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58
"나도 좋았어. 네 성기가 내 속으로 들어올 때 그 꽉찬 느낌은 기대 이상이었어. 첫경험이 아프다고 하는데...많이 아프진 않고...약간 쓰라린 정도라고 할까. 아픈거 보다 좋은 느낌이 많았어...나중에 소설 쓸 때 도움이 많이 될거 같아."
누나는 구체적이고 분석적인것을 좋아했다.
"솔직히 아직까진...이게 쾌락이다 라고 할 정도는 아닌데...뭐 나중엔 좋아서 기절도 하고 그런다잖아. 다음번 다다음번 기대해 볼게..."
누나는 내게 야릇한 눈짓을 하며
내 허벅지를 꼬집었다.
"언젠간 나 기절시켜 줄거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나는 누나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방바닥을 봤다.
"농담이야 부담같지마... 그런데 왜 신은 이런 쾌락을 인간에게 주었을까?"
"좋아야지 계속하고, 계속 해야 후손을 낳게 되지요. 출산의 고통이 그렇게 크다는데...쾌락이 없으면 그 고통이 무서워서 남자를 받아들이겠어요?"
"그래...그럴듯 해...그런데 통계에 보면, 여자중 40퍼센트는 쾌락을 못 느낀다네. 나도 오늘 솔직히 아주 뿅간다 그런 건 아니어서, 혹시나 40퍼센트에 나도 들어가는 건 아닌지 몰라...그럼 불행하겠지? 근데 왜 40퍼센트 여자들은 쾌락도 못 느끼면서 출산을 하지?"
"아마도 그 여자들은 더 적은 수의 자녀를 갖지 않았을까요. 그건 단지 제 생각이에요. 문화차이도 있고 경제수준의 차이도 있고 무엇보다 교육수준 차이가 자녀수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그런 요소들을 제거하고 비교해 보면 아마 잘 느끼는 여자들이 자녀수가 더 많을 거에요. 잘 느끼니까 남자를 더 유혹하지 않겠어요?"
"네 말에 일리가 있어. 단순하게 조건을 통제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뭐 인간을 그렇게 통제하긴 힘드니까 잘 느끼는 거 하고 다산하고 관계를 밝히긴 어렵겠네. 예를 들어, 문화라는 요소가 잘 느끼는데 영향을 주면서 동시에 다산이라는데도 영향을 줄 수 있잖아.어떤 여자는 못 느끼면서도 옆집에서 애를 많이 나니까 그냥 문화를 따라 애들을 많이 갖는 거지. 근데 그 문화권 여자들이 다른 문화권 보다 성적인 만족도가 높다해도 성적 만족도가 높아서 아이들이 많은건지 그냥 문화가 그래서 아이들이 많은 건지 알 수 없잖아."
"그럼...문화적으로 아이를 적게 낳는 대상을 찾아 성적 만족도를 조사하면요?"
"그것도 마찬가지로, 모두다 적게 낳으니까 성적만족도가 낮아서 적게 낳는 건지, 문화의 영향으로 적게 낳는 건지 알 수 없잖아. 그 연구는 좀 어렵겠다. 통제할 게 너무 많아"
"원래 인문학이라는게 자연과학처럼 통제된 실험을 할 수 없으니...부족한 부분은 상상력으로 메꾸는 수 밖에 없어요. 그게 한계이면서 동시에 인문학의 묘미라 할 수 있죠."
"와~ 야..그말 멋있어. 생각하는게 고등학생이 아니야. 인문학의 부족한 부분은 상상력으로 메꾼다"
"아무생각 없이 한 말인데 칭찬해줘서 고마워요."
"할 만 하니까 특급 칭찬을 하는 거야. 이 매력덩어리 남자야."
나는 열두시가 지나서 누나 집에서 나왔다.
그 뒤로도 우리는 자주 몸을 섞었다.
서너번째 부터 누나는 정말로 느끼기 시작했다.
"야 나 40퍼센트는 아닌가봐..."
자세를 바꿔 뒤로도 해보고
옆으로도 해보고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었다.
나는 누나의 노예가 되어 갔다.
그 와중에 누나는 전교 일등을 놓치지 않았다.
우리는 한참 폭풍같은 섹스를 하고나서
책상에 앉아 공부를 했다.
내가 고민 끝에 무엇을 물어보든
누나는 그 자리에서 깔끔한 설명을 해 줬다.
수학이든 영어든 어떤 과목도 막힘이 없었다.
이과인 나보다 수학을 더 잘했다.
누나는 나와 차원이 다른 천재였다.
그런 누나를 나는 사랑했다.
누난 결국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학교에 제일 좋은 학과를 갔다.
누구나 예상했던 일이었다.
누나가 대학생이 되고 나서
나는 누나를 자주 볼 수 없었다.
누나는 학교에 가자 마자 데모꾼이 되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어느 공장에 들어가 위장취업을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학교에서 제적되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나는 누나에게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나는 누나만큼 좋은 머릴 갖지 못했다.
나름 열심히 노력 했지만,
대학 입시에 실패 했다.
좌절감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나를 미워하고 있을때
누나가 내게 찾아 왔다.
"너 얼굴이 왜그래? 너답지 않게..."
"모든게 부끄러워요. 그렇게 잘난척 했는데 잘난걸 증명도 못하고..."
"이 새끼가 큰일 날 소릴 하고 있어...야 임마 니가 나 따먹었잖아...피도 터트리고...그럼 넌 어떤 놈이 되야돼?"
"......"
"넌 겁나 멋있는 놈이 되야돼. 안 그러면 난 뭐가 되냐? 찌질한 놈한테 따먹힌 년이 되냐?"
"......"
"적어도 내가 쪽팔리진 않게 해줘라. 첫남자가 멋있는 놈이었다. 그런 고백하는 여자 얼마나 멋지냐. 네가 말하던 그 인문학적 상상력을 좀 발휘 해봐."
"네."
"대학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렇게 찌그러져 있는 건 더더욱 아니다. 나 바빠서 너 못 보는데...일년 뒤에도 이런 상태면 나 너 평생 안 보고 내 보지를 저주할 거다. 알았어?"
"네."
나는 누나의 말에 정신을 바짝 차렸다.
재수를 하기로 선택하고,
약한 마음을 버렸다.
나 자신을 믿고
누나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안 되리라 다짐했다.
재수 생활에 작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재수에 성공했다.
일년만에 누나를 다시 만났다.
누나는 나를 칭찬했다.
"이렇게 자신감 있으니까 얼마나 좋아...우리 오랜 만에 떡정 좀 쌓자."
누나의 말은 해가 갈 수록 남성적이 되어갔다.
여자로서 격는 사회적 차별을 거친 말로 헤쳐나가려는 듯한 모습이 안쓰러웠다.
누나는 모텔 침대에서도
나를 지배하려고 했다.
나는 아주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누나는 내게 특별한 여자였다.
나는 불편함을 숨겼다.
"야...누나 먹으니까 좋냐..."
"......"
고등학생때 느꼈던 청순한 느낌이 없었다.
누나의 음부는 갖은 풍파를 겪은 듯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누나 입은 거칠었다.
무엇이 누나를 변하게 했는 지 안타까웠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샐리를 연기한 맥라이언이
식당에서 가짜 신음 소리를 만드는 장면이 떠 올랐다.
샐리는 여자에 대해 자신만만한 해리에게
어떻게 여자가 오르가즘을 느끼는지 확신하냐고 물어본다.
해리는 그냥 느낌으로 안다고 말한다.
그래서 샐리는 그자리에서 가짜 신음소리 연기를 보여준다.
식당 손님들의 우스꽝 스러운 반응들은 재미의 덤이었다.
나는 누나의 신음 소리를 분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번 의심을 품자
누나의 모든 숨소리가 가짜처럼 들렸다.
"누나 좋았어요?"
"응 좋았어...왜 한번 흑인한테 간 여자는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는지 알겠어."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흑인 만큼 크단 소리야."
"네 고마워요."
흑인 이야기를 귓등으로 흘렸다.
"근데 누나는 지금 어디서 뭘 하면서 지내요?"
"말 하자면 복잡한데..."
"말해주고 싶은 만큼만 알려주세요. 어느 정도는 알고 싶어요."
"지금 밤엔 야학에서 학생들 가르치고, 낮엔 노동자 법률구조센터에서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어. 휴일도 없이 바빠 요즘."
"학교는 졸업 안 하세요?"
"학교가 뭐 중요하냐. 내 삶의 터전이 학교인걸."
"그래도...법대 가셨으니까 사시는 한번 해 보셔야하지 않나요?"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맞아. 내가 보니까,사회에서는 자격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더라. 그래 니가 말 했으니까 내가 2년 안에 사시 패스하는 거 보여줄게. 그동안 언제 시작할까 망설였는데..지금 하지 뭐."
나는 누나가 해 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누나는 내가 본 사람들 중에 공부에 대해선 누구보다도 전문가였다.
그날 모텔에서 헤어지고
누나는 정말 2년만에 사시에 합격했다.
학교에 재 입학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마 학교에 다닐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누나는 텔레비전에 얼굴을 많이 보였다.
재개발, 신항만, 고속도로, 고속철도 공사 등등
현수막을 걸고 꽹가리를 치는 사람들 틈엔
누나가 있었다.
방송기자와 그들을 대표하는 변호사로서 인터뷰도 많이 했다.
누나는 항상 시끄러운 곳을 찾아다녔다.
사실 나는 누나를 잘 이해하기 힘들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주껏 자기 밥그릇을 찾아 먹으면 될 것을.
남의 밥그릇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누나가 못 마땅했다.
그렇게 점점 누나라는 존재는 내 생활 속에서 잊혀져 갔다.
아마 누나도 나를 상대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생각지도 못한
장례식장에서
누나를
다시 만났다.
"누나 맞죠?"
"그래 임마...그동안 잘 지냈어?"
"네 말 하자면 파란만장 하지요. 소설을 쓸까 하고 있어요."
"짜식 말하는 건 여전히 재미지네..."
"......"
"근데 너 혜인이랑은 어떻게 된 사이냐? 둘이 결혼했냐?"
"아뇨...그건 아닌데...혜인이에 대해 경찰에 조회해 보니까 가족이 없네요."
"맞아 가족이 사고로 다 죽었어. 혜인이만 혼자 남았어."
"누난 혜인이랑 친했어요?"
"응 시민사회 활동하면서 알게 됐지. 혜인이가 워낙 이쁘고 싹싹해서 내가 특별히 호감이 생겼고...우리 자주 밥도 먹고 놀러도 가고 그랬어. 근데 부고가 뜬거 보고 긴가민가 하고 와 봤지. 황망하다 정말. 인생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어. 혜인이가 어떻게 된건지 넌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