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69
"출동했던 경찰중에 여경 한명이 시체로 발견 되었다네."
"우리가 말 했잖아요. 그 여자가 여경 옷을 입고 있었다고...왜 사람 말을 안 듣고 알려줘도 대처를 안해...거기 출동한 경찰 경사계급 단 사람한테로 알려 줬어요..."
"경찰이 두명이나 죽었다면 그냥 쉽게 넘어갈 사안이 아닌거 같은데...왜 위쪽에선 이렇게 완강하지?'
"북한에서 뇌물이라도 먹었나보죠..."
"야...넌 예나 지금이나 좀 할 말 안 할 말 가려가면서 해라..."
"언제는 나 보고 출마 하라며...내가 거기 그 물에 들어가면 없는 말도 지어서 해야 하는데..."
"난 진지하게 너한테 하는 말이야 이번 보궐선거에 잘 보고 출마해봐...네가 몸 담았던 조직들 많잖아."
"알았어요...우선 내가 살아야 되니까...오늘 여기서 가까운 특급호텔에서 잘게요..그릭고 24시간 경호원 붙여줘요...어떻게 해서든 그 여자 빨리 잡아주세요."
"내가 메리어트 호텔에 방 잡아 줄테니까...거기 가서 있어..경호원도 문 앞에 설 거야. 그리고 경찰에서도 아마 그 여자 잡으려고 전담반 꾸몄을거야. 그여자 사고 칠거 같아서 그동안 경찰에서도 감시 해 왔었어. 조만가 소식 있을거니까 안심해 "
"알았어요. 그럼 우린 얼마동안 호텔에 있는 거에요?"
"글쎄...당분간...내가 다시 연락 줄게."
"어휴...알았어요."
누나가 일어나며 내게 나가자는 눈짓을 했다.
나는 검사에게 인사하고 일어섰다.
누나와 나는 일어서서 사무실을 나왔다.
사무실을 막 나오자 마자
나는 곤혹스럽게도
포승줄에 묶인 예진이와 시한폭탄과 마주쳤다.
시한 폭탄이 내게 침을 뱉었다.
"개새끼...내가 그렇게 잘 해주었는데...배신을 해...얼마나 잘 사나 보자...넌 내 손에 죽는다..."
검찰직원이 그를 말리고 사무실로 밀어 넣었다.
따라가던 예진이도 나를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흘겨 봤다.
누나가 다가와 나를 위로 했다.
"이 정도는 감내 한다고 생각 해야돼. 잊어버려. 협조 안했으면...네가 쟤들 대신 잡혀들어갔어."
나는 옆에 있는 화장실에 들어가
얼굴과 옷을 씻었다.
사실 몇번이라도 이런 모욕은 당할 수 있엇다.
내가 배신한 건 사실이니까.
누나와 나는 대검찰청을 나와
전에 들어갔던 호프집 앞에 섰다.
"여기 괜찮았는데...안그래요?"
"알바하는 애가 괜찮았겠지. 아주그냥 헤벌레 해 가지고 침 뚝뚝 흘리면서.."
"내가 언제 그랬어..."
그때 택시가 앞에 섰다.
기사가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
"메리어트 호텔이요~~"
"네. 타세요."
누나와 나는 뒷좌석에 앉았다.
기사는 택시를 움직였다.
택시가 유턴을 해서
카톨릭 대학 쪽으로 내려가는 게 정상적인 길이었다.
그런데 택시는 서래마을쪽 산 길로 들어섰다.
물론 이쪽으로도 갈 수는 있다.
하지만, 꽤 돌아가는 길이었다.
"기사님 좀 돌아가시네요..."
"아...네...늬들이 우리 조국이 가는 길 앞에 방해물이 되지만 않았어도..."
택시기사는 차를 세우더니 뒷 트렁크를 열었다.
뒷 트렁크에서 사람이 튀어 나오더니 뒷좌석으로 들어왔다.
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그 여자의 눈빛을 금새 알아봤다.
그 여자는 칼을 누나 목에 겨눴다.
"함부로 몸을 놀리면 재미가 좋지 않을 거이야."
"......"
우리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잠금장치 확인 하고 출발 하라우"
운전사는 도어의 잠금장치를 걸었다.
차가 출발 했다.
누나와 나는 아무 말 도 할 수 없었다.
그 여자는 우리에게 눈가리개 같은 것을 하지도 않았다.
불길했다.
만약 살려줄 것을 대비한 납치라면,
자기들의 아지트를 노출 시키지 않기 위해
우리의 눈을 가려야 상식적으로 맞았다.
눈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차후 우리를 살려두지 않거나
야외에서 우리를 처단하거나
둘중 하나였다.
차는 서래 마을 로 들어섰다가
다시 동작동 국립묘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택시는 어느새 동작대교 위에 있었다.
혹시 한강에 빠뜨리는 것은 아니겠지...
동작대교를 다 건넌 택시는 국립 박물관 앞을 지나갔다.
이윽고 고층 아파트 단지가 지나갔다.
택시는 다시 좌회전을 하면서 한강대로에 들어섰다.
방금 한강을 넘어 왔는데 다시 한강을 넘을 태세였다.
왜 이동을 그렇게 할까 궁금했다.
하나의 가능성은
운전자가 서울 지리를 잘 모른다는 것이엇다.
서울은 운전하기에 편한 도시가 아니다.
자칫 길을 잘 못 들면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실수로 동작대교에 올라탔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인질에게 지리를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을 것이다.
두번째 가능성은
우리가 헷갈리게 일부러 왔다갔다 하는 것이었다.
평생을 서울에서 살아온 누나와 나다.
아무리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한다 한들
교통방송에서 도로 이름만 말해도
시간대 교통상황까지 훤한 우리들에겐
큰 의미가 없다.
미행하는 경찰을 따돌리기 위함이라면
말이 되지만,
우리를 보호하는 경찰이 있다면
우리가 대검찰청까지 도망을 갔을까.
하지만 이 대목에서
의심이 들었다.
이들은 우리가 대검찰청에 있다가
그 시각에 택시를 탄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대검 내부에 첩자가 있든지
대검이 도청을 당하든지
둘중 하나가 아니면 말이 안 된다.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도무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택시는 한강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노들섬이 보였다.
노량진으로 들어선 택시는 노량진역과 대방역을 지나
신길동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원래의 목적지가 이쪽이었던 것 같았다.
아마도 대림동이 아닐까 싶었다.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는
숨어들기 쉬운 곳이다.
누가 북한에서 왔는지 연길에서 왔는지
구분할 수 없는 동네이다.
경찰들도 간섭하기 싫어하는 동네이니
은신처로서는 안성맞춤이다.
내 예상이 맞았다.
택시는 중국어 간판이 많은 골목길을 올라가
어느 주택가 사이에 섰다.
운전사와 그녀가 택시에서 내렸다.
택시문은 다시 잠겼다.
"누나 뛸 수 잇어요?"
"아니 뛰지는 못할 거 같은데..."
"그럼 지금 검사한테 전화할래요?"
누나는 폰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가 갔다.
검사가 받았다.
"선배 우리 납치됐어 그 여자한테...남자도 한명 더 있어."
"알고 있어 거기서 시간 조금만 끌어봐...경찰이 갈거야...위치 추척 하고 있어."
"무슨 소리야 저 여자가 칼을 들었다니까."
택시 밖에서는 그녀와 운전사가 말 다툼을 하고 있엇다.
서로 의견이 안 맞는 것 같았다.
여자가 택시 안 쪽을 쳐다 봤다.
누나는 전화기를 얼른 내렸다
다행이 들키지는 않았다.
남자가 택시 문을 열었다.
"내리라우."
우리는 택시의 왼쪽문으로 내렸다.
"손 머리에 올리라"
누나와 나는 손울 머리에 올렸다.
"문 안으로 드러가라."
그는 다가구주택 쪽문을 열었다.
우리는 얌전히 안으로 들어갔다.
발 아래쪽이 어두워 조심히 조심히 걸었다.
남자가 반지하 세대의 문을 열쇠로 열었다.
"들어가라"
우리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신발을 벗었다.
"방으로 들어가라..."
우리는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가구하나도 이불 하나도 없었다.
반지하 창문에는 쇠창살만 보였다.
"바닥에 앉으라."
누나와 나는 방 바닥에 앉았다.
방바닥은 냉바닥이었다.
"너희들이 우리 조국의 사업을 망쳐놓고 살길 바라나"
그는 우리에게 총을 겨누었다.
결단을 내리지 못한듯
나를 겨누다가
이내 누나를 겨누었다.
그는 마음이 강건하지 못하고
겁이 많은 듯 했다.
잘 하면 충분히 감정이 흔들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아저씨...근데 저희는 정말 눈꼽만큼도 조국의 사업인지 뭔지에 관심이 없어요. 우린 그냥 검찰에서 시키는 대로 한것 뿐이에요. 우리가 얼마나 착하게 살아가는 지 모르시죠? 나라에서 세금 내라면 한푼도 하루도 놓친적 없어요. 전 살아오면서 교통법규 한번 어긴적 없고요...전 텔레비전 동영상 찾아보면 아실거에요 제가 없는 사람 소외된 사람을 대변하던 최변호사에요. 저 남한에서 유명해요. 인민 민중의 대변자였다고요. 생각을 다시 해 보세요. 저희를 처단해서 얻을 게 없으세요. 처단하려면 저 검찰 윗선에 있는 힘있는 사람을 처단해야지 효과가 있지. 저희는 아니에요 총알만 낭비하는 거에요."
"에미나이가 무어이 말이 많니?"
"처단하려거든 저를 죽여주세요. 누나는 정말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을 위해 할 일이 많아요. 이번 보궐선거에 출마해서 국회의원도 되어야 하고요. 만약 국회의원이 되면 북조선하고 협력할 수도 있어요. 북조선에는 인민대표가 많지만, 여긴 딱 300명이에요. 권력이 있어요. 정보력도 있고. 충분히 북조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요. 한번 잘 생각해 보시고 누나 몫까지 저를 처단해 주세요."
"이 간나새끼가 무슨 소리 하나."
한편 여자는 말이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의 눈치를 보며
방아쇠 당기길 망설였다.
여자는 계속 턱을 들어
방아쇠를 당기라는 신호를 주었다.
어둠속에서
그렇게
우리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마지하고 있었다.
나는 누나와 손을 잡았다.
"누나는 내 인생에 큰 등불이었어요."
"병신같은 새끼. 지금 이 순간에 고작 그런 얘기 밖에 못해? 사랑해 뭐 그런거 없냐?"
"누나 사랑해"
"나도 너 사랑해."
"아 새끼들 왜 떠들고 지랄이니? 조용히 못 하간"
그때,
영화에서만 보던
빨간 점이 남자의 심장부위에 맺혔다.
여자의 머리에도 빨간 점이 맺혔다.
순식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