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70
창문 깨지는 소리가 나더니
두명이 동시에 쓰러졌다.
밖에서 현관문 유리창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검은 옷의 경찰 특공대가 총을 들고 일사분란하게 들어왔다.
그들은 검은색 방독면을 쓰고 있었다.
리더든 주먹을 들어 상황 종료를 알렸다.
대원들은 상황 해제 명령을 릴레이로 전달했다.
방 안에 있는 대원 4명과
거실 및 현관에 있는 대원 6명
문 밖에서 지원사격하는 대원 4명 젇도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확히는 몇명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들의 우렁찬 목소리에 마음이 놓였다.
리더가
떨고 있는
누나와 나에게 다가왔다.
"어려운 순간에도 용기를 잃지 않고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부터 저희들이 안전한 곳으로 안내 하겠습니다."
요원 두명씩 누나와 나를 부축하여
밖으로 안내했다.
골목에는 경찰차들이 싸이렌을 끈채 대기 하고 있었다.
우리는 경찰차를 타고
영등포 경찰서 상황실로 이동했다.
영등포 경찰서 상황실에선
잘생기 검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나는 검사를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뭐야 선배. 나 위험하다고 했잖아...그 미친년이 나 노리고 있다고 했잖아."
"야..진정해...은선....진정.."
"뭐야..사람 사지에 몰아넣고 할 말이 있어?"
"사실은...우리 대검 마약과가 도청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뭐야 그럼 우릴 미끼로 쓴거야? 이런 이건 선배가 아니라 개새끼네...야...넌 선배가 돼서 후배를 죽으라고 미끼를 써...이건 진짜 인간이 아니야...야..너 내가 너 약점 잡고 있는거 전부 폭로해 버릴거야...오늘로 나랑 인간 관계 쫑 내자..."
"어허..은선...어허...말 좀 들어봐."
"무슨 할 말이 있는데."
"진짜 미안해 은선아...저쪽에서 다 듣고 있었기 때문에 너한테 작전을 얘기 할 수 없었어. 하지만 팀에서 계속 널 따라 붙고 있었어. 저 선생님 신발깔창 밑에 도청기겸 위치추적장치가 있었잖아."
그러고 보니 나는 시한폭탄을 만나기 전에 신발에 알약 같은 것을 넣었다.
그 후로 정신이 없어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엇다.
"우리는 계속 그 신발 위치하고 그 주변에서 나는 소리를 체크 하고 있었어. 노인하고 격투하던 순간에도 그 소리를 드고 있었고, 사실 요원들이 그 근처에 상주 하고 있었어. 그 여자의 위치도 계속 체크 하고 있었는데...처음엔 그 윗선을 찾기 위해 일부러 잡지 않고 있었던 거야...그런데 위에서 케이스를 덮으라고 하니...이젠 생포의 의미도 없어지고 해서...결국 사살하게 된거야...은선아 너무 고생했다. 고맙고 미안하다."
누나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검사는 누나를 안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남자 두명과 여자 한명이 죽으면서 조국의 아편전쟁 파일은 봉인 되었다.
파일은 봉인 되었으나
북조선에서 아편전쟁을 포기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포기 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잠시 숨을 죽이고 있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업그레이드된 방식으로
전쟁을 시작할 지 모르는 문제였다.
수사기관에선
요원중 오직 세명만 처리 되었을 뿐
그 배후의 어떤 조직원도 찾지 못했다.
누나는 몸소 공포를 체험하고
오히려 더 강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누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누나는 내게 진지하게 물었다.
"너 나 정말로 사랑하냐?"
"응...내가 그랬나?"
"너 그 놈이 총 겨누고 있을 때 니가 나 대신 죽는 다고 그랬잖아."
"그야....그건...그런가 누날 사랑하나?"
"그래 마음껏 사랑해라..."
"누나 괜찮아?"
"그럼...사람이 한 번 죽지 두번 죽냐?"
"뭔가 결심한 사람처럼 이상한 말 하네."
"결심했다."
"뭘?"
"보궐 선거 나가기로 했다."
"엥? 진짜?"
"진짜. 도저히 답답해서 안 되겠어...내가 할 수 있는 것까지 만이라도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게 해야지...이게 뭐냐...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곳에 수많은 개죽음이나 희생이 있을 지 몰라."
"그래도...보통일이 아닌데...지방선거 경험도 없이 그렇게 바로 국회의원으로 점프해도 되나?"
"그런거 뭐 중요하겠어....그냥 하면 돼지..."
"누나 선거하려면 돈도 있어야 하고 세력도 있어야 하는데 그게 되겠어?"
"그래서 말인데....내가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은 좀 있거든...관악구에는 내가 지분이 좀 있지. 대가 대학때부터 얼마나 사람들이랑 같이 굴렀느데...근데 내가 사실 돈이 없다. 너 돈좀 있냐?"
"얼마정도 필요한데?"
"많을 수록 좋지만...최소 한 이십억을 있어야 일하는 사람들 밥값이라도 주지 않을까?"
"근데...누나 선거 일에 직접 참여해 본 적이 있어?"
"뭐 멀리서 도와준 적은 있지만, 내 편이다를 밝히고 직접 뛰어든 일은 없지.."
"선거라는게 단순한 일이 아닌데...왜 요즘은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컨설팅을 받는다잖아...일을 시작하기 전에 선거 컨설팅 같은 거 받아보고 시작하는게 어떨까...그래서 가능성이 좀 있다 싶으면 진행 하는 거고 아니다 싶으면...다음 기회를 노리든지 하는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되지도 않는 일을 돈만 쓰고 기도만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누나는 내 말을 곱씹어 봤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이 맞긴 하다. 물론 그 컨설팅 하는 놈도 순 날강도 같은 놈들이야...그렇게 믿을 만 하지는 않은데...뭐 그래도 근거는 가지고 컨설팅 해주겠지.."
"컨설팅 하는데 얼마나 들어?"
"하는 놈 마다 다른데 한 1~2억 정도 드는 것 같아..."
"그래 그 돈은 내가 당장 해 줄게...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한번 받아 보자..."
"그래 고맙다. 진정으로 나를 생각해주는 놈은 너 밖에 없다."
우리는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다.
누나는 잘 자는 것 같았다.
나는 여러가지로 마음이 불안했다.
무엇보다
내가 잠이 들면
나타나는
검은 옷을 또 만날까 겁이 났다.
내가 완강히 따라가길 거부 했을때
그는 나 대신 네명이 희생될 것이라 예언했다.
병실에서 정확히 네명이 희생되었을때
나는 공포감에 정신을 잃을 뻔 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그의 존재를 말 할 수는 없었다.
언제 그가 다시 나타나
나와 함께 가자고 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또 함께 가길 거부한다면
그는 나 대신 누구를 데려간다고 할까
나는
피곤함에
자꾸 눈이 감겼다.
하지만
나는 곧 정신을 차리고 깨어났다.
잠들고 싶지 않았다.
혹시라도
그가
누나를 데려간다고 선언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감기는 눈을 참다 참다
잠이 들고 말았다.
"어때? 네가 한명도 아니고 네명이나 자그마치 네명이나 목숨을 빼앗았네..."
까만 옷을 입은 그 사람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얼굴은 하얗고
입술을 빨간 것이
어릴적 전설의 고향에서 보던
그 저승사자 모습 그대로였다.
"그게 왜 내 책임인가요?"
"네가 네 차례가 되었는데 가지 않았으니 그런 일이 일어난거지."
"그런 억지 쓰지 마세요...왜 나 때문이에요."
"난 분명히 경고 했어...네가 안 가면 네명의 목숨이 없어 질 거라고."
"그건 협박에 불과한 거지, 나 때문에 그들이 죽음을 맞이 했다는 인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넌 이때까지 인과관계 때문에 혜인이가 죽었다고 생각했나? 네가 생각하기에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어도, 너때문에 죽은 거야. 네가 이해하든 못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널 이해 시키기 위해 만들어 놓은 법이 아니야. 이번에도 너 때문에 4명이 죽은 거야. 더 넓게 말하자면 6명이 죽은 것이군."
"너무 억을해요...왜 꼭 나를 데려가려고 그러는데요?"
"넌 이미 세상에서 살아가도록 주어진 시간을 넘겼어. 내가 말했지.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네가 생각하는 만큼 큰 의미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 네가 발버둥 처서 10년을 더 살아간들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어."
"나는 의미가 있든 없든 이 세상에서 더 살고 싶어요. 있게 해 주세요. 또 누구를 데려간다 협박하지 마시고요."
"나는 협박하지 않아. 일어날 일을 말 하는 것 뿐이야...일어날 일은 아무리 네가 막으려 한들 일어날 수 밖에 없어. 네가 세상에 미련을 두고 있는 한 너는 또 똑같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일을 볼 수 밖에 없어..."
"그러니까 내 책임이 있는 죽음은 아니라는 거 잖아요. 내가 죽든 살든 일어날 일이라는 거 잖아요."
"아무렇게나 생각해도 좋아. 이번에 네가 안 가면 난 한명의 목숨을 또 거둘 수 밖에 없다. 그건 네가 알아서 판단해. 어떻게 할래...같이 나와 길을 떠날래...아니면 또 두명의 목숨이 없어지는 것을 볼래?"
"설마 누나를 데려가는 것은 아니죠?"
"그건 너에게 알 려 줄 수 없어...갈 건가 ... 이 세상에 머무를 건가?"
"전 더 살고 싶어요...누나는 데려가지 마세요..."
"세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군. 미련한 놈 그렇게 좋게 말해도 그 집착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람들을 점점 힘들게 하는구나."
"아니에요. 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어요."
"하하하.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너때문에 고통받아가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너를 욕하고 있는데... 고작 해를 끼친 적이 없다고....하하하... 기억해 이번엔 두명이다."
"아니야...거짓말이야... 날 협박하지마!"
"야 정신차려...정신차려....너 괜찮아?"
나는 침대에서 눈을 떴다.
누나가 얼굴 위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뭔 식은 땀을 그렇게 흘리냐? 악몽이라도 꿨어?"
"응...나쁜 꿈을 꿨어."
"무슨 나쁜 꿈을?"
"내가 이 꿈을 꾼지 좀 되었는데.....꼭 내게 나타나서 나를 괴롭히네. 굿이라도 해야 할라나."
"내가 잘하는 무당 소개 해 줄까? 무슨 꿈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