨다.
혜인이에게 다가가
키스 했다.
혜인이는 내 모든 걸 다 갖고 싶어하는 느낌으로
키스했다.
온 몸을 떨고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혜인이와 키스하는 도중에
나를 생각했다.
키스를 멈추고
혜인이를 봤다.
울고 있었다.
눈이 벌겋게 부었다.
나는 다시 혜인이와 키스를 했다.
혜인이는 거칠게 혀를 돌렸다.
내 몸을 터질 듯 안았다.
나는 혜인이가 하는 대로
내 몸을 맡겼다.
혜인이와 함께 포개져 누웠다.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스프링처럼 침대에서 일어났다.
유빈이었다.
"방해 미안."
"방송에서 봤어요. 괜찮으세요? 밤 샌거 같은데..."
"인제 들어가서 잘 거에요. 조금 자고 다시 쇼 할 거에요."
"더 폭로할게 남아 있어요?"
"정의를 위해 다 청소 해야해요. 나는 아직 젊어요. 젊으니까 할 수 있어요?"
나는 무슨 소린지 잘 이해가 안되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뭐죠. 아...다바다 그 사장님 내게 연락 했어요."
"네?"
"빨리 자기 메일 확인 하라 했어요."
"그래요?...근데 제가 폰도 없고, 컴퓨터가 없어서 메일을..."
"아..잠깐 내가 노트북 빌려 드릴게요."
유빈은 밖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이거 쓰세요. "
노트북을 내게 내밀었다.
나는 노트을 열어 내 야후계정에 들어갔다.
[야..수퍼스타...이거 빨리 봐라~~]
웹하드 사장이 내게 메일을 보냈다.
열어보았다.
[ 야. 아직 살아있냐. 유빈씨 연락받고, 니놈 메일을 기다렸건만...이놈이 뒤졌나...못기다리겠더라. 그래서 내가 실력발휘 했다. 교도소 아이피 찾아서 낚시밥 몇개 던졌더니 교도소장이 물더군. 근데 너 큰일 났다. 이제 수퍼스타 되게 생겼다.]
메일엔,
내가 미셸과 사랑을 나누는 장면 일부가 첨부되어 있었다.
[넌 거기서 천국을 경험하는구나. 에라 부러운 놈. 30년 경력의 프로페셔널한 수퍼 킹 야동 전문가의 촉으로 볼 때, 넌 이미 수퍼 스타다. 이거 오십억뷰... 일도 아니다. 어쩔까 이거 풀까 말까. 인간적인 도리가 있어 미리 물어본다. 나 이걸로 돈좀 벌고 싶은데]
나는 유빈에게 전화를 빌려,
그 버릇없는 놈에게 전화를 했다.
신호가 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고, 저보세요고, 이런 썅노무 시부랄 호로새끼야. 친구 목숨이 걸렸는데...그걸로 장난을 쳐. 이런 개 썅노무새끼... 니가 그러고도 친구냐...."
나는 전화를 받자마자 한참 욕을 해 댔다.
"아이...귀따가워..."
"귀가 따갑긴 뭐가 따가워...너 내 옆에 있었으면 바로 맞아 뒤졌어...씨발노마."
"친구야 진정해라..."
"친구는 무슨 친구. 이 개새끼야...진작에 너같은 놈하고 지내는게 아닌데..."
"야. 이새끼야 진정해...장난이다 장난."
"장난은 무슨 장난...친구팔아 부자 되라 개새끼야..."
"진짜 장난이야...그나저나 너 살아있으니까 기쁘다. 다친덴 없냐?"
나는 흥분이 좀 가라 앉았다.
"너 그 야동이 교도소 안에서 찍힌 거라며...아마 그 소장이 카메라 달아 놓은 거 같아. 각도가 환상이야...오랜만에 니가 하는 거 보면서 나도 한 딸 했다. 고맙다 너 때문에 나도 오랜 만에 참."
"......"
"근데 미셸이라는 여자...인터넷으로 보니까 와....지금 엄청나던데...대통령 될 수도 있다고 하던데...어쩌냐...그거 유출되면, 너 위험한거 아니냐?"
"나도 몰라...어떡하면 좋겠냐. 유출 막으려면..."
"내가 그 하드 다운 받고, 소장껀 폭파시키긴 했는데...백업 있겠지?"
나는 백업을 두개나 해 놓은 걸 후회했다.
내가 백업 이야길 안 했으면 소장은 백업을 안 했을 것이다.
내가 백업을 권유해서 소장은 하드를 두개나 복사했고,
그로 인해 나는 불안에 떨고 있었다.
"실은 하드백업 두개 했어. 내가 직접 복사해 놨어."
"아이구야... 이거 드라마네. 그 하드 어디 있는지 알아?"
"소장실에... 하나는 서랍, 다른 하난 캐비넷."
"그럼 니가 그 교도소에 다시 들어갈 수 밖에 없네. 다시 들어가~"
"야이, 개새끼야 그게 할 말이냐."
"아니 니가 조언을 달라며..."
"끊어 새끼야. 좋은 생각 있으면, 연락 줘. 전화 오래 못한다."
"그래 굿럭~ 수퍼스타."
사실 그놈을 포한한 세놈은 나를 한번 크게 도와준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은혜를 잊지 못한다.
대학교 2학년,
신입생이 들어왔다고 해서
신입생 환영회에 나갔다.
구석에 유진을 닮은 예쁜 신입생이 있었다.
나는 슬쩍 그 앞으로 자리를 잡았다.
좀 시크 했지만,
내게 선배 프리미엄이 있어 대화가 이어졌다.
부자집 예쁜 딸로 자란 감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
내 능력을 믿었다.
순진한 신입생 정도야...
나는 그 아이와 대화를 하다
밖에 나가자고 했다,
앉아 있으면 시간 죽이는 것 밖에 없다고
내가 환상적인 경험을 하게 해 주겠다고 했다,
순진한 그 아이는 가방을 들고 나왔다.
나는 내 자취방으로 그 아이를 데리고 갔다.
그 아이는 방에서 내 책을 둘러봤다.
내가 습작으로 써 놓은 소설도 읽었다,
"선배 글 잘 쓰시네요.."
"아니야...사실 더 재밌는 글은 숨겨놨어..."
"뭔데요?"
"19금이야..."
"나 열아홉 넘었어요..."
"그래? 난 몰랐지..."
나는 구석에 숨긴 야설집과 만화를 그 아이에게 풀었다.
그 아이는 천천히 그 책들을 살폈다.
"선배, 이런거 마음에 들어요."
나는 촉이 왔다.
그 아이를 내 침대로 당겼다.
그 아이는 쉽게 나를 허락했고,
나는 최선을 다해 부드러운 남자 역할을 했다.
그 아이는 눈을 감고
나를 받아 주었는데,
허걱,
처녀였다.
나는 너무 미안했다.
나 같은 놈이 그런 아이의 첫 문을 연다는게 미안했다.
그 아이는 내 품에 안겨 말했다.
"선배. 나 선배 책 보고 기대 많이 했는데. 기분 좋은건 모르겠는데요...쓰라리기만 하고..."
"그건 니가 처음이라 그래...한 일주일만 참으면, 그 참 맛을 알게 돼."
일주일이 지나갔다.
그 아이가 나를 찾아왔다.
"일 주일 됐는데요..."
"응...벌써?"
나는 불안했다.
일주일이라는 건 그냥 내 입에서 나온 말.
나는 사실 잘 몰랐다.
"알았어 가자."
나는 그 아이의
온 몸을 간지럽혔다.
간지럽다고 웃기는 했다.
다시 목과 입술 어깨를 오가며
열심히 핥았다.
눈을 감는가 싶긴 했는데,
그 아이는 신음 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그 아이는 목석 같았다.
나는 죽어있는 인형 안에서 내것을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선배, 왜 그러죠? 나는 느낌이 없어요."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네가 좀 나중에 달아오르는 그런 타입인가봐. 내가 볼땐 니 체형은 옥녀형이야. 얼굴에도 음기가 넘치고..."
둘러대긴 했지만,
나는 내가 테크닉이 부족한가 싶었다.
그 아이가 돌아간 뒤로,
각종 야동을 보며 기술을 섭렵했다.
다음번에 그 아이를 만났을 때,
그 아이는 내게 내기를 제안 했다.
"난 여자들이 왜 신음소리를 내나 모르겠어요. 아파서 내는 소리는 이해 되는데...막 왜 기분좋다면서요...선배가 책에 쓴 거처럼 하늘을 나는 기분이라고 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