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6화 〉86 (86/105)



〈 86화 〉86

"내가 처음 국회의원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대낮에 어떤 여자에게 칼침을 맞고 나서입니다. 알고 보니 그 여자는 탈북자였는데 북한에서 특수부대에서 훈련 받은 경력도 있었습니다. 무고한 시민이 백주대낮에 특수부대출신 탈북자에게 다리에 칼침을 맞았는데, 대한민국 국민이 준 공권력을 사용하는 어느 기관에서도 저를 보호해 주지 않았습니다. 칼침을 맞고 병원에 입원했을때 또 탈북자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테러를 당했습니다. 그때 역시 어느 대한민국 조직도 나를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또한 역시 탈북자가 택시기사로 위장해 저를 납치하고 살해 협박을 했을 때도 나를 죽음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기관은 없었습니다. 저는 평생 소외된자 가난한 이웃을 위해 제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일해 왔습니다. 제가 그렇게 헌신했던 것을 자랑과 보람으로 알았는데, 내가 평범한 사람이 마음놓고 살수 없는 위험한 대한 민국에서 살고 있다는게 너무 소름끼쳤습니다. 그리고 제 한계를 느꼈습니다.국회의원이 되면 제가 평생을 소외된 자와 가난한 이웃을 위해 일했던 것만큼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을 안전한 곳으로 바꾸는데  모든 역량을 걸겠습니다."

삼인방은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변호사님 역시 임팩트가 있네요."

"그런식으로 하면 선거에도 잘 먹힐 거 같아요."


"우리 그냥 사무장 없이 가죠...변호사님이 틈틈이 연설하는  영상편집해서 올리면 그게 제일 효과적인 선거운동이 될  같아요. 요즘 같은 시대에 머리를 쓰고 첨단 기기를 이용해야죠."

"그래요...시대에 맞게 모바일 쪽에 역량을 더 쏟아서....인공지는도 좀 쓰고, 실시간 유권자 질문도 방아서 바로 바로 대답해 주고 그러면 오히려 젊은층에 더 어필할 거 같은데."


"요즘은 젊은 층 노년층 너나  거 없이 다 모바일이야."


"그래 길거리 유세는 시끄럽기만 하고 효과가 없느 거 같아"


"아니야 그래도 하긴 해야 할 거야. 아직 살을 맞대고 말 하는  좋아하는 유권자들이 많아."

"그걸 니가 어떻게 아냐? 니가 사무장이라도 되냐?"

"아니 그걸 어떻게 알긴. 당연한 거지. 어떻게 전화기 너머로 설명하는 것과, 눈 맞춰 가면서 악수도 하고 안아도 주고 하는 거랑 비교할 수 있겠어.


"물론 둘 다 할  있으면 좋기야 한데,  말은 한정된 역량으로 효율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쪽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거지."

"그 말은 맞는 거 같아...모바일을 잘만 하면 파급 효과가 더 클거 같아. 트위터나 헤이스북을 통하면 선전효과가 어마 어마 하잖아."



사장놈은 자칭 아이티 사장 출신 답게 모바일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한번 이야기 주고 받았는데도 엄청 피곤하네...이거 이렇게  이런식으로 매일 하면 선거 끝나고 쓰러지겠다."



다른 놈은 사장하는 말에 집중하지 않고 딴지를 걸었다.




"변호사님 저놈 하는 말에 신경쓰지 마세요. 그러지 말고, 변호사님 우리 건배한번 해요."


"자 우리 이제 무늬만 아니고 깊은 속까지 진짜배기인 국회의원 최은선님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우리가 건배를 하고 술잔을 비웠을때,

하은이의 할아버지와 삼촌이 장례식장에 나타났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인사했다.


둘은 아무말 없이 내 인사를 받고

고인들의 영정 앞으로 갔다.

그들은 큰절을 두번하고

동생분과도 맞절을 했다.



나는 엉거주춤 테이블 근처에 서 있었다.



"저사람이 전 남편이야?"



누나가 내게 물었다.


"응, 그리고 하은이 작은 할아버지."

"넌 아무 행동할 필요 없어. 무슨 말 나와도 괜히 자극하지 말고 모르는  있어."


"알았어."


하은이 할아버지가 동생분과 잠시 말을 나누다가

테이블에 와 자리를 잡았다.




동생분이 테이블로 와서 상 차리는 것을 도왔다.


나도 일어나 상차리는 것을 도왔다.

"고맙다. 네가 우리 집안 일에 와 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네..."

하은이 할아버지의 눈에는 내가 집안 일을 돕는 외부인일 뿐이었다.



나는 다시 삼인방이 있는 테이블로 왔다.

"야 이제 너희들 가 봐야되지 않냐?"


"몇시냐?"


"거의 열두시 다 되어가..."




"야 인제 그럼 우리 집에 갈까?"


"발인이 언제라고 했지?"

"글쎄 언제인지도 잊어버렸네. 내일인가 모레인가?"

"야 너 상주 맞냐?"


"나야 여기 공식적으론 외부인이지."


"그럼 씨발 난 어느집 누구네 상가집에 온거냐?"

"아니..그만한 사정이 있으니까...너무 깊게 물어보지 말고.. 잠깐만 있어봐 발인을 어떻게 할건지 물어보고 올게..."

나는 동생분에게 언제 화장을 할 것인지 물어봤다.

동생분은 언제라도 좋다고 했다.


더이상  손님도 없다고 했다.

나는 괜히 날짜 문제로 하은이 할아버지와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동생분이 하은이 할아버지에게  손님 없는 상황을 설명하고

내일 바로 화장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하은이 할아버지와 동생분은 한참을 이야기 했다.




삼인방은 자리에 앉아 내 대답을 기다렸다.




동생분이 내게 와서 내일 바로 발인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나도 삼인방에게 전했다.

"알았어..내일 일곱시에 오면 되나?"


"그래. 고맙다."


"고맙긴 공짜로 아침밥 먹으러 오는 건데...내일봐 수고~~"


"수고해라. 변호사님도 아니 의원님도 수고하세요."

"대충 잠 자고 그래...괜히 쓸데없이 밤새지 말고..."


"알았어 고맙다 내일보자."

삼인방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내게 든든한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눈물이 나왔다.


"너 왜 울고 지랄이냐?  감상적인 인간아.."



"그래도 내가 친구들은 잘 둔거 같지?"

"네가 훌륭하니까 휼륭한 친구들이 있는거야."

"누나도 좀 쉬어야 하지 않아?"

"뭐 괜찮긴 한데...너 혼자 여기 있으려고?"


"나야 상관없어...하루종일 돌아다닌 누나가 피곤하지...누나 택시타고 집에가서 자. 또 뭐 굳이 누나가 발인에  일도 아닌거 같기도 하고."

"그럼 갔다가 내일 아침에 올게."

"누나 비밀번호 알지?"

"내가  니 비밀번호를 외우게 됐냐..."

"그럼 조심히 들어가고, 들어가면 전화해."


"어휴 이 자상한 새끼."

누나는 짐을 챙겨 장례식장을 빠져 나갔다.



나는 동생분에게 갔다.

"벌써 열두시에요. 하찬이가 자야 할  같은데..."

"내가 하찬이 집에 재우고 올게..."


"뭐 밤새 올 손님도 없는데...그냥 자고 내일 아침에 오세요."


"그래도 내가 상주인데."


"뭐 볼사람 올사람이 있어야 상주도 있죠. 걱정마세요. 제가 여기 있을게요."

"알았어 그럼."

동생분은 하찬이를 데리고 장례식장을 떠났다.

장례식장엔 고인과 세 남자만 남았다.

나는 영정 사진 옆에 가서 앉았다.


삼십분쯤 흘렀을까.

"집안 사람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도와줘서 고맙다. 이제 내가 앉아 있을테니 집에 들어가 봐."

"괜찮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말 들어."

하은이 할아버지 목소리엔 감정이 살짝 묻어났다.

"네 그럼 이만."

나는 장례식장에서 나와 택시를 탔다.


"손님 어디로 모실까요?"



어디로 가야할 지 정하지 못햇다.

둘중 어디로 갈까...


나는 잠실에 가기로 했다.

"잠실 ㅇㅇ아파트요."



택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동생분에게 전화햇다.


"주무시는 거 아니었어요?"

"방금 들어와서 씻으려고 하고 있었어."

"하찬이는요?"

"씻지도 않고 잠들었네."


"제가 지금 거기 가고 있어요?"

"언제 도착하는데?"


"금방 이삼분 내로 도착할  같아요."


"알았어 올라와."


"네.."


나는 전화를 끊고

깊은  숨을  쉬었다.




보통사람이 겪지 않는

삶의 모습으로

평생동안 살아온 내가

대견하고 안타까웠다.


택시가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나는 택시비를 내고

천천히 아파트 입구로 걸어 들어갓다.



엘리 베이터가 멈췄다.

엘리베이터 안은 고요했다.


간혹 들리는 기계음과

흔들거림이


살짝 무서웠다.

나는 사실 겁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모험을 이겨 냈을까.

앞으로 어떤 거친 장애물이  앞에 놓여 있을까.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현관문 앞에 섰다.


나는 현관문 비밀 번호를 모른다.

하찬이가

깰까봐

초인종을 누르기 않았다.



[집 앞이에요]



한참을 기다렸다.


현관문이 열렸다.


"벨 누르지...오래 서 있었어?"

"하찬이가 깰까봐요."



나는 아파트 안으로 들어섰다.

조용했다.




"씻어 잠옷도 준비해 놨어."


"네."




나는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안에는


새 칫솔과

수건이 놓여 있었다.



한켠에는 잠옷도 단정하게 놓여 있었다.



나는 샤워를 천천히 햇다.

오늘 동생분과 밤을 보낼지 말지 고민했다.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함인지

가여워 보이는 동생분을 위해서인지



나는 내 행동의 근본적인 이유를 찾지 못했다.


나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샤워를 마쳤다.

수건으로 몸을 닦고


양치질을 했다.

치약 거품이


아래로 떨어졌다.



내 물건에 닿았다.



금새 파스붙인 느낌이 들었다.


초등학생 시절

수련회를 가면


먼저 잠든 친구들에게


치약테러를 하는게


당시엔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치약테러를 당하지 않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고

마지막까지 잠을 자지 않았다.


그렇게 조심 조심 하며 지켜온

내 신체 부위를

잠깐의 방심으로 인해


스스로 테러당했다.



나는 그 부위를 물로 닦았다.




그 부위 주변이 바알갛게 변색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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