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0화 〉60 (60/105)



〈 60화 〉60

나는 혜인이가 남긴 글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강제 송환은 무엇이고

대검찰청 수사관이 왜 나를 찾는단 말인가.


그때 검은 옷 입은 남자 네명이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들이시죠?"

누나가 그 사람들 앞을 막아 섰다.

"대검찰청 마약과에서 나왔습니다."


나는 누나 뒤에서 얼어붙었다.



"최은선 변호사님 여기 어떻게 계세요. 저희는 변호사님하고 비지니스가 없습니다."


그들은 내게 다가왓다.


"잠깐...지금 뭐하는 거에요. 영장 있어요? 지금 고인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이게 무슨 짓이에요. 영장없이 사람을 잡아가겠다는 거에요? 요즘 검찰은 겁대가릴 상실했구만...지금이 무슨 군부독재 시절인줄 알아..."

"변호사님이 끼어들 일이 아닙니다. 도주우려가 있습니다. 곧 영장이 올겁니다."

"끼어들기  끼어들어요. 난 변호사로서 의뢰인을 보호할 의무와 권리가 있어요. 도주우려는 당신들 생각이고, 영장 없는 상태에서 털끝이라도 건드려봐요. 당신들도 나 미친년인거 알지?"


남자들은 함부로 내게 다가 오지 못했다.

뒤돌아서 장례식장 앞에 있는 의자에 조르륵 앉았다.

"영장 언제 나와요...여기 하필 그 전국구 미친년이 변호인이야...그 있잖아 최은선이라고 뉴스에 맨날 나오는 년...영장없인 안될거 같아..."

대장인듯한 사람의 통화소리가 여과없이 들렸다.


"누나 한국에서 유명한가봐요."


"그렇긴 하지...근데 뭐 난 법대로 하자는 거 뿐이야...지금부터 넌 절대 묵비권이다. 나랑 더 많은 얘길 해 보고 전략을 만든 다음에 접근해야  것 같아. 왠지 사건이 가볍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누나 이제 발인 해야 하는데...어쩌죠?"

"어쩌긴 뭘 어째...발인 해야지...영장도 없는데 고인에 대한 예의도 없고...나쁜 새끼들."


장례식장으로 영구차 운전 하시는 분이 내려왔다.

"지금 화장터 가시는 거 맞죠?"


"네 맞습니다."


"그럼 장례식장 사용료하고 정산 마치시고 오세요. 지금 바로 떠나지 않으며, 순번에서 밀려서 골치아파요. 좀 서둘러 주세요."




나는 장례식 사무실로 달려갔다.


사용료를 모두 계산하고 영수증을 받았다.



다시 장례식장으로 왔을 때


여전히 검은 옷 입은 남자들이 있었다.




"관을 옮겨야 하는데...어쩌지...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장례식장에 부탁할 걸."

"왜...저기 사람들 있잖아. 네명  좋네. 잠깐 기다려봐."




누나는 검은 옷 입은 남자들에게 걸어갔다.

"아직 영장 안 왔어요?"

남자들은 댓구를 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온 김에 같이 가시죠...우리 화장터 갔다가 어디로 갈지 몰라요."

"......"

"우리 딴 데로 도주 한다니까..."



대장인 남자가 눈짓을 했다.


남자들은 관이 모셔진 곳으로 이동했다.

그 네명은 고맙게도 관을 옮기고 영구차에 올라탔다.




"우리 지금 화장터 가는 중이에요...참나 우리 관도 옮겨주고 있어요...그니까 영장좀 미리미리 처리좀 하지...병원으로 오지 말고 화장턱로 와요...네 이따가 봐요.."

대장은 영구차 안에서 검찰 사무실에 전화했다.




"아저씨들 복받을꺼에요. 이렇게 쓸쓸한 잘례식을 도와주시고..."

누나가 말을 했지만,

아무도 댓구 하지 않았다.


적개심이라기 보다는 조심하는 것 같았다.


전국구 미친년이라는 변호사에게 말꼬투리라도 잡히기 싫은 기색이 역력했다.


"아저씨 표정이 왜 그래요?"

"......"

"사람이 말을 하면 대구를 좀 해야지. 아저씨 나 나쁜사람 아니에요/"

"......"




영구차는 금방 화장터에 도착했다.

우리는 기다림 없이 바로 절차에 들어갔다.

혜인이는 불속에서 재가 되었다.



은선누나와 나는 하염없이 울었다.

둘이 서로를 붙잡고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니

혜인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무실에 가서 유골을 인계받았다.


유골함을 들고


납골당 앞에 있는

벤치에 멍하게 앉아 있었다.


검은 옷 입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여기 영장 있습니다. 인제 같이 가시지요."

"네 알았어요 아저씨들...잠깐 숨좀 돌립시다. 요 앞에  세워주세요..."




검찰 수사관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남고


나머지는 모두 차 안으로 들어갔다.



"인제 숨좀 가라앉혔냐?"

"네 누나. 이제 좀 괜찮아요"


"나도 하도 크게 울었더니. 가슴이 벌렁거린다."



"이제 가십시다. 우리도 해야  일이 많아요. 이정도면 편의를 봐줄 만큼 봐줬어요."

"어이구 고맙습니다... 영장이 늦게 도착한 걸 가지고 편의 봐줬다고 생색내기는..."


우리는 검은색 승합차에 탔다.




"저기 수사관님...우리 구면이죠? 아닌가?"

"저는 처음 봅니다."



"하여튼, 수사관님... 이 수사 목적이 뭐에요? 조직을 잡는거에요...아니면, 요새 재벌비리 많이 발표되고 있는데, 마약사건으로 그거 덮는거에요? 뭐에요 목적이"

"우리는 그런 식으로 일하지 않습니다. 항상 정해진 절차대로 사건을 진행합니다."

"아니 나는 그쪽 편의를 봐주려고 그러는 거에요. 그쪽 초점이 뭐냐에 따라 우리도 전략이 바뀌니까...맞춰 줄려고 그러는 거지요. 영장보니까 우리 의뢰인이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면서요. 무슨 근거로 그렇게 죄목을 적은 거에요?"

"지금은 말 할  없습니다."

"아니 법률에 정해진 대로 집행하는 기관이 어긴 법이 뭔지 말  해주는게 말이 되요? 내가 구속적부심 가서 엎을 거에요...시작부터 불법이잖아 아주 그냥."


"검찰청에 가면 차근차근 알려드리겠습니다."


"차근차근 안 알려주면 바로 소송 겁니다."

"네 그러시든가요."

누나와 검찰 직원이 티격태격하는 동안 대검찰청에 도착했다.


우리가 차에서 내렸을때

포토라인이나 기자들은 없었다.

우리는 바로 검찰 건물 안으로 들어가


마약과 조사실에 들어갔다.


누나가 옆에 앉아있지 않았다면

나는 두려웠을 것이다.



"최변호사님 검사님 찾으십니다."


"검사님이 날 왜 찾을까?"




누나는 안내를 받아 검사실로 들어갔다.


누나는 한참동안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나는 아무 조사도 받지 않았다.


나는 멀뚱멀뚱 이곳 저곳을 훔쳐보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있는 내게 아무도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

아마 내가 탈출을 해도

그들은 눈치채지 못할 것 같았다.

한참만에 누나가 나왔다.


"검사가 잘 아는 선배네...말이 잘 통했어."


"왜 절 잡아온거래요?"


"응 별거 아니야. 아마 널 미끼로 쓰려는거 같아."


"미끼요?"

"응, 너 예진이라는 애 아냐?"

"그 아이를 어떻게?"


"야..검찰이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들여다 보고 있어...너에 대해서 아는 게 많더라고."

"네..역삼역 근처에 한번 간 일 있는데 거기서 예진이라는 애를 알게 되엇어요. 친구 장례식때 친구의 친구를 만났는데...그 애가 좀 독특한 애였거든요. 패션 엠디인가 그런데, 모델 애들을 많이 알고 있었어요. 나를 좋은 파티에 초대한다고 해서 거기에 갔었죠."

"그때 뭐 이상한거 없었어?"


"그 패션엠디 하는 애가 콜라를 줬는데...계속 갈증이 생기고 환상같은 걸 본거 같아요."

"그때가 맞구나..."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때 네가 마약을 한 거 같다. 일단 너와 나 사이에서만 마약 한 걸로 인정하는 거야 물론 네가 자발적으로 한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 그런데 다른 데서는 이 이야기 절대 하면 안돼..알았어?"


"네."

"마약한거 인정하고 자기들 수사에 협조하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해 준데. 어떻게 할래?"


"어떻게 협조해야 하는데요?"


"아마 그 예진이라는 애가 너한테 메세지를 보냈나봐."

"난 못받았는데요..."


"너 아직 한국에 와서 유심침 안 바꿨지?"

"아 그러네요. 경황이 없어서."


"검사 말이  애가 너한테 메세지를 보냈대. 거기로 연락해서 만나라는 것야."

"그렇게만 하면 되나요?"
"이번에 만나면 마약 중간책을 소개 시켜 줄건데,  사람과 안면을 트고 마약 구입을  많이 한다고 해서  윗단계 사람까지 이끌어 내면  임무가 끝이래."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럴 수 도 있지. 그런데  미국에서 그 유명한 사람들도 만나고 혁명 가운데 있었다고 했잖아. 그리고, 교도소에 갇혔는데 거기서 교도소장을 위해 골드바를 만들어 주고, 교도소를 탈출하고 그런 거 맞지?"

"네. 맞는데요?"

"그런데 혹시...너 공항에서 체포된 기억은 없어?"

"엘에이 공항에서요?"

"응 엘에이 공항"


"아니요, 무척 빨리 통과 했어요. 여기 여권보면...비자가 찍혀 있잖아요..."



나는 여권을 여러번 뒤적 거렸다.


그런데 엘에이공항을 통과할 때 받은 비자 스탬프가 없었다.



"혹시 넌 거기서 구금되어 있던거 기억나?"

"무슨 구금이요?"

"입국거부 당한 사람들 구금시설."


"그런곳에 들어간 적 없는데요?"


"여기 이런 서류가 있잖아."


United State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명의로 된 구금자 확인 서류에

내 이름이 있었다.

"이상하네요. 전 그런곳에 구금되지 않았는데, 첫날 바로 공항을 나와 호텔에 갔어요. 호텔에서 중학교때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호텔  지배인이었어요.  거기서 창문 없는 방에 간 기억은 있네요."

"너 혹시 비행기에서 기절한 적 있냐?"

"네...어떻게 아세요?"

"여기 기록이 있어...네가 호흡이 멈추고 심장박동도 멈췄는데,  심폐소생술 해서 살렸고, 마약 검사를 해 보니까 양성 반응이 나타나서 바로 구금시설에 가두었다고."


나는 그 재수없는 백인 의사 얼굴이 떠올랐다.


비밀로 한다면서 결국 고자질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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