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화 〉54
"그렇지 하늘을 날지. 기쁨 호르몬이 혈관속에 쏟아지니까. 마약과 같은 거야."
"그니까요. 선배가 잘 한다고 했으니까 나랑 내기 해요."
"나 잘한다고 한 적 없는데."
"첫날 신입생 환영회에서 분명히 잘 한다고 했어요. 나는 호기심에 따라 나간거고."
"뭐, 기억은 안나지만 그렇다고 하자. 그래서 무슨 내기?"
"선배랑 해서 내가 진짜 신음 소리를 내면, 내가 선배 해달라는 거 해 줄게요. 내가 못 느끼면 나 빽 하나 사줘요."
"무슨 빽?"
"샤넬 작은 거 하나."
"좋아"
나는 샤넬 가격이 얼만지도 모르고 제안을 수락했다.
나중에 샤넬 빽 가격을 확인하고 몸에서 식은 땀이 났다.
대망의 디데이가 왔다.
그 아이는 공정한 판정을 위해 우리의 시작과 끝을 녹화 하기로 했다.
그냥 하면 심심 하니까 자기가 요리를 하는 동안 뒤에서 하라고 했다.
요리를 하며 정신을 분산 시키려는 전략.
나는 그 앙큼한 수가 훤히 보였지만,
나는 자신 있었기에
그러라고 했다.
나는 벌써부터 흥분이 되었다.
그 아이가 내 자취방의 싱크대 옆에 동영상 카메라를 설치했다.
삼각대가 넘어지지 않도록 여러번 확인 했다.
그날의 요리는 볶음밥이었다.
그아이는 그자리에서 훌러덩 옷을 벗고,
앞치마를 둘렀다.
좀 허전 했는지
위에 학교 잠바를 입었다.
그리고,
녹화 버튼을 눌렀다.
그 아이는 카메라 안에 들어와 요리를 시작했다.
후라이팬을 켜고,
기름을 둘렀다.
버섯과 양파, 당근을 썰어
후라이팬에 볶기 시작했다.
나는 그 아이 뒤에 서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써봤다.
그 아이는 입술을 물었다.
내기에 이길 것 같은 촉이 왔다.
그 아이는 후라이팬의 불을 줄이고 감자와 피망을 집어 도마에 올리고 썰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잘 참고 있었다.
그 아이가 잘게 썰어진 감자와 피망을 후라이펜 안으로 쏟아 넣었다.
불을 올렸다.
서서히 치이익 하는 소리가 나며, 기름이 튀었다.
그 아이 표정엔 큰 변화가 없었다.
그 아인 손을 뻗어,
플라스틱 용기안에 있던 밥을 후라이팬에 쏟았다.
참기름을 밥 위에 한 숟갈 넣었다.
후라이펜 손잡이를 잡고, 주걱으로 밥을 뒤집기 시작했다.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나는 이때다 싶어, 다시 기술을 썼다.
그 아이는 아랫 입술을 물고, 잘 버텼다.
오히려,
그 아이가 나를 보고 웃었다.
"선배 귀여워요."
귀여워요?
이게 어디서...
난 그 아이가 더 귀여웠다.
그때 그 아이의 폰이 울렸다.
그 아이는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쉬~"
조용하라는 소릴 했다.
그 아이는 내 침대에 엎드려 전활 받았다.
"왜 엄마..."
"너 어디야?"
그 아이 엄마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
나는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때를 노리는 거야
나는 그 아이의 정신이 분산 되었을떼
헛점을 노리기로 했다.
다시 기술 시전에 들어갔다.
그 아이는 내 엉덩이를 때렸지만,
우리는 상세 규칙을 정해놓지 않았다.
통화중에 해서는 안된다는 규칙 따윈 없었다.
그 아이의 호흡이 흐트러졌다.
"어..엄마...나하...나하중에..."
"너 왜그래?"
"아하니야하...나하중에..전화아아..하아께..."
나는 다 잡은 먹이를 놓아줄 수 없었다.
그 아이는 전화기를 던졌다.
그날 우리는 타버린 볶음밥을 먹었다.
우리가 찍힌 영상을 보며 서로 웃었다.
그아이는 그 후로도
내 자취방에 찾아와
마음껏 신음소리를 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아이가 나를 보자마자
소리쳤다.
"오빠 우리 큰일 났어."
"왜 무슨 일인데."
"인터넷에 우리 둘이 찍은 영상 다 퍼졌어."
"무슨 소리야?"
"야동사이트에 우리 하는게 다 나온데...내 친구한테 그 소리 듣고 나 기절할 뻔 했어."
나는 그 아이와 바로 피씨방에 갔다.
{ㅇㅇ대학교 과잠 커플. 요리중 통화중 뒤치기. 오빠 미칠 것 같아~~, 최소 십딸 보장}
우리는 인터넷 세상에서 스타였다.
야동싸이트마다 금주 최우수작품에 뽑혔다.
"네가 뿌렸냐?"
"미쳤어?"
"캠코더에만 있어야할 이게 왜 여기저기 난리냐..."
"나도 모르지. 난 피씨에 옮긴 적도 없어. 충전한다고 연결한 적은 있어도..."
"어휴...이 모지리. 충전하면 피씨가 외장하드로 인식하잖아...누가 네 피씨 해킹해서 담아갔네..."
나는 당시 이미 야동싸이트로 용돈 벌이를 하고 있던
삼인방 녀석들을 찾아 갔다.
"와우~~굿."
"이거 오래 가겠는데."
"작품이다 작품...친구야 존경한다."
지금 웹하드회사의 사장놈은 영상을 보고 박수를 쳤다.
내 손을 들어주며,
"야동계에 아카데미 상이 있다면, 다 니꺼다."
그놈은 손을 꼽았다.
"남우주연상, 감독상, 각본상..."
"야 나좀 살려줘. 이거 어떻게 해야 되냐?"
"글쎄...그냥 노가다로 지워야 할 거 같은데..."
"무슨 소리야?"
"아는 사람이 하는 싸이트는 부탁해서 내려달라고 하고..."
"모르는 놈이 하는 싸이트는 해킹 해야지...방법이 없다."
고맙게도 그놈들은
내 자취방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나는 물심양면 그들을 지원해 주었다.
누군가 리포트 쓸 시간이 없다고하면,
내가 대신 써 주었다.
출석이 부족하다고 하면,
내가 그놈 학교에 찾아가 대출까지 해줬다.
있는 돈을 털어 저녁, 야식을 빠짐없이 바쳤다.
그렇게 피를 말리는 두 달이 지나서
유출 사건은 거의 진정되었다.
"야...할 수 있는데까지 노력은 했는데...완전한 건 아니야...이게 너도 생각해 봐라."
그놈은 말을 이었다.
"어떤놈이 니 영상 갖고 있다가 나중에 또 올릴 수도 있어. 재미 없는 거면 지가 저절로 사라지는데...니 영상은 특이하고 재밌거든...무엇보다..."
"무엇보다..."
"여자가 이쁘잖아. 야동에서 남자 주인공은 잘 생기든 말든 상관없어. 너도 알다시피, 못생기면 더 인기가 많을 수도 있어. 일종의 대리만족이라고나 할까...나도 할 수 있다. 뭐 그런거...근데 여자는 이쁠 수록 그 인기도가 지수함수로 올라가...스카이 로켓~"
"어휴..."
나는 한숨이 나왔다.
그렇게 두달이 지난 뒤,
나는 그 아이와 서먹서먹 해 졌다.
같이 신음소리 낼 기회도 없었다.
그 아이는 원래 호기심이 많았다.
그 전부터 다양한 남자를 경험해 본다고 버릇처럼 말 했다.
그 아이는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하루 하루 더 예뻐졌다.
어느샌가 그 아이는 커다란 진품 샤넬 백을 메고 다녔다.
"유빈씨 침실에서 영상이 녹화되고 있었어요. 교도소장이 스파이캠을 설치했었나봐요."
유빈의 눈이 커졌다,
"어머, 어떡해..."
"제 친구가 교도 소장 컴퓨터 하드는 망가뜨렸는데, 백업한 하드가 두개있어요. 교도소장 방에."
"오 마이 갓"
유빈은 바로 미셸에게 전화를 했다.
잠시 뒤 미셸과 로버트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미셸은 영상이 유출되도 자기 신념과 크게 어긋나지 않으니 상관없다고 했다.
그녀는 현대사회에서 섹스란 즐거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했다.
누구와 섹스한다는 것이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숨길 것도 아니라고 했다.
섹스를 통해 체내에서 생성되는 마약성분은 그 효과는 화학적 마약과 비슷하면서 부작용은 그보다 훨씬 덜 하다고 과학적 근거를 들어 이야기 했다.
또 그녀는 매춘업의 합법화를 주장했다.
매춘이 지하에 머물면 여성들의 인권침해는 해결될 수 없다고 했다.
더 나아가 그녀는 매춘의 합법화를 넘어, 섹스에 대한 혁신적 개념을 이야기 했다.
부부간에도 섹스는 서비스를 사고 파는 행위라는 개념이었다.
섹스를 원하는 쪽에서 합리적인 대가를 치루고 섹스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혼 유무와 상관없이 남자든 여자든 LGBTQ 누구든 섹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때 합법적인 섹스계약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현재의 결혼 제도도 상호 독점적인 관계가 아닌 개인의 독립성을 더 부여하는 느슨하고 열린 계약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아이들 육아를 정부에서 더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나아 간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성폭력이나 인권침해가 덜 발 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녀의 생각은 매우 창의적이고 그럴 듯 하게 들렸다.
나는 일정 부분 미셸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나 너무 많이 앞서 나갔다.
지금 만약 미셸과 내가 섹스하는 영상이 유출 된다면,
하늘이 준 기회는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정치적 신념과 이론이 굳건해도,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역부족인 이슈였다.
로버트는 차분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검찰 수색팀에 합류해서
교도소로 들어가자고 했다.
현재로서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했다.
유빈도 그 방법이 최선으로 보인다고 거들었다.
나보고 교도소에 다시 들어가라니.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담보로
험난한 탈출을 했건만.
나는 고민에 빠졌다.
로버트는 안전은 자기가 보장한다고 했다.
내가 아니면 그것을 찾을 수 없다고
도와 달라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로버트는
바로
판사를 만나
영장을 받아냈다.
나는 특수 경찰팀의 옷을 입었다.
다시는 밟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교도소에 도착했다.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않도록
모자를 눌러썼다.
나는 팀원들과 함께
교도소장실로 들어갔다.
기억을 살려 서랍을 뒤졌다.
서류봉투에 싸인 하드드라이브를 찾았다.
캐비넷을 뒤졌다.
뒤지고,
또 뒤졌다.
하지만,
나머지 하드는 나오지 않았다.
혼신의 힘을 다해 찾았지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