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68
누나는 전화를 끊었다.
"선배 내가 진짜 인터뷰 한게 아니에요. 그 병실 그 자리에...이렇게 칼에 찔려서 누워 있는데...걔가 마음대로 사진 찌고...하지도 않은 말 편집해서 자막 넣고 그런거라고요...."
"알았다..."
"선배...알았다가 끝이 아니고요...지금 얘랑 나랑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어요...어떻게든 우릴 보호해 주셔야죠....이건 아니에요...설렁탕 한 그릇 먹고 떨어져라 이게 뭐에요. 나랑 얘랑 생명을 무릅쓰고 선배를 도왔는데 이건 아니죠."
검사는 한참 생각했다.
"사실은 나도 윗선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거라...너한테 할 말이 없다. 처음엔 아주 잘 짜여진 판이라고 좋아들 하고 칭찬하고 그랬는데....방금 시끄럽지 않게 덮으래..낸들 힘이 있냐?"
"아니 어떤 새끼가 이랬다 저랬다 그래요. 내 그 새끼 목줄을 붙잡고 그냥..."
"네가 안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야...그러지 말고 너 정치하는게 어때? 넌 인지도도 있고 시민운동 경력도 있고 모을 수 있는 조직도 좀 있잖아. 정치 해서 내 이 분한 원수좀 갚아주라."
"선배 정치하기 전에 지금 죽게 생겼다니까요. 그 여자가 처음에 칼침 놨을때는 날 일부러 살려준거 같은데...마음만 먹으면 1초내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여자라고요..난 그 여자 만나면 안돼요."
"일단 그럼...내가 사설 경비업체에 연락해서 너 보호해달라고 할게...내 돈으로 해 줄테니까...우리 천천히 생각해 보자..."
"선배..잠깐만 얘 얘기 들어봐요...이거 생각보다 사건이 심각한 거 일 수도 있어요."
누나는 나를 돌아봤다.
"야..너 검사님한테 네가 겪은 거 말 해봐..."
"아..네..."
나는 그 잘생긴 검사를 쳐다보며 그날의 일을 이야기 했다.
"그러니까 검사님이 기자들 앞에서 중간발표 할때..옆에 있는 할아버지가 이상스럽게 인상을 썼습니다. 원래부터 눈매도 날카롭고..우리가 무슨 대화라도 하면 시끄럽다고 인상쓰는 터라...처음엔 그려러니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뭔가 아주 많이 불쾌해 하는게 상식적이지 않았죠...그러다가 누나 옆에서 잠들었는데...갑자기 제 목을 조르는 겁니다. 그리고 저보고 밖으로 나오라고 했죠. 맡투가 북한말투라서 순간 당황했습니다. 그 사람이 복도로 저를 데려갔습니다. 그리고 계단을 올라가라고 했는데 아마 옥상으로 저를 데려가 저를 건물 밑으로 떨어뜨리려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아니 왜 그 사람이 선생님을 죽이려 했을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복도에서 우여곡절 끝에 격투가 벌어졌는데..노인 입에서 조국의 아편전쟁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조국의 아편전쟁?"
"혹시 1800년대에 중국이 영국한테 당했던 것처럼 남한에 마약을 뿌리는 작전 같은 거 아닐까?"
누나가 검사에게 물었다.
1830년대부터 1860년대까지 청나라를 발라먹기 위해
영국은 아편수출이라는 꼼수를 쓴다.
그것도 직접 중국에 뿌리지 않고
인도인들의 손을 빌려
중국 하층민을 대상으로 마약 장사를 한 것이다.
그 여파는 대단했다.
중국인구 25퍼센트나 아편에 중독되어
무기력하게
누워지내는 형국이 된 것이다.
청나라 정부는
악날할 영국의 꾀를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나라 전체에 망조가 퍼져있었다.
결국 영국이 전쟁을 일으켰고
청나라는 그들이 해 달라는 대로 무역항을 열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상대방의 허약한 체력을 간파한 영국은 프랑스까지 친구삼아
다시 전쟁을 일으켰고,
청나라는 자신의 아픈 살을 여기 저기 떼어줄 수 밖에 없었다.
수천년간 세계를 호령하던
선진국 중국이
서구 열강에 무릎을 꿇기 시작한
단초가
바로 아편이었다.
지금도 중국은 마약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다가도 깨어날 만큼 치를 떤다.
마약과 관련된 범죄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형이다.
그 아이디어를 북한이 차용한 것이다.
경쟁을
하다하다 안 되니까
이젠 마약을 이용해
남조선 아편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북한은 국가에서 나서서 마약을 제조 했었다.
그러던 것이
대기근을 겪으면서는
민간에서도 마약을 제조하게 되었고,
메스암페타민 다른 말로 필로폰의 순도가 99퍼센트에 이를 정도로
마약제조 강국이 되었다.
값싸고 품질이 좋은 북한의 필로폰
다른 말로 아이스 또는 빙두는
북한의 무역상이나
식당을 거점으로 삼아
동남아를 거쳐
전세계로 수출되는 실정이어었다.
이미 한국에서도
음지에서
북한 빙두가
몇십배의 폭리를 취하며
유통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노인이 뱉은 한마디는 무게감이 달랐다.
조국의 아편전쟁
북한 정부에서 고의로 남한에 마약을 퍼뜨리려 한다는 의미였다.
"네 그 노인의 입에서 분명히 조국의 아편전쟁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저는 옥상으로 안 끌려가려고 그 노인과 격투를 벌이다가 비상문을 열고 병실쪽으로 도망쳤습니다. 그 노인이 어디서 구했는지 수술용 블레이드를 들고 병실까지 난입해 저를 죽이려고 하다가...그런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선생님 병실에선 어떻게 하다가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게 된 겁니까?"
검사가 내게 참담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담담히 그 장면들을 설명했다.
"나는 그 노인에게 쫓겨 병실로 들어왔습니다. 누나의 안위도 걱정되고 누나를 깨웠죠. 그때 병실에서 어린이 환자를 간호하던 삼십대 남자분이 그 노인이 칼을 든 걸 보고 제지 했습니다. 아마 그 노인도 특별한 훈련을 받았는지 순식간에 그 남자분의 경동맥을 잘라버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수간호사가 소란을 제지 하기 위해 병실로 뛰어 들어 왔는데 그녀 역시 그 노인에게 경동맥이 잘렸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경찰 두명중 한명이 노인에게 접근했다가 경동맥이 잘렸습니다. 그리고 다른 경찰이 총으로 그 노인을 사살했습니다."
"선배 이거 좀 심각한 냄새 나지 않아요. 나 실은 전에 새터민들을 위한 법률서비스 그런거 하면서 탈북자들한테 들은 얘기가 있어요. 지금 북한 상부에서는 특수훈련 받은 요원들을 기획 탈북을 시킨 다음 그들을 통해 마약유통을 시킬 거라고...북한의 재정 보충도 하고...남한이 마약으로 무력화 되면...손쉽게 적화통일을 시킬 계획이라고 했어요....이거 그 계획중 일부 아닐까...나는 만만치 않은 감이 오는데...그러니까 필사적으로 얘를 죽이려 한거잖아요...조국의 위대한 아편전쟁을 방해하는 걸림돌이니까."
"얘기는 그럴싸한데...그게 이루워질 수 있을까?"
"왜 말이 안돼요...역사가 증명하잖아요...청나라...아편때문에 한방에 무너졌잖아요. 지금 누가 북한을 우리의 적으로 생각해요..방심하는 틈에 북한이 일을 벌일 수 있다니까요. 설혹 계획이 뜻대로 안돼도 북한으로 달러가 들어가잖아요...그럼 걔들은 그걸로 무기사고 핵폭탄 만들고...또 한반도를 힘든 상황으로 몰아 넣을 거 아니에요?"
"글쎄 쉽지 않은 문제다. 나도 일 하면서 윗쪽에서 이랬다 저랬다 하는 바람에 아주 욕이 나오는 상황이야....이거 기획단계부터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했는데...이제 와서 없던 걸로 하자니.....아우...증말 성질 같아서는 옷 벋고 싶다....야 그러지 말고 건 진지하게 하는 말인데...너 정말 출마 해라...어떤 당이든 가능성 높은데 가서...국방위같은 거좀 해라...나 증말 손봐주고 싶은 애들 너무 많다."
"아니...차라리 내가 아는 국회의원들 연결 좀 해 줄까요?"
"내가 그 개새끼들을 어떻게 믿어?"
"여자 의원들인데..."
"다 마찬가지야 개새끼들 깨 썅년들...제대로 된 연 놈들이 없어...""
"어이구 대한민국 검사 입에서 나오는 저 찬란한 욕을 보소...선배 그래놓고 나보곤 국회의워 선거에 나가라고 그래?"
"내가 오죽 답답하면 이러냐..."
"아까 말 했지만, 선거고 뭐고...내 목숨이나 지켜줘요...나 무서워서 여기서 못나가...그여자 꿈에서라도 나올까봐 무서워요...."
"나도 아까 말 했잖아..내 돈으로 보디가드 사 준다고...지금 상황이 경찰의 협조를 구할 수가 없어...아마 이제 언론 보도도 안 나갈 거야."
그때 누나의 전화기가 울렸다.
누나는 모르는 번호라면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누구요? 정만호?....아이 진짜 사람을 뭘로 보고 그딴 식으로 행동하세요...정말 기자질 그따위로 할 거에요. 기사에서 내 얼굴 나오는 부분 자막 있는 부분 당장 내려요...사과 방송 하고....말 했지만...나 가만 안 있어요...내가 말 한 적도 없는 부분을 왜 내 얼굴하고 짜깁기 해 서 내 보내냐고요...기자님 이때까지 그렇게 장사했어요? 이바닥에서 정말 장사 그만하고 싶어요?....내가 누군지 알고 그런 요행을 바랬어요?....나 요즘 인내심이 별로 없어요...오래 못 기다립니다. 다 바로 돌려놓고 다시 연락하세요."
누나는 전화기를 테이블에 던지듯이 내려 놓았다.
"뭐래? 정정보도 한데?"
"네 그런다는데...봐야 알죠...순 양아치들이라..."
"야 근데 너 병원으로 다시 가야 하는거 아니냐?" 지금 환자복으로 계속 돌아다니려고?"
"얘가 그 여잘 병원에서 봤다잖아요. 경찰복 입은 상태로...언제 날 죽일지 모르는데 어떻게 돌아가요?"
그때 검찰조사관이 검사에게 와서 귓속으로 짧은 말을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검사의 눈이 커졌다.
"왜요?"
누나가 검사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