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9화 〉59 (59/105)



〈 59화 〉59

"말씀드리려면 얘기가 정말 소설처럼 길어요. 혜인이랑 저는 초등학교 동기 동창이에요. 그러다가 우연히 제 사건의 변호사가 되어 성공적으로 절 도와줬어요. 그리고 같이 미국에 같다가 나쁜일에 걸려들어 감옥에 있었어요. 각각 다른 감옥에. 그때 무슨 충격을 심하게 받은거 같아요...실어증을 보이다가 한국에 귀국하면서 비행기에서 심정지가 왔어요."


"저런...그런 일이 있었구나...나만 파란만장한게 아니네...내가 진짜 친동생 잃어버린것 처럼 슬프긴 한데...슬퍼하면 뭐하겠냐...우리 저기 가서 소주나 한잔 하자."
나는 누나와 식사 테이블에 앉았다.


국밥과 함께 소주를 마셨다.

누나는 소주를 빠르게 마셨다.


취하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나도 같이 취해 갔다.


"누나는 지금 어디에 있어요."

"응...글쎄 사회운동이라고 해야 하나 정치운동이라고 해야하나...애매한 사회단체에 있어. 여성 연합 연대라고..."

"그렇구나...느낌이 경제적으로는 풍족하게 지내실  같진 않네요.."

"야 인생에 돈이 뭐 중요하냐...얼마나 정열을 가지고 사는게 중요하지..."

"그래도.. 그런 순수한 사람들이 정치인들이나 사기꾼 같은 사람들한테 평생 이용만 당하고 보람도 없이 말년을 쓸쓸히 지내는  봤어요."

"세상이 원래 그래...순수한 마음으로 어떻게 잘  수 있겠니...요령 잘 피우고, 줄  서고, 아부 잘 해 가면서 기회를 잡는 사람들이 많지. 어느 바닥이나 다 똑같을 거야. 꼭 정치인들만 그런게 아니고...봐라 어디 작은 계모임에도 대장역할 하는 사람있고 늘 대장의 의견을 따라가는 사람 있고 그렇잖아."

"그렇죠."

"그리고 체질적으로 대장 못하는 사람 있어. 또 체질적으로 늘 우는 소리 하는 사람 있고. 난 모르겠어...설마 내가 정치를 해서 대통령이 되겠냐?"


"왜요...난 누나의 얼굴에서 대통령을 보는데..."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마셔..."


누나는 내게 소주를 넘치게 부어주었다.


"넌 그동안 뭐 했냐?"

"학교 졸업하고 지방에 있는 치전원 갔다가 서울에 작은 치과 개원해서 먹고 살았어요."


"그래... 잘했네...네가 나보다 낫다."

"아니에요 누나."

"아니긴 뭐 아니야. 마셔"



누나는 폭음을 했다.


누나와 보조를 맞추기가 여간 괴로운게 아니었다.


누나는 혜인이의 화장터까지 따라가려고 마음 먹었다.

"긴 긴 시간 뭐하면서 보내냐. 우리 술이나  마시자."


"누나 좀 천천히 마시면 안 돼요?"


"그럼 너는 천천히 마셔."

"네 고마워요."

"별게 다 고맙네..."



누나는 그렇게 계속 들이키다


결국 테이블에 엎드린  잠이 들었다.



나는 누나를 테이블 아래로 눕히고 옷을 덮어주었다.

누나는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졌다.


나는 다시 혜인이 옆에 와서 앉았다.


혜인이에게 미안해서

눈물이 났다.

나를 만나지만 않았다면

그렇게 불쌍하게 죽지 않았을텐데


못난 나를 만나서.


그때 갑자기 그 검은 옷 입었던


사람이 생각났다.


나에게 후회하지 말라고 협박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내가 가지 않아서


혜인일 대신 대려간 것인가...


다시 만나서 따져 보고 싶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울고 있을 때


정말 그가 검은 지팡이를 들고 내 앞에 나타났다.

"이 어리석은 놈아 이제야 알았어?"


"왜 혜인일 데려가셨어요?"


"내가 경고 했지...후회하지 말라고..."


"왜 저는 억울하게 당해야만 하는거죠?"

"넌 억을할게 하나도 없어. 혜인이가 억울하지. 지금이라도 바꿔줄까?"

"......"


"혜인이 대신 널 데려갈  있어...지금이라도."




"그건..."


"그것봐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아."

"아니 그건."


"네게 혜인이는 그저 도구였을 뿐이야. 부려먹고, 필요할땐 욕정을 풀기 위한 대상이었을 뿐이야..."

"그건 아니야..."

"진실앞에 솔직해 보지...넌 혜인일 사랑하지 않았어."

"아니야 사랑했어."

"다시 물어볼게. 마지막 기회야...지금이라도 나랑 같이 갈 수 있겠어?"

"......"

"나랑 같이 가지..."

검은 옷의 그가 내게 다가왔다.


내 손을 잡았다.


끌어 당기기 시작했다.

내게 식은 땀이 흘렀다.

"안돼~~~~~!!!!!!!"

나는 죽을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땀이 폭포수처럼 흘렀다.



그가 더 세게 끌어 당겼다.

"안돼, 안돼~~~~!!!!"

나는 다시 소릴 질렀다.

누나가 내 손을 잡고 있었다.



"야. 너 괜찮아?"


"......"


"너  그렇게 소릴 질러...네가 땀을 하도 흘리길래...뭐가 잘못  줄 알았지."


누나가 말 할 때 마다 술냄새가 내 코로 들어왔다.



내 검은 양복은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목 주변은 여전히 땀으로 흥건했다.


누나가 휴지를 말아서 건넸다.

"닦아라 좀."




나는 누나에게 휴지를 받아 목을 닦았다.

혜인이 영정사진을 올려 보았다.


혜인이가 웃고 있었다.


혜인이에게 미안했다.


마지막 기회가 정말 있었을까.

"언제 화장터 가기로 했냐?"

"일곱시에 가기로 했어요."


시계를 봤다.

벌써 다섯시를 지나고 있었다.

"이따가 누나도 같이 갈 거에요?"

"그러자. 혜인이 유골함은 어떻게 할 건데."

"내가 집에 갖고 있으려고요."

"그렇구나...그럼 내가 혜인이 보고 싶으면 널 찾아 가야 하는 건가?"

"언제든지 오세요. 누나랑  그정도 되는 사이잖아요."


"짜아식...말 하는 뽄새보세...그정도 되는 사이...참나."

누나와 나는 이른 아침을 먹기로 했다.



"나 말고 아무도 조문  사람 없지?"

"네."

"혼자인데다가 갑자기 이런 일을 당하니 그럴 거야."


"네."


"상가집이라는 게 참 그래. 어떤 사람이 죽으면 사람들이 몰려오고 어떤 곳엔 한 명도 안 오고. 죽음 앞에서 씁쓸하다. 내가 죽으면 얼마의 사람들이 올지 모르겠네."

"그야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이익이 되는 곳에 가는 거니까 뭐라  할 수 없죠. 안 가도 되는 장례식장에 기분 우울하게 뭐하러 가겠요. 그런데 누난 재수없게 벌써부터 그런 얘기 하세요...혜인이야 사고를 당해서 그렇지, 누나는 오래 살 거에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 누가 언제 어떻게 갈 지 모르는게 인생이야."


"누난 이전 처럼 위험한 곳만 좇아 다니지 않으면 오래 살거에요."

"너 나에 대해 뭐 아는게 있냐?"

"누나 예전에 텔레비전에 많이 나왔잖아요. 생태계 파괴를 저지한다며 빈곤츨의 거주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터뷰도 많이 하고 그랬잖아요."

"그거 봤냐? 그게  위험한 곳이야..."

"왜 용역들이 혹시나 실수라도 하며 누나 몸 다칠 수 있잖아요."

"걔들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위험하게  그래...겁만 주는 거지. 웃긴건 뭐지 아냐?  용역 오는 애들  데가면 또 만나...우리 서로 인사하고 친해...사람  쉽게 때리거나  그래..."

"그럼 그게 다 쇼에요?"

"그런 경우가 많지...서로 보여주어야 하니까. 뭐 아닌곳도 있을거야 재개발 하는데는 하루하루가 돈이니까 좀 무리해서 사람 다치게 하기도 하고."


"참 알 수 없느 세상이네요."

"맞아. 세상인 논리대로 순리대로 굴러가진 않아."

"제가 겪은 일을 돌아봐도 그래요. 전 아직도  속에 떠 있는 거 같아요. 내가 어떻게 거인을 죽였을까, 내가 어떻게 교도소를 탈출 했을까...한때 서로 사랑했던 여자가  나를 배신하고 죽음으로 몰았을까...논리적으로는 설명되는 일들이 아니에요. 우연과 운명이 지배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게 무슨 일인데...재밌을 거 같은데 나한테 얘기 해봐."

"재미...재미  이상이죠...제 목숨이 왔다갔다 했고, 혜인인 결국 이렇게 되었잖아요."




나는 누나에게 미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했다.

누나는 내 이야기를 들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누가 그 이야길 믿겠냐...널 정신병자로 생각하지 않을까?"

"그럴수도 있어요."


"난 너니까 믿긴 믿는데, 사실 긴가 민가해...네가 지금 미국에서 일어난 혁명운동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거잖아. 혹시  비밀 요원은 아니냐?"

"누나...가뜩이나 힘없는 상태에서 이야기 했는데...뭐에요...조롱하는 거에요?"

"미안. 아니야...그니까 네가 지금 캘리포니아 법무부장관하고 상원의원하고 ABC기자하고 각별한 친분이 있다는 거잖아."

"그렇죠.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할 수도 있어요. 이용가치가 있을 때는 잘  주다가, 지금은 특별히 내가 필요하지 않으니까 모른 척 할 수 도 있어요."


"너 그사람들 연락처는 갖고 있냐?"


"네 제 폰에 있어요."

"한번 봐도 돼?"


"네 여기."

이상했다.

분명 번호가 있었는데

아무리 뒤져도 번호가 없었다.




"이상하네요 없네요..."


"진짜 있었던 거야?"


"그럼요...아 외우기 쉬운 번호가 있어요. 엘에이 국번호에다 3이 일곱개."

"333-3333?"

"네 맞아요. 그게 유빈이라는 기자 번호였어요."

"한번 검색해 보자..엘에이에서 삼이 일곱개..."

그 번호는 콜걸 에스코트 서비스 번호였다.

"뭐냐...이거 여자 불러주는 집인데..."

"어 그럴리가 없느데..."

나는 엘에이의 다른 지역번호를 찾아 검색 해 보았다.

마찬가지로 에스코트 서비스였다.


"어떻게 된거야?"

"글쎄요...모르겠네...어떻게 된 거지?'


"네가 격은 걸 너 말고 다른 아는 사람이 있어?"


"혜인이 말고는 없죠."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때 혜인이 내게 준 봉투가 떠올랐다.

"혜인이가 한국에 가서 뜯어보라고 준게 있어요."


"그래 같이 보자...난 너를 믿는데...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안되는 것들이 있어서 그래."

나는 가방 안에서


혜인이가 준 봉투를 찾았다.

누나 앞에서

봉투를 열었다.





[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내가 널 도와  수 있는건 여기까지인것 같아.

한국으로 강제 송환 되면


"최은선"변호사를 찾아가

아래 전화를 하거나 변호사 협회를 통해 연락하면 될거야.


한국에 입국하고 시간이 별로 없어.


아마 바로 대검찰청에서 수사관들이 널 잡아갈 수 있어.

"최은선"변호사를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   하지마.

검찰에서 네게 거래를 제안할 수 있어.

 변호사와 상의해서 가급적이면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좋을 것 같아.


내가 직접 널 돌보아야 하는데...


마지막으로 그게 안타깝다.


건강하게 잘 살고

나중에 다시 만나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