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6화 〉66 (66/105)



〈 66화 〉66

 남자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네..."



그는 누나의 선배라는 대검 검사인듯 했다.


그는 나와 짧게 인사하고는

바로 누나에게 마지막 말을 하고 나갔다.


"은선아 그럼  가볼게 이따가 바로 중간 발표하고 그 여자는 수배 내려야  거 같아.  이만 가 볼게."



그는 남자가 봐도 멋있는 아우라가 등 뒤에 비쳤다.




"대검 마약과?"


"응. 너 풀어준 검사야."


옆에 있던 할아버지가 텔레비전 볼륨을 내리고


우리의 대화를 관심있게 들었다.


나는 헛기침을 했다.

할아버지는 대화를 안 듣는 척 했다.

그때 뉴스가 나왔다.

방금 봤던

그 잘생긴 검사가

기자들 앞에서 발표했다.

마약사건은 오래전부터 기획되었던 수사였다.


이미 인물들에 대한 뒷조사를 끝내고

증거와 인물 검거를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탈북자가 개입된 첫번째 마약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기자들은 대검에서 국정원과 공조가 있었는지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도망간 여자가 어떤 특수부대 출신인지


경쟁하듯 물었으나



검사는 사건의 특수성과 상징성을 고려하여


질문을 검토해보고


서면으로 답변하겠다고


일축했다.



그리고 회견장을 바로 빠져 나갔다.




옆 병상의 할아버지가 한숨을 쉬었다.


그의 양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누나는 하루가 고단했던지


잠이 들었다.

나는 누나의 팔을 어루만지며

침대에 머리를 박고 엎드렸다.



시끄러운 병실안 소음이 점점 멀어졌다.



"아직도 미련이 남아?"

"누구세요?"


병상 앞에는 검은 옷을 입은 그가 서 있었다.




"이제 같이 가지?"

"왜 또 나타난 거에요?"

"나랑 같이 가지 않으면  병실에서 네명을 데리고 갈 거야..."

"그게 무슨 소리에요?"


"네 입으로 네가 의료인이라며...의료인이라면 최소한의 직업 윤리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사람이 네명 죽는다는데... 너 혼자 살려고 하진 않겠지?"

"왜  꼭 데려가야 한는데요?"

"이유는 없어. 그냥 네가 갈 차례가 지났어. 네가 항상 일을 꼬이게 만들었을 뿐이야. 네가 가지 않으면 네 주변 사람이 대신 가게 된다. 네가 아무리 이기적인 놈이지만, 얼마나 버티는지 한번 보자고..."


"전 이기적이라서 버티는 게 아니에요."

"넌 이 세상에 살 특별한 이유가 없어...왜...세상에 네놈에게 살만하나? 이 세상이 행복해? 여자들과 잠자리 하는게 좋아?"


"꼭 그런 이유는 아니지만 난 더 살아야 해요."


"넌  세상에  이유가 없다니까. 넌 하찬이에 대해서도 신경쓰지 않잖아. 이번주에 한번만이라도 하찬일 생각한 적이 있어? 하찬일 돌보고 있는 여자에게 전화라도 한 적이 있어?"


"그건...."

"아닌건 아닌거야. 변명하려 들지마."

"네 그건 인정할게요. 그래도 난 살아야 돼요."


"그래 네 목숨보다 이 병실에 있는 네 명의 목숨이 하찮다는 거지?"


"그건 아니에요. 그런데 거기에 누나도 있어요?"


"그걸 알고 싶어? 누나가 포함되어 있다면 포기하고 나와 함께 가겠어?"

"그건...."

"넌 평생 이기적이었어. 한번도 다른 사람을 사랑한 적이 없었어. 너를 알게  모든 사람들이 불쌍할 뿐이야."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어요."


"넌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점점 많은 사람들이 널 원망하고 있지? 네 진심을 모르고 이용만 당한 여자들은 저승에서 너를 저주하고 있어."


"거짓말이에요. 그렇지 않아요."


"거짓말이 아니야. 벌써 시한폭탄도 예진이도 탈북한 특수부대원도 널 죽이고 싶어해. 그녀들은 지금도 어떻게 하면 복수를 할지 궁리하고 있어. 내가 지금 널 데려가지 않아도 그들이  내게로 보낼거야...이제 마음의 결단을 내려. 넌 계속 살아봤자  많은 사람들의 증오를 불러 올 뿐이야. 넌 세상에 살 가치가 없어."

"그렇지 않아. 거짓말 하지마."

그때 검은옷의 그가 내게 다가 왔다.


"왜? 오지마...저리가..."



검은 옷의 그는 몸놀림이 민첩했다.

어느새  등뒤에 와서

 팔로  목을 감쌌다.




그는 프로 킬러처럼

내 경동맥을 제대로 눌렀다.




7초면 나는 기절 할 것이었다.




"이 종간나 새끼. 따라 올라오라."




그는  목을 살짝 풀어주었다.

그의 검은 바지가 환자복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의 웃옷도 환자복이었다.




"조용히 나가라우...모가질 비틀어버리기 전에."


그는 나를 비상구 계단으로 몰아붙였다.

"올라가라우...개 종간나새끼야...이 걸림돌 새끼야."



나는 한발 한발 계단을 올랐다.

그가 칼이나 흉기를 갖고 있지 않다면

분명 내가 계단 위쪽에 있으므로


내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뒷발로 그의 가슴을 차면


상황이 종료될 것 같았다.

그는 혼자 중얼 거리며 나를 밀어붙였다.




"우리가 어케 만든 전쟁인지 아네...종간나 새끼...조국의 생가가 달린 아편전쟁..."



나는 모험을 하기로 했다.


그대로 뒷발로 찾다.


그의 가슴에 명중했다.

그는 계단 밑으로 굴렀다.


나는 뒤돌아 보았다.


아뿔싸

같은 병실 옆베드에 누워있던 노인이었다.


그가 검사의 마약수사 발표를 보며


눈쌀을 찌푸리던 상황이 떠올랐다.



그 노인도 탈북한 공작원이었다.

조국의 아편전쟁이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그 노인도 그 특수부대 여자와  패거린인듯 했다.


나는 계단을 따라 밑으로 내려갔다.


노인의 상태를 살폈다.



노인은 눈을 감고 있었다.

움직임 없었다.


발로 툭툭 차 봤다.

움직임이 없었다.


머리를 숙여

가슴에 뛰는 심장소리를 들어보려 했다.


그때

그 노인이 내 머리를 감싸고

나를 넘어 뜨렸다.



 노인은 내 목에 초크를 걸었다.


나는 발버둥쳤다.



나는 결국 의식을 잃었다.


하지만,

나는 금방 깨어났다.



그 노인에게 배운대로

나는 기절한 척 했다.

그는 나를 들기 위해


사이드 포지션으로

무릎을 꿇고


한팔을 내 뒷목에


한팔을  다리 밑에 넣었다.



 오른쪽 손에

그 노인의 다리사이가 닿았다.




내 선택은 단 한가지


그 노인의 불알을 있는 힘껏 쥐었다.



"으악.."

그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사이

나는 그의 가슴을 발로 차고 일어섰다.

그 노인은 보통 노인이 아니었다.


근력과 싸움의 기술을 갖춘


인간 병기였다.

나는  자리에서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쓰러졌던 그 노인이 날아서 계단을 내려왔다.




나는 급히 비상문을 열었다.


병원 복도를 뛰었다.

간호사 데스크에 도착했다.



"경찰 불러주세요...누가 날 죽이려고 해요."

노인이 내게 다가왔다.



나는 도망쳤다.

누나가 있던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누나 누나 일어나....여기 한 패거리가 있어..."


"무슨 소리야?"

"그 검사한테 연락해 빨리..."

노인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손에는 수술용 블레이드가 들려있었다.

병실 환자와 보호자가 그걸 보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지금 뭐하는 거에요?"

건장한 청년이 할아버지를 말렸다.




청년은 쓰러졌다.


청년의 목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솟았다.



다른 사람들은 일제히 조용해 졌다.




"내 말 들으면 더 이상 개 죽음은 없는지 알라....모두다 찬찬히 병실 밖으로 나가라."



사람들은 천천히 나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나가기 시작했을때


수간호사가 달려 들어왔다.


"환자분 지금 뭐 하는거에요..."


간호사는 손을 뻗어  노인을 제지하려 했다.



 노인은 날랜 솜씨로

간호사의 동경맥을 끊었다.



간호사 역시 목에 피 분수를 뿜으며

쓰러졋다.

병실 환자와 보호자가 거의 나갔을때

경찰이 총을 들고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어르신 그 흉기 내려 놓으세요. 사람 더 많이 다칩니다."

"상관 마라우"

"어떻게 상관 하지 않습니까?"

그 경찰은 총을 겨누고 한발 한발 노인과 거리를 좁혔다.


아마도 총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제압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노인과 경찰의 거리가 1미터 가까이 되었다.



노인이 눈깜짝할 사이에


경찰의 목을 그었다.

경찰은 아무런 소리도  내고

쓰러졌다.

목에서 분수가 솟아 났다.


다른 경찰이 발포했다.

공포탄이 발사되었다.



노인이 그 경찰에게 뛰어들었다.


경찰은 다시 총을 발사해

그 노인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경찰은 쓰러진 노인의 머리에

다시 확인 사살을 했다.




경찰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

누나와 나는 그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총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병원 밖으로 도망갔다.

병원 복도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병원 건물 밖으로 경찰차가 여러대

들어왔다.


기자들이 병원 복도로 몰려들었다.

카메라 기자들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야 빨리 대충 각도 잡아 빨리 야 지금 바로 송출 준비해..."


"됐습니다. 멘트 하십시오."

"오늘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병실에 입원했던 탈북자 노인이 흉기를 휘둘러 병원에서 아들을 간호하던 30대 아버지 한명 수간호사 한명 경찰 한명을 숨지게 했습니다. 범인은 출동한 경찰의 총에 맞고 사망했습니다."

"컷 좋아요...다시 준비하고 다시 2보 갑시다."


"방금전 전해드렸던 참극의 현장입니다. 보시다시피 아직 수습되지 않은 시체들이 병실에 있습니다. 간호사와 경찰 그리고 일반인의 시체 범인의 시체가 있습니다. 범인을 제압한 경찰은 지금 자리에 앉아있습니다. 지금 인터뷰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범인을 제압하셨는데 그 상황을 설며해 주실수 있겠습니까?"




기자는 사건 현장을 휘젓고 다녔다.

무엇이 공익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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