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75
"아이 엄마가 내게 남겨준 유언장에 하찬이가 내 아들이라고 한 내용이 있는데...그게 도움이 될까요?"
"그래..그것도 줘봐."
"그건 지금 없고 나중에 집에 가서 찾아 드릴게요."
"그래. 나중에 추가 접수하면 돼. 지금 네 아들 친권자가 없는 상태 잖아...그래서 이런 경우엔 판사가 속성으로 판결 내려줘. 금방 나올 거야...그럼 머리카락이나 뽑아."
"알았어요. 잠시만요."
나는 장례식장 사무실에 가서 지퍼백 두개를 얻어왔다.
나는 누나 앞에서 머리카락을 뽑았다.
뽑은 머리카락을 지퍼백에 넣고
그 위에 내 이름을 썼다.
나머지 지퍼백에 하찬이라고 이름을 썼다.
동생분에게 가서
하찬이 머리카락을 뽑아 달라고 부탁했다.
동생분은 바로 하찬이에게 말하고
머리카락을 뽑아
지퍼백에 넣어 가져 왔다.
나는 두 지퍼백을 누나에게 주었다.
"그럼 나 법원에 가볼게..."
"누나 법원 갔다가 어디 갈 데 있어요?"
"아직 정해진 대는 없는데..."
"괜찮으시면 여기로 다시 와 주세요... 누나가 여기 있으면 좋겠어요...왠지 모르겠는데...좀 불안하고 그러네요."
"짜아식...겁은 많아가지고...알았어 올게...그럼 나 지금 간다."
"네 고마워요."
"야 너 그리고 지금 바로 옷좀 갈아입어라...장례식장에서 너무 튄다. 네가 가져오라고 해서 가져왔잖아...여기."
"알았어요. 고마워요."
나는 양복 커버에 담긴 옷을 받아 들었다.
"인제 나 진짜 간다."
누나가 장례식장을 떠나갔다.
장례식장엔 고요함이 남았다.
나는 영정사진 옆에 있는 쪽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옷을 갈아입으면서 생각했다.
하찬이 아니 정확하게는 하은이 할아버지에게
이젠 연락해도 될 것 같았다.
옷을 갈아 입고 밖으로 나가
동생분에게 연락을 부탁했다.
동생분은 그자리에서 바로 연락했다.
"여보세요...하찬이 작은 할머니인데요...언니하고 하은이가 어제 사고를 당했어요. 그래서 지금 장례식장을 차렸어요.....네....네 같은 병원이요....네....네 알겠습니다."
동생분은 전화를 끊었다.
"오신대요?"
"지금 바로 온대"
"네 수고 하셨어요."
그때 삼인방이 장례식장으로 들어왔다.
그놈들의 실행력은
인정해 줄 만 했다.
그래도 기특하게 어디서 구했는지
모두 검은 양복과 검은 넥타이를 차려입고 왔다.
나는 그놈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놈들도 손을 흔들었다.
그놈들이 신을 벋고
영정 사진 앞으로 걸어왔다.
두번 절을 하고 향을 피우고
능숙하게
상주쪽을 향해 맞절을 했다.
상가집을 많이 다녀봤는지
움직임에 거침이 없었다.
동생분과 하찬이와 나도 같이 맞절을 했다.
나는 웹하드 사장을 비롯한 삼인방을
테이블로 데려갔다.
상 위에 음식을 올리고 술을 가져왔다.
"니들 술 먹어도 되냐?"
"상가집에 왔는데 예의상 각 1병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사장놈이 신소리를 했다.
나는 잔에 소주를 부어주었다.
삼인방놈들은 동시에 소주를 비웠다.
일제히 상위에 놓은 잡채를 젓가락으로 집었다.
서로 젓가락 싸움을 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야 이 새끼들아 애들처럼 뭐냐...내가 더 갖다 줄게 좀 어른답게 행동해라 개새끼들."
나는 잡채를 두접시 더 가져와 각각 앞에 내려 놓았다.
놈들은 밥을 퍼먹듯이 잡채접시를 비웠다.
"더 주랴?"
셋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잡채 세접시를 가지러 가는 동안
놈들은 소주를 따라 두번 원샷을 했다.
나는 놈들 앞에 잡채 접시 세개를 내려놓았다.
놈들은 접시를 내려놓기 무섭게 잡채를 또 비웠다.
"또 줘?"
셋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 개새끼들 나 놀리고 있는 거 아니지?"
셋이 입에서 물고 있던 잡채를 뿜었다.
"그만 가져와 씨발....억지로 잡채먹기 좆나게 힘드네....장난친거야 장난."
삼인방은 방바닥에 드러누워가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삼인방은 답이 없는 개 싸이코 같은 놈들이었다.
만약 웹하드와
몰카 포르노 초대남 소라넷 n번방 스와핑
등등의 개념들이 10년 늦게 나왔어도
노답 삼인방은
노숙자들이 되었거나
굶어 죽었을 것이다.
미래를 어떻게 알았는지
이놈들은 시장을 선점했고
지금은 지분 삼분의 일씩 가진 웹하드 회사에서
각각 매달 이삼억씩 현금을 싸들고 간다고 한다.
워낙 돈을 잘 버니
가족들도 저놈들에게
아무말 하지 않는다.
저놈들이 툭툭 던져주는
천만단위의 돈을 받으며
가족들은 행복해 한다.
리더격인 웹하드 사장은
조만간 비밀리에
도박싸이트와
가상 코인 거래소
가상 선물 거래소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평생동안 상식을 항상 뛰어 넘는 행동을 했으므로
앞으로도 비상식적인 사업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것이다.
혹시나
연변조직과 합작해서
노인들을 상대로
"많이 당황하셨어요?"
이따위 전화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야 근데 저 꼬마애랑 너랑 똑 닮았는데...아들이냐?"
웹하드 사장은 어릴때 부터 눈썰미가 좋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친놈 셋이 갑자기 일어나
하찬이에게로 갔다.
놈들은 돌아가며 주머니에서
파란색 수표를
여러장 꺼내 하찬이에게 주었다.
돌아가며 하찬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는 꼭 아빠 닮지 말고 인생을 재미있게 살아라..."
하찬이는 당황한 얼굴로
미친놈들을 쳐다봤다.
하찬이는 아무말 하지 않았다.
미친놈들은 다시 테이블로 돌아왔다.
"축하한다...임마...애가 아주 똘망똘망해 보여..."
"알았어...근데 뭐하러 애한테 돈을 줬어?"
"야...요새 애들도 돈 좋아해...그래야 나중에라도 이 아저씨들을 보면 반길 거 아냐? 혹시아냐 나중에 지 아빠보다 우릴 더 좋아하게 될지?"
놈들이 다시 방바닥에 들어누우며 웃었다.
"야 이새끼들아 안 일어나...이게 무슨 상가집에서 추태야..."
놈들이 일어나 테이블 앞에 앉았다.
동생분이 테이블로 왔다.
손에는 파란색 수표가 한 열장쯤 들려있었다.
"이거 액수가 너무 많은데...받아도 될지..."
"네 그냥 하찬이 주세요...얘들 돈 잘 벌어요..."
나는 동생분을 돌려 보냈다.
"저 아줌마는 누구야? 애 엄마는 아닌 거 같은데..."
"그게 지금 말하기엔 좀 길어..."
"너 저 아줌마랑 잤냐?"
"......"
"잤구나...요즘 은근히 유행하는게 밀프다....예쁜 미시 아줌마랑 십대 애들이랑 하는거....."
"이런 미친새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무슨 일인데 들려줘봐...궁금하잖아."
"알았어."
놈들은 얌전히 밥을 먹으며,
얌전히 술잔을 비우며
내 이야기를 듣고 잇었다.
"저분은 내 친구 어머니의 동생이고, 저 아이는 내 친구를 아빠로 알고 잇고, 내 친구는 얼마전에 죽었어."
한참동안 정적이 흘렀다.
"뭔 개소리야....하나도 이해가 안된다."
웹하드 사장 옆에 있던 놈이
심화질문을 했다.
"야 그럼 저 영정사진 속 아주머니는 니 친구 엄마겠네...그 옆에는 니 친구 딸이고."
"그래 맞어."
옆에 앉아 있는 두 놈이 엄지척을 하며
심화 질문한 친구의 머리를 때렸다.
"아 씨발 왜 때리고 그래..."
다시 미친놈들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그러니까..니가 저 영정속 아주머니의 아들의 마누라를 따먹었다는 얘기잖아...그래서 저 아이가 나온거고..."
"야 이 개새끼야...따먹는게 뭐냐...말좀 곱게 해라...."
"하여튼 애 엄마가 너랑 바람펴서 나은 혼외자라는 거 아냐."
"정확하게는 애 엄마가 결혼하기 직전이었어."
"그럼 애 엄마가 임신한 채로 결혼 해서 아빠라는 사람은 속아서 자기 자식인줄 알고 키웠네....이 막장드라마 주인공 새끼야."
"몰라...알고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는지...하여튼 애 아빠는 나야..."
"하여튼 애 생긴거 축하한다. 돌잔치라도 해서 우릴 불렀어야지 어떻게 그렇게 혼자 호박씨를 까고 지랄이냐."
"그럴 상황이 아니었어...나도 최근에야 내가 저 애 아빤지 알았다고."
"그건 또 무슨 소리냐...이야기가 점점 아침 드라마 스케일로 가고 있어....오...좋아...나 그런 얘기 들으면 잘 꼴려....계속 해봐."
"얘기가 길어서 다 못할거야."
"괜찮아 우리 시간 많아...일은 직원들이 열심히 하고 있어....우리 여기서 밤새도 돼. 이야기 해봐."
나는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재수할 때 저 애 아빠하고 엄마하고 사귀고 있었어...애 아빠는 내 초등하교 동창이고...둘이 나 다니는 학원으로 놀러 와서 같이 맥주도 마시고 그랬어...뭐 다 지난 일이니까 얘기해 줄게....그러다 하루는 애 아빠가 안 오고...애 엄마만 나한테 온거야...애 아빠는 나중에 들은 얘기로 룸에 갔었대."
"그래서 거기서 첫떡을 시작했구나..."
웹하드 사장은 그쪽 분야의 전문가 답게
펼쳐질 시나리오를 정확히 예상했다.
"맞아...그날 애 엄마하고 나하고 첫경험을 했어..."
"야...근데 너 그때 아다 아니었잖아....그애 있잖아 왜 선미..."
선미라는 이름이 나오자...
나머지 두놈도 그 오래된 일을 기억해 냈다.
"그래 선미...우리가 저 새끼 밀어줬잖아...선미가 사까시 해 주게...그 다음에 선미랑 너랑 어울려 다니지 않았냐? 아마 교회도 같이 다녔을껄....그러다가 캐나다 갔다고 그랬나?"
놈들은 오래된 일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난 저새끼가 선미랑 떡쳤다에 내 이 팔을 건다."
"난 팔에 이 다리도 건다."
"나는 다이..."
"야 이 새끼들아 내가 동정을 언제 뗐는지 니들이 알아서 뭐하게....선미랑 했는지 안 했는지 그건 알아서 뭐하게..."
"이 새끼는 이게 문제란 말이야...좀 너무 진지해....이 새끼야 그냥 재미로 하는 거지 뭐 그렇게 진지빨고 지랄이냐? 싫음 말 안해도 돼....우리가 무슨 상관이야...선미랑 니가 했든 안했든....그럼 내가 먼저 말할게...나 선미랑 떡 좆나게 많이 쳤다. 자 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